성폭력, 성추행 그리고 성희롱
김충영 국방대학교 명예교수 2018년 3월 11일
Libido(리비도)라는 말은 대부분 성적인의미로 사용되지만, 일반적으로 갈망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분노라고 일컫는 복수심도 있고, 소유욕이라는 금전욕도 있고, 가치보다도 우월하려는 욕망 즉, 고집이라고 불리는 것도 있으며, 출세욕이라는 명예욕도 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상이한 종류의 갈망(渴望)이 많으나 어떤 것은 고유한 이름이 붙어있으나 어떤 것은 없다. 리비도는 여러 가지로 쓰이지만, 리비도에 대해 문제를 삼는다면 신체의 생식기를 자극하는 쾌감만을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다. 리비도는 이상스럽게도 자녀생산이라는 의지나 괘락에 만족하지 않고 거의 이를 항상제어하려는 정신에 배치된다.(아우구스티누스 신국 중에서)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S.프로이트가 정신분석학에서 쓴 용어로, 리비도는 욕망이나 생명적 충동 등 인간의 모든 행동 속에 숨어 있는 근원적 욕망을 뜻하는 말로, 프로이트는 이 말을 '성욕 에너지'라고 하였는데, 초기 저작에서는 성적 에너지를 표현하는 말로 사용되었지만, 후에는 삶의 본능에 의해 사용되는 에너지의 형태라는 훨씬 넓은 뜻으로 사용했다. 그는 정신 현상을 생명본능(Life Instincts)과 죽음 본능(Death Instincts)으로 분류하고, 이 리비도를 성적 반응과 행위의 원동력으로 생각하였다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 C.G.융은 이것을 더욱 확대시켜 생명 보존 본능의 원동력인 생명의 에너지로 간주하고, 그것이 바깥으로 향하는가 안으로 향하는가에 따라서 인간의 기질을 내향적인 것과 외향적인 것으로 나누고 리비도라는 개념을 인격 형성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생각하였다. libido는 정신분석학 용어로 성본능(性本能) 및 성충동(性衝動)의 뜻로 사용하고 있다.
인간의 성본능을 동물과 비교하기는 너무 잔인하다. 동물들의 성본능은 암 것을 차지하려고 목숨을 걸고 싸운다. 그러나 인간은 여기에 목숨을 걸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직위와 명예를 거는 경우가 허다하다.
칸트는 욕망에서 비롯되는 행동은 자유로울 수 없으며 자유는 단지 이성적 행동에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칸트의 이 이론은 석가모니가 인간은 아집에서 벗어나야 정각(正覺)에 이를 수 있다는 이론과 일맥상통한다.
성경 갈라디아서 5장 13절에 형제들아 너희들은 자유를 위하여 부르심을 입었으나 그 자유로 육체의 기회를 삼지 말고 오직 사랑으로 서로 종노릇하라( For you, brethren, have been called liberty; only do not use liberty, as an opportunity for the fresh , but through love serve one another) 같은 장 16절에, 내가 이르노니, 너희들은 성령을 쫓아 행하라, 그리하며 육체의 욕심을 이루지 아니 하리라.(I say then; Walk inspirit, and you shall not fulfill the lust of the fresh)
고대 중국 한무제(漢武帝) 때 협률도위(協律都尉:음악을 관장하는 벼슬)로 있던 이연년(李延年)이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황제에게 바쳤다. "北方有佳人. 絶世而獨立. 一顧傾人城. 再顧傾人國. 寧不知傾城與傾國. 佳人難再得. (북쪽에 어여쁜 여인이 있어, 세상에서 견줄 이 없어 홀로 우뚝 서 있네. 한 번 쳐다보면 성을 위태롭게 하고, 두 번 쳐다보면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 어찌 성이 위태로워지고 나라가 위태로워지는 것을 모르리요만 어여쁜 사람은 다시 얻기 어렵도다.)" 과연 무제는 이연년의 누이동생을 맞아 총애했다. 그녀가 바로 이부인(李婦人)이다. 경국지색(傾國之色)이란 말은 이연년은 이런 시에서 비롯되었다.
사마천 사기에 의하면, 주(周) 유왕(幽王) 3년에 왕은 포국(褒國)에서 아름답고 새침한 여자 포사(褒娑)를 만나 후궁으로 삼고 포사가 아들 백복을 낳자 그녀를 왕후로 삼고 그녀가 낳은 백복을 태자로 책봉하고 이전 왕후와 태자를 폐하였다. 그러나 포사는 웃는 일이 없었다, 어느 날 유왕은 이유 없이 봉화 불을 올렸는데 허둥지둥 달려온 제후들이 얼이 빠진 모습을 보고 포사는 크게 웃었다. 그 후 왕은 포사를 웃기기 위해 자주 봉화 불을 올렸다. 자기 딸을 왕후에서 폐하고 그리고 자기 딸의 아들을 태자에서 물리쳤기 때문에 화가 난 신후(申侯)는 서이(西夷)와 견융(犬戎)을 끌어들여 유왕을 공격했다. 유왕은 봉화불을 올렸다. 그러나 제후들은 거짓인 줄 알고 오지 않았다. 신후는 유왕을 죽이고 포사를 사로잡았다. 주(周)는 낙읍으로 천도하여 원래 태자였던 의구(宜臼)가 평왕으로 즉위하였다, 이때부터 주왕실은 명목만 있고 제후들이 세력 다툼을 하여 춘추시대(기원전 770년)가 시작되었다,
플루타크 영웅전에 의하면, 고대 로마공화국에서 카이사르가 살해당하자, 안토니우스는 카에자르 밑에 2인자로 막강한 권력을 장악하고 카이사르가 후계자로 지명한 어린 옥타비아누스와 함께 필립피에서 카이사르 암살 주모자들과 결전(기원전 42년)을 벌였다. 이때 옥타비아군 패하였으나 안토니우스군은 승리하여 적을 완전히 소탕하고 실제로 안토니우스는 대권을 잡았다. 그러나 필립피전투에 승리 한 후에 안토니우스는 옥타비아누스와 로마공화국을 양분하여 옥타비아누스는 이탈리아와 그 서쪽을 안토니우스는 발칸, 소아시아 그리고 이집트를 다스리기로 했다. 옥타비아누스는 군사력도 약하고 몸이 허약했으나 키케로를 스승으로 삼아 힘을 기르는 동안 안토니우스는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와 노느라고 시간가는 줄 모르다가 악티움해전에서 패하여 자살로 생을 마쳤다. 프랑스철학자 파스칼은 “클레오파트라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도 세계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호색(好色), 음행(淫行), 술수(術數), 분쟁, 시기, 투기, 방탕, 타락, 교만(驕慢), 욕망, 그리고 탐욕(貪慾) 등은 남자가 배에 기름이 붙어 있을 때 흔히 따라붙는 단어들이다. 일제강점기, 이승만 초대대통령 시절 그리고 박정희 초기대통령시절에 한국남자들은 줄인 배를 움켜쥐고 생존하기 위해 밥을 먹기 위해 일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현재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 3만 달러를 바라보는 지금 언제 굶주린 적이 있느냐 하는 식으로 한국 사회에 성희롱, 성추행 그리고 성폭력이 만연하고 있다.
검찰에서 시작된 성추행 폭로가 문화예술계, 학계, 교육계, 정계 그리고 직장으로 사회 전반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5년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성희롱실태조사결과 78.4%가 ‘참고 넘어간다’고 했다. 그 이유는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이 않서’라고 했다. 2017년 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는 728건이고 그 중 76.4%에 이르는 556건은 행정종결처리 되었다. 피해자가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합의해서 아무런 조치 없이 끝난 것이다. 재판에 넘겨진 것은 단 4건에 불과했다. 전체 신고 중 과태료처분 받은 97건을 포함하여 가해자가 처벌 받은 건 천체 신고 중 14%도 되지 않는다.
2009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성범죄 혐의로 중징계 받은 전국 초ㆍ중ㆍ고등학교 교사는 모두 299명에 달했다. 군대 내에 성추행에 관해 전국 21-39세 군 전역자 1020명을 상대로 2013년 월 12-17일 간에 성범죄에 대해 조사한 결과 37.6%가 복무 중에 군인 간에 성추행 및 성폭행 사건을 인지했다고 답을 했으며, 피해 사실 신고가 쉽지 않다는 응답이 82.9%에 이르고 있다. 신고가 쉽지 않다고 응답한 845명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물은 결과 계급사회의 특수성, 보복과 따돌림, 주변시선, 소문이 두려워, 그리고 신고자 신분보호가 안돼서, 그리고 앞으로 군생활에 발생할 피해 때문이라는 응답이 나왔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장다혜연구위원은 “많은 피해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신고 후 신상공개와 가해자에 대한 미진한 처벌”이라고 밝히고 있다.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에 대해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이 집단 형사 고소에 나섰다. 극단 미인 대표 등 피해자 16명은 서울중앙지검에 이 전 감독을 상대로 한 형사고소장을 냈다. 피해자들과 공동변호인단은 “문화계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성폭력과 인권침해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제자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청주대는 연극학과 부교수를 면직처분했다고 밝혔다. 불거진 성추문 의혹으로 시사만화가이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개교를 앞둔 오디세이학교 명예교장직에서도 물러났다.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유명 원로시인은 그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서울도서관 '만인의 방'을 철거하기로 결론이 났다. 한 50대 시인은 “술과 도박, 여자는 남성 문인에게 ‘낭만’으로 치부되는 문단 내 분위기가 있었다. 성추행을 범죄로 느끼지 못하는 남성 문인이 많은 게 문제”라고 말했다. 정치권도 예외일 수 없었다. 충남지사도 성폭행으로 입에 올라 직위를 지키기 어렵게 되었다. 지방선거 입후보자들도 성추행으로 입소문으로 입후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제 경찰청이 2016년 12월 내놓은 통계 '2010~2016 전문직군별 성폭력 범죄 검거인원수'를 보면 전체 5261명 가운데 종교인이 681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의사 620명, 예술인 406명, 교수 182명, 언론인 82명, 변호사 30명 등이 이었다.
미국은 성폭행, 성추행 및 성희롱에 대해 약자들의 보호원칙에 따라 아주 엄격하다. 예를 들어 제자 성추행한 한 한인 교사는 520만 달러 배상금 지급 판결을 받았다. 워싱톤 D.C. 법률에 따르면, 성추행을 한 경법죄인 경우에 1,000 달러 이하의 벌금이나 6개월 구류에 처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연방정부 수사권한에 속할 경우에 25만 달러 벌금형에 2년 이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미국 법은 주(州)마다 차이는 있지만 성범죄를 살인에 버금가는 중범죄로 다룬다. 한국도 이런 무서운 벌금 내지 징역을 해야 성폭력, 성추행 및 성희롱이 없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