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스물네째날(8월13일.수)
■ 오늘의 일정 = 니스 - 에제빌리지-니스
■ 지중해와 접하고 있는 남부 프랑스의 해안 지대인 '코따쥐다르(Cote d'Azur)는 유럽 대륙에서 대표적인 휴양지다.
이탈리아와의 접경지대에서 시작, 동쪽에서부터 망통(Menton), 모나코(Monaco), 몬테카를로(Monte Carlo), 니스(Nice), 안티베(antibe), 칸느(Cannes) 등 도시 하나하나가 세계적인 관광지들로 쭉 이어져 있다.
아름다운 경치와 온화한 기후로 사시사철 관광지로 저 북유럽에서부터 중동에 이르기까지 부호들이 즐겨 찾는 고급 휴양지로, 이들의 별장들이 전경좋은 해안가 곳곳에 위치해 있다.
우리는 코따쥐다르 지역의 가장 핵심 관광지인 니스에서 2박을 하며 이 지역의 이곳저곳을 다니기로 했다.
<니스 해변>
이날 오전에는 니스 해안가에서 지중해 바닷물에도 들어가며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천사의 만'(Baie Des Anges)이라고 불리는 니스의 해안은 활처럼 휜 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아름다운 바닷가다. 특히 이 해안에 형성된 해수욕장은 모래사장이 아니라 자갈로 이뤄져 있어 득특했다. 니스 해안가를 따라서 '프롬나드 장글레(Promenade des Anglais)' 이른바 영국인의 산책로가 불리는 3.5 km의 산책로가 있다. 19세기초 영국인들이 이곳을 휴양지로 개발하면서 만든 도로라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 산책로는 도로를 따라 야자수들이 가로수들로 늘어서 있고, 건너편에는 고급 호텔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산책로를 따라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 롤러 스케이터를 타며 니스해변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바닷가에는 고급 호텔 전용의 비치가 따로 있었고, 샤워시설이 설치돼 있는 무료 비치가 있었지만 파라솔 등을 개인적으로 준비해와야 했다. 햇볕이 워낙 강해 파라솔없이는 해안에서 해수욕을 하거나, 쉴 수가 없었다.
때문에 파라솔 등이 마련돼 있는 유료 비치를 이용했는데, 샤워시설에 비치 파라솔, 등받이가 있어 눕거나 앉을 수 있는 접이식 비치용 의자 2개를 하루종일 대여해주고는 22 유로를 받았다. 생각보다 저렴했다. 해운대나 경포대 해수욕장에서 파라솔 하나에 빌려주고 1-2만원 받는 것을 생각하면 바가지는 아닌 것 같았다.
드디어 지중해 바닷물에 빠져 들었다.
해안이 모래사장이 아니라 자갈이라 걷기에 약간 불편한 점이 있었지만, 오히려 발바닥 지압효과도 있고, 모래사장처럼 젖은 모래가 온 몸에 묻거나 하지 않아 좋은 점도 있었다. 자갈이 동글동글하고 부드러웠기 때문에 누워있기도 괜찮았다.
민석이는 처음에는 바닷물을 겁내하며 들어가지 않으려 했지만, 좀 적응하고는 무척 신나했다. 한참 해수욕을 하다가 바닷물에서 '쉬'를 했다며 아예 수영복을 벗어버리고 발가벗은 채 물속에 놀았다.
듣던대로 니스의 바닷가에는 가슴을 훤히 들어내놓은 채 일광욕을 하며 드러누워 있거나, 물속에 들어가 해수욕을 하는 유럽여자들이 많았다. 할머니들까지도 '노 브라'이긴 마찬가지다. 낭만적인 지중해 니스 바닷가의 뜨거움을 더하는 광경이었다.
그렇게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관광지임에도 니스는 무척 깨끗했다. 우리나라라면 어김없이 있을 법한 잡상인, 그리고 호객행위를 하는 '삐끼'들이 일체 없었고, 긴 해안가 어디에도 쓰레기가 나뒹구는 곳은 보이지 않았다.
<에제 빌리지>
니스 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기다 니스에서 10km 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에제 빌리지(Eze village)를 찾았다.
이 곳은 지중해를 내려다보며 해안가에 높이 솟은 뾰족한 바위산위에 조성된 마을이다. 전형적인 힐 빌리지(hill village) 였다. 역시 중세부터 마을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 옛 흔적이 남아있고, 마을 꼭대기 옛성의 폐허에는 아열대 식물로 가득한 정원이 근사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에제 빌리지 꼭대기에서 내려다 보이는 지중해 해안가의 주택들은 대부분 별장처럼 보였다. 주택들의 옥상이나, 마당에 수영장이 있는 곳이 많았다.
저녁이 되서 니스로 다시 돌아왔다.
니스의 밤 풍경은 휴양, 쇼핑, 도박, 오락 등 향유적이고 소비적인 휴양도시로서의 분위기를 더욱 강하게 풍긴다. 화려하면서도 은은한 조명이 들어와 로맨틱함을 더하는 해변의 노천 카페, 붉은 양탄자가 깔려 있는 해변 르네상스 건축양식의 고급호텔, 명품들을 파는 숍, 고급 부티크 등은 니스 거리의 분위기를 환하게 했다.
저녁을 먹고 난 후 해변가 공원을 거닐었다. 마침 공원에는 예쁜 색깔이 칠해져 있는 회전목마가 있어 민석이의 눈길을 한눈에 사로잡았다. 이곳에서 한번 타고는 만족할 수 없어 말, 코끼리, 기린 모양의 회전목마를 5번이나 연거푸 타고서야 그곳을 떠날 수 있었다.
프랑스는 주요 관광지 곳곳에 이 회전목마가 나타나 어린이 관광객들을 끌어모았는데. 민석이는 니스를 시작으로 마르세이유, 아비뇽, 파리까지 4곳에서 회전목마를 탔다. 회전목마만 눈에 띄면 민석이는 "말이다"며 탄성을 지르며 펄쩍 펄쩍 뛰는 통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니스 해안 공원에는 노천극장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무료 재즈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노천극장의 시설도 근사했고, 조명도 훌륭했다. 무엇보다 지중해의 밤 바닷바람을 받으며, 재즈 감상에 푹 파지는 그 분위기가 근사했다. 노천극장뿐 아니라 해안가를 따라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공연을 하거나, 연주를 하는 등 즉석 문화마당이 펼쳐지고 있었다. 니스는 아름다운 자연을 비롯, 향유할 수 있는 문화, 소비, 오락 등 즐기고 싶은 모든 것들이 두루 갖춰져 있는 훌륭한 휴양지임에 틀림없었다.
전날 묵었던 호텔에서 계속 묵으려 했으나 이날 밤은 벌써 예약이 돼 있어 할 수 없이 다른 곳으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