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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금슬 방 스크랩 겨울을 대표하는 음식, 순두부찌개
파파 추천 0 조회 6 06.11.20 18:0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순두부찌개)     ⓒ 맛객

 

이상적인 겨울음식 순두부찌개, 미국 <뉴욕타임스>에서 우리 순두부를 겨울보양식으로 선정해 발표했다. 그동안 스스로 자국의 음식문화를 세계에 알리려는 노력이 부족해서 그렇지, 그 우수성은 다른 나라 음식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다는 게 과학적 실험으로 증명되고 있다.

 

순두부찌개도 그 중에 하나, 콩이 몸에 좋다는 건 만인이 아는 사실이다. 그 콩의 영양을 온전히 다 섭취할 수 있다면.... 있다! 그게 바로 두부다. 두부를 먹으면 콩보다, 콩나물보다 더 영양 섭취율이 높아진다.

 

이처럼 좋은 음식에 해산물로 우려 낸 육수와 쇠고기, 김치까지 들어가니 이만하면 건강식으로 손색없지 않는가. 거기다가 뚝배기에 팔팔 끓여 내 놓는 걸 보면 매서운 추위와 맞설 수 있는 1번 타자로 순두부찌개를 선택하는 건 당연한 일.

 

 

(두부)

 

사실, 내 정서엔 순두부보다 두부에 더 가깝다. 어린 시절부터 먹었던 게 두부였기 때문이다. 냉장고에 보관중인 두부의 모서리를 뜯어 먹던 맛은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렇게 두부만 먹고 자란 촌놈이 순두부의 존재를 알게 된 건 도시에 올라와서다.

 

내 젊은 날, 작가의 꿈을 안고 서울에 올라와 여러 가지 일을 했다. 대 부분 식당에서 일을 했는데 일식당만 빼고 두루 섭렵한 듯하다. 그때 어깨 넘어 배운 음식이 요리 실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었고, 여러 가지 음식을 접하면서 미각을 발달시켰다.

 

음식에 대해 엄격해 손님 입장에 서서 단무지 하나를 담더라도 흐트러진 건 뒤로 하고 질서 정연한 것만 담았다. 접시나 수저의 물기는 한 방울도 없게 마른행주로 닦아내곤 했다. 지금도 식당에서 물에 젓은 식기나 수저를 보면 불쾌감이 드는 건 그때 일하는 사람의 자세에 철저했기 때문이다.

 

90년대 초반 방배동 카페골목 입구에 있던 코끼리 분식, 고향 친구의 형이 운영하던 분식집으로 그곳에서 잠시 일을 도왔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 분식집은 거의 남자가 주방장이었다.

 

만두부터 칼국수와 메밀반죽 등 힘 들이는 일이 많은데다 수 십 가지의 음식을 빠른 시간 안에 만들어 내려면 여자의 힘으로는 벅찼기 때문일 터. 중국집의 주방을 남자가 책임지는 이유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친구의 형은 시골에서 상경해 갖은 고생하며 분식집에서 뼈대가 굵은 분이었다. 그 분이 만든 음식 중에서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 맛이 있는데 열무냉면과 순두부찌개다. 빨간 열무국물과 함께 먹는 냉면은 시원하면서 매콤했다. 쫀득쫀득한 면발과 아삭하게 씹히는 열무김치가 조화로운 맛이다. 후에 가끔 생각나는 열무냉면, 이곳저곳 다니며 먹어보곤 했는데 대부분 실망했다.

 

1인분짜리 뚝배기에서 보골보골 끓는 빨간 순두부찌개, 달걀 노른자는 익기 전에 풀어주면 된다.  한 숟가락 떠서 밥에 살짝 비벼 먹는 맛으로 먹었다. 간혹 빨리 먹다 뜨거운 순두부를 삼키면 속이 무척 고통스럽기도 했다. 바지락과 미더덕이 들어가 시원한 국물, 잘게 썬 미나리와 참기름이 살짝 들어가 고소하면서 향긋하기까지 했고 씹는 맛은 빵점인 순두부의 약점을 미나리가 보완해 주었다. 그게 내가 처음으로 먹었고, 맛있다고 기억하는 순두부찌개다.

 

십 수 년 전 겨울 어느 날, 종로에서 자정을 넘겨 술을 마시다가 포장마차에서 속을 달래려 먹었던 순두부도 오래 기억되고 있다. 냄비에 순두부를 넣고 김 가루와 간장양념 뿐이지만 한 냄비 후루룩 떠먹고 나면 겨울밤의 추위쯤이야 만만해진다.

 

좀 더 세월이 지나 미끌미끌 하면서 비단결처럼 부드러웠던 그 순부부(연두부)대신 직접 만들어 끓이는 갈갈한 순두부찌개를 먹게 되었다. 부드럽지만 연두부처럼 입안에서 미끄럽지 않아 씹혀지던 순두부다. 인공의 향 대신 콩이 지닌 천연의 향이 살아있던 순두부, 제품으로 나온 것과 직접 만든 것의 차이는 이처럼 많이 난다.

 

 

 

(순두부, 양념간장 풀고 먹기보다 순두부만 떠먹다가 싱거울 때 양념간장 살짝 먹는다)    ⓒ 맛객

  

부천 원미산자락에 ‘칠성농원’ 이란 순두부집이 있다. 2천원 하는 순두부를 주문하면 대접에 아무런 양념 없이 순두부만 담겨져 나온다. 여기에 동동주 한잔 하면 기가 막힌다. 이 맛을 보러 원미산에 자주 올랐다. 하지만 원 주인이 계약이 끝난 순두부집 사장을 밀어내고 직접 장사를 한 뒤로는 거의 가지 않는다. 음식 가격을 올린 데다 장사 좀 된다고 재계약 하지 않는 그 인간성이 별로 맘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몇 해 전이던가 경주 보문단지 인근에서 순두부찌개를 맛보았다. 상호는 기억나지 않는 그 집은 맛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게 있다. 그 많던 손님들이다. 끊임없이 찾아오는 자동차로 인해 주차할 곳 찾기가 힘들었고, 가게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손님들로 가득 차 있어 놀랐던 기억이 떠오른다.

 

어디서 이 많은 사람들이 왔을까. 경주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필수코스로 찾아온 것 같다. 또 포항이나 울산에서 순부부를 먹기 위해 찾는다고 하니, 소문 꽤나 난 집인가 보다. 그날의 경험 이후 경주 대표음식 하면 순두부찌개가 떠오른다. 순두부찌개는 새빨간 국물에 맛은 약간 매콤했다.

 

 

(전남 화순군에 있는 달맞이흑두부에서 나온 순두부찌개, 이 집은 서리태로 두부를 만든다)

 

 

(흑두부 김치찌개)    ⓒ 맛객

 

전남 화순에 달맞이 흑두부 집이 있다. 이 집은 메주콩으로 만든 두부 말고 서리태로 만든 두부로 요리한다. 고소한 맛이 더 할 뿐 아니라 영양도 메주콩보다 우수하다. 국물은 해물로 우려내고 된장이 조금 들어가 시원하면서 깊은 맛이 장점이다. 스님이 두부집을 해 보라고 권해서 시작했다고 한다.

 

 

(전통방식대로 장작불과 가마솥을 이용해 두부를 만들고 있다)     ⓒ 맛객

 

부천에서 김포 방면으로 가다보면 말벌이 나온다. 고가도로 아래에 순두부집이 있다. 이집의 인기품목은 순두부 보리비빔밥이다. 냄비에 순두부만 나온다. 거기에 간장양념 끼얹어 먹는 건 각자의 자유다. 여러 가지 나물에 비빈 보리밥에 순두부찌개가 한 끼 식사로 참 푸짐하다.

 

 

(강원도 강릉시 초당동에 있는 '토담순두부' 입구)    ⓒ 맛객

 

(초당동에서 만들어진 초당두부)    ⓒ 맛객

 

 

(토담순두부의 순두부찌개)    ⓒ 맛객

 

다른 첨가물 없이 콩과 간수만을 이용해 만든 초당두부가 눈으로 봐도 부드럽고 맛을 봐도 참 부드럽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순두부찌개를 주문하면 큰 질그릇에 푸짐하게 나오는 게 특징이다. 첫맛은 약간 싱겁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담백하고 개운한 맛에 빠져든다. 다른 곳의 순두부찌개에 비해 매운맛도 덜 하고 순한 편이다.

 

두부요리의 생명은 얼마나 좋은 콩으로 만드느냐에 달려있지, 양념은 형식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콩으로 만든 두부요리, 인기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돌아오는 겨울, 제아무리 춥다손 치더라도 순두부찌개가 있는데 "머시 꺽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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