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한 기억
김나비(김희숙)
나는 걸어 다니는 화석이지
아득한 어제의 내일에서 말랑말랑하게 오늘을 사는
지금 난 미래의 어느 지층에서 숨을 쉬고 있는 걸까
오지 않은 시간 속, 닿을 수 없는 먼 그곳엔
오늘이 단단하게 몸을 굽고 있겠지
거실에 흐르는 쇼팽의 녹턴도 조각조각 굳어 가겠지
밤마다 창밖에 걸었던 내 눈길도
오지 마을 흙벽에 걸린 마른 옥수수처럼 하얗게 굳어 있을거야
이번 생은 사람이라는 포장지를 두르고 살지만
삐걱이는 계단을 밟고 내려가면
지하 1층 쯤 지층에는
내가 벗어버린 다른 포장지가 파지처럼 구겨져 있겠지
기억이 모두 허물어진 나는 나를 몰라도 어둠은 알겠지
내 귓바퀴를 맴돌며
내가 벗은 문양을 알려주려 속살거릴거야
49억 년 전부터 지구를 핥던 어둠은
소리 없는 소리로 구르며 둥글게 사연을 뭉치고 있겠지
눈사람처럼 뭉쳐진 이야기를 은근하게 나르겠지
내가 갈 수 없는 시간 속으로 부는 바람의 몸통
그곳에서 난
검은 항아리 위에 새겨진 기러기처럼
소리를 지운 채 지친 날개를 누이겠지
돌과 돌을 들어내면
오목 새김 된 내 무늬가 부스스 홰를 칠거야
첫댓글 그리고 기지개를 켜겠지요
허물을 벗고 환생하는 나비처럼 더 화려한 나를 만나시길~~~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