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Dec 금요일 날씨, 매우 맑음. 오후 4시부터 비가 듣는 듯, 마는 듯
조쉬. 치앙마이. 나이 모름. 남자. 지난 잠실 엑스 게임에서 심판으로 왔을 때 나를 봤다며 먼저 말을 걸어옴.
제이. 대만. 26살 남자. 등반 경력 5년 이상. Hang on the chicken(14a)를 오늘 함.
애븐. 영국. 23살 남자. 등반 경력 6년. 중간에 등반을 그만 두었음. 톤사이에 온지 이틀. 목표는 Tidal wave.
노르웨이 여자. 나이는 종잡을 수 없음. 행텐과 부두 돌을 시도하고 있음. 키가 작은 클라이머에게 필요한 것과 장점에 대해 공감한다는 대화를 나눔.
이곳에서 알게 된 외국인들이다. 물론 얼굴을 아는 클라이머는 꽤 많아졌다. 잘 하는 사람의 등반은 항상 눈에 띈다. 3일전 우리가 쉬는 날 제이가 ‘탄트럼’을 등반하는 모습을 보고 반해서 말이라도 건네려고 했는데 번번히 못하다가 오늘 겨우 통성명을 했다. 제이는 이 년 전 이곳에서 신윤선을 만났노라며 내게 윤선이를 아냐고 물었다. 다섯 사람만 거치면 전세계 사람과 다 연결된다는 말이 거짓은 아닌 것 같다. 외국 사람과 이렇게 알게 되리라곤 전혀 생각도 못했는데. 이렇게 저렇게 아는 사람이 많이 생긴다는 건 짦은 인연일지라도 소중하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직업도 모르고 나이는 몰라도 그저 클라이밍을 한다는 것만으로 친해질 수 있는 그런 여유라니. 미스터 빈을 닮은 영국인 청년 애븐은 어제 저녁 외줄타기를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오늘은 우리 자리에 와서는 한 시간 낮잠을 잤다. 나라면 생판 모르는 남, 특히나 말도 안통하는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어 잠을 잘 수 있었을까?
영국 영어라 조금 이해하기 어렵기도 했지만 수줍은 듯 자기 마음을 얘기하는 애븐의 모습이 여유 있어 보인다.
오늘은 어제 과음? (물론 정양은 항상 정량만 마셨다. 남선형이 홍주에 위스키에 좀 무리를 했지)으로 늦게 일어난 탓에 아침을 천천히 먹고는 느즈막히 프리덤 카페에 갔다. 아이스 커피를 한 잔 시켜 먹고는 영희 언니가 몸 풀고 왔을 때부터 ‘파도’를 탔다. 나에게 파도는 집중력을 발휘할 수 없는 그런 길 같다. 오히려 맨 처음 시도했을 때가 제일 몸이 잘 움직였던 것 같다. 하지만 거듭되는 실패가 자신감을 좀먹고 있다. 아무튼 부담이 더 커지는 건 별로 좋은 게 아니다. 그건 내 머리는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몸은?
세 번 시도해보고 나서 집에 와서 씻고 밥을 먹었다. 민이 가져온 사진집에는 치앙마이의 멋진 모습이 담겨 있었다. 훑어보며 식사를 하다 민에게 물었다.
“Chang means elephant?"
"Ye. Your name?"
"Jeong"
그러더니 펜과 메모지를 가져와서 타이말로 써준다. 코끼리를 뜻하는 ‘창’과 내 이름 ‘정’에서 모음만 다르고 나머지는 다 같았다. 펭귄 그룹에서 출간된 rough thie(?) 책자를 보니 보기 쉽게 잘 정리된 단어장이었다. 민이 그걸 보면서 영어 공부를 했지 싶다.
쓱 훑어보니 의문 대명사는 문장 맨 뒤에 붙고, 부정문을 만드는 말 ‘mai'는 문장 제일 앞에 붙었다. 타이말은 우리랑 어순이 비슷한 듯 했다. 첨가어 정도 되는. 같은 우랄 알타이어인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숫자 중에 3(sahm), 10(sip), 20(yee sip), 30(sahm sip)은 우리말과 발음이 같았다. 신기! 신기! 민이 써준 글자를 따라 썼는데 그림 그리는 것 같다. 그런데 필순이 왼쪽에서 오른쪽, 위에서 아래가 아니어서 헷갈린다. 때로는 아래에서 위로 올려 쓰는 경우가 많았다.
민 말로는 지금 섭씨 38도란다. 우리나라에서 느끼는 더위와는 사뭇 다르다. 습기가 없어서 그런가 섭씨 숫자보다는 더 덜 덥게 느껴진다.
๐ ๑ ๒ ๓ ๔ ๕ ๖ ๗ ๘ ๙
0 1 2 3 4 5 6 7 8 9
soon neung song sam see hah hok jet bpait kao
순 능 송 삼 씨 하 혹 젯 빼 까오
100은 neung roy
서수는 숫자 앞에 tee만 붙이면 된다.
정과 창, 그리고 초이를 태국말로 써줬는데 한글프로그램 문자표에서는 도저히 비슷한 자음, 모음을 찾을 수가 없다. 민이 써준 글씨로 인쇄체를 찾으려니 힘들다. 태국 말도 조금 배우면 재미있을 것 같다.
첫댓글 아오나

아오낭..랄레이...
ㄱ
ㄱ
태국 숫자. 저 숫자를 어떠케 썼지 ????
알아 맞춰보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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