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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차디찼던 총열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강력한 음파로 주변의 모래가 들썩이고 총구에선 뜨거운 화염이 뿜어져 나온다. 화염에 쫓겨 밀려난 총알은 표적을 향해 날아간다. 빠르게 회전하는 총알은 표적을 뚫고 지나 흙 속으로 파고 들어가 영원히 잠든다. 불과 0.2초 만에 일어난 일이다. 이 짧은 시간에 물리적인 일들만 일어난 것인가. 그 총알 한발에 많은 의미가 있었다. 생에 처음 총을 소는 우리는 긴장과 두려움, 설렘으로 가득했다. 상기된 마음으로 가늠쇠와 가늠자, 눈동자가 한 점에 맞춰 바라보고 총열덮개를 받치고 있던 왼팔은 근육통을 잊은 채 단단하게 고정하고 있었다. 방아쇠에 댄 오른손 검지 끝은 처음으로 먹이를 덮치려는 새끼호랑이처럼 온 신경이 쏠려 움찔대고 있었다. 순간 호랑이는 재빠르게 먹이를 낚아채듯 방아쇠를 당겼다. 오른쪽 어깨에 묵직한 느낌을 받고 천천히 방아쇠를 놓았다. 표적이 뒤로 넘어갔다. 코끝에 도달한 화약 냄새가 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켰고 긴장과 두려움은 사라지고 자신감이 생겨 더욱 더 커진 설렘으로 가득 찼다. 다시 나는 한 발을 쐈다. 한 발 한 발 쏠수록 옆 사로의 총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나는 총과 하나가 되었다. 뜨겁게 달궈진 총열은 아무 말 없이 화약연기를 토해내고 있었다. 산산이 퍼지는 화약연기처럼 총은 나에게 희미한 의미를 주고 있었다. 날아가는 총알 뒤로 내가 있고 그 뒤에 내가 지켜야 할 가족과 조국이 있다.
지금 이 순간 돌이켜보면 총은 나와 모든 시간을 함께했다. 손에 들린 묵직한 수류탄에 긴장과 두려움을 담아 표적을 향해 힘껏 던져버릴 때도, 연기가 자욱한 밀실 안에서 짧은 숨을 몰아쉬면서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입으로 짭짤한 콧물이 흐를 때도, 질퍽한 진흙의 감촉을 온몸으로 느끼며 구르고 수풀 사이 철조망에 전투복이 찢어진 채 숨이 턱 끝까지 차도록 함성을 지르며 고지를 향해 돌격할 때도, 총은 내 등에, 내 손에 들려있었다. 산 중턱에서 총알이 뚫지 못하게 때를 쌓고 흙으로 덮어 진지를 구축할 때도 철야 사주경계를 하며 강원도의 추위를 제대로 맛보는 순간에도 총은 나와 함께였다. 총은 나에게 총알 한 발의 의미를 되뇌어 주었다. 곧게 날아가는 총알처럼 목표를 향해 곧게 나아가라고, 어깨에 묵직한 반동은 이 자유가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라고, 총구가 항상 적을 지향하여 내 사랑하는 가족과 이 곳 대한민국을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총은 알려주고 있었다. 총알 한 발의 의미를 깨달은 나는 총과 하나가 되어 지킬 것이다
나는 총이다. 우리는 총이다.
차디찼던 가슴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혈기왕성한 목소리로 주변을 들ㅆ헉이게 하고 화염처럼 열정이 뿜어져 나온 우리 16-16기의 6주간의 행적은 총알이 나간 후에 탄피가 남듯 영원히 남을 것이다.
을지용사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