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회 115차 산행기 - 문화기행 (40계단 기념관, 백산 안희제 기념관, 부산역사관, 용두산 공원, 성박물관)
2007. 4. 27. 10시 지하철 1호선 중앙동 역
오늘의 참여자 - 손관선, 현호웅, 최광석, 정상조, 김영복, 정수종, 김호홍, 이규상, 백의인, 김창길, 이숙자, 안혜자, 류근모 이상 13명
오랜만에 나오신 최광석, 김호홍 친구 그간 건강하셨죠?
처음으로 산삼회에 동참해주신 정수종 친구 반갑습니다.
10시 15분에 지하철 역 구내를 벗어나 곧 옛날 국제 극장이 있었던 이면 도로를 지나 40 계단에 도착.
월남 피난민들이 여기에 앉아 부산항을 내려다보며 피난살이의 설움과 두고
온 이북 고향을 그리워했던 곳이라고 한다.
50 년대 초의 히트곡인 손로원 작사, 이재호 작곡, 박재홍의 노래 ‘경상도 아가씨’ 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 사십 계단 층층대에 앉아 우는 나그네
울지 말고 속 시원히 말 좀 하세요.
피난살이 처량스레 동정하는 판자 집에
경상도 아가씨가 애처로워 묻는구나
그래도 대답 없이 슬피 우는 이북 고향 언제 가려나 -
40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다시 이면 도로가 나오고 동광동 사무소 건물을 만나게 된다.
중구청에서는 동사무소 건물 5, 6 층에 40계단 기념관을 만들어 피난 시절의 애환을 환기시켜주는 사진 (5층), 기념물들을 (6층) 전시해놓았다. 우리 어릴 때의 여러 모습들이다.
저런 어려움을 딛고 50 년 만에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을 이룬 오늘의 대한민국 장하다.
초량 왜관 기념 코너도 보았다. 당시의 건물 형태, 일본인들이 사용했던 생활품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담당자들이 제공하는 커피 한 잔 얻어 마시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이어서 중앙동 - 대청동 간 간선도로를 횡단하여 백산기념관으로 향하다.
이 기념관 역시 중구청에서 관리한다. 백산상회가 있었던 바로 그 자리.
백산 안희제는 백범 김구, 백야 김좌진 장군과 더불어 독립운동가 3白중의 한 분.
1885 년 경남 의령에서 태어난 백산은 서울에서 양정의숙을 졸업하고 민족교육, 민족 기업 육성, 항일 언론, 독립 운동 등에 헌신하다가 동지의 배신으로 1943 년 일경에 체포되어 9개월 동안 60차례의 모진 고문 끝에 출옥, 3일 만에 순국하고 만다. 58세.
1914년 그의 나이 불과 29세 때 우리나라 최초의 무역회사인 백산상회를 설립하여 14년간 상해 임시 정부의 자금책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
전국에 18개소의 백산상회 지부를 결성하였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또한 위장술에 능하여 임시정부 첩보 36호 라는 별칭을 갖기도 하였다.
‘배신자를 보복하지 말 것’ 을 아들에게 유언으로 남겼다고 한다.
이런 분의 기념관이 시내 한 복판에 있다는 사실을 부산 시민들은 얼마나 알고 있으며
또한 아이들 손을 잡고 직접 방문한 부모는 얼마나 될 것인가.
다음 행선지는 한국은행 부산 지점 옆 옛 미문화원 자리에 새로 들어선 부산 역사관.
미국 문화원을 부산시에서 인계받아 부산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여러 사진, 기념물 등을 전시해두었다.
19세기부터 부산이 발전되어온 모습을 잘 정리해둔 곳이다.
역시 자녀들을 데리고 한 번은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
이어서 용두산 공원. 오랜만이다.
동주 여상 옆 산책로의 가로수들은 한창 연두색 싱그러움을 내뿜고 있다.
왼쪽으로는 부산에서 활동하시던 시인들의 시가 돌에 새겨져 있다.
점심시간인지 공원 곳곳에는 노인들이 무료 급식을 받아 큰 그릇에 국밥인지를 먹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노인들은 공짜 지하철을 타고 남포동역에서 내려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공원에 올라와 장기나 바둑을 두고 놀다가 적십자 부녀 봉사대에서 제공하는 점심을 먹고 귀가하는 것이다.
옛날처럼 인생 칠십 고래희 (人生七拾古來希) 가 되어야 노인도 대접을 받을 터인데 장수 사회가 되다 보니 지하철이고 산이고 공원이고 거리 곳곳에 너무 노인들이 많아 경노(敬老)가 아니라 혐노(嫌老) 사상이 만연할까 두렵다.
친구들도 어느새 지공도사 (지하철 공짜로 타는 사람들) 가 되어가고 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노인되기에서 피할 수 없다.
내일 모래 우리들의 모습도 저와 다르지 않으리.
공원 길가 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
버드나무가 야쿠르트를, 정상조 친구가 토마토와 비스켓을 내놓았다.
오랜만에 소위 ‘시내’ 라는 광복동을 걸어 이번에는 부산 극장 옆 골목에 있는 차영일 비뇨기과 3, 4 층에 자리한 성 박물관에 올라갔다. 그러나 점심시간이라고 오후에 개관한다고 한다.
그래서 자갈치 시장.
점심을 예약해두고 잠시 시간이 있어 새로 지은 갈매기 모습의 자갈치 시장 건물을 보며 물가에 앉아 부산 남항 구경.
영도 남항동이 옛날보다 더 가까워졌다. 훌쩍 뛰면 닿을 것 같다. 즐비한 중소 조선소들.
남항에 가지런히 떠서 가벼운 물결에 몸을 맡기고 있는 어선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바다 물도 깨끗하고.
신동아 건물 앞에 있는 김해 식당 - 한 식탁에 셋씩, 넷씩 자리를 잡다.
여학생 두 명 곁에는 미남 정수종 친구를 앉혀 주고.
반찬들이 나오고 있는 중에 김영복 친구가 양주 발렌타인 한 병, 와인 한 병을 제공했다.
상조 친구가 또 체리 (cherry) 로 빚은 빨간 술을 제공. 색깔 너무 좋네.
비장의 술들을 친구들에게 아낌없이 내놓는 우정이 고맙기만 하다.
마시기도 전에 입들이 함박 벌어지고 마음들이 빨개진다.
맥주에 양주를 섞어 폭탄주를 만들어
손회장 선창으로
당신!
멋져!
를 외치며 완 샷으로 마신다.
활화산처럼 화끈하게 폭발하는 분위기.
김해 식당 아구탕은 양이 푸짐한데다가 맛 또한 근처에서는 제일.
왁자하게 떠들며 실컷 먹고 마시니 2시 반경.
배부르고 술 부르니 이제 아까 보려다 못 본 성 구경하러 가세.
여학생 두 분은 슬며시 뒤처지는가 싶더니 그만 귀가하셨다.
우리가 차마 성 박물관의 기물들을 남학생들하고 같이 볼 수 있나.
실컷 보시게나들. 우리는 성매롱의 단계에 와 있다네.
우리 나이로 보이는 담당자의 설명을 들어가며 세계 곳곳에서 모은 남녀 성기들,
성행위하는 모습들, 사진들, 조선시대의 단원 김홍도나 혜원 신윤복의 춘화도들.
우리 조상들도 저런 체위를 즐기셨나.
시대를 초월하여 인종을 초월하여
성을 향한 인간의 욕구가 얼마나 강열한지를 느끼며 재미있게 보다.
암에 걸려 죽음을 앞 둔 자의 내밀한 소원도 마지막으로 그 것 한 번 하고 죽었으면 원이 없겠다고 한단다 - 담당자.
색을 밝힌다기보다 그것은 종족 보존의 역사적 사명에 충실하고자 함이 아닌가.
한 개인 (차영일 박사) 의 수집품 치고는 상당한 양이며 혼자 보고 즐기기 (?) 에는 미안해서 병원 건물의 3,4층을 전용, 자비로 담당자까지 고용하여 일반 시민들에게 널리 공개하는 병원장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이 역시 건전한 성문화에 이바지 하겠다는 비뇨기과 병원장의 역사적 사명감이 아니겠는가.
책 한 권까지 얻어 성 박물관을 나온 것은 3시.
오늘의 일정을 마친다.
오늘은 산행이라기보다는 문화 기행이다.
40 계단 기념관, 백산기념관, 부산 역사관, 성 박물관 등 네 곳을 실제로 답사해본 것도 의의가 있지 않을까.
근처에서 가족들과 혹은 친구들과 식사라도 하는 기회가 있으면 배도 꺼주고 산책삼아 앞장 서서 한 번 들르는 곳으로 기억해 둘만한 곳들이다.
다음 116차 산행은 수정산 - 5월 4일 10시에 부산진역에서 만나겠습니다.
그 때까지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