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청희의 자동차 이슈 비평] 꾸준히 다른 업체와의 합병을 추진해온 피아트 크라이슬러(FCA)가 아시아 지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달 들어 FCA가 중국 업체와 접촉하고 있다는 소식이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되었다.
FCA 임원진이 몇몇 중국 업체와 꾸준히 접촉했다는 소문에 이어, 창청, 둥펑, 지리와 더불어 FCA의 중국내 합작 파트너인 광저우 자동차가 거론되었다. 가망 인수 업체가 거론될 정도가 되자 주식시장에서 FCA 주가가 급등했다.
뉴욕 증시에서는 올해 들어 주당 12달러 대였던 FCA 주가는 8월 들어 급등해, 현재 주당 15달러에 가까워졌다. 볼로냐 주식시장에서도 10유로 선을 오르내리던 주가는 지난주 12유로 선까지 다가갔다.
그러나 FCA는 지난 21일에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 창청(Great Wall) 자동차가 지프 브랜드에 관심이 있다는 시장의 소문을 공식 부인했다. FCA는 짧은 보도자료에서 지프 브랜드 또는 사업과 관련한
다른 모든 사안과 관련해 창청이 접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FCA는 이틀 뒤인 24일에도 이태리 증권거래 규제당국의 요청에 따라 21일에 밝힌 것 외에 시장의 소문에 관해 더 발표할 정보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오토모티브 뉴스 보도에 따르면 최소 한 개 이상의 중국 자동차 업체가 시장 가치보다 약간 높은 금액에 FCA 그룹 인수를 제안했으나, FCA가 기대한 금액에 미치지 못해 거부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보도에 따르면 지리는 인수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던 중, 지난 25일 태국 기반의 경제 매체인 아시아 타임즈는 FCA가 현대자동차그룹과의 합병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대는 1998년에 기아자동차의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지금까지 자동차 업체의 인수합병에 적극 나선 적이 없다. 기아를 인수한 것도 당시 경제여건과 국내 업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일반적인 글로벌 자동차 업체간 인수합병과는 성격이 다르다.
일단 보도 내용에 따르면 짐 트레이너 현대 미국 법인 대변인은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합병을 위한 FCA의 대상 물색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4년 말에 피아트가 파산보호 신청을 한 크라이슬러를 인수하면서 만들어진 FCA는 출범 이후 CEO인 세르지오 마르키오네의 주도로 꾸준히 다른 업체와의 합병을 추진해 왔다.
마르키오네의 적극적 합병 추진은 전반적인 업계의 판매 및 수익성 악화와 더불어 전동화와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에 대한 투자 여력 부족 등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피아트 지배주주인 아녤리 가문의 압력에 따른 것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마르키오네는 2004년 피아트 CEO가 된 이후 수익성 개선 작업을 꾸준히 해 왔고 그 덕분에 피아트의 시장 가치는 8배 이상 커졌다.
그러나 크라이슬러와 합병한 뒤 주목할 만큼 성장하지는 못했고, 시장 가치가 높은 페라리를 분리해 자금을 조달할 정도로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다. 현재 FCA 그룹은 자동차 업계에서 세계 7위 수준이다. 이에 아녤리 가문의 이익을 위해 핵심 사업인 FCA 그룹을 매각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업계 상위권 업체들의 인수합병은 PSA의 오펠/복스홀 인수와 함께 거의 정리가 되는 단계이고, 2015년 제너럴 모터스와 합병을 공격적으로 추진한 데 이어 올해 초에는 폭스바겐에 러브콜을 띄웠지만 그 역시 무산되었다. 이에 새로운 합병대상을 찾는 것은 당연한 순서이고, 그 단계에서 중국 업체와 접촉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중국 업체와의 합병은 트럼프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고려해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전망이 많고, 그래서 현대자동차가 새로운 접촉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현대는 미국 내 크라이슬러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고, 지프와 램 브랜드를 손에 넣어 경쟁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SUV 및 픽업 라인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또한 현대와 FCA는 주력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서로 겹치는 제품이 많지 않고,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 내 고용과 생산을 늘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는 현대로서는 FCA를 합병하면 비용 대비 높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도 가능성을 높게 보는 요소 중 하나다.
그동안 외국 자동차 업체 인수합병은 물론, 특정 분야를 제외하면 제휴관계에도 소극적이었던 전례를 보면 이번에도 현대가 FCA의 러브콜에 부정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은 있다.
또한, 스포츠 및 럭셔리 제품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알파 로메오와 마세라티는 매각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고, 미래 사업을 위해 중요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이나 투자는 주요 자동차 업체 가운데 가장 빈약하다. 판단은 경영진의 몫이지만, 만약 현대가 FCA 그룹에 관심이 있다면 인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손익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첫댓글 어헛~ 이게 현실로만 된다면 알파로메오 마세라티 페라리는 어디로 ㅎㅎ 알짜베기는 요 3개 회사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