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八道)의 명칭(名稱), 그리고 기질(氣質)
조선 태조는 즉위 초에 정도전에게 명하여
팔도(八道) 사람을 평하라고 한 일이 있다.
이에 정도전은
경기도는 경중미인(鏡中美人),
충청도는 청풍명월(淸風明月),
전라도는 풍전세류(風前細柳),
경상도는 송죽대절(松竹大節),
강원도는 암하노불(岩下老佛),
황해도는 춘파투석(春波投石),
평안도는 산림맹호(山林猛虎),라고 평하였다.
그러나 태조의 출신지인 함경도에 대해서는 평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태조는 아무 말도 좋으니 어서 말하라고 거듭 재촉하였다.
이에 정도전은 "함경도는 니전투구(泥田鬪狗)"라고 말했다.
태조는 이 말을 듣고 이내 얼굴이 벌개졌는데,
눈치 빠른 정도전이 이어 말하기를
"그러하오나 함경도는
또한 석전경우(石田耕牛) 올시다."하니
그제야 용안(容顔)에 희색이 만연해지면서
후한 상을 내렸다고 한다.
정도전의 인물평은
조선조는 물론 오늘날까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조선 정조 때의 문신
석재(碩齋) 윤행임(尹行恁: 1762-1801)은
대사간,도승지,이조판서,대제학 등을 역임한
규장각 학사(學士)로
어느 날 정조 임금과 각도인(各道人)의
성격에 관하여 한담소일(閑談消日)할 때
재학(才學)이 뛰어난 그가 8도의 인물을 평하는
적절한 함축미를 내포한
사자단구(四字單句)가 오늘에 전해오는바
소위(所謂) 그 사자평(四字評)은 다음과 같다.
경기도
경중미인(鏡中美人)
거울속의 미인처럼 우아하고 단정하다.
경기도의 지형을 말하기 보다
그 지방 사람의 성격을 말한 것이다.
중앙집권의 중심지로 교제술이 능란하고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는 듯 하면서도
속으로는 찬물 속의 술과 같아
거울에 비치는 미인처럼 바라볼 수만 있지
접촉할 순 없다는 뜻에서 생긴 말이다.
또한 거울 앞에 선 미인 격으로 이지적이고,
명예를 존중한다.
함경도
이전투구(泥田鬪狗)
진흙 밭에서 싸우는 개처럼 맹렬하고 악착스럽다.
전국에서 동토가 척박하기로는 함경도가 제일이다.
세종 때는 경상도인 30만 가구를 이민시켜 살게도 했으니
워낙 사람이 살기 싫어했던 곳인가 보다.
토지가 넉넉지 않거니와 먹고 살길이 막막하여
이들은 조그만 이익에도 달려들어
마치 진흙탕 속에서 싸우는 개처럼
맹렬(猛烈)하고 악착스럽고 강인한 의지와 인내력이 있다.
평안도
맹호출림(猛虎出林)
숲 속에서 나온 범처럼 매섭고 사납다.
숲 속에서 나온 범처럼
중국인과의 접촉이 잦고 호랑이가 자주 출몰한다 하여
맹호출림(猛虎出林)이라 하였던 평안도는
매섭고 사나워 용맹하고 과단성이 있는
관서(關西)인의 기질을 표현했다.
전투의욕이 늘 강했고
생과 사가 기분에 따라 좌지우지 되기도 하여
섣부른 결정을 내리기도 하는 단점이 있다.
황해도
석전경우(石田耕牛)
거친 돌 밭을 가는 소처럼 묵묵하고 억세다.
돌밭을 일구는 소와 같이 묵묵하고 억세어
고난을 이겨내는 근면성이 있다.
돌 많은 밭을 소가 갈고 있는 형태로
토지가 척박한 까닭에
사람들이 부지런하면서도 특별한 인물이 없다는 뜻이다.
강원도
암하노불(巖下老佛)
큰 바위 아래에 있는 부처님처럼 어질고 인자하다.
큰 바위아래 있는 부처님처럼 어질고 인자하여
누가 알아 주든지 말든지 자기 할 일을 해 나간다.
땅이 넓지만 사람이 적어 접촉의 기회가 드물어
사람들의 마음이 순진하고 정직하다는 뜻으로
암하고불(巖下古佛)이라 한다.
하지만 그 속엔 부처를 앉혀 높은 형상으로
하잘것없는 우두머리란 속뜻이 있기도 하다.
충청도
청풍명월(淸風明月)
맑은 바람과 큰 달처럼 부드럽고 고매하다.
맑은 바람과 밝은 달처럼 부드럽고 고매(高邁)하여
풍류를 즐기는 고상한 면이 있다.
그 지형이 산세가 수려하다거나 거세지 않고
금강처럼 평온하고 구수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타인에게 지나치게 경쟁을 하지도 않고
대자연의 순리대로 떠나가는 것과 같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전라도
풍전세류(風前細柳)
바람결에 날리는 버드나무처럼 멋을 알고 풍류를 즐긴다.
바람결에 날리는 버드나무처럼
멋을 알고 풍류를 즐기며
시대에 민감하게 적응하면서 살아간다.
옛말에 전국이 흉년이 들어도
전라도만 풍년이 되면
식량걱정이 없다고 할 정도로 곡창지대로 유명했다.
이곳은 땅이 좁은 데 사람이 많아 동요가 잦고
그런 반면 의지가 그다지 강하지 못하여
확고한 주장이 부족한 성격을 나타내기도 한다.
경상도
태산준령(泰山峻嶺),
태산교악(泰山喬嶽) 또는 설중고송(雪中孤松)
큰 산과 험한 고개처럼 선이 굵고 웅장하고 험악한 기개가 있다.
경상도 사람 셋이 모여 이야기를 하면 동네가 다 시끄럽단 옛말이 있다.
경상도인은 성질이 우락부락하고 고집이 세어
사람 맘이 조용하고 경솔함이 적다 하여
설중고송(雪中孤松)이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