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여를 날아 델리에 도착했다. 국내선인데 기내식까지 줄 줄은 몰랐다. 좋았다. 키키
내려오면서 창문 사이로 본, 계곡 사이로 그득 찬 황톳물이 참사의 단상을 보여주어 착잡했다.
깔끔한 공항에, 사람은 왔지만 수하물은 안 오는 사태가 발생. 한 시간 이상을 보냈다.
레 공항서부터 마음이 맞아 동행하기로 한 가람언니와 짝을 지었다.
공항을 나서자마자 꾸물꾸물 장대비가 쏟아지구 난리.ㅋㅋㅋ
암튼 함께 내려온 사람들 대부분이 뉴델리역으로 가게 되어 팀을 이뤄 세 대의 프리페이드 택시를 잡았지.
공사 중인 지옥의 델리시내로 향하는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
뉴델리역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인산인해다. 징하다.
2층 외국인 예매창구로 올라갔다.
가람언니와 나는 다음날 저녁 바라나시로 향하는 기차표를 끊었다. 네팔로 넘어가기 위함이다.
함께 왔던 한국 사람들은 몇몇 씩 무리를 지어 자이살메르, 우다이뿌르, 바라나시.. 뿔뿔이 흩어지는 모양.
아쉬운 마음에 저녁에 술 한잔 하기로 했지만 결론적으론 무산이다. 나와 언니만 빠졌는지도 모른다.ㅋㅋ
예매를 하고 나와서 Hell gate 빠하르간즈로 향함.
스카이뷰 호텔에 짐을 풀었다. 한국인 여성 성추행.. 뭐 이런 나쁜 일들이 있었다는 후기를 많이 봐서 께름칙했는데
언니와 함께라서 그냥 갔다. 흥정하고 다닐 체력이 없었다구!
그나저나 델리는 우리를 쪄 죽일 셈이었나?! 도착하자마자 맥간, 마날리, 레로 쭉쭉 올라간 덕에 구경을 못 했던 더위를,
델리 도착 한 시간만에 온 몸으로 느끼고 GG를 쳤다. 살려줍메....t_t
요기를 하기 위해 거리로 나갔다가 전 비행기를 타고 내려간 류와 원 오라버니들을 만났다.
알고보니 심지어 같은 호텔. 인연이란 것이 쉬이 끊기지 않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솔직한 마음으로 나보다 언니를 더 반가워하는 것 같아 서운했다.
그러니까, 그런 것이다. 마날리에서 레까지, 난 그 인연을 쉽다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오라버니들은 그게 아닌 게 눈에 보여서. 나만큼의 마음이 아닌 그들에 야속했던 거다.
사람을 배신하는 건 사람이 아니라 기대인 것을.
지난 여행 뼈져리게 느꼈던 그 한 마디 진리를 또 잊어먹고서.
한국으로 무탈함을 알리는 전화를 걸고, 언니와 헤어져서 인터넷을 했나?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날 밤 더위와 피로에 떡실신 했다는 것과
밤 중에 아래층 오라버니들이 며칠 뒤에 있을 언니 생일을 축하해줬다는 것 정도.
너무 더워서 어떻게 잠을 이뤘는지 모르겠다.
시간은 차근차근 흘러 다음날.
맥도날드. 그 이름도 찬란한 맥 마하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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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 마하라자. 위엄돋는 이름에 햄버거 패티가 마하라자 급인가보다+_+ 했는데
마하라자 급 커리소스........!!!!!!!!!!!!! 당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으로 인도 맥도날드에서는 경건한 마음으로 치킨버거만 먹을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맥도날드에서 나와 영화를 볼까 영화관을 기웃거렸지만 시간이 안 맞아 패스.
달아오른 용광로 같은 길거리를 걷는 것도 무리데스.
언니가 가본적이 있다는 에어컨 빵빵한 카페(레스토랑이라 함이 바르다)에 가기로 해뜸.
그리하여
한 끼에 300루피를 웃도는 것으로 기억되는 식당의 인도 부자들 틈바구니에서 ㅋㅋㅋ
땀에 절은 거지 행색을 한 두 동양 여인이... 50~100루피 짜리 음료 두 잔을 시켜놓고.... 세 시간을....!!! 앉아있었다.ㅋㅋ
아래는 90루피 쯤으로 기억하는 나의 밀크쉐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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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배낭여행자인 내가 90루피를 주고 쉐이크를 사먹은 게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서 ㅋㅋㅋㅋㅋㅋ
인증샷을 찍었다.
소름끼치게 맛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소름끼치게 시원한 에어컨 값이려니 한다.
실제로도 그렇고.
우체국에서 엽서를 보내고 나니 또 쏟아지는 장대비.
겨우 잡은 오토릭샤(길에서 오토릭샤까지 뛰어가는 동안에 쫄딱 젖었다.)가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했지만 탈 수밖에 없었다.
빠하르간즈 뒷길로 들어와서는 갑자기 불어난 물 때문에 온통 거리가 잠겨 우리도 내릴 수밖에 없었지만
릭샤왈라도 차를 빼는데 애를 먹었다. 쌤통이라고 생각하면 못 된건가?ㅋㅋ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그야말로 추레하기 그지없게 가방을 맡겨놓은 인도방랑기 식당으로 갔다.
가방을 메고 뉴델리레일웨이스테이션으로.
바라나시로 뜨는 거다!
온니랑 나란히 어퍼베드에 앉다.
자리때문에 인도 부부랑 완전 싸웠다. 내 자린데 자기 자리라고 우겨가지고.
It's my seat!!!! 네이네이!!! my seat!! look!!!!!!!!! fourteen!!! my seat이라고 이 아줌마야!!!
장난 반 진담 반으로 맹렬히 싸워 이겼다. 라기 보담은 원래 내 자리가 맞다!!
아래층 외국인들이 웃으면서 사진 한장 찍자고 해서 찍었는데 걔네 페이스북에
'인도사람이랑 싸우던 쬐끄만 동양꼬맹이' 쯤으로 올라가지 않았을까 싶어 좀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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쩔은 모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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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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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번 여행 동고동락한 크록스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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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 모모 발 ^_^
슬리퍼 클래스는 대략 이런 느낌이다. 비가 와서 더 너저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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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난 다음날 오전.
나랑 싸운 여인이지만 옆모습이 정말 예쁘다고 생각했다.
몇 살이나 먹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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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기차여행.
나란히 누운 어퍼베드에서 LIM을 떠올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언니가 있어서 든든했다. 즐거웠고.
고마운 것이 늘어가는 여행이다.
바라나시 도착. 우기는 우기인가보다. 메인가트까지 물이 들어찼다.
가트 길이 실종되고, 미로같은 골목으로만 다닐 수 있는 상황!!
그래도 와봤다고 제법 알겠더라. 뿌듯뿌듯 ^,^
옴레스트하우스로 가기로 해뜸.
옴레스트 꼬맹이 찬단이 초반부터 버릇없게 굴어서(손님한테 짤로라고 하는 건 어디서 배워먹은 버르장머린지!)
몹시 기분이 나빴으나 결국 언니랑 나, 각각 싱글 방을 잡을 수 있었다.
더블 쓰면 더 저렴한 가격이었는데 날씨가 너무너무 더워서 누구와도 살을 맞대고 잘 수 없을 것 같아서 t_t
도착 기념 셀카.ㅋㅋㅋ 팔목에 보이는 건 가람느님이 손수 만들어 하사하신 팔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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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나시 첫 끼를 무엇으로 떼울까 하다가, 샨티레스토랑 돈까스가 넘넘 먹고 싶어서 고고
메뉴는 언니꼬 돈카스 덮밥이랑, 내꼬 김치 제육 볶음밥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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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바라나시에서 가장 고팠던 건 단연단연
Las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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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바라나시의 라씨 성지 쯤이지 않을까 싶은 블루라씨.
한국 식당에 스카우트 됐다던 아들 첸첼은 지역 신문에도 나고, 암튼 제법 유명해졌다.
내가 블루라씨에 매료된 건 수행하듯 묵묵히 공이를 돌리던 아저씨의 뒷모습이었는데
아들 첸첼이랑 그 친구들이 한국인들 상대하면서 지지고 볶고.. 좀 실망했다.
라씨에서 진정성을 찾는 것은 좀 오바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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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이. 특유의 토기 컵. 깨는 맛이 있다.
밤에는 옥상에 올라가 가만히 바라본다. 강가.
이들이 태어난 곳이며 돌아가는 곳. 그러기를 소망하는 곳. 차분히 가라앉은 밤공기에 내 마음도 묵직하게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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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으로 내려오면 도마뱀 친구가 모모를 반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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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고락뿌르 행을 결심했다.
이유?
아침마다 언제 나갈 거냐고 성화인 옴레스트하우스에 빈정 상한 것이 한 몫 단단히 했고,
너무너무너무너무 더운 날씨에 어디로라도 도망가고 싶은 것도 있고,
고 며칠 일행이 있었다고, 혼자 여행하고 싶어지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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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안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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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돌리아도 안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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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1.daumcdn.net/cfile/cafe/135DCE5A4D53D5332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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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천진한 아이들.
바라나시 정션역에서 고락뿌르로 가는 기차는 퍼스트 클래스로 끊었다.
내 여행 최초의 퍼스트 클래스였지만 에어컨이 없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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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렇게, 4인 1실이다.
좌측 하단의 내 가방들. 무에 그리 지고갈 것이 많은지 저것도 빵빵하기도 하다.
예전에 48리터 가방은 어떻게 메고 다녔나 싶다. ㅎㅎ
아침 고락뿌르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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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건너편에 바로 버스스탠드가 있어 네팔로 가는 버스를 물어 탄다.
앞자리의 사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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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거리는 버스는 한참을 달려 인도의 끝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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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허술할 수가!! ㅋㅋ 띠용~
첫댓글 ^^*
짜이 블루라시 열차안 생김생김.... 그립다 그쟈.
^^* 이상한 나라에요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