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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로’란 군서 월산마을에서 시작해 양지촌, 지남, 동호리, 모정리, 양장리, 서호강, 무송동, 황촌고개, 금강리, 태백리, 미교리, 매월리, 석포리, 은곡리, 신덕리, 광산마을, 독천까지 이어지는 환상적인 오프로드를 말한다. 지남평야와 동호 전통 메주마을 영산로는 양지촌을 지나 지남마을로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진면목을 드러낸다. 이 지남마을에서 구릉지대를 따라 동호마을로 가다보면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면서 너른 들녘이 나타난다. 지남평야는 지금부터 약 450여년전에 나주 목사였던 임구령이 동호리에서 양장 원머리에 이르는 제방을 쌓아 만든 간척지이다. 영산호를 막기 전에는 영암에서 가장 넓은 들녘 중 하나였다. 땅이 기름지고 물 대기가 좋아서 예부터 양질의 쌀이 생산되는 곳이다. 지남평야는 지남마을과 동호마을, 그리고 모정마을로 둘러싸여 있다. 영산호를 막기 전까지 동호리는 마을이름 그대로 바닷가 마을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동호리는 당산제를 모신다. 몇 년 전부터는 마을 부녀회원들이 힘을 합하여 전통 메주를 만들어 도시인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모정마을은 아름다운 호수와 정자로 유명하다. 임구령 목사가 지남제를 막고 나서 중형인 석천 임억령과 함께 모정리 호수 가에 쌍취정이라고 하는 정자를 지어 풍류를 즐겼다. 이 쌍취정은 수많은 버드나무로 둘러싸인 큰 연못과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월출산과 너른 들녘을 한 눈에 조망해볼 수 있어서 당시의 시인 묵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쌍취정을 방문하여 남긴 시와 기행문을 보면 그 당시 모정마을 풍경이 어떠했는지 충분히 상상해 볼 수 있다. 쌍취정이 있던 터를 지금도 마을 사람들은 쌍취정이라고 부르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없고 바로 곁에 원풍정이라는 멋진 정자가 자리하고 있다. 영산로의 비경과 그 인근 마을의 문화 그리고 길을 따라 이어 온 역사에 천착해 오랜 시간동안 영산로를 탐방하며 연구해 온 모정마을 한옥 민박집 ‘월인당’ 주인 김창오씨는 “어찌된 영문인지 모정마을 호수 가에 있었던 쌍취정이 구림 학암에 있었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구림 어디에 담헌 이하곤이 쓴 남유록에 나오는 ‘만 주의 버드나무가 있는 큰 연못’이 있다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 진실을 왜곡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고, 잘못된 일은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옛 선조들이 남긴 시와 기행문을 참조하여 고증을 해보면 바로 밝혀질 일이라는 것이다. 김씨에 따르면 모정마을에서는 이 쌍취정을 원래 터에 복원하고 호수 주변을 수변 생태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호수 가에 세워져 있는 원풍정은 ‘원풍정 12경’으로 유명한 정자인데, 해오름과 달오름을 멋지게 감상할 수 있는 천혜의 장소이다. 이 원풍정 앞뜰에는 임구령 목사의 후손들과 마을 주민들이 관련된 철비가 세워져 있다. 모정마을은 또한 가야금 명인 한성기 선생의 생가 터가 있는 마을이다. 악성 김창조 선생의 제자이자 죽파의 스승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한성기 선생의 생가복원과 더불어 옛 모정초등학교 터에 가야금 한옥학교가 세워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마을 한 복판에 있는 삼효자문과 사권당 또한 한옥에 관심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이다. 곰솔공원과 양장마을 모정마을에서 양장마을로 이어지는 길은 영암에서 가장 너른 평야를 조망해 볼 수 있는 곳이다. 구릉지대에 위치한 길인데 양쪽으로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다. 동쪽으로는 남성적인 월출산이, 서쪽으로는 여성적인 은적산이 음양의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더욱 운치가 있다. 이 양장마을에는 보기 드물게 오래된 소나무들이 즐비한 곰솔 공원이 있다. 수 백 년 된 소나무들이 여러 그루 산재해 있는데, 옛 학파뜰 가운데로 띠처럼 흘러가는 서호강이 인상적이다. 아직 정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조금 산만해 보이기는 하지만 영암에서 이만한 소나무 동산을 가진 마을도 드물 것이다. 이 양장마을 곰솔공원은 모정마을 원풍정과 더불어 영산로를 드라이브하는 여행객들이 결코 놓쳐서는 안 될 풍경이다.
김창오씨는 “수 천년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뱃길로 이용했던 월출산의 숨길이자 영암사람들의 해상로였던 이 강이 이제는 그 통로가 막혀 질식해가고 있다.”며 “이 뱃길이 목포와 영산포까지 통해 있다면 지금도 크고 작은 어선과 여객선들이 서호강을 통해 상대포까지 운행하고 있을텐데.”라며 끊어진 뱃길을 아쉬워한다. 지금이라도 서호강 줄기를 상대포까지 연장해 삼호의 나불도까지라도 뱃길을 터줄 수 있다면 하고 바라는 것이다. 지금은 금강마을과 시종면의 신학마을을 잇는 다리 공사가 한창이다. 다리가 완공되면 시종의 마한역사공원과 군서면 왕인박사유적지와 월출산 도갑사가 훨씬 가까워질 것이다. 황촌고개에 전망대를 설치하고 산책로를 겸한 소공원을 조성한다면 전국 어디에다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관광명소가 될 것이다. 영산강변도로와 주룡대교 이제 금강마을을 지나 태백마을로 들어선다. 태평정과 백운동을 합하여 태백리라고 부르는데 은적산 자락에 숨어 있는 은둔형 마을이다. 백운동 초입에 전통 방식으로 두부를 만드는 집이 있다. 이 손두부집을 지나 산허리를 감아 돌면 갑자기 바다처럼 넓어 보이는 영산강이 마중 나온다. 영산강 건너편으로 무안이 보이고 강 가운데에는 삼각형 모양의 무인도인 가래섬이 보인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석양이 일품이다. 영산강변도로는 매월리를 지나 석포리까지 계속 이어진다. 매월리와 석포리는 옛날 석화로 이름난 곳이다. 김창오씨는 “해질 무렵을 기다려 영산로를 달려보라”고 권한다. “영산강 갈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해넘이 풍경은 보는 이를 압도한다”는 것이다. 월산 삼거리에서 시작한 배롱나무꽃 백리길 영산로는 17개의 자연마을, 너른 들녘, 그리고 여러 갈래 강줄기와 산길을 따라 굽이굽이 수줍게 이어지다 독천 낙지마을에서 끝이 난다. 문명의 그림자도 비껴서있는 듯 원시적이다. 영암의 숨은 비경이자 오래된 미래이다. 두 개의 다리(주룡대교와 신금대교)가 개통이 되는 시점과 더불어 이 영산로는 영암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거듭나게 될 전망이다. |
첫댓글 좋은자료 잘 읽었네. 기주1식 표현대로 하자면 회장지덕에 잘 읽었네.
우리 고향이면서도 우리가 모르고 살았었은께 언제 우리도 한번 이 길로 드라이브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