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중 유두암, 여포암, 역형성암이 갑상선의 여포세포에서 기원하는 것과는 달리 수질암은 갑상선의 C-세포(부여포세포)에서 발생합니다. 따라서 흔한 유두상암이나 여포상암과는 경과도 다르고, 예후도 다르기 때문에 진단과 치료에서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합니다. C-세포가 칼시토닌(calcitonin, 혈액 속의 칼슘량을 조절하는 갑상선호르몬)의 분비를 담당하기 때문에 수질암은 특징적으로 혈액에서 칼시토닌의 상승이 관찰되고, 이것은 수술 후 재발 여부를 평가하는 데 유용한 도구로 사용됩니다. 갑상선 수질암은 유두상암이나 여포상암에 비해 더 공격적이지만, 역형성암만큼 공격적이지는 않습니다.
갑상선암의 약 3%를 차지하는 수질암의 약 80%는 유전적 요인없이 자연발생하는 산발형이고, 나머지 20%는 유전적으로 발생하는 가족형입니다. 가족형은 비정상 유전자(RET 종양유전자)가 대물림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어린 나이에 양측성 내지 다발성으로 발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혹 갑상선수질암, 부신, 부갑상선 종양 등이 함께 발병하는 다발성 내분비 종양증후군이라는 특수한 유전적 질환과 연관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이하게 다른 유전적 질환이 없이 유전되는 가족성 수질암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가족형에서는 약 90%에서, 산발형에서는 약 30%에서 수질암이 다발성, 양측성으로 나타나므로 기본적으로 갑상선 전절제술을 해야 합니다.
수질암은 주변 림프절로 전이가 흔히 일어나고 전이된 병소를 남겨 놓을 경우, 예후 역시 불리한 상황에 이르게 되므로, 수술 시 갑상선 주변 림프절(중앙 경부 림프절) 청소술이 추가되어야 합니다. 양쪽 목(측경부) 림프절에 대해서도 최근 임상적으로 전이가 증명되지 않더라도 암이 생긴 부위의 측경부 청소술은 기본이며, 나아가 반대측 측경부 청소술까지 시행하자는 주장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수술 후 완치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수술 후 갑상선 수질암의 종양지표인 혈청 칼시토닌 농도가 측정되지 않을 정도로 낮게 나오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나 많은 환자에서 종양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농도를 유지합니다. 원인은 주로 경부와 종격동(가슴 부위)의 림프절 전이 때문이고 간, 폐, 뼈 등의 전이도 원인이 됩니다. CT, PET 스캔 등의 첨단 진단 방법을 동원해서 재발 혹은 잔여 종양의 위치를 파악하려고 하나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수질암은 방사선치료나 항암치료 등 수술 후 보조요법이 잘 듣지 않는 암입니다. 방사선 치료는 국소 진행이 심하거나 림프절 전이가 심할 경우 시도 할 수 있습니다. 또 수술 후 잔류암이 존재하여 칼시토닌이 높게 나올 경우 고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견해가 대부분입니다. 항암 화학요법은 절제가 불가능한 진행성 암에서 고려할 수 있지만, 역시 만족스러운 효과를 얻기 힘듭니다. 최근 몇 가지 방사성 동위원소(123 I-MIBG, 111-IN-octreotide)가 수질암에 흡착되는 것이 확인된 후 향후 치료목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임상에서 활용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1993년 수질암의 원인 유전자로 RET 종양유전자(proto-oncogene)의 돌연변이가 발견된 이후 임상에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RET 종양유전자의 변이가 확인되면 수질암의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예방적 갑상선 전절제술을 시행합니다. 소아에서도 5~6세가 되면 부작용의 우려 없이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습니다.
수질암은 분화암보다는 나쁘지만, 성장속도가 느려 비교적 양호한 예후를 보입니다. Mayo clinic의 보고에 의하면 이들의 5년, 10년 후 생존률이 90%와 86%라고 하였습니다. 가족형 수질암의 경우엔 발병을 예측할 수 있어 조기에 치료가 가능하여 좋은 예후를 보입니다. 한 연구에서는 세밀한 경부 림프절 청소술을 통해 혈청 칼시토닌 농도가 정상화 되었다고 하였지만, 이러한 생화학적 수치의 정상화가 생존율의 향상과는 비례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갑상선 수질암의 재발 위험도는 약 30% 이상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수술만이 유일한 치료법이지만 재수술의 성공 확률 역시 낮아서 약 30% 정도에서만 종양지표가 최저로 감소되는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이 갑상선 수질암은 방사선 치료나 항암치료 등 대부분의 수술 후 보조요법이 잘 듣지 않고 재발할 경우 아주 곤란한 지경에 이를 수 있으므로 처음 수술이 가장 중요합니다. 또 정교한 수술 전 검사를 통해 확실한 계획을 수립해서 정확한 범위 내에서 수술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첫댓글 좋은글 감사 수질암모임방에 게시하겠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