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의 미래, 과연 어떤 모습일까?
지금까지는 ‘모빌리티’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내연 기관 자동차를 떠올렸다. 하지만 최근 화두로 떠오른 ‘미래 모빌리티’는 친환경, 로봇, 자율주행, 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가지 개념을 아우른다. 산업의 경계는 점차 흐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로봇 사업 본격화를 선언했고, 일본 가전 기업 소니(Sony)는 CES 2022에서 전기차를 선보이기도 했다. 미래 모빌리티가 어떤 모습으로 설계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모빌리티의 사전적 의미는 이동성이나 기동성을 뜻한다. 즉, ‘사람들의 이동을 편리하게 하는 데 기여하는 각종 이동 수단이나 서비스’를 말한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를 비롯해 드론과 도심 항공 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 UAM), 전기차와 같은 이동 수단은 물론 차량 호출, 승차 공유, 스마트 물류 등 다양한 서비스가 모빌리티의 범주에 속한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22에서도 올해 주목해야 하는 트렌드로 스마트홈과 디지털 헬스케어, 식품 기술, 미래 모빌리티,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NFT) 등이 언급됐다. 이 중에서도 자율주행과 AI 기술의 발전으로 자유롭게 이동하고 작업할 수 있게 되면서 모빌리티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차는 로봇과 다양한 모빌리티에 요소 기술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다른 산업으로 확장하는 시작점으로 평가된다. 여기서 요소 기술이란 기술 상품을 구성하는 모든 기술을 의미한다.
자율주행차, 이제 거의 다왔다
자율주행차는 운전자가 핸들이나 브레이크, 페달 등을 조작하지 않아도 각종 센서가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목적지까지 최적의 주행 경로를 선택해 자동으로 주행한다. 최근에 출시된 자동차의 경우, 사용자가 고속도로 주행 지원 시스템이나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 및 유지 지원 시스템, 후측방 경보 시스템, 차량 간 거리를 유지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mart Cruise Control, SCC) 시스템,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자율주행차에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율주행차는 머지않아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차는 기술 수준에 따라 총 6단계(0~5단계)로 분류된다. 레벨 0은 말 그대로 운전자에 의해 모든 것이 제어되고, 레벨 1은 차선 이탈 장치나 크루즈 컨트롤과 같은 특정 기능에 한해 자동화를 지원한다. 현재 양산차는 대부분 레벨 2 수준이다. 자동차가 스스로 가속, 감속, 조향 제어 등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지만, 운전자는 늘 전방을 주시하고 돌발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가장 먼저 레벨 3 기술을 상용화한 자동차 제조업체는 혼다(Honda)이다. 혼다는 2020년 11월 자사 세단 레전드에 ‘레벨 3’ 수준의 조건부 자율주행 기술을 처음으로 적용했다. 레벨 3은 저장한 조건 내에서만 자율주행이 가능하고 도로 공사와 같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는 운전자가 개입해야 하는 단계이다. 현대자동차도 올 연말에 출시 예정인 G90에 레벨 3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정부는 2025년에 완전 자율주행 버스와 셔틀을, 2027년까지 구역 운행 서비스를 상용화함으로써 기존 대중교통 체계를 자율주행 기반으로 전환하고 2027년 일반 차량의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에 따르면, 이를 위해 2024년까지 레벨 4에 대한 제도를 마련할 예정이다. 레벨 4 차량 시스템(결함 발생 시 대응 등), 주행 안전성(충돌 시 안전 확보 등) 등 자동차 안전 기준을 세우고, 그 전에는 별도의 성능 인정 제도를 운영해 자율주행차가 제약 없이 운행되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더 나아가, 정부는 자율주행 친화적 인프라 구축에도 나선다고 밝혔다. 자율주행차 간, 혹은 자율주행차와 인프라 사이의 실시간 통신 인프라를 전국적으로 구축해 차량 센서의 한계를 개선하는 등 자율주행 체계를 지원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전국 도로에 실시간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이며, 도심부와 같이 자율주행 체계가 필요한 혼잡한 지역의 경우 지자체와 협업해 2027년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 확대
일상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는 모빌리티 서비스로 차량 공유를 빼놓을 수 없다. 모빌리티 구독 서비스는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현대 셀렉션, 기아 플렉스, 제네시스 스펙트럼 등 국산차는 물론, 북 바이 캐딜락, 포르쉐 패스포트, 액세스 바이 BMW와 같은 수입차 역시 모빌리티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자동차 제조업체가 공유 및 구독 경제에 나선 이유는 자동차 제조업체로만 머물면 미래 모빌리티 전쟁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도 자동차를 소유물보다는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하나의 이동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과거 렌터카를 사용하려면 업체를 직접 방문하고 계약서를 작성해야 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을 활용해 근처의 공유 차량을 시간 단위로 이용할 수 있으며, 집 앞으로 호출할 수도 있다.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로는 사업자가 소유한 차를 소비자에게 빌려주는 카셰어링(Car-sharing)부터 이동 경로가 비슷한 사람들이 승용차 한 대에 동승하는 승차 공유 서비스, ‘라이드 셰어링(Ride-sharing)’, 원하는 장소에 공유 차량을 직접 가져다주는 카헤일링(Car-hailing) 등이 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인근의 공유 차량을 편리하게 이용하거나 호출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커넥티비티 기술
미래 모빌리티의 궁극적인 목표는 스마트 카(Smart Car)를 구현하는 것이다. 자율주행차와 공유 차량 모두 첨단 커넥티비티(Connectivity)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카를 기반으로 한다. 이 커넥티비티 기술을 사용하면 스마트폰으로 시동을 걸고 차 안에서 음식을 주문하며, 내비게이션을 자동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각종 앱이 설치돼 편의 기능을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는 앞으로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정보를 습득하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공간으로 바꿀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는 제네시스 GV60 모델부터 ‘디지털 키 2’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당 서비스는 스마트폰을 사용해 차량 문을 열고 시동을 걸 수 있는 기능으로, 향후 제네시스 G90와 새로 출시될 현대 및 기아, 제네시스 차량에 선택적으로 탑재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대자동차는 커넥티드 카에서 사용하는 데이터를 처리해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플랫폼, ‘ccOS(커넥티드 카 소프트웨어 운영체제)’를 차량 공유 기업 쏘카(Socar)의 앱과 연동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했다.
BMW iX에도 현대자동차의 ‘디지털 키 2’와 비슷한 ‘디지털 키 플러스’가 적용됐다. 또, BMW 최초로 5G 기술 기반의 커넥티비티 서비스가 탑재됐다. 볼보자동차 역시 음성 명령으로 실내 온도, 열선‧통풍 시트 등 공조 장치 제어 기능과 더불어, 목적지 도착 시 예상 배터리 잔량을 확인할 수 있는 전기차 전용 서비스를 도입했다. 벤츠 EQS도 2세대 MBUX(Mercedes-Benz User Experience)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탑재해 음성 명령으로 차량 내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선루프나 창문을 열고 닫는 것도 음성 명령을 통해 가능하다.
국토부, 2025년 UAM 상용화 목표
최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을 발표하며 UAM 상용화에 대한 계획안을 공개했다. 2025년까지 UAM 상용화를 목표로 법안을 제정하고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UAM은 도심에서의 이동 효율성을 극대화한 수직 이착륙(Vertical takeoff and landing, VTOL)이 가능한 개인 항공기와 같은 차세대 모빌리티 솔루션을 의미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상용화 초기에는 주요 도심과 공항을 중심으로 UAM 서비스를 선보인 후, 2030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화시스템, 한국공항공사, SK텔레콤은 시범 사업을 위해 'K-UAM 드림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2025년 제주도에서 국내 최초로 UAM 서비스 상용화를 추진한다.
2025년 제주 UAM 시범 사업을 위해 SK텔레콤은 미국 조비에비에이션(Joby Aviation)과 협력해 UAM 서비스 제공과 모빌리티 플랫폼 개발 및 운영, UAM용 통신 시스템 등을 담당한다. 한국공항공사는 UAM 버티포트(Vertiport) 구축, 공사가 운영하는 항행안전시설 인프라 등을 활용해 UAM 교통관리서비스를 제공하며, 한화시스템은 UAM 기체 개발과 제조와 판매, 운영, 유지보수(MRO), 그리고 항행 및 관제 솔루션을 개발할 계획이다.
KT와 LG유플러스도 UAM 사업에 뛰어들었다. KT는 현대자동차, 인천공항공사, 대한항공 등과 손을 잡았다. LG유플러스는 카카오, GS 등과 UAM 상용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올 7월에는 LG사이언스파크, 카카오모빌리티, GS건설, GS칼텍스, 제주항공, 부산광역시와도 MOU를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