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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곳 시인, 10년만에 시집 '수풀떠들썩팔랑나비'(작가마을) 발간
◉출판사 서평
김곳 시인이 10년 만에 세 번째 시집 『수풀떠들썩팔랑나비』(사이펀현대시인선 25)를 출간했다. 김곳 시인의 이번 시집은 지난 두 번째 시집 이후, 자신의 작품활동 변화를 추구하고자 다각도로 노력해온 결과물이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 김곳 시인은 도시인의 아이러니한 삶을 직설적 어법으로 화자의 연민을 드러낸다. 더구나 표제시 「수풀떠들썩팔랑나비」에서 보여주듯 대상에 대한 관찰이 돋보인다. 이러한 시인의 자의식은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 사회의식의 발로로 보이며 정치적 구호를 외치거나 사회적 이슈를 몰이하고자 하는 구호시들이 아니다. 장애인이나 ‘긴바지’와 ‘반바지’로 치환되는 우리 사회의 일반인들이다. 그들이 직면한 현실 세계를 화자는 놓치지 않고 그물망으로 포획한다. 결국 그 화자의 중심이 곧 시인 자신인 보통 이웃들의 이야기다.
김곳 시인의 앞서 시집들이 자기중심적 사유의 시들이 많았다면 10년 만에 보여주는 이번의 시집 『수풀떠들썩팔랑나비』는 바로 우리 이웃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최휘웅 시인은 시니컬하고 풍자적인 비판의 성격을 띠는 시들을 두고 “김곳 시는 도시의 일상을 발아한다.”고 하였으며 정익진 시인은 “김곳 시는 톡톡 쏘는 어법이 매력적이다. 시들이 쿨하고, 앗싸리하다. 꾸미고 엄살피우고 뭔가 있는 척하는 시적 포즈는 체질에 맞지않는다.”고 김곳 시인의 직설적 어법의 시들을 상찬한다.
한편 시집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경남대 김경복 교수는 “김곳 시인의 시적 자리는 후기 자본주의적 삶의 형식에 대한 정면 응시와 거기에 패배하여 신음을 내지르는 현대인의 전형성을 드러낸다. 우리의 생명을 이윤 생성의 도구적 존재로 만들어가는 자본주의적 삶의 방식에 균열을 내고 참돤 가치의 삶이 어디에 있는지를 묻는 형식이기에 매우 의미 있는 시작활동”이라고 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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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김 곳 시는 도시의 일상 속에서 발아한다. 그러나 그의 시 정신은 일상 속에 안주하거나 갇혀 있기를 거부한다. 그의 시가 시니컬하고 풍자적인 비판의 성격을 띠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시가 도발적이거나 저항적이지는 않다. 근본적으로 그의 시는 세계에 대한 애정, 휴머니티를 바탕에 두고 있다.
김 곳 시가 천착하고 있는 도시 삶에는 아이러니가 지배한다. 상호 이완된, 인간과 인간, 사물 사이에 내재하고 있는 상호 모순적 관계가 부유한다. 이를 시적으로 형상화하기 위하여 반어와 역설의 언어가 구사된다. 소외의 늪에서 점점 왜소해지고 있는 현대인의 단면을 도시 일상인들의 삶을 통하여 드러낸다.
김 곳 시인은 이런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상상이라고 하는 도피처를 마련한다. 도심을 질주하는 지하철 안에서 금가루 뿌린 바다를 상상한다던지 청각장애인의 수화에서 천수 날개 돋는 나비, 더 나아가 개망초, 엉컹퀴가 있는 원초적 자연을 연상하는 시적 표현이 바로 그것이다.
-최휘웅 시인
톡톡 쏘는 어법이 매력적이다. 시들이 쿨하다. 앗싸리 하다. 꾸미고, 엄살 피우고, 뭔가 있는 척하고, 척하는 식의 시적 포즈는 체질에 맞지도 않는다. “어이, 반바지! 반바지가 다른 반바지를 불렀다.”(「소외」), 근데 말이야. “너에게 해줄 게 너무 많아, 기대는 하지 마”(「플라스틱 감정」), 하고 화끈하게 말해보지만 팔랑나비춤을 추는 청각장애인들, 딸기우유를 유일한 안주로 깡소주를 마셔대는 노시인을 바라보며 가슴이 미어터진다. 입은 웃고 있지만 눈에는 눈물이 글썽하다. 그것이 김곳 시인의 시이다. 그것이 김곳 시인이 연민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그의 문체는 발레리나가 춤추듯 경쾌하지만 서정의 쓸쓸한 그림자가 드리워 우리의 미감을 자극한다. 모차르트의 선율처럼 너무나 거침없이 흘러가서 오히려 우울해진다. 미소 뒤에 비극의 색채가 짙게 스며 있기 때문일 것이다. “훨훨 하늘을 가로지르는 새를 보며 손을 흔들어”(「땅거북의 멸종을 생각하다」) 보는가 하면 등 뒤에서 ‘어이, 나팔바지’하고 나를 부를 것 같아 뒤돌아보게 하는 시편들이다. 다시 시집을 펼쳐 든다.
-정익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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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십 년 만이라니,
나의 시 쓰기는 다소
안일했다 자책한다
그렇지만
나다운 방식이다.
올해
대한민국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나의 세 번째는
이 충만한 기운에 스미다.
2024년 12월
김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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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약력
김곳 시인은 부산에서 문단 활동을 해오다 2012년 시집 『숲으로 가는 길』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국제신문에 ‘시와 그곳’을 연재해왔으며 계간 《부산시인》 편집장을 역임했다. 시집으로 『숲으로 가는 길』, 『고래가 사는 집』이 있으며 『수풀떠들썩팔랑나비』는 10년 만에 펴내는 세 번째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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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속으로
수풀떠들썩팔랑나비
병든 닭처럼
눈꺼풀이 내려앉는 한낮
금가루 뿌린 바다의 수면이
지하철 유리창에 일렁인다
도심을 질주하는 내내
귓가에 맴도는 수상한 주파수
청각장애인 둘이 마주 앉아
팔랑춤을 춘다
소리가 없는 그들은
손가락이 입술이고 글자다
손가락이 목소리고 노래다
천수 날개 돋는 나비였다가 벌새였다가
현란한 저 손놀림
개망초로 엉겅퀴로 쉴 새 없이 분주한
손가락 춤사위
나비들 짝 춤에 신나서 달리는 지하철 안 소리들이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다닌다
수풀 떠들썩한 궁금증이 풀렸다고
허공의 손잡이들 흔들흔들 흔들흔들
수풀떠들썩팔랑나비
수풀떠들썩팔랑손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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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 너는 누구
수많은 자화상에 그날의 날씨를 그려낸 프리다 칼로
못자국마다 흘리는 핏물 가려운 이마를 습관처럼
문지른다
나는 매일 또 다른 자화상을 그린다
수십 년 함께 했던 얼굴 처음 나는 어디 있나
송곳을 세우던 당신의 차가운 심장이
오래된 사소함으로 지워질 때도 되었겠지
현관을 나가 엘리베이터에 오른 순간부터
친절한 얼굴이 되고
수시로 다른 각도를 취하는 당신의 볼록렌즈는
몇 개의 얼굴이 될까
색이 다른 알 수 없는 당신에게 보여줄
수많은 나의 얼굴 메뉴를 고른다
취향에 맞는 오늘을 위해 함박웃음을 가진 수국인지
아니면 멜랑꼴리 한 날 맵고 짠 마라탕은 어떤지
순번을 매겨 두고 선택하는 건 희망적이잖아
오늘 나의 취향은 이 얼굴로 클릭할게
졸린 눈을 비비곤 하던 늘 같은 색 개그맨의
확 다른 얼굴
민머리에 두른 커다란 헤드폰은 왕관인지 머리띠인지
열광의 도가니로 불꽃 만개한 축제에
부처도 춤추게 한다는 다른 얼굴
그는 개그맨인가, 스님인가, 아니면 DJ인가,
슬픔을 반죽하고 음악을 풀어놓고
당나귀를 타고 달려요
당신의 얼굴은 몇 개인가요, 문밖을 나서는 그대
지금은 몇 번째 얼굴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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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작당
시커먼 무리가 민가를 폐허로 만들었다 그곳은 피폐해졌고
이제 서로에게 경계의 눈동자를 굴릴 뿐이다
검은 머리 맞댄 수상한 야합 그리고 페스트균처럼 번지는 전쟁놀이에
검은 새들이 브라운관에서 사라지질 않는다
혈육을 잃고 떠돌이 삶에 지친 난민들에게 누가 귀환길을 열어 줄 것인가
내 땅에는 기약 없는 가을볕이 따사롭다
국화 향은 축포처럼 피어나 울긋불긋한 들판에 나도 만개한다
눈부신 햇살 아래 구름 비행기 타고 노는 당신도 이기적인 방관자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그렇지만 아무렇지 않다고 오늘 같은 내일의 해가
기울고 있다
전선의 꼬챙이에 줄줄이 꿴 채 핏빛 노을에 구워지는 까마귀 떼
매일같이 어둠의 식탁에 먹혀도 불사조처럼 태어나는 까마귀 떼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극동 캄차카반도로 대륙 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지 그래도 우리는 평화주의자
분단의 반쪽 영토 북한에서도 동해상에 탄도미사일을 날려댄다
까마귀 고기는 먹지 않아도 나는 어제오늘 일 까먹는 게 다반사라
아름다운 오늘에 나도 굿샷을 날린다
돌부리 하나 없는 잔디 융단을 접었다 펼쳤다 도낏자루 썩을 걱정 없이
한 대륙에서 다른 대륙까지 전략목표 이탈로 오비 존에 떨어진다고 대수겠나
소나무에 앉아 호시탐탐 카트를 맴돌던 수상한 녀석들이 거들먹거린다
까악, 까악 사람들은 모르지 요것도 모르지 숫자놀음밖에 모르지 몰라,
순식간에 카트를 덮친 까마귀 떼가 사람 것을 탐한다
고래고래 질러대는 사람들 고함 따위는 거짓말 풍선이 되고‘뛰는 놈 위에
나는 놈’들 풀숲에 내려앉아 만찬을 즐긴다
까악, 까악 고래 심줄을 튕기며 까마귀 음성이 허공을 긁는다
메롱메롱 같은데 시치미 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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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구인 공고
당신도 저의 가족이 맞습니까?
당황스러운 질문에 ‘예’라고 답하셨습니까
방학이 아이에겐 방전 직전의 위기 탈출입니까
기차가 달리는 속도보다 먼저 도착한 풍선은 누구입니까
손가락 걸어본 적 없어도 묵언의 약속이 끈이고
그리움이라는 허기에는 수혈 가능한 핏줄만 희망이 됩니까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부재의 대상은 누구의 무지개입니까
아빠 없는 아빠의 집에서 아빠를 기다리면 또다시
콩나물처럼 쑥쑥 자라는 의문부호를 망치로 두드려
주시겠습니까
저도 당신 가족이 맞습니까?
아이가 자란 왕국은 금지된 항목이 많은 엄마의 집입니까
할아버지할머니삼촌숙모이모이모부까지대가족입니까
문득 없는 엄마, 모든 게 있지만 있어야 할 게 없어도 사랑입니까
앵두나무 아래에서 할머니의 빨간 눈물을 받아먹으면 잘 자랍니까
할아버지는 어디를 들이받을 줄 모르는 고장 난 트럭이 되었습니까
화단에 죽단화는 할아버지를 점령한 것도 아닌데
노란 꽃무덤은 왜 지겹도록 피는 겁니까
집 나간 삼촌이랑 이모는 돌아오는 길이 지겨우셨습니까
마당 귀퉁이에 캉캉 드레스 입은 채 서 있는
가이즈카 향나무에게 신나는 음악을 들려주시겠습니까
저랑 같이 사실 분 구합니다
욕실에서 혼자 버블건을 발사하던 아이가
카톡 단톡방에 SOS를 날립니다
대가족 방이지만 대답 없는 방
아무 답이 없어도 아이는
계속 버블건을 쏩니다
메시지를 날립니다
★저랑 같이 사실 분 구합니다★
★저랑 같이 사실 분 구합니다★
★저랑 같이 사실 분 구합니다★
★저랑 같이 사실 분
구합니다★
★저랑 같이 사실 분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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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 어때
왜곡된 몸이 욕망의 충족이라면 찢고 꿰매고 보형물로
부풀려서라도 당당해지리라, 요즘 그들이 당당하게 말한다
자연이니 인공이니 고수하지 않지만 용감한 선택이
당신이 누릴 행복 아닐까 나는 짝짝이 박수라도 쳐 줄게
무엇이든 찬란히 빛나는 것은 피나는 노력으로 얻어지는 결실
뽀빠이를 꿈꾸는 몸짱들이 근육을 키운다
초콜릿 바게트처럼 구워진 온몸의 표면에
슈퍼 근육들이 주먹 불끈 쥐고 각을 잡는다
당신의 몸은 아름답지만
눈물겹게 아름답지만
이 시대의 나는 왜 고독하고 더 공허해지는 것인가
머리는 녹슬고 세월에 흘러내린 엉덩이가 오늘을 허문다
보여줄 것이 없고 보이는 것도 없으니 잠자리 눈을 달고
세상 구경이나 나서야지
섹시하고 빵빵한 애플 엉덩이라며 수술받다 죽을뻔했다는
제시카는 가슴에 탱탱볼까지 두 개나 매달고 두 배 더 행복할까
눈에 불을 켠 채 잠자리 눈을 다섯 개나 굴리고 있는 나는
벌써 피곤해진다
왜곡된 몸으로 부풀린 충족은 끝을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풍선처럼 바람이 빠질지라도 내일의 얼굴을 미리 볼 필요는 없지
화끈 달궈진 지구는 지금 외모 지상주의에 빠졌으니
시든 몸을 용납할 수 없는 현대는 오늘도 로봇에게 몸을 맡긴 채
눈을 감는다
정해진 운명 따윈 거부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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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목차
김곳 시집 수풀떠들썩팔랑나비
차례
시인의 말
1부
썸머 세레나데
시간을 그리다
수풀떠들썩팔랑나비
딸기우유와 소주
종이에 숨겨진 칼날
아버지의 비누탑
손톱 변천사
누룩, 꽃
어떤 구인 공고
영도影島, 파도꽃
2부
영면永眠
스페셜 데이
은교檭喬는 은교를 만나고
속도의 변수
소외
화양연화花樣年華
두 개의 액자
시끄러운 지구
결빙結氷
플라스틱 감정
3부
공손한 착지법
빨래
이 또한 지나가고
모나리자 증후군
이별이라는 별까지
그리마
땅거북의 멸종을 생각하다
사이보그면 어때
페르소나, 너는 누구
서쪽에서 뜨는 해처럼
4부
나의 이름이 호명될 때
비상구
까마귀 작당
풀꽃도 꽃
순록 타투
울새의 향방을 묻다
몸을 읽다
미개인 혹은 미 개인
산을 지고 새떼가
벽은 은폐라는 한통속
해설: 후기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과 균열내기-김경복(경남대 교수)
첫댓글 선생님
시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