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日 고대사의 神 이름 거의가 우리말
1994년 3월 6일 일요판에 실린 글에서 작가 이영희 선생은 봄을 맞아 물오르는 나무를 이야기하며 <물>의 이야기를 펼친다.
즉 일본어로 물은 ‘미즈(みず)’이며 옛말로는 ‘미(み)’ 라고 하는데, 이 ‘미(み)’의 어원도 우리말이라고 말한다.
우리 옛말에서 <물>을 신라 계통에서는 ‘믈’이라고 했지만, 고구려 계통의 말로는 ‘미’라고 했단다.
만물의 근원이 되는 가장 기초적인 낱말인 <물>의 우리 옛말 ‘미’와 일본 옛말 ‘미’는 이같이 한일 공통어이다.
<물>의 옛말 ‘미’는 아직도 우리 생활에 뿌리 깊이 남아있다.
‘미나리’는 흥건하게 물이 괸 미나리꽝에서 풋풋하게 자라나는 수생 식물인데, ‘물(미)’에서 ‘자라나는’ 식물에 명사임을 나타나는 ‘리’를 붙인 아름다운 말이라고 밝힌다.
‘미싯가루’도 그렇다. 곡식을 잘 볶아 곱게 갈아 채에 친 이 가루를 꿀물에 타면 곱고 가벼워서 물 위에 살짝 실린 것처럼 뜬다.
그래서 ‘미에 싣는 가루’, ‘미싯가루’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미꾸라지’도, ‘미끄럽다’도 다 물의 옛말 ‘미’에서 유래했고, 낚시 바늘을 미늘이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물속에서 쓰이는 날).
이렇게 물의 옛말 ‘미’는 아직도 우리 주변에 굳건히 살아있다.
<미주알 고주알>이라는 우리 말의 사전적 해설은 ‘숨은 일까지 속속들이 캐내는 꼴’이라고 하면서 작가는 남녀 간의 성애와 관련된 낱말들을 쏟아내니, 이 연재물의 삽화를 그리고 있는 이왈종 화백이 참 곤란했을 것이라 여겨진다.
일본 개국 신화의 내용을 옮겨본다.
男神 ‘이자나기노미코토’가 女神 ‘이자나미노코토’를 향해 말을 건넨다.
“내 몸에 남는 부분이 한 군데 있소. 이 남은 부분으로 당신의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서 <나라>를 낳아 보고자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오.”
그러자 女神이 좋다고 한다.
“그럼 이 <하늘 기둥>을 당신은 오른쪽으로 해서 돌고 나는 왼쪽으로 돌겠소.”
두 神이 기둥을 돌다 서로 마주치자 女神이 소리쳤다.
“아, 당신이 첫 남자에요!”
그러자 男神도 화답하여 “아, 당신이 첫 여자요!”
그래서 구합(遘合)을 하였으나 어찌 된 영문이지 부실한 아이만 잇따라 낳게 된다.
<나라> 낳기 일이 제대로 되지 않자 두 神은 하늘의 신에게 상담을 하러 가는데 ‘여자가 먼저 말한 것이 잘못이다’라고 나무랐다.
그래서 다시 천신이 시킨 대로 했더니 이번에는 순조롭게 일본열도 여러 섬을 낳게 되었다
꽤 흥미로운 이 신화는 우리 고대인이 한반도에서 왜로 진출했을 무렵의 사정을 교묘히 은유하고 있어 보인다고 작가가 말한다.
<하늘 기둥>은 한반도를 가리킨 암호가 아닐까?
모권(母權) 사회가 부권(父權) 사회로 옮겨가는 과정도 암시되어 있어 더욱 흥미롭다고 말한다.
일본 신화에 등장하는 숱한 신은 그 이름 끝엔 반드시 미코토(みこと)라는 존칭이 붙어있다.
이것을 「일본서기」에서는 ‘尊’으로, 「고사기」에서는 ‘命’이라는 한자로 나타내고, ‘尊’·‘命’을 미코토(みこと)라 읽게 하고 있다.
여기서 ‘미코토’는 우리말 ‘미 거둬’가 일본화된 것으로 ‘물을 거두는 자’란 뜻이다.
고대 사회에서는 물을 다스리는 자가 곧 천하를 다스리는 자였다.
벼농사에도, 철기 제작에도 물이 없어서는 안 될 기본 자산이었기 때문이다.
1년 내내 물이 넉넉한 연못을 가졌다면 그것은 어쩌면 권력의 상징이기도 했을 것이다.
일본의 고대 유적지에는 지금도 산 중턱에 커다란 연못이 흔히 있다.
그리고 여기엔 큰 구렁이에 관한 전설이나 설화가 전해져 있다.
큰 구렁이를 일본어는 ‘오로치(おろち;大蛇)’라고 한다. ‘
오로치(おろち;大蛇)’ 어원은 우리 옛날 ‘얼치다’이다.
‘얼’은 샘, 연못의 고대어이고, ‘치’는 왕 또는 귀인들을 의미했다.
‘얼치’는 ‘연못 왕’, ‘연못 물지기 귀인’을 뜻한 우리말이다. 동시에 구렁이도 뜻했다.
새나 물고기 등 동물 이름엔 대체로 ‘치’자가 붙기 마련인데, 구렁이와 연못 왕이 똑 같이 ‘얼치’라고 불린 데서 ‘오로치’가 되었고, 연못 수호신으로서의 구렁이 설화들이 탄생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본서기」, 「고사기」, 「풍토기」 등 일본 고대사 문헌에는 이같이 우리 옛말이 무수히 박혀 있다.
특히 神들의 이름과 지명, 인명, 직관 명의 태반이 우리말이다.
작가는 이제 우리 학계와 정부 당국에서도 이들 문헌을 통해 한국어와 한국사의 시각에서 총점검할 것을 제의한다.
비록 일본에 산재한 우리의 문화재들을 환수하지는 못할지라도 고대 문헌 속에서 우리 조상의 에스프리를 찾아내는 일엔 제동장치가 없으니 우리 스스로가 노력하면 얼마든지 보물을 찾아낼 수 있다고 하며 '이 가슴 설레는 보물을 찾기에 왜 나서지 않는냐'고 힐난한다.
이 글은 1993년 5월 30일부터 조선일보 일요판에 연재된 기획물 ‘노래하는 역사’를 간추린 내용이다.
더불어 스크랩한 신문의 뒷면에 실린 30년 전의 사회 실상을 추억하는 내용을 덧대었다.
* 작가 李寧熙(1931-2021) 선생은 이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화작가, 한국일보 기자, 논설위원을 역임하였다.
* 만엽집(萬葉集·まんようしゅう /만요슈)
8세기 나라 시대에 편찬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 모음집( 20권 4,516수).
5세기부터 8세기까지의 시가이지만 대부분 7세기 초반에서 8세기 중반에 지어짐.
당시 일본에는 문자가 없어 우리의 향찰(이두 문자)와 비슷하게 일본어 발음을 한자로 표기.
그러나 문자에 대한 해석이 완전하지 않아, 여러 가지로 번역되고, 현재도 정확한 의미가 불분명한 것들이 있다. 만요슈의 많은 노래는 중국, 한반도(특히 백제)의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30년 전쯤에
주식회사 럭키 결산 공고
지금은 <럭키> + <금성>을 합하여 LG 브랜드가 되었지만, 라디오 시절부터 TV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모든 가전품을 선도하던 금성사.
‘순간의 선택이 십 년을 좌우한다.’는 광고 문구가 떠 오른다.
그다음엔 ‘사랑해요 엘지~’였던가?
작년 프로야구 LG TWINS 우승 당시, "아빠는 29년 만에(아빠 초등학교 3학년 때), 저는 그보다 1년 빠른 2학년 때 우승을 경험하게 해달라"며 최종전을 응원하던 손자 지오가 울며 기뻐하던 날이 떠오른다.
https://blog.naver.com/imykkim/2232643282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