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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4. 10.
새 봄이 왔습니다.
유난히 따듯했던 지난 겨울, 막상 봄이 오니 시샘이라도 하듯 아침 저녁 영하로 끌어내리는 겨울 심술탓에 피어나던 새싹과 봄꽃들이 엄마야!하며 움추리며 오들 오들 떨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래도 어김없이 봄은 강천산들 온누리에 자신의 모습을 하나하나 드러내고 있습니다.
올 봄 농사는 고추대 태우는 일로 시작을 알렸습니다. 바람없는 해 질 무렵, 겨우내 빈밭에서 뒹굴던 고추대를 모아 불을 사르니 장관을 이루었습니다. 젊은시절 수련회에 가서 친구들과 어울려 키타치며 캠프화이어 하던 추억이 잠시 스쳐 지나갔습니다.
하늘 농원에서 구입한 오미자 묘목, 일부를 집 울타리 이용하여 심었습니다. 언제나 커서 빨간 열매 열어 주려나! 가느다란 몸매가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요즘 들여다 보니 제법 힘찬 새싹 많이 돋아내고 있습니다.
지난 가을 만들어 놓은 비닐하우스 안에 상추, 쑥갓, 열무, 알타리, 얼갈이 배추등 씨앗을 뿌렸더니 싹을 내고 있습니다. 아침 저녁 쌀쌀한 날씨 탓인지 상추와 쑥갓은 생각 만큼 잘 자라지는 않습니다.
일 도와 준다고 딸래미(유월의 꽃) 친구들이 와서 한 몫 감당해 주었습니다.
회원을 통해 구입한 탱자나무 묘목 100그루 심었습니다. 약 10미터 정도의 울타리를 만들 양입니다. 아마도 3-4년 후에는 향기나는 노란 탱자 열어 줄 것입니다.
주목나무 묘목 1,000그루도 심었습니다.(한주당 300원) 충북산방 회원이신 천년의 집을 통해 어렵게 구한 묘목, 프로는 한 두시간 안에 심는다는데 3일에 걸쳐 심었습니다.
작년에 모아둔 씨앗 심기 위한 정지 작업입니다. 둔덕 3개를 합쳐 만들었습니다. 아내를 위한 공간이자 아내의 책임 구역입니다. 저 긴 밭, 한 여름 풀정리 어찌 하실런지......
매발톱, 금낭화, 앵초, 패랭이등 몇 가지 들꽃과 100여가지 씨앗, 가운데 줄치고 구간 나누어 심었습니다. 이름 모를 씨앗이 많아 꽃이 펴 봐야 알겠지만 특성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심어 얼마나 잘 자라 줄런지 기대반 우려 반입니다. 꽃피면 사진 다시 올리겠습니다.
절개지에 있던 진달래 몇 그루 개울가에 옮겨 심었더니 그 중 한나무가 꽃을 피워 주었습니다. 몇 송이 안되는 꽃이지만 이사와 적응하느라 힘들었을텐데 본분 다하는 모습이 귀해 보였습니다. 나머지는 한창 꽃봉우리 작업 중.
아래 밭과의 경계에는 철죽과 개나리를 심었습니다. 잔가지 잘라다 심었는데 몇몇가지에는 그래도 꽃을 피웠습니다. 개나리가 크면 철죽은 옮겨야 하겠지요? 몇년 후 긴 개나리 울타리에서 흐드러지게 필 노란꽃을 상상하며 심었습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산 주인이 아랫밭 그늘 진다고 제법 큰 나무들을 베었습니다. 참나무, 생강나무 등등, 그 가지 잘라다 땅에 심었습니다. 왜 심었는지는 나중에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갑자기 연을 얻게 되어 연못을 급조해 만들었습니다. 논흙을 해야 한다는데 그냥 파낸 흙을 넣었는데 싹을 잘 내 줄런지 모르겠습니다.
다음 날, 아래 연못이 아쉬워 하나 더 만들기로 아내와 의기투합(?) 버려진 땅 마른 풀 걷어내고 파기 시작했습니다. 쉬었다, 놀다하니 하루 종일 걸렸습니다.
드디어 완성! 이왕이면 우리나라 모양에 백두산도 세우고 아래 작은 연못은 저절로 제주도가 되었습니다. 원추리 몇 그루 심어 놓으니 제법 모양이 납니다.
나무심고 작물 심으며 꿈을 심습니다.
이제 막 내딛는 첫 걸음! 갈 길은 멀고 넘어야 할 산은 높고 건너야 할 강은 꽤 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서두르지 않고 욕심부리지 않고 게으르지 않고 땅과 자연을 스승삼아 하나하나 배워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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