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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북정맥-15(가루고개-은봉산-간대산-모과울고개-서산구치소) |
산행거리 13.0Km / 2012.10.06.05:00-15:20 |
톱니바퀴 돌아가듯 정확히 02:45에 석곤이를 태우고 03:00 정각에 창학이 |
집 앞에 도착한다. 나비와 잠자리는 이미 출발 준비를 마친 상태다. |
한 밤중임에도 고속도로에는 꽤 많은 차들이 질주하고 있다. 막힘 없이 달리다 |
보니 행담도휴게소에 다다른 시각은 4시가 조금 넘어서다. 아침식사를 하기엔 |
너무도 이른 시각이라 그냥 통과한다. 나비부인이 추위에 약해서인지 자꾸 |
몸을 움추리는 상태다. 휴게소 식사 대신 나비부인이 준비한 맛있는 단팥빵으로 |
아침을 대신한다, 감사! 가루고개에 차를 세우고 5시에 야간산행을 시작한다. |
오랜만에 해보는 야간산행이 마음에 든다. 머리에 불을 하나씩 매달고 한치 |
앞 만을 밝힌채 어둠 속으로 숲 속으로 헤집고 다니는 일이 그저 즐겁고 재미 |
있고 신나는 일이다. 어둠 속의 숲은 조용히 아무 말 없이 우리를 받아들인다. |
밤이슬에 젖어 있는 풀들이 가을임을 느낄 수 있게 우리들 마음을 촉촉히 적셔 |
준다.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노오란 야생화 가을꽃이 있어 발걸음이 즐겁다. |
어둠과 밝음이 9:1에서 1:9로 서서히 바뀌어 가는 숲 속의 아침이 우리에게 |
무언가를 속삭인다. 들릴듯 말듯한 가을벌레들의 이야기가 어둠을 깨우고 또 |
다른 아름다운 새벽을 맞는다. 상큼 투명한 내음에 마음들은 가볍기만하다. |
길도 순하고 기온도 15도 정도의 알맞은 날씨다. 그런데 느낌은 가을이나 |
눈에 보이는 것은 가을도 아니고 여름도 아니다. 아직 알록달록한 단풍이 |
보이질 않는다. 순하던 낭만의 길은 사라지고 또 다시 칼질을 해야만하는 길이 |
나타난다. 묘자리가 있는 주변 길은 추석 덕분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
상태지만 묘자리가 없는 구역은 영락없이 정글이다. 쉴새없이 칼춤을 추어도 |
마른 나뭇가지 마른 풀들은 쉽사리 꺽이지 않는다. 휴식을 취하며 점심용 |
도시락을 꺼내 조금씩 먹는다. 하늘은 흐리고 멀리 서해바다는 희미하지만 |
그래도 가까이에 내려다 보이는 시골의 정경은 부드럽고 넉넉해 보인다. |
또 다시 간대산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잘 닦여진 길이 창학이 표현에 의하면 |
명동길 이란다. 정자에 자리잡고 정식으로 점심 식사를 한다. 오늘 산행거리가 |
19.5Km임에 석곤이는 처음에는 16Km만 가서 차량회수를 맡겠다고 했다가 |
시간이 예정보다 지체되고 한참을 진행했다고 생각함에도 겨우 1/3, 1/2 정도 |
진행했다고 하니 아예10Km만 가겠노라고 엄살이다. 그러나 엄살 피울것도 |
없다. 간대산의 하산길은 지자체에서 관리를 잘 해서 아주 편하다. 그 덕에 |
나비와 잠자리는 샘이 날 정도로 꼭 붙어서 알아 듣지 못할 서로만의 이야기를 |
나눈다. 이어지는 모과울고개를 향한 길은 또 다시 나비와 잠자리를 위한 |
길이었지만 그 후의 길은 우리에게 엄청난 시련을 안겨줄 정도로 무지막지하다. |
지난 태풍에 쓰러진 나무들을 꺽고 넘어가고 우회하는 과정에서 잠자리의 눈이 |
찔리고 나비는 잡풀에 시달리고 밤선생은 ? 그 와중에도 틈만 나면 눈 먼 밤을 |
줍느라 정신을 못차린다. 조금씩 조금씩 챙긴 밤이 집에 계신 마님의 마음을 |
사로잡을 정도로 꽤 많다. 밤에 눈이 멀어서인가, 잡목이 우거져서인가 알바 |
없이 잘 진행되던 산행길이 결국은 알바를 하게된다. 확신이 불러온 재앙이다. |
전혀 길 같지 않은 곳을 심한 칼질을 해가며 길을 만들어 나갔지만 헛 일이 |
되고말았다. 뒤 늦게 잘못을 알아차리고 Back을 하고서야 제 길을 찾는다. |
30분간의 힘든 알바 후 마음을 놓기도 전에 길은 희미하고 우거진 잡목과 |
쓰러진 나무들은 쉴새없이 우리의 길을 가로막는다. 가시에 찔리고 잔가지와 |
가을풀에 온 몸이 시달리며 겨우겨우 서산구치소 앞길에 다다른다. 끝...!..해방 |
더 이상 진행할 수가 없다. 칼 조차도 지쳤다. 몸보다도 마음이 더 지쳤다. |
우리는 하염없이 성왕산을 넘어 서산시종합운동장까지 가려고 했지만 예측할 |
수 없는 가을잡풀 때문에 새로운 작전계획이 설 때까지 중지할 수 밖에 없다. |
15:20 오늘의 산행을 마치고 택시를 타고 차량을 회수해서 서울로 향한다. |
마을 슈퍼에 들러 막걸리4통,고등어통조림,참치캔,소시지,마른오징어 2마리, |
과자 4봉지를 준비해서 어여쁜 나비아씨가 운전하는 움직이는 카페를 차린다. |
ㅎㅎㅎ. 정말 최고급 미녀기사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우리는 그저 먹고 마시며 |
흥을 돋군다. 나비부인! 오늘도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부탁드립니다. ㅎㅎㅎ |
2012.10.06 |
i-San
으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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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간만에 알바 했는데 칼춤추누라 대장 팔뚝에 근육 좀 붙었을 듯. 우리야 머 큰 힘 든거는 없지만. 마눌 다리에 잡목에 찔린 상처보니까 좀 미안하기도 하고.
상처가 심한가? 미안^^ 내가 못나서 대원들 고생시켰네 ^^;;
별개 다 미안. 이미 알고 가는 거니까 개인이 조심하고 준비를 해야지.
나날이 전투력이 향상되는 신참 대원들!
훌륭하오...
(군기 빠진) 고참 대원 하나는 설악산으로 도망하여 단풍 놀이나 즐기고, ㅉㅉ.
WHO ? 군기 빠진 고참 대원이 누구요? 아무도 없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