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들은 모두들 휴가를 간다고 야단법석인데 아이들도 이제는 자기 친구들과 간단다. 엄마 아빠는 여름을 어떻게 보내는지 관심도없다고 투덜거리든 서방님께서 치악산 종주를 가잔다.
12시간이 걸린다는 산을 가자고 한다. 망서려 진다. 그 긴시간을 걸어 갈수 있을까? 아무튼 더 힘들어 지기 전에 한번은 다녀오고 싶기도 하고 해서 30일(금요일)오후 짐을 싸서 집을 나섰다. 수원 터미널에서 6시45분 버스를 타고 원주로 출발, 주말이라 고속도로가 밀려서 예정시간보다 조금 늦은 밤 8시30분에 원주 터미널에 도착. 시내버스를 두번 갈아 타고 금대 삼거리(금대야영장입구)에서 하차, 미리 예약해둔 숙소까지 걸어서 올라갔다. 원주만 해도 시골냄새가 물씬 풍긴다. 시내버스 기사가 중간에서 기름좀 넣고 갈게요~ 해도 아무도 불평없이 기다려 준다. 수원만 해도 난리가 날텐데...ㅋㅋㅋ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1킬로쯤 올라가니 숙소가 보였다. 먼저 온 가족들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너무늦은 시간이라 내일의 여정을 위하여 누구와 이야기 나눌 시간도 없이 숙소로 들어가 씻고 잠을 청했다. 걱정이 앞서서 인지 잠이 안온다. 잠자리도 바뀐 탓이지만 그래도 잠을 청해 보려고 애를 써 보아도 이불에서 올라오는 냄새가 숨쉬기도 힘들게 해서 잠들기는 더욱힘들다. 잠을 포기하고 날이 새기를 기다리다가 훤해오는 창밖이 반갑기도 했지만 걱정이 앞서서 쉽게 일어나지지가 않았다.
그래도 든든한 서방님이 옆에 있으니 하고 마음 다잡고 나서기로했다 아침은 올라가다 먹기로하고 5시50분 숙소를 나섰다. 맑은 공기와 계곡의 물소리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우리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 주었다. 금대야영장을 지나 계곡에 앉아서 준비해 간 육계장과(따뜻하게 끓여서,더이상은 말할수 없음^^) 햇반으로 맛있게 아침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산행 시작. 야영장에서 영원사까지는 도로와 탐방로, 2가지 코스가 있으나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도로를 선택. 상쾌한 마음으로 영원사에 도착(영원사에 탬플스테이 가능, 사전에 알았으면 여기다 숙소를 정할걸... ㅜ.ㅡ) 이후부터 구룡사까지 식수가 없다고 한다. 가져간 병마다 식수를 가득 담아서 출발했다(7:30).
영원사에서 약 10미터 아래 돌탑을 끼고 죄측으로 돌면 남대봉으로가는 길이 나온다. 긴 계곡을 청아한 물소리를 길동무삼아 올라간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새소리 매미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그 새벽에도 길가에 피어있는 꽃들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활짝 핀 그 꽃들의 인사가 들리는듯 했다. 사람들이 너무 없어서 조금 무섭기도 했다. 어쩌다 만난 젊은 산꾼은 인사만 건네고 앞서가버린다.(ㅡ..ㅡ)
그래도 든든한 서방님이 뒤에서 받쳐주고 있어니 조금은 안심이 된다. 몇주전에 상원사쪽에서 남대봉 올라 보았다고 서방님께서 이번에는 영원사쪽을 잡았다고 하는데 이렇게 힘이 들 줄이야(ㅠ.ㅠ) 그렇지만 산행코스 대부분이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갈 수 있어 그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아무튼 거북이 걸음으로 가다보니 남대봉가는 낮익은 길이 보였다. 걸음을 재촉해서 남대봉(1181M)에 오르니(10:10) 사람소리가 들린다. 너무나 반가워서 창피함도 잊어버리고 큰소리로 아침인사를 나누었다.
여기서 간단한 요기를 하고 증명사진 한장 남기고 다시 향로봉을 향해서 출발(10:40) 다시 외로운 산행이시작된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치악산을 다녀온사람들도 많은데 왜 오늘은 사람들이 안보이는 걸까?
사람이 안보이니 길가에 피어 있는 꽃들과 나무들, 풀들과 속삭이며 걸어 간다.
낙엽 사이로 솟아 오른 버섯, 나무둥치에 붙어서 자라는 버섯, 모두들 색갈도 예쁘고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할아버지 수염같은 긴 풀도 있는가 하면 이 높은 산에 나리꽃은 어찌 저리도 예쁘게 피어 있는지 ^^ 이런 저런것들을 구경하면서 가다 보니 어느새 향로봉.^^(12:10) 항로봉을 조금 지나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하고 출발(13:00) 길 양쪽으로 나무들이 하늘을 가려서 해가 있어도 모자가 필요없으나 산에는 안개가 하늘에는 구름이 끼여 아주 잠깐씩 햇살이 보여 날씨도 우리들을 도와주고 있었다. 쥐넘이재(860M)를 지나 비로봉이 가까워지는 시점(약 2.5KM)에서 격려의 전화(산악회장 김주영씨)가 왔다. 조금씩 지쳐갈 무렵이라 무척이나 고마웠고 다시 힘이 솟았다. 오르막길 내리막길을 반복하다 보니 비로봉(15:50)이다. 그래도 예상시간보다 조금 빨리 왔단다. 비로봉(1288M)에서 증명사진을 남기고 이제는 하산길이다.조금전 젊은 산꾼이 내려 가면서 볼것도 많다고 추천하기에 사다리병창길을 택했다.
아뿔사 길을 잘못 선택한것일까 힘이 든 것일까 아무튼 지금까지 온 길보다 훨씬 힘들고 혐한 길이다. 되돌릴 수도 없고 해서 참고 내려 오려고 했지만 다리가 너무 힘들다.
사다리 병창 밑에 앉아서 아침에 먹으려고 가져 간 죽을 간식으로 먹고 다시 출발했다. 뒤에서 묵묵히 따라오던 거북이 서방님이 이번에는 앞서 내려가며 길을 받쳐주고 있었다. 이렇게 무거운 다리를 끌고 세렴폭포 입구에 도착(18:30)했다. 서방님이 증명사진을 찍어 달라는데 사진찍을 기운도 없다 계곡 물에 발을 풍덩!
와 시원하다. 이제야 살 것 같았다. 땀을 한바탕 씼어 내고 다시 구룡사 쪽을 향해서 출발. 이제야 계곡이 눈에 들어 온다. 정말 멋지다. 구룡사에 도착하니 증명이고 뭐고 갈길이 바빴다. 차를 히치하이킹해서 버스정류장까지 타고 왔다. 버스 한데가 막 출발한다. 차 시간을 확인해 보니 시외버스는 8시가 막차. 하는수 없이 원주역에서 8시20분에 청량리 가는 기차를 타기로했다. 그런데 버스는 8시 20분이 훨씬 지나서 도착 했다. 포기하려고 하는데 다행히 기차가 19분 연착 ^^ 고마워라^^ 우리는 이렇게 고마운데 어떤 아저씨가 술에 취해 연착에 대해서 항의를 해야 한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카페객차에서 호박죽과 캔맥주로 피로를 달래며 청량리에 도착, 용산가는 전철을 타고 용산에서 수원행 기차를 타고 11시40분경 집에 도착(^_^) 이렇게
거북이 부부의 정말로 느린 치악산 종주는 끝이 났습니다.
P.S 구룡사 주차장에서 차 시간 확인을 위해 이곳 저곳 전화를 해 주며 친절하게 도와준 치악산 관리사무소 직원 아가씨, 정말 고맙습니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이름도 안 물어 봤네요ㅡ.ㅡ
* 참고사항
시내버스 (신림행) 21, 22, 23, 24, 25 금대삼거리 하차(안내 멘트가 없으므로 운전기사에게 미리 부탁^^)
치악산 종주코스는 구룡사에서 상원사 또는 영원사 코스로 안내되어 있음(안내대로 따른는 것이 바람직 할듯 ^^ )
첫댓글 거북이산행에 동참하려다 서방님의 만류로 뜻을 이루지 못해 많이 아쉽습니다. 주하시느라 고생하신 거북이부부님의 대단한 끈기에
를 보냅니다. 짝짝짝
거북이부부의 산행기를 읽고나니 어찌보면 동참하지 못한게 다행인것도 같고....
무더운 날씨에 긴 산행
고마워요 다음에 기회가 있어면 그때는 꼭함께 합시다 (이여세를 몰아서 다음에는 지리산 종주를 한번 나서볼까요)
세월은 우리의 주름살을 늘게 하지만...열정을 가진 마음을 시들게 하지는 못한다...두분의 불굴의 의지와 열정에 깊은 찬사를 보냅니다..담번엔 같이 한번 하도록 하겠습니다,,
여우여사님 자세한산행일지 나도치악산 다녀온걷갇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