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안톤은 묘한 두통을 느끼면서 눈을 떴습니다.
일어나려고 하는데 눈앞이 깜깜해졌습니다.
안톤은 침대 위에 다시 고쳐 앉아서 돌이켜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제 몸에 좋지 않은 걸 먹은 건 안리까?
하지만 흡혈귀 축제에서는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았고, 집에서는 식사를 제대로 했는데.
혹시 잠을 덜 잔 것이 아닐까?'
안톤은 시계를 보았습니다.
'벌써 열한 시. 그렇다면 약 열한 시간이나 잔 것인데. 너무 많이 잔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어젯밤에 너무 고단했나? 연회장의 냄새가 어쩌면 내 몸에 맞지 않았던 건 아닐까?'
조용히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안톤은 깊은 생각에서 퍼뜩 제정신으로 돌어왔습니다.
"안톤, 일어났니?"
엄마의 목소리였습니다.
"으응."
하고 외치며, 안톤은 급히 이불을 머리 위로 끌어당겼습니다.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이어서 두 개의 손이 이불 밑으로 기어들어와서 안톤을 간지럽혔습니다,
"그만! 그만 하라니까."
안톤은 헐떡거리면서 말했습니다.
"잠이 깼니?"
엄마가 침대 모서리에 앉아서, 안톤이 이불 속에서 나오는 것을 지켜 보았습니다.
"어머, 네 얼굴이 왜 그 모양이니?"
"어째서?"
"눈은 새까맣고, 얼굴은 주름투성이인데!"
"정말?"
안톤은 중얼거리듯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화장이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단 말인가?
어젯밤에는 졸려서 거울 앞에서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었어.
그래서 젖은 타월로 얼굴을 두 세번 문지르기만 했었지.
이 지긋지긋한 것이 이처럼 지우기 어렵다니·····.'
"빨리 닦아야겠다. 열두시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식사하러 오시잖니!"
엄마가 말했습니다.
"아, 그랬었지."
안톤은 갑자기 생각이 났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식사는 뭐에요?"
"네가 가장 좋아하는 어린 닭 요리와 밥이란다."
"그럼 디저트는요?"
"직접 만든 바닐라 아이스크림이야."
"흐음."
안톤은 입맛을 다셨습니다. 입술에서는 아직도 립스틱의 맛이 났습니다.
열두 시 조금 전에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안톤은 이럭저럭하는 동안에 얼굴을 씻고 옷을 입었습니다.
다만, 엄마가 어떻게 해서든 입히려고 한 플란넬 바지는 아니었지만.
"알고 있겠지? 할머니는·····."
엄마가 말했으나, 안톤은 막무가내로 말하는 것을 듣지않고 청바지를 입었습니다.
루디거의 냄새 나는 망토와 구멍투성이인 타이츠는 베개 커버 속에 숨겨서, 옷장 맨 밑에 처박아 놓았습니다.
안톤의 할머니는 몸집이 작고 뚱뚱합니다.
할머니가 웃으면, 가지런한 하얀 진주 같은 치열이 보입니다.
이전에 안톤은, 할머니가 어떻게 저런 고운 이를 가졌을까 하고 감탄했습니다.
어느 날,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머물며 아침에 할머니의 이가 물이 가득 한 컵 속에 들어 있는 것을 봤을 때까지는.
안톤의 할아버지도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대개, 골덴바지를 입고 바둑 무늬의 셔츠를 입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말쑥한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가 튤립 꽃다발을 엄마에게 주었습니다.
안톤에게는 언제나와 같이 손 안에 얇고 작은 꾸러미를 쥐어 주었습니다. 밀크 초콜릿입니다!
"이건 식사가 끝난 다음에 먹어야 한다."
할머니가 주의를 주었습니다.
"알고 있어요."
안톤은 말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코트를 벗고, 식사 준비가 되어 있는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안톤이 오늘은 얼굴색이 아주 좋구나."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안톤은 빙그레 웃었습니다. 그것은 비누로 얼굴을 박박 문질러서 씻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청바지를 입는구나. 적어도 일요일 정도는 다른 바지를 입어야 되지 않겠니?"
할머니가 잔소리를 하셨습니다.
"할머니는 참, 모두들 청바지를 입는단 말이에요."
"할아버지는 입지 않아요."
할머니는 말을 되받았습니다.
"덜어 드릴까요?"
아빠가 물었습니다.
"나는 넓적다리 부분을 다오."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뭘 달라고 그러셨어요? 넓적다리?"
안톤은 웃었습니다.
할머니가 곁눈으로 힐끗 안톤을 쏘아보았습니다.
"이 부분은 그렇게 말하는 거란다."
"우리는, 그냥 다리라고 그러는걸요."
안톤은 말했습니다.
"그런데 너희 부엌엔 판자를 붙였니?"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밥을 입 안 가득히 넣고 씹으려고 하던 안톤의 아빠는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안톤이 지하실 열쇠를 잃어버렸어요."
"뭐라고? 어떻게 그처럼 쉽게 잃어버렸지?"
할아버지가 발끈하며 안톤을 보았습니다.
"다시 찾았어요."
안톤은 중얼거렸습니다.
"입에 밥을 넣고 말하면 안 돼요."
할머니는 안톤을 타일렀습니다.
"그래, 이번에는 언제 부엌을 수리할 테냐?"
할아버지는 아빠를 향해 물었습니다.
"다음 주말에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회의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주말은 쉬어야겠지요."
"뭐라고요?"
안톤은 저도 모르게 외쳤습니다. 됐다!
"저 말이다, 좋은 생각이 있는데. 다음 주에 하루 휴가를 받아라. 그러면 내가 도와 주마. 어떠냐?"
아빠가 깜짝 놀란 얼굴을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나쁘지 않은 생각입니다. 안톤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요."
하고 말했습니다.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나는 지하실에서 판자나 연장을 옮겨 올 생각을 하고 있었단 말이에요."
안톤은 화를 냈습니다.
"그런 일은 아빠가 혼자서 한다. 힘들면 그 떈 할아버지와 함께 하고, 목요일에 별다른 일이 없는데 어떠실까?"
"그래."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럼 인제 됐습니다."
모두는 만족한 것 같았습니다. 단지 안톤만은 달랐습니다.
"먹어라, 그래야 힘이 생겨요."
안톤의 얼굴색이 나빠진 것을 눈치챈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네, 알았어요."
안톤은 중얼거리며 밥을 휘저었습니다. 안톤의 식욕은 완전히 없어져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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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th 꼬마 흡혈귀의 이사 소동 [09] - 안톤이 가장 좋아하는 점심
융갱양'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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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7.15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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