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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솔소리단.권민경 경기민요 연구소 원문보기 글쓴이: 솔소리
민요란 무엇인가
민요(民謠)는 민중(民衆), 곧 보통 사람들의 노래다. 사람들은 일하거나 놀거나 의례를 치르면서 거의 모든 경우에 그에 맞는 노래를 불렀다. 민요는 작사·작곡자도 없고 악보도 없이 윗세대로부터 아랫세대로 자연스럽게 구전(口傳)되어 왔다. 이 구전민요에는 꾸밈없는 민중의 정서와 우리 민족 고유의 음악성, 그리고 옛 시절의 시대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우리 민족의 문화적 뿌리를 찾고자 할 때 구전민요가 가장 중요한 자료로 꼽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한국 민요의 배경 한국은 온대지방에 위치해 사계절의 구분이 뚜렷하고 기후가 사람이 살기에 적당하다. 북쪽을 제외한 삼면이 바다로 둘러 쌓여 있으며 제주도를 비롯한 수많은 섬이 있다. 산이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국토의 70%가 산지로 되어있고, 이 산지로부터 흘러내리는 강줄기 주변으로 너른 평야지대가 분포해 있다. 이러한 자연적 조건에 따라 한반도에서는 일찌기 구석기시대부터 농업이 이루어져 불과 50년전인 1950년대까지도 농업이 주된 산업이었다. 농업, 특히 한국인의 주식인 쌀을 생산하기 위한 벼농사는 농사법의 특성상 한번에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했으므로, 많은 경우 집단적인 노동이 이루어짐으로써 민요가 많이 발생하는 배경이 되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바다는 또 나름대로 삶의 터전이 되었다. 서해바다의 조기잡이, 서남해바다의 멸치잡이, 동해바다의 명태잡이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대표적인 어업이었고, 바닷가에서도 각종 해산물이 채취되었다. 1940-50년대에 이르러 동력선이 나오기 전까지는 사람의 힘으로 노를 저어야 했으므로, '노젓는소리'를 비롯한 뱃노래가 생겨나게 되었다. 민요의 배경을 이루는 또 하나의 요소는 촌락공동체 문화이다. 각종 노동, 신앙, 의례, 놀이 등 생활의 모든 것이 자급자족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촌락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지면서 그에 따른 각종 민요가 풍부하게 생성·전승될 수 있었고, 각각의 촌락공동체마다 독특한 민요가 발전하게 되었다.
한국 민요의 종류 한국의 민요는 대강 분류해 보아도 200여종이나 될 정도로 종류가 많다. 민요의 종류가 많은 이유의 하나는 일을 하면서 부르는 노동요가 많기 때문이며, 다른 하나는 우리가 노래를 대단히 좋아하는 민족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민요를 대략 분류해 보면, 일을 하면서 부르는 노동요(勞動謠)와 의례를 치르면서 부르는 의례요(儀禮謠), 놀면서 부르는 유흥요(遊興謠), 기타 민요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노동요는 농업노동요, 어업노동요, 기타 노동요로 나눌 수 있고, 의례요는 장례(葬禮)요와 세시(歲時)의례요로 나뉜다. 또, 유흥요는 노래를 부르는 계기에 따라 세시놀이노래, 집단가무, 가창요, 동요 등으로 나눌 수 있으며, 신세타령, 서사민요, 각종 타령/노래들을 기타 민요로 묶는다. 한국 민요의 분류를 간략히 표로 그리면 다음과 같다.(노동요는 양이 많으므로 농업, 어업, 기타 노동요로 나누어 싣는다)
☞ 더 자세한 분류와 민요에 관한 기초설명은 한국민요대전 민요분류표(한글파일 56.4kb) 참조
농업노동요 우리 민요 가운데 가장 많고 다양한 것이 농사를 지으면서 부르던 농업노동요, 즉 농요(農謠)들이다. 전통적인 농업에서는 많은 일손의 조직적인 동원이 이루졌고 이를 배경으로 농사의 모든 과정에서 다양한 민요가 발생했다. 풍부한 농요의 존재는 한국 민요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다. 쌀은 대대로 한국인의 주식이었기 때문에 벼농사는 농사 중에서도 가장 중요했고 따라서 농요 가운데서도 벼농사 민요가 가장 많다. 많은 양의 모심는 소리와 논매는 소리를 통해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벼 수확기에 부르는 벼베는 소리나 벼타작소리, 그리고 물푸는 소리, 새쫓는 소리 등도 벼농사 노래에 다양함을 더해준다. 논보다 밭이 많은 강원도지방이나 화산토지대로 벼농사가 거의 불가능한 제주도지방에서는 자연히 특유의 밭농사 민요가 생겨났다. 밭농사 민요는 또한, 부녀자들의 애환과 정서가 담뿍 담긴 민요로서 중요하다.
어업노동요 한반도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어업활동을 하는 데도 유리했다. 서해바다의 조기잡이, 남해바다의 멸치잡이, 동해바다의 명태잡이는 각 바다를 대표하는 3대 전통어업으로서 이를 배경으로 어로요가 발생했다. 특히 조기잡이가 왕성하던 시절의 서해바다는 풍부한 어로요의 모태였다. 어로요는 규칙적인 작업과정에서 부르는 민요로서 음악적으로도 매우 세련된 곡이 많다. 그래서, 우리 민족의 흥과 신명을 느끼기 위해서라면 먼저 남자들이 집단적으로 부르는 어로요를 들어보아야 한다. 해녀들 또는 바닷가 아낙네들이 부르는 노래에는 남자들 노래에 못지 않은 역동성과 여자들 특유의 서정이 가득 담겨 있어 귀한 노래들이다. 낚시질을 하면서 부르는 노래 또한 희귀한 곡이다.
기타 노동요 우리 민요의 가장 큰 특징은 노동요, 즉 일하면서 부르는 민요가 많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민요는 대개 명절이나 축제 때 불리는 유흥요가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대단히 중요한 특징이 된다. 노동요의 양대 분야인 농요와 어로요를 빼고도 일하면서 부르는 노래들은 얼마든지 있다. ‘기타 노동요’로 분류된 이들 노래들을 통해서 우리가 까마득히 잊고 지내던 전통 공동체사회의 모습을 하나 둘씩 파악할 수 있다. 농사나 어로 외에 일노래를 부르는 경우는 집짓기, 방죽막기 따위의 토목공사, 산에서 이루어지는 벌목작업, 그리고 농기구나 가재도구를 만들기 위한 제련작업 등과 부녀자들이 나물을 뜯으면서 부르던 아라리 종류를 포함한다.
의례요 장례의례요 : 아직까지 살아있는 민요로서 전통적인 모습을 비교적 오래 간직하고 있는 분야다. 이는 단순한 노동요와 의식요가 구별되는 부분이다. 장례의식요에는 우리 민족의 세계관과 생사관(生死觀)이 함축되어 있어 우리의 민족성을 파악하는 데 필수적인 자료가 된다. 장례의식요는 또한 음악적으로도 매우 정제되어 다른 민족 음악이나 다른 장르 음악과의 비교연구를 하는 데도 유용하다. 이 음반에는 충분한 양의 지역별 상여소리, 회다지소리와 함께 가래질소리, 밤샘노래 등 희귀한 곡들도 실려 있다. 세시의례요 : 우리 민족은 명절을 즐기는 것도 남못지 않았다. 거의 다달이 돌아오는 각종 명절에 설과 보름명절이 더해져 많은 세시풍습이 생겨났고 이를 배경으로 상당한 양의 민요가 생겨났다. 세시민요 역시 장례의식요와 더불어 우리 민족의 의식세계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통로가 된다. 풍물굿은 우리 민족 특유의 음악으로서 독특한 악기구성과 강렬한 음색으로 세계 무대에서 각광을 받고 있지만, 여기에는 인간의 목소리로 고사덕담이나 지신풀이가 어울어져야 비로소 의미있는 음악이 된다. 각 지역에는 독특한 풍물고사가 있다. 부녀자들의 축제음악인 강강술래류의 노래도 훌륭한 세시민요로서 재삼 음이할 필요가 있는 자랑거리다. 그밖에 줄다리기, 그네뛰기, 산신제 노래 등도 세시풍습의 다양함을 더해주는 노래들이다.
유흥요 지금까지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민요들은 대부분 노는 자리에서 부를 만한 유흥민요다. 하지만, 민요가수들이 즐겨부르는 유흥요 외에 민간에서 부르는 수많은 유흥요들은 아직껏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 이번 기회에 숨어있던 민간 유흥요의 모습이 전면적으로 드러나는 셈이다. 인천의 나나니타령과 전남지방의 아리랑타령, 둥당애타령은 주로 바닷가 부녀자들의 돌림노래로 유사성이 있다. 그 밖에 ‘타령’으로 유명한 것은 각설이타령과 엿장수타령이 있고, ‘풀이’류로는 한글뒤풀이가 있다. 나머지 각종 타령들은 소규모 지역에서 또는 개인적으로 불리던 알려지지 않은 노래들이다. 이들은 민요의 소재가 얼마나 다양한지를 알 수 있는 좋은 노래들이다.
기타 민요 서사민요 : 민간의 문학적 욕구를 반영하는 노래. 서적이나 대중매체가 없었던 시절에 대중의 상상력을 일깨우던 노래가 서사민요인 것이다. 서사민요를 통해서 우리는 우리가 살아보지 않은 시대의 적나라한 모습을 유쾌하게 음미할 수 있다. 시집살이노래/신세타령 : 출가한 여인들이 봉건적 관습의 질곡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던 시대의 기록이다. 신세타령 또한 불평등하고 왜곡된 사회를 견디기 위한 최소한의 돌파구로서 의미가 있다. 동요 : 아이들의 순진한 생각을 알 수 있는 민요들로서, 짧지만 언제 들어도 즐거운 민요다. 동요는 또한 우리 민요의 기초로서 중요하다. 어른들의 일방적인 대중문화에 찌든 어린이들의 정서를 조금이나마 순화시키는데 여기 실린 구전동요가 한몫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국 민요의 특징 한국 민요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위에 보는 것처럼 집단노동요가 많다는 것이다. 주로 놀이판이나 축제판에서 노래를 부르는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상당히 중요한 특징이다. 모심기나 논매기 처럼 일손이 많이 필요할 때는 보통 2-30명이 모여서 공동으로 일을 했고, 방아찧기와 같은 가사노동이라도 서너집이 모여서 일을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집단적 노동에서는 규칙적으로 일손을 맞추는 동시에 흥겨운 리듬으로 일의 능률을 올리는 위해 노래를 불렀다. 특히, 노젓는소리나 목도소리 처럼 노래를 하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집단노동요는 앞소리꾼이 소리와 일을 이끌어 나가고 나머지 사람들은 일정한 후렴구를 반복해 부르는 방식이 가장 많다. 한국 민요의 또 하나의 특징은 반주악기, 특히 선율악기가 별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농업노동요의 경우 간혹 반주가 따르더라도 앞소리꾼이 북을 치면서 박자를 맞추거나 서너명 정도의 풍물패가 반주를 하는 정도가 보통이었다. 어로요에서는 풍물악기가 자주 리듬악기로 사용되면서 때로 날라리(새납)가 선율악기로 사용되는 수도 있었다. 장례의식에서는 요령이나 북, 그리고 때로는 풍물이 사용되었다. 유흥요도 대개는 반주악기 없이 부르거나 물방구(물동이에 물을 담고 바가지를 엎어 띄운 것)를 친다든지 하는 정도에 그쳤다. 한국의 민요의 선율은 크게 한반도의 북서부(한강 이북의 경기도와 황해도, 평안도)의 수심가권, 한반도 남서부(충청남도,전라남북도)의 육자배기권, 그리고 한반도 동부(강원도와 경상남북도)의 메나리권, 그리고 제주도권 유형으로 대별할 수 있다. 네가지 권역의 선율을 음악적으로 설명하자면 전문적인 이론이 필요하다. 필자의 느낌으로 간단하게 권역별 민요 선율의 느낌만을 말하자면, 네가지 권역의 민요 선율이 모두 애조(哀調)를 띤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나, 수심가권의 선율은 외로운 느낌을 주고, 육자배기권의 선율은 비장한 느낌을 주며, 메나리권의 선율은 다정한 느낌, 그리고 제주도권의 선율은 적막한 느낌을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