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곷말~명예 기다림
어두운 밤을 능가할 정도로 꽃이 환하다는 뜻을 가진 능소화꽃
옛날에는 양반집 마당에만 심을 수 있어 양반꽃이라고 불리었다고 한다.
꽃잎이 질때는 활짝 핀 모양 그대로 (통째로) 떨어진다는 양반꽃
그리움 안고 핀 하늘 바라기 능소화꽃은
아득한 옛날 소화라는 어여쁜 궁녀가 있었다.
아름다운 꽃은 숨어 있어도 들어나고
더없이 그윽한 향기는 바람를 타고 천리 만리 펴쳐가듯
소화라는 궁녀도 그러하였다고 한다
어느날 임금의 눈에 띄여 임금님과 꿈 같은 하루밤을 보내게 되었다
그 결과 소화의 신분은 빈의 자리에 올랐다.
신분에 걸밪게 궁궐 안에서 따로 이 처소도 마련되었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번 소화에게 다녀간 임금님은
그 이후로 빈의 처소를 단 한번도 찾지 않았다고 한다.
임금님이 너무나도 그리웠지만 소화는 속으로만 애를 태워야했다.
차마 임금님에게 보고 샆다는 뜻을 전하지 못했다.
빈이 된 소화는 하루가 다르게 여위어갔다.
그 넓은 궁궐에 임금의 처첩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고
서로간의 시샘과 질투는 하늘을 찌를 듯 하였으니
가엾은 소화는 이리 밀리고 저리 떠밀려 궁궐의 가장 깊은 곳으로 나앉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음모를 알리 없는 소화는
이제나 저제나 하며 임금님이 자신을 찾아주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혹여 임금님이 자신의 처소 가까이 왔다가 돌아가시지는 않을까하는
노파심에 담장 옆을 서성이며 그리운 임금님의 발자국소리를 기다렸다.
자나가는 임금님의 그림자라도 바라볼 요량으로
담장 너머를 바라보면 하루 하루 임금님을 향한 애틋한 마음은 덧없는
세월과 더불어 흘러갔다.
어느 여름날 기다림에 지친 소화는 님을 그리던 나머지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권세를 누렸던 빈이었다면 초상도 거창했겠지만
까마득히 잊혀진 구중궁궐의 초라한 왕의 여인이었던 소화는 변변히 초상도 치루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소화의 간절한 유언 때문이었다고 한다.
내가 죽거든 절대 잊지 말고 나를 담장가에 묻어줘
혹시 내일이라도 임금님이 나를 찾아오실 줄 모르잖아?
그녀를 모시던 시녀들은 몹시 슬퍼하며 소화를 담장가에 묻어주었다고 한다.
이듬해 더운 여름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소화가 묻힌 그 담장 위로 주홍빛 어여쁜 꽃이 피어났다.
온갖 벌과 나비들이 꽃을 찾아 모여들었다,
그 꽃은 조금이라도 더 멀리 밖을 내다보려는 듯 고개를 빼끔히 내밀고
그것도 모자라 임금님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려고
두 귀를 쫑긋 세운 듯 꽃잎을 활짝 벌리고 있었다.
덩굴로 크는 탐스럽고 아름다운 능소화꽃
능소화꽃은 세월이 흘를수록 더 많은 담장을 위어감고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피어다가 지는 순간까지도 도도하면서도 기품을 잊지 않고
시든 모습이 아닌 꽃송이째 뚝 뚝 떨어지는 능소화꽃
소화가 그토록 사랑했던 임금님 외에 그 누구도 자신의 몸에 접근을 하지 못하게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기다림의 화신이 되어버린 능소화꽃은 꽃가루가 눈에 들어가면 안 좋다고 하니
조심해야 할것 같다
능은 ?
2018년7월1일 비에 젖은 능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