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대구런클에서 거의 30여명이 지리산으로 종주등산을 떠난다.
원래 지리산 종주란 태극종주(서북능선 인월에서 적령치 경유 최동쪽 웅석봉까지 90.5km)가 제일
긴 코스이고 보통은 화엄사에서 대원사(43km)까지를 칭한다.
이번에 우리가 가는 성삼재에서 천왕봉 중산리코스는 최단 단축종주(약 30.8km)라고 하면 맞을
것이다. 단체로 움직일 때는 이 코스가 제일 편리해서 사람들이 많이 선택하는 코스라 할 수 있다.
이 코스는 걸음이 빠른 사람에게는 10시간 정도가 소요될 것이고 걸음이 느린 사람에게는 13시간
정도가 소요될 것이다.
그러면 이 번에 지리산 초보회원들을 위해서 산행요령을 살펴보자.
모든 요령은 일전에 셀링게티 회장이 잘 정리해서 올려 놓았으니 여기서는 실전경험을 토대로 정리
해 본다.
첫 째 산행속도 : 입을 벌리고 호흡을 하면 그 속도가 자기에게 안 맞다는 것이니 입을 다물고 코로
숨쉴 만큼만 페이스를 조절하라는 것이다. 적어도 10시간이 넘는 산행의 기본이다.
둘 째 복장 : 청바지, 면티, 운동화는 절대로 금물이다. 본인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도 고생시킨다.
그리고 저체온증의 원인이 된다. 속팬티는 가급적 몸에 꽉 조이는 타이츠가 좋고 그렇지 않다면
기능성 속옷이 좋다. 저체온증에 대비해 방풍의(윈드자켓)는 꼭 준비를 하자.
요즘 가볍고 성능 좋은 윈드자켓이 많다.
셋 째 사타구니 쏠림 : 사타구니가 땀에 젖어 옷에 쏠리면 통증으로 고통을 받기 쉽다.
바셀린을 바르거나 속옷 선택을 잘 하거나 해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사타구니가 벗겨져 고통스럽게 등산하는 것을 여러번 목격한 적이 있다.
가볍고 땀 배출 잘 되는 등산팬티 같은 기능성 속옷을 선택하면 될 것이다.
넷 째 저체온증과 탈진 : 탈진과 저체온증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탈진은 페이스 조절이 실패했을 때에 글리코겐이 부족한 상태에서 오고
저체온증은 복장과 기상상태와 탈진이 겹치면서 오게 된다.
비기 올 땐 우의를 입고 바람이 심할 땐 윈드자켓을 입고 식사를 거르지 말고 행동식이나 간식을
자주 먹어 주는 것이 좋다.
다섯 째 식사와 행동식 : 아침, 점식식사는 물론 거르면 안 되고 몸에 흡수가 빠른 탄수화물을 준비
해야 한다. 효과가 빠른 것은 역시 단맛이 나는 음료이다. 대체로 올리고당이나 과당이 들어 있어
몸에 흡수가 빠르다. 빵이나 과일 등도 좋다. 그러나 너무 무거워서 문제다.
집에서 먹기 좋게 작은 크기로 잘라서 물이 새지 않는 통에 담아서 가져가면 더 좋을 것이다.
문제는 어떤 경우 움직이면서 먹다보면 음식이 소화가 안 되고 복통의 원인이 되는 수가 있다는
것이다. 봉우리 여러 개를 오르내리다 보면 음식소화가 잘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럴 땐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이 행동식으로는 제일 좋다.
어떤 빵이나 떡은 소화가 잘 되지 않을 수 있다.
여섯 째 탈출 : 15년 전 쯤 지리산 종주 때 실제로 경험한 일이다.
등산 동호회원들과 화엄사에서 밤 12시에 시작하여 연하천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출발하였는데
연하천에서 1km 정도 떨어진 지역에서 발을 헛디뎌 오른 발목을 겹질렀는데 내부에서 핏줄이
터져 엄청 부어 오르고 통증으로 걷지 못 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동료들에게 업혀서 다시
연하천 산장으로 되돌아와 헬기를 요청하였다. 헬기를 타고 남원으로 내려왔는데 남원의료원에서
발목의 피를 뽑고 깁스를 하여 서울로 되돌아 온 사연이 있다.
또 한 번은 호우주의보가 내렸는데도 등산을 강행하다가(예전에는 지금처럼 통제하지 않았다)
같이 간 동료가 탈진하는 바람에 빗속에서 탈출을 시도 하였는데 배낭을 받아서 앞으로 매고 탈진한
친구를 부축해서 폭우속을 뚫고 하산 하자니 불어난 계곡물이 앞을 막아 위험한 경우를 수도 없이
당하고 결국 탈출은 성공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악몽임에는 틀림이 없다.
언젠가 덕유산 종주를 하였는데 칠봉을 통해서 남덕유산을 경유 육십령으로 내려오는 코스였으나
초반의 오버 페이스로 탈진을 하여 삿갓재에서 탈출을 하였는데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아 질질
끌면서 겨우 내려온 적이 있었다. 초반에 칠봉을 오를 때 경쟁하듯 빨리 가다가 생긴 일이었다.
이렇듯 탈출은 돌발상황이나 탈진으로 더 이상 산행진행이 어려울 때 해야하므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사전에 예측하여 숙지해야 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탈진, 불의의 사고, 벌에게 쏘일 때 혹은 뱀에게 물렸을 때를 대비하여 주최측은 사전에
준비(해독제, 진통제, 등)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리산 종주를 수 십 년 간 해 오면서 실제로 경험한 내용이니 참고하시기 바라며
무사히 완주하고 다 같이 즐거운 산행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첫댓글 와~!!!
형님~!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