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바리케이트 뒤, '구럼비가 운다' 뒤, 텐트 하나가 들어섰다.
지구 위, 가장 아름다운 곳에 자리잡았다.
마지막 바리케이트 뒤, 할망물 옆
또하나의 앉은뱅이 천막을 뚝딱뚝딱 지었다. 할망궁이라 이름붙였다.
제주의 사정없는 바람과 비를 피하기 위해서.
갈수록 따가운 햇살을 피하기 위해서.
일단 가스통 하나도.
매일 아침 반복되는 싸움이다.
매일 매일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찾아오는 구럼비의 친구들, 물품을 보내는 친구들, 편지를 보내는 친구들...
이런 '구럼비의 친구들'도 있었다.
"내 통장 잔고가 15,000원 이었는데 계좌이체를 하면서 수수료 500원 떼이고 이제 4,500원 남았군요.
작으나마 힘을 보탭니다."
하루하루 이 많은 일들을 기억하기도 힘들다.
몇일 간 있었던 일들을 훅 뛰어넘어버렸다.
바리케이트까지 찾아와 기꺼이 함께 해준 '구럼비의 친구들' 이야기가 밀려있다.
사진을 허락해준 '구럼비의 친구들'께선 조금만 기다리시길.
오늘은 오랜만에 시퍼런 바다를 만났고 처음으로 강정 해녀를 만났다.
바지선은 여전히 오탁방지펜스를 설치하기에 바쁘다.
해녀도 바쁘고 경보와 종환형도 바쁘다.
나만 한가로이 세상을 담는다.
덕분에 상큼한 '자리물회' 먹었다.
모슬포에서 꽤 소문난 식당에서 처음 맛 본 이후 더이상 먹질 못했다. 비린내가 많이 나는 음식이었다.
무슨 요술을 부렸는지 전혀 비린내가 나지 않았다. 구럼비의 돌미나리 향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님 이미 내가 제주맛에 적응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종환'형님은 '구럼비' 최고의 요리사다. 덕분에 하루하루가 즐겁다.
송강호, 최승희, 고권일 그리고 종환 형님에게도 출두명령서가 날라와 있다.
물론 나가지 않겠지만 언젠간 짭새들이 들이닥칠 것이다.
구럼비 최고의 요리사가 감옥에 가는 날,
나도 따라 들어가든지, 어쩔 수 없이 단식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세시간 넘게 자맥질을 했다.
그 체력이 놀라웠다. 한번 물에 들어가면 여섯시간은 보통이라고 했다. 오늘은 일찍 나온 거라고 했다.
돌아서다 조심스럽게 한마디 붙였다.
"해군기지 찬성하셨어요?"
"나라에서 하는 일인데 어떡함수꽈?"
"보상은 충분히 받으셨나요?"
"쪼끔 받았수다."
"마을 사람들이 해군기지 찬반 문제로 갈등이 많다고 들었는데..."
"그 말 하지 맙수게...어디서 왐수꽈?"
"저기 구럼비천막에 있습니다."
"고생많수다게... "
국방부는 해군기지 문제로 안덕면 화순에서 5년, 위미에서 2년을 들쑤시다 결국 강정마을로 일방적으로 밀고 들어왔다.
저들도 그동안의 시간에서 배운 게 있어 강정에선 '해녀'들 부터 돈으로 회유, 포섭했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위미로 들어올려고 할 때 위미 해녀들은 작살을 들고 앞장서 싸웠다고 했다.
죽창도 들었다고 했다.
해군놈들 못된 것만 배웠다. 그것도 국민들의 세금을 가지고.
오후, 또다른 텐트가 들어섰다.
엄청난 숫자의 올레꾼들이 바리케이트를 지나갔다.
모 회사에서 단체로 온 노동자들이었다.
'날라리들'이 보내준 엄청난 현수막과 배너 중에서 제일 맘에 드는 놈을 하나 꽂았다.
붉은 색에
'해군 기지 껒여!'
해질무렵 또하나의 텐트가 사이좋게 자리잡았다.
모이자!
하나 둘 구럼비를 텐트로 뒤덮자!
구럼비는 충분히 넓다.
하지만 시간은 우리편이 아니다. 서두르자!
부마항쟁을 기리는 '부산민주공원'엔 이런 글이 적혀있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는 아주 오랜 질문 중 하나이다.
민주주의는 ‘나’라는 개인에서 출발한다.
개인의 자유와 기본권을 위한 투쟁은 대단히 근본적인 것이다.
또 민주주의는 쟁취한 민주를 지키기 위한 항쟁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기본권, 존중받는 개인들이 구성하는 민주공동체를 부정하는 적들과 싸운다.
오월이다. 오만한 국가권력의 부당한 폭력 그리고 저항.
여기가 광주다.
5.18 이다.
양윤모 옥중단식 24일 째 입니다.
영화평론가 양윤모를 석방하라! 해군기지 불법공사 중단하라! 폭행경찰들 징계하라!!
서명 부탁드립니다.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106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