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0 돌에 우리말 독립을 꿈꾼다 |
일제 찌꺼기 한자병용 청산해야 리대로 논설위원 2005/08/15 |
나는 앞서 우리가 하는 한자혼용은 일본이 우리를 침략해 식민지로 지배하던 수단과 방법이며 그 찌꺼기임을 밝혔다. 일본은 청일전쟁 뒤 이 땅을 지배하는 수단과 방법으로 한자혼용 말글살이를 퍼트리고 1910년 우리를 완전히 먹은 뒤 식민지 교육을 통해 철저하게 한자혼용을 길들이고 뿌리내렸다. 그리고 우리말을 못 쓰게 하고 일본말만 쓰게 했다. 다행히 일제가 물러간 뒤에 우리말을 쓸 수 있게 되었으나 일제 한자혼용 말글살이에 길들여진 일제 지식인들이 계속 일본식 한자혼용을 주장하고 일본은 그걸 보이지 않게 부추기고 뒤 배경이 되어주었다.
1999년 10월 9일, 한글날에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에서 ‘일본 외무성’을 ‘우리말 훼방꾼 10’ 가운데 하나로 뽑은 일이 있다. 일본 외무성이 우리말 훼방꾼으로 들어간 것은 1999년 김대중 정부가 한자병용 정책을 강행해서 한글단체가 “일본식 말글살이를 추진하는 김종필 총리는 물러나라!”며 강하게 반대하는 시위를 할 때인 그 해 2월 11일에 서울에 온 일본 외무장관 ‘고무라 마사히코’가 우리나라의 홍순영 외무장관에게 “한국과 중국, 일본이 사용하는 한자가 모두 조금씩 다르다. 공식 글자를 정할 것이라면 일본식으로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본식 한자 쓰기를 바라고 은근히 조종하는 한 본보기이다.
그 해 ‘우리말 으뜸 훼방꾼’으로 김종필 총리를 뽑고, 신낙균 문화부장관과 심재기 국어연구원장, 조선일보와 조갑제 기자, 한국 어문회 이사장 이응백, 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진태하 집행위원장도 훼방꾼으로 뽑은 일이 있다. 이들은 일본식 한자혼용 정책을 추진하다 안 되니까 그 앞 단계로 한자병용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모든 공용문서는 한글로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법(법률 제6호)이 벌겋게 살아있는데 정부가 공문서에 한자와 외국문자를 병용하게 하고, 일본인을 위해 도로표지판에 한자를 쓰려고 수천 억 원 들이겠다고 하고, 이미 한글로 새 주민등록증을 만들기로 정해서 다 된 주민등록증에 한자를 넣는다고 100억 원이란 돈을 들이겠다고 했다. 이는 예산 낭비일 뿐 아니라 우리 글자 짓밟기였다.
박정희 정권 때 한자혼용을 하려다 못한 김종필은 한 동안 정치를 못하다가 김영삼, 김대중 정권과 야합해 정권 실세가 되어 한자파를 돕더니 총리가 되어 일본에 가서 일본말로 연설까지 하고 있었다. 조선일보 또한 마찬가지 한자파를 돕고 있었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자마자 일본인 선생을 청와대로 초대해 큰 절을 하고 있었다. 일제 식민지 지도자 양성기관인 경성제국대학 출신인 이희승, 이숭녕 제자들이 국어연구원을 장악하고 한자병용 정책을 강행하고 있었다. 일본과 유착관계에 있는 대기업들이 마찬가지 한자파를 도왔다. 한글단체는 도저히 그 꼴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어 역사 이래 처음으로 “한글을 죽이지 말라”고 시위하고 정부와 국민에게 호소한 일이 있다.
일제식 한자혼용을 주장하는 분들은 “우리말에 한자말이 70%다. 한자말은 한자로 써야 뜻이 통하니 한자혼용을 해야 한다. 일본은 한자를 많이 쓰고 한자혼용 하는 데 잘 산다.”며 한자혼용을 해야 할 이유로 들고 있다. ‘한자말이 70%’라는 근거로 “이희승이 만든 국어대사전에 한자말이 70%가 된다”는 것인데 이희승 사전은 우리가 전혀 쓰지 않는 일본 한자말이 수두룩하고, 일본의 ‘광사원’이란 출판사에서 나온 일본사전을 그대로 베낀 일본 한자말이 많다. 그러나 한글학회가 만든 ‘우리말 큰사전’이나 북쪽이 만든 사전엔 한자말이 그렇게 많지 않다. 그리고 일본 글자 가나는 한글처럼 훌륭한 글자가 아니라 한자를 혼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들의 주장은 일본 본받기일 뿐이지 옳지 않다.
한자파가 배우고 쓰자는 한자는 중국의 간체자가 아니라 일본 한자를 말하고, 한자혼용도 중국 간체자를 혼용하자는 게 아니라 일본 한자인 것이다. 그들 주장 뒤 배경이 일본이고 일본 식민지 교육 찌꺼기임을 알 수 있다. 며칠 전 신문에 ‘眞露’란 술 이름이 일본제국 찌꺼기라는 보도가 있었다. 우리말로는 ‘참이슬’이다. 그런 일제 찌꺼기 한자말이 수두룩하다. 한자말뿐이 아니라 한자혼용 말글살이는 더 큰 일본 찌꺼기인데 정부도 국민도 그걸 모르고 있다. 일제 한자말과 한자혼용 말글살이는 정부와 국민이 함께 몰아내야 할 일제 찌꺼기인데 이 나라 지배층은 그걸 오히려 지키려고 용쓰고 있다.
1945년 일제가 망할 때 조선말을 모르는 조선인이 수만 명이나 되었고, 10살이 넘는 조선인가운데 40%가 일본말을 할 줄 알았다는 일제시대 통계가 있다. 36년 식민지 정책에 그렇게 되었으니 일제 교육이 얼마나 무섭고 치밀했는지 짐작이 간다. 만약 그 때 일제 식민지로 50년이나 100년을 더 지배받았다면 우리말이 완전히 없어지고 민족도 사라졌으며 우리는 독립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
일본말을 국어로 알고 배우고, 조선말이나 한글보다 한자혼용인 일본말을 더 잘 알고 편리해 하는 일제 지식인들이 우리말을 한글로 쓰는 걸 싫어하는 게 이해가 간다. 며칠 전에 한국방송에서 ‘광복 60년 특집’방송을 했는데 거기에 나온 정재도 선생은 “일제가 물러간 뒤 한글을 아는 선생이나 공무원이 별로 없었다. 초년 선생인 내가 교장들을 모아놓고 한글을 가르쳤다.”고 회고했다. 일제 세대인 교장선생과 관리들, 대학 교수들이 왜 우리말과 한글 쓰기를 강력하게 반대했는지 짐작이 간다.
중국이 우리가 한글을 쓰는 걸 좋아하진 않겠지만 한글만 쓰기를 싫어했거나 방해한 흔적이나 그런 의심을 할 만한 일이 없다. 우리 글자가 없어 수천 년 동안 어쩔 수 없이 한자를 썼으며, 한글이 태어난 뒤에도 우리 사대주의자들이 알아서 한자를 쓰고 한글을 쓰지 않은 것이다. 한자전용이나 한자혼용을 가르치거나 강요하지 않았다. 우리말을 말살하려고도 하진 않았다. 미국도 1945년부터 1948년까지 3년 동안 군정을 하면서 우리를 지배했지만 한글을 쓰지 못하게 하지 않았다. 미국말을 공식문서로 썼지만 우리말을 못 쓰게 하지는 안 했다. 오히려 우리말글로만 교과서를 만들었다.
그런데 일본은 한자혼용을 길들이고 다음에 우리말을 죽이려 했다. 학교에서 우리말을 가르치지도 않고 못하게 했으며, 우리 이름과 성까지 일본식으로 바꾸게 하고, 토박이 땅이름을 버리고 한자 땅이름으로 바꾸고, 우리말을 갈고 닦는 조언어학회 학자와 그 지원자를 감옥에 가두고 고문으로 죽게까지 했다. 일제가 물러간 뒤에도 일제의 철저한 식민지 교육에 길든 자들이 일본처럼 한자혼용교육과 한자혼용 말글살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뒤 배경이 되었다. 그러니 우리가 한자 섞어 쓰는 것은 일제 식민지 종살이 습관이고 일제를 본받고 따르기다. 한자혼용은 중국과 미국의 뜻이 아니고 일본 뜻이다.
일제는 1945년 이 땅에서 물러갈 때 20년 뒤엔 다시 만날 것이라고 했고 진짜 한일회담을 하고 다시 우리를 보이게 안 보이게 접근하고 지배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일제 지식인들은 일제 때 선후배간의 끈끈한 정과 학풍을 이어가며 지식과 정보를 주고받고 있다. 한글전용을 반대하고 한자혼용을 추진하는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 학자 분들의 얼굴을 하나 하나 살펴보면 모두 일본냄새가 물신 풍기는 분들이다. 일제에 대한 향수에 젖어 있는 분들이고, 보이게 보이지 않게 일본과 경제협력, 학술지원, 정치유대가 밀접한 관계에 있는 분들이다. 친 중국 성향이나 중국 냄새가 나는 사람은 백에 하나 정도일 뿐이다.
우리가 지난 수천 년 동안 중국 한자를 빌어 써왔고, 일제 때 일본의 말글(한자혼용)을 배우고 쓴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때 중국 책과 일본 책으로 공부하고 또 지금 그들 책을 베껴 학문서적으로 썼다고 계속 중국 한자와 일본식 한자혼용을 좋아하고 써야 할 법도 없다. 이제 우리말 가운데 한자말이 70%요, 전문 학술용어가 모두 일제 한자말이라고 계속 한자를 쓰자고 할 게 아니라, 그걸 부끄럽게 생각하면서 한자말을 줄일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서 참된 우리 학문과 철학이 나올 바탕을 만들어야 한다. 힘들다고 그 일제 한자말은 계속 빌려 쓸 게 아니라 힘들고 귀찮더라도 우리말글로 말글살이를 하려고 애써야 한다.
우리 한글은 세계에서 으뜸가는 글자이기 때문에 정부와 학자와 국민이 힘을 모아 애쓰면 얼마든지 한글만으로 말글살이가 된다. 얼치기 학자들이 일제 책을 베낀 한자혼용 책과 그 말글살이가 문제이다. 세계 으뜸가는 글자인 한글을 가진 은혜로운 민족임을 자신 있게 내세우며 우리 자주문화를 꽃피워야 한다. 우리말을 한글로만 쓰는 말글살이는 꼭 이루어야 할 겨레의 꿈이고, 이룰 수 있는 바람이다. 한글은 다른 글자와 섞어 쓰면 한글의 참값이 살지 못하고 한글이 빛나지 않는다. 한글이 일본의 글자처럼 한자의 토씨로만 쓸 수 있는 모자란 글자가 아니다. 오늘날은 입으로 하는 말을 우리글자로만 쓰고 읽어서 알아듣게 하는 이른바 ‘말과 글이 하나(言文一致)’인 시대다. 한글만으로 쓴 책이 산더미처럼 쌓인 게 한글세상이 가능하다는 본보기이다.
그런데 일제 지식인들이 자꾸 일제식 말글살이를 강요해서 국력이 낭비되고 발전을 해치고 있다. 지금 한가하게 일본 찌꺼기에 향수를 느끼고 목맬 때가 아니다. 2005년 8월 6일치 한겨레신문에 “영국의 신문 ‘가디언’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이 동시에 세계화의 위기를 경고하는 글을 실었다. 1870년부터 1914년에 ‘제1차 세계화’가 있었는데 그 시가가 끝나고 1차 대전이 있었다. ‘2차 세계화’시기인 지금이 그 때 상황과 너무 닮았다. 2차 세계화가 끝나는 날 3차대전이 걱정된다.”고 쓰고 있다. 그런데 1차 세계화 때가 한자혼용이 시작되고, 한글전용신문 독립신문이 나온 때이며 일본침략으로 나라를 빼앗긴 때이다. 2차 세계화시대인 지금 정신차리지 않으면 그 역사를 반복할 수 있다는 괜한 위기감을 느낀다. 일본이 100년 전에 독도를 제 땅이라고 하듯 지금도 그러고, 침략을 잘한 거로 꾸민 역사교과서를 채택하는 일본을 보면서 더욱 그렇다.
한글만 쓰기는 우리말을 살리고 우리말이 독립하는 첫걸음이다. 당장 완전한 한글전용이 문제가 많고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그렇다고 한자혼용을 계속 하자는 건 일본에 계속 얽매이자는 것이다. 이제 우리말에 한자말이 70%이고 전문 학술용어가 일본식 한자말인 걸 부끄럽고 안타까워하면서 우리말글로 새말을 만들고 학문도 할 때이다. 지난 60년 동안 일제 지식인, 정치인, 교육자, 언론인은 한자혼용으로 잘 먹고 살 살 수 있었던 걸 다행으로 생각하고 이제 자숙하고 그것에 미련을 버릴 때이다. 자꾸 일본식 한자혼용 말글살이를 강요하고 후손에게 이어가게 하는 건 죄악이다. 일본에 짓밟힌 역사, 강대국에 눌려서 산 역사는 되풀이하지 말고 우리말글로 떳떳하게 살길을 함께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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