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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12
S#1. 학과장 조교방.
-종수, 선재.
선재 : 저, 오디션 동영상 주실 수 있어요?
종수 : 홈피에 올려놨잖아.
선재 : 아니요, 원본.
종수 : (응?!) 아, 맞다. 너 준다는 걸 깜박했어. 당연히 줘야지... (서랍 열고 찾으며) 너, 연주 좋더라.
선재 : 감사합니다.
종수 : 여기, (케이스 건넨다)
선재 : (공손히 받고는) 그리구, 저 혹시 강의 들을 수 있어요? 영어랑 독일어,
종수 : 응?!
S#2. 복도.
-선재가 나온다. 준형, 오다가 멈칫.
-선재, 본다.
준형 : (황황히 웃음. 무슨 말이든 해야겠어서) 학교 왔구나... 협주곡 하나 끝내구 나니까 후유증 오지?
선재 : (그런가?)
준형 : 신앙을 한 번 가져 봐. 나두 힘들 때 의지가 많이 됐어.
선재 : 참고하겠습니다. (꾸벅, 하고 간다)
준형 : (뭐야?!)
S#3. 조교실.
종수 : 초급 독일어, 영어, 듣겠다구 하던데요.
준형 : 응?!..
S#4. 로비라운지(혹은 학생 휴게실)
-선재, 시간표 보며 표시하는데, 시은이 다가간다.
선재 : (본다. 왜?)
시은 : (멋쩍) 협연 봤어. 좋더라. 언제 나랑 2중주 한번 해 줄래?
선재 : 어어,
시은 : 또 봐. (간다)
선재 : (대학교가 이렇구나... 다시 시간표 보는데)
-유라가 마주 앉는다.
선재 : (넌 또 뭐?)
유라 : 걔 니 여친 아니지? 미용실.
선재 : (정유라구나)
유라 : 니 가짜 대학생 친구 손장호랑 아주 잠깐 만났지.
선재 : (상대 안해. 주섬주섬)
유라 : 강준형 교수 부인이 너 무척 아낀다며?
선재 : (간다. 여기서도 그 얘길 들어야 해?)
유라 : (핸드크림 바르며 선재 뒷모습 본다. 꼬셔볼까)
S#5. 아트센터 다음날 아침.
-혜원, 성숙에게 선재 동영상 준다.
혜원 : (담담히) 이선재 디브이디 나왔어요.
성숙 : (반색) 오, 이걸 인제야 받네...
혜원 : 워낙 경황이 없으셔서요.
성숙 : (짐짓 앞 뒤 찬찬히 보면서) 그래두 이 와중에 즐거운 일이다..
혜원 : (조금 웃고는) 몇 군데, 대회 운영위에 발송 했어요.
성숙 : 좋은 소식 있겠지?
혜원 : 그러길 바랍니다.
성숙 : 학교 쪽에는.
혜원 : 이선재가 전했답니다.
성숙 : (디브이디 내려 놓고) 밥이라두 사주지 그랬어?
혜원 : 만나질 못해서요.
성숙 : 하긴, 니가 요즘 너무 바쁘다, 그치? 그래두 애가 좀 서운하겠네. 가족이 없다며.
혜원 : 저, 오후에 회장님 면회,
성숙 : 그렇구나. 어서 가 봐.
혜원 : 전화 드릴게요.
-혜원, 목례하고 나간다.
S#6. 복도.
-민학장이 오고, 왕비서가 일어서서 인사.
민 : 어, 안녕.
왕비서 : 아직,
-혜원이 나온다.
혜원 : (잠깐 멈칫) 오셨어요.
민 : 아이고, 고생 많지. 영감님 면회는 했어?
혜원 : 지금 가려는 참이예요. 들어가 보세요.
민 : 그래, 수고해요.
-혜원, 간다. 왕비서가 문 열고, 민학장, 들어가며 혜원 힐끗.
S#7. 혜원 사무실.
-혜원, 무표정하게 가방 챙긴다. 모든 게 따갑고 불편한 지금, 총력을 다 해잘 넘겨야 한다는.
S#8. 아트센터 이사장실.
-민학장과 성숙.
성숙 : 면회 순서를 보면 서열이 보인다는데, 오실장이 2등이야. 김전무 다음. 그자식이야 현안 총 책임자니까 그렇다 치지만.
민학장 : (빙긋) 거 봐. 오실장 파일, 분명 있다니까? 그거 땜에 잠이 다 안오지?
성숙 : 웃지 마. 기분 나빠.
민학장 : 역사를 따지자믄 영감님이 당신보다 혜원일 먼저 알아 본 거야. 영우랑 유학 보낼 때.
성숙 : 누가 몰라?
민학장 : 영감만큼 오혜원을 잘 써먹는 사람이 없어요.
성숙 : 그거야 두구 봐야 알지.
민학장 : 이번에 잘 하문 돼... 상황이 기가 막히잖아.
성숙 : 그러게.
민학장 : 영감 상태는 어때?
성숙 : 죽겠다구 난린데, 모르지 뭐. 그 속을 어떻게 알아.
민학장 : 한성숙이 눈에두 안보일 정도믄 얼마나 검은 거야?
성숙 : 아우 고만 좀 해. 뭐가 좋다구.
민학장 : 재밌잖아...
S#9. 구치소 면회실.
-서회장, 멀쩡하니 팔짱 끼고 여유 있게 앉아 있다. 차분한 혜원.
혜원 : 듣기보다 신색이 좋으세요. 영우가 하두 상심을 해서 걱정했는데.
서회장 : 내가 정신을 좀 차렸지. 다들 나 쓰러지기만 바라구 있다 생각하니까 아주 분기가 오르더라. 밥맛두 돌구.
혜원 : 다행입니다. (얇은 시집을 들어보인다) 홍이사가 시집을 한 권 주던데요. 읽어드리라구.
서회장 : (됐다고 손짓)
혜원 : (본다) 긴한 말씀이 있으시다구 들었어요.
서회장 : 그럴까 했는데, 밤새 또 생각을 해 보니까, 그건 또 아니지 싶다. 내 좀 더 버텨보마.
혜원 : 알겠습니다.
서회장 : 보나마나, 너 이렇게 왔다가면 한마디 얻어 듣자 하구 다들 기웃거릴거다.
혜원 : 조심하겠습니다.
서회장 : 성숙이가 머릿속이 젤 바쁠 거야.
혜원 : 글쎄요.
서회장 : 잘 살펴라.
혜원 : 네.
S#10. 뷰티샵 마사지실. 밤.
-성숙이 마사지 받고, 백선생이 곁에 앉아.
백선생 : 아직은 그냥 두세요. 그저 너를 백프로 믿는다, 하시구.
성숙 : 얼마나 될까? 내 쪼꼬렛 값 하구는 비교가 안되겠지?
백선생 : 그렇지 않겠어요?...
성숙 : 오실장이, 나한테 끝까지 감추겠지?
백선생 : 그 입을 열게 해야죠. 그 친구(다미) 움직일 만큼 물증 확보되면, 그닥 어렵지 않을 거예요...
S#11. 까페. 밤.
-인서, 혜원.
혜원 : (짐짓 웃어보이는) 나 그냥 맘 놓구 선재 걱정 할게. 들어주라.
인서 : (웃음) 어쩌겠어. 들어야지.
혜원 : 너, 독일서 몇 년 있었지?
인서 : 도합 7년.
혜원 : 미국서 디플롬 하구 간 거지?
인서 : 아니지. 학부 때 2년 갔다오구 다시 간 거야.
혜원 : 그렇구나.
인서 : 독일은 왜... 선재 걱정 한다며.
혜원 : 니가 한번 얘기 좀 해볼래? 독일 가라구?
인서 : 내가?
혜원 : 내가 요즘 걔를 못만나서 그래.
인서 : 그건 아는데,
혜원 : (외면하며 글썽)
인서 : (클났구나...)
S#12. 인서 집 침실. 밤.
-방금 들어온 인서가 자켓을 벗어 식탁 의자에 걸쳐놓고 앉는다.
지수는 찬프라이팬의 멸치 볶음을 찬통에 담는다. 식탁 위 쟁반에는 뚜껑 덮인 컵(인서에게 늘 주는 약차). 땅콩 따위 담긴 접시.
-둘은 이미 혜원이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안다. 그게 혜원의 인생에 어떤 의미라는 것, 감히 충고, 만류 따위 할 수 없다는 것도.
그런 안타까움을 드러내지 않으려 더 일상적으로 말한다.
인서 : 애들 일찍 자네?
지수 : 어... 영래가 다 몰구 수영장 갔다 왔거든.
인서 : 중간고사 아닌가?
지수 : 걘 시험 때 더 놀잖아... 여태 같이 있었어? (혜원이랑?)
인서 : 어. (컵 뚜껑 열고 집어든다) 멸치 좀 고만 볶지?
지수 : 네 놈이 먹어 대는 걸 생각해봐. (팬과 주걱을 싱크대에 넣는다) 혜원이 얼굴 좀 괜찮아졌어?
인서 : (마시다가) 까맣게 죽었지 뭐... 이선재 독일 보냈으면 하던데.
지수 : 희망사항. (찬통 뚜껑 닫아 놓고 마주 앉는다) 강준형이 절대 못보내지.
인서 : (마신다)
지수 : 담 달에 민우 나갈 때, 선재두 같이 보냄 안되나? 그럼 뭐라구 못할 거 아냐... 그렇게 좀 해 봐... 이대로는 너무 불안해.
준형 선배는 지금 목표가 있으니까 일단 다 덮구 가겠다는 건데, 그 전에 터질 수두 있어. 어떻게든 잘 좀 구슬러 봐.
인서 : 그래야겠지.
지수 : 아, 나... 애가 그 지경이 되도록 뭐 했나 몰라. (글썽. 뼈아프고 가슴도 아프고)
S#13. 음대 연습실. 다음날.
-선재가 들어온다.
-인서, 민우와 서서 얘기 하다가 반색.
인서 : 어서 와라.
민우 : 안녕?
선재 : 어,
민우 : 나 며칠 있다 나가.
선재 : ?
인서 : 주네브 예심 통과 했어.
선재 : 아아,
민우 : 결선 대비해서 미리 가는 거야. 가기 전에 파티 할 건데, 너두 와.
선재 : 어, 봐서,
민우 : 갈게요, 교수님.
인서 : 그래, 내일 보자.
-민우가 나가면,
인서 : 얼굴이 반쪽이 됐네?
선재 : (울컥. 하지만 웃음)
-둘, 앉아서,
인서 : 힘들 때 한 곡 집중해서 파면 니꺼 돼. 경험이야. 근데 아주 힘들면, 이런 방법두 있어. 유학이나, 연수 같은 거.
니 선생님은 니가 독일 쪽으로 갔으면 하던데.
선재 : 네?... (신기하다. 나도 독일 좋은데)
인서 : 걱정 많이 하더라.
선재 : 저기, 제 걱정 하지 마시라고 전해 주세요...
인서 : (웃음) 그래?..그거 잘됐네.
선재 : (조금 웃어보인다. 정말이예요)
S#14. 복도.
-준형이 유리창으로 보다가 간다.
S#15. 학장실.
-준형과 민학장.
민학장 : 조인서가, 애들을 끄는 데가 있지. 그래두 어떡해. 자네가 아량을 보여야지.
준형 : 애가 나쁜 영향을 받지나 않을까, 걱정이 돼서요...
민학장 : 지켜보는 것두 교육이야. 괜히 문제 삼았다간 오해 받기 십상이지.
강준형 조인서, 둘 다 차기 학장 후보루 올라 있는 마당에...
준형 : (힐끗)
민학장 : 와이프랑은 어때?
준형 : 아무 문제 없어요. 뭐 주변에서 이상한 오해들 하는 모양인데,
민학장 : 협연날 뒤풀이에 안나타났다구 그러는 거지?
준형 : 그 상황은 제가 압니다.
민학장 : 그럼 됐지 뭐.
준형 : (된 걸로 칩니다)
민학장 : 총장 선출 때까지, 학내 분위기 신경 좀 써 줘.
준형 : 그럼요...
S#16. 석양. 인서트.
S#17. 혜원 사무실.
-혜원, 소파 한켠에 앉아 있다. 핸드폰 만지작.
S#18. 선재 방.
-선재의 피아노 연주. 브람스, 인터메쪼.
-책상 위, 초급 독일어 책, 영어 책,
S#19. 대성식당. 밤.
-선재가 들어서면, 옥진, 턱으로 구석자리 가리킨다.
-혜원이 등 보이고 앉아 밥 먹고 있다.
-선재, 밥 한그릇 들고 가 마주 앉는다.
-둘, 목이 메면서도 말없이 꾸역꾸역 먹기만.
-옥진이 갖다준 과일도 다 먹고.
선재 : 차는요.
혜원 : 회사에.
-한참.
S#20. 달리는 시외 버스 안. 밤.
-선재, 혜원, 나란히 앉아 있다. 중간 쯤. 혜원이 창 쪽에.
S#21. 한옥(펜션) 외경. 밤.
-야트막한 담장 안, 불켜진 사랑방이 보인다.
S#22. 사랑방.
-안채로 통하는 문 열리고 선재가 들어온다. 씻었다. 셔츠와 헐렁한 바지. 입었던 옷은 한손에 들고.
-혜원, 무릎에 담요를 덮고 기대 앉아 있다. 감았던 눈을 뜬다. 곁에 몇 모금 마신 생수병.
(-구석에 옷걸이. 선재와 혜원의 겉옷이 걸려 있고,
-반닫이 위에 1인용 이부자리 두 채와 누비 깔개(요 위에 까는 것), 베개 등.
-반닫이 옆에 선재의 가방)
-선재, 옷을 가방 옆에 놓고, 이부자리 한 채 내려 편다. 접힌 자국 손으로 쓸어가며.
-둘, 깊이 울적하다. 그동안 각자 힘들었고, 그걸 서로 아는데 위로도 못한다.
식당에서 만나는 순간부터 말도 감정도 꾹꾹 눌러가며 제법 멀리까지 왔다.
여자의 남편에게 거의 발각된 불륜 남녀가 감히.
선재 : 화장실은 마루 지나서 복도 왼쪽에 있구요, 꺾어지면 공동 주방이예요. 냉동만두랑 라면은 공짜.
쌀두 있긴 있는데, 반찬거리는 없어요. 그릇, 행주, 수저 다 깨끗해요.
혜원 : 그 새 위생 검사두 했어?
-선재, 대답 없이 이불 펴놓고, 베개도 반듯하게 놓고 나서, 요 하나 마저 내리는데...
혜원 : 니 껀 저 쪽에 펴.
선재 : (본다)
혜원 : 짐승이니?..끌려나가 돌맞을 판에 무슨,
선재 : 그러죠 뭐. (멀찍이 요를 대충 편다. 이불도 대충 편다)
혜원 : 니 껀 왜 대충 깔어?
선재 : 짐승이라. (발로 이불 자락 툭 차고 반닫이 앞에 앉아 가방을 연다)
혜원 : (허이구 참)
-선재, 대꾸없이 티셔츠와 바지를 꺼내 혜원 쪽으로 조금 밀어놓고, 충전기, 이어폰 등 꺼내 가지런히 늘어 놓는다.
혜원 : 내 옷두 챙겼어?
선재 : (충전기 집어든다) 네... (두리번. 콘센트 찾아 꽂는다) 배 안고프세요?
혜원 : 고파. 터미널 내려서 택시 탈 때부터 출출했어. 걸신이 들렸나봐.
선재 : (핸드폰 충전기에 연결하며 힐끗)
S#23. 주방.
-식탁에서 30대 후반의 남녀(흥신소)가 구운 만두와 맥주를 먹고 있다. 묵묵히.
-선재, 어귀에서 빼꼼 들여다보다 돌아선다.
S#24. 복도. 밤.
-선재, 사랑방 향하다가 문득 선다. 마당 쪽 본다.
-열려 있는 장지문. 마당이 다 보인다.
-주인의 차 옆에 승용차 서 있다.
-선재, 저 사람들 차구나... 혹시...
-선재, 조심스레 장지문턱 넘어 툇마루로. 사랑방 문 앞에 놓인 혜원의 구두와 선재 운동화를 집어든다.
S#25. 혜원 집. 밤.
-준형, 혜원의 문자 본다.
혜원 소리 : 지수랑 있어. 늦을 거야.
-준형, 쓴 웃음. 답전 친다. ‘잘 놀다 와’
S#26. 펜션 사랑방.
-혜원, 준형의 문자 보는데, 선재가 들어온다. 신발은 어디 감췄는지 빈 손.
선재 : 사람들 있어서 그냥 왔어요... (미안한 웃음) 신발 감췄어요, 비싼 거라.
혜원 : (픽 웃음) 참지 뭐. (담요 걷어내고 선재가 꺼내놓은 옷을 집어든다) 화장실 망이나 봐 줘.
선재 : 네...
S#27. 라이브 까페. 밤. (민우 송별 파티 할 곳)
-준형이 들어온다. 주인 한석이 계산대 안으로 들어가려다 반색.
한석 : 어, 형.
준형 : 잘 되냐? (손 내민다)
한석 : (가볍게 마주 잡고 준형의 등을 감싸며) 인맥으루 버티는 거지 뭐... 들어가요, 안쪽에 있어.
준형 : 어,
-안쪽 홀. 영우가 손을 들고, 인주가 돌아본다.
-준형, 다가가 앉는다. 맥주와 마른 안주 등.
준형 : 같이 있네?
인주 : 집 앞이잖아.
영우 : 니 와이프 씹을려구 나오랬어. 우린 오혜원 덕에 안싸우잖아. 한 성질 하는 올케랑 시누이가.
인주 : (잔을 들어 보인다) 좀 할래?
준형 : 아니 됐어. (종업원에게) 주스 같은 거 하나 줘.
인주 : 해. 요즘 기분두 좀 그렇잖아.
준형 : 내가?
영우 : 혜원인 뭐해?
준형 : 어어,
인주 : 한번 같이 나와보지.
준형 : (힐끗) 일찍 자더라구.
영우 : 나 이거 진짜 궁금한데, 그날, 뒤풀이 할 때, 너네 삼자대면 했어?
준형 : 거 참,
인주 : 뭘? 이 바닥에 아주 없는 일두 아닌데?
영우 : 아주 없는 정도가 아니라 일상다반사지. 예술적 교감에서 비롯된 사랑.
준형 : (웃음) 니들 오혜원 모르냐?
인주 : 그냥 터놓구 얘기 해. (혜원에게 앙심이 있다. 악기 껀으로)
영우 : 위로 좀 해주겠다는데.
준형 : 위로는 무슨, (핸드폰 꺼내 보는)
-영우와 인주, 들여다보려 하자 준형, 일어서서 피한다. 가면서 문자 본다.
-영우와 인주, 마주 보며, 삐쭉.
-일각. 서서 문자 보는 준형.
남자 소리(트럭남) : 혹시 다른 데도 부탁했어요? ...아무래도 우리 말고 한 팀이 더 있는 거 같은데...
준형 : (미간 좁히는...답전 친다)
S#28. 한옥 뒤 솔숲. 밤.
-두툼한 잠바 차림 트럭남, 담장에 기대 앉아 문자 본다.
준형 소리 : 누군지 모르지만, 그쪽, 막아주세요. 증거는 내가 먼저 확보해야 합니다. 인센티브 드릴게요.
S#29. 한옥 사랑방.
-낮은 불빛.
-선재, 이불 위에 배깔고 엎드려 핸드폰 두 개(선재 꺼, 비밀폰) 번갈아 보며 뮤직룸 어플 시험해 본다. 한쪽 귀에 이어폰.
열중해 있는 선재 모습 어린애 같다.
-혜원, 모로 누워 선재 물끄러미 본다.
혜원 : 장난감 재밌어?
선재 : (이것저것 터치 하면서) 있어보세요...
혜원 : 뭔데...
선재 : (귀 기울여 들어보고는) 됐어요.
-일어나 혜원 곁으로.
선재 : 짐승이지만, 실례할게요.
혜원 : (픽 웃음)
-선재, 혜원 곁 맨바닥에 엎드려 사용법 설명.
선재 : 지금 두 개다 어플 깔았거든요?
혜원 : 어플 뭐,
선재 : 보세요, 이리루 들어가면 공유자 이름이 떠요.
-‘집집집’
혜원 : 왜케 강조해?
선재 : 한 글자는 인식을 못해요, 이게... 암튼, 오혜원은 이걸 집이랑만 공유한다, 그거죠.
혜원 : 너는.
선재 : 저는 비밀폰이 아니니까 누가 들어올 수두 있는데, 차단하면 돼요.
혜원 : 그 담에,
선재 : 상대방 목록에 있는 거 아무거나 골라서 듣는 거죠. 감상 리플 달 수 있구, 선물두 할 수 있어요.
혜원 : (나직히 웃음) 넌 나한테 뭐 선물할래.
선재 : (음원 리스트 검색하며) 말만 하세요. 추억의 노래, 그런 거.
혜원 : 글쎄...
선재 : (본다) 90년대 히트곡이라구 쫙 나오는데,
혜원 : 기억 안나. 즐길 틈이 없었어.
선재 : (본다. 왜요?)
혜원 : 암튼 그랬어... 아, 생각 나는 거 있다. 미국에서 학교 다닐 때, 그때 내가 투잡을 뛰었거든?
하나는 학과장 조교, 한국 유학생 담당. 또 하나는, 니가 이상하다구 했던 그 애,
선재 : 대표라는 사람이요?
혜원 : 어. 걔 수행원 노릇.
선재 : 그때부터요?!
혜원 : (웃음) 어...
선재 : (먹먹...)
혜원 : (웃음) 왜, 웃겨?
선재 : (웃음) 아니요,
S#30. 마루.
-복도로 사라지는 그림자(승용차 남). 사랑방 문에서 새나오는 낮은 불빛.
S#31. 뒤꼍.
-사랑방 쪽으로 접근하는 발자국(트럭남).
S#32. 사랑방.
-벽에 나란히 기대 앉은 둘. 선재 곁에 폰 두 개.
혜원 : 어... 밤마다 걔 클럽 들어가는 거 확인하구, 나올 때까지 근처 까페나 뭐 그런데서 기다렸는데,
단골 클럽 근처, 내가 늘 가던 데서 자주 들은 노래가 뭐냐면,
선재 : 이상해요...
혜원 : (웃음) 뭐가?
선재 : (먹먹해서 웃음) 아녜요. (본다) 그래서요?
혜원 : 되게 허름한 데였어. 그랜드 스테이션 부근이라 손님들 성분두 가지각색이구... 거의 다 혼자 와서 한잔씩 얼른 마시구 나가...
맨하탄에서 일 마치구 집으로 가는 길에 들르는 사람들이야. 퀸즈, 브루클린... 좀 더 멀리 가는 사람들은 기차 시간 맞춰서
좀 오래 앉아 있기두 하구... 근데 그 주인이 아홉시 쯤 되믄 늘 같은 노래를 틀어줘.. 무지 옛날 꺼야. 너두 나두 태어나기 전,
우리 부모님 세대가 젊었을 때 들었겠지...
선재 : (가만히 듣는다. 알 수 없는 지명, 상상이 안되는 시간과 공간을 그려보면서)
혜원 : 한 번 찍어봐봐. 간만에 들어보자.
선재 : (폰 집어든다)
혜원 : 가수 이름이, 비아이엘엘와이 제이오이엘,
선재 : (찍는다)
-곡명 주르륵 뜬다. 혜원에게 목록 보이는 선재.
혜원 : (들여다 본다) 세번째.
-‘piano man'. 선재, 결제, 저장. 확인.
-혜원, 양쪽에 이어폰 낀다.
-선재, 플레이 누른다.
-혜원, 곡이 시작되는지, 쓰디쓴 추억에 잠기는 듯, 조금 웃는다.
-선재,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혜원을 본다. 눈물 어린 눈.
-선재, 조심스레 이어폰 한쪽 빼서 꽂는다.
-piano man. 전주 끝무렵무터.
-함께 듣는 둘.
-‘토요일 아홉시야. 평범한 사람들이 여기저기 앉아 있어... 내 옆에 나이든 남자가 말하지. 이봐, 추억을 연주할 수 있어?
어떡하면 되는지 난 잘 모르지만. 그거 슬프고, 달콤하지...
S#33. 강.밤.
-어두운 강기슭.
-조용히 흐르는 강물.
S#34. 담장 안 뒤꼍. 밤.
-쭈그리고 앉아 있는 트럭남.
S#35. 마당.밤.
-승용차 남, 아궁이 속, 혜원과 선재의 신발 폰으로 찍는다.
S#36. 방안.
-기대 앉은 둘. 손끝으로 박자 맞추며 담담한 슬픔.
-노래 후주. 라라라 리리 라라라...
-선재, 무슨 뜻인지 다는 모르지만, 다들 이러고 살아가니까, 피아노 맨이여, 노래 해달라, 위로해달라, 그러는 게 슬프다.
혜원의 젊은 날과 지금이 함께 그려진다...
-이어폰 빼며 씩 웃는 혜원. 눈물 닦는다. 선재, 눈 앞만.
혜원 : 산다는 게 다 그렇다잖니.
선재 : ...아직 안 늦었구, 저, 매 맞을 수 있어요... 다 털어놓구 나오시믄,
혜원 : 거 참,
선재 : 사는 데, 그렇게 큰 돈 안 들어요... 저처럼 살면 국가경제가 망한다구 하겠지만, 다 저 같지는 않을 거구,
선택할 수 있잖아요...
혜원 : (픽 웃으며 본다) 니 재능은 썩히구?
선재 : 아닐 수도 있죠.
혜원 : 어떻게? 넌 뭘 그렇게 다 아는 듯이 말,(하니)?
-선재, 혜원의 얼굴 감싸쥐고 입맞춘다.
S#37. 강변. 이른 아침.
-물안개 자욱하거나 말거나.
S#38. 마당. 이른 아침.
-승용차, 없다.
-선재가 아궁이에서 혜원의 구두 꺼내 툇마루 아래 놓는다.
-방 옆 쪽, 데크.
-선재, 서성이다가 선다.
-방문 열린다. 방금 일어난 혜원, 부스스.
혜원 : 뭐하니...
-선재, 저 모습, 좋다.
-혜원, 비현실감에 물끄러미 내다보고, 선재, 다가가 문턱에 앉는다.
-방안, 이부자리 붙어 있고, 혜원이 요 위에 앉아 머리를 묶는다.
혜원 : 배고파. 읍내 나가서 밥먹자.
선재 : 네...
S#39. 식당. 아침.
-선재와 혜원, 맑은 찌개와 밥과 반찬을 탐식하며, 툭툭 주고 받는다.
혜원 : 조인서한테 걱정 하지 말라구 했다며?
선재 : 네.
혜원 : 무슨 자신감?
선재 : 그래서가 아니라, 안된다 해두, 그게 맞으니까요.
혜원 : 니가 뭘 몰라.
선재 : 알아서 좋은 거 또 뭔데요?
혜원 : 할 말이 없네.
선재 : 점심은 해먹어요.
혜원 : 뭐.
선재 : 이제까지 먹어 본 중에 젤 맛있었던 거 말해보세요.
혜원 : (힐끗) 독일 빵.
선재 : 패스.
혜원 : 독일 소세지랑 양배추 절임.
선재 : 패스.
혜원 : 그거 만들어 보자. 간단해. 밥이랑두 먹을 수 있구.
S#40. 한옥 사랑방. 아침.
-비닐 장갑을 낀 트럭남이 숨 죽이고 두 개의 요를 롤러로 구석구석 민다. 증거 채취 중.
-휴지통 들여다 보는 트럭남.
S#41. 펜션 외경.
-트럭이 멀어져 가고,
S#42. 식당.
-카운터 앞, 선재가 카드를 내고,
-식탁 앞 혜원, 손거울 보며 입가 정돈하고 일어선다.
-여주인, 카드 긁고 내준다. 선재가 서명.
여주인 : 이모야, 엄마야?
선재 : 커플인데요?
여주인 : (에?)
-선재, 혜원의 손 잡고 나간다.
-여주인, 고개를 설레설레.
S#43. 시장 안 야채가게.
-혜원과 선재가 진지하게 양배추, 감자 따위 고른다.
S#44. 한옥 주방.. 낮.
-선재가 양배추 채썰고 혜원이 찬장 안을 들여다본다.
혜원 : (후추 병 꺼내들고 본다) 통후추를 갈아 써야 맛있는데.
선재 : 있는 걸로 맛을 내야 고수죠.
혜원 : (힐끗 떠보는) 너 외국 생활 잘 하겠다. 유학 가두 굶지 않겠어.
선재 : 혼자는 안가요.
혜원 : (멈칫)
선재 : (썰면서) 여기저기, 훌륭하다구 소문난 선생들한테, 이멜이랑 동영상 보냈어요.
난 이만큼 치는 사람이구, 이런 여자랑 같이 공부하구 싶은데, 받아 줄 수 있냐.
혜원 : 뭐?...
선재 : 영어 못해서 머리 빠개지는 줄 알았어요. 결국 저희 집 건물에 학위논문, 그런 거 대신 써주는 데 가서 좀 봐달라구 했죠...
혜원 : (말이 안나와...)
선재 : (여전히 써는 채로) 협주곡 디브이디랑 오디션 동영상, 한남동 돈으루 만든 거, 잘 써먹어야죠...
혜원 : (벙...)
S#45. 모텔 객실.(법무)
-인겸과 장비서.
장비서 : 아니요, 오늘은 못봤습니다.
인겸 : (갸웃) 그래요?
장비서 : 모녀분은 지금 면회 마치구 오시는 중이구요.
인겸 : 알았어요.
-장비서, 나가고, 인겸, 곰곰...
-성숙과 영우가 들어오고, 인겸 돌아본다.
영우 : 뭐야, 얘 안왔어?...
인겸 : 어. (성숙에게) 무슨 다른 일 시키셨어요?
성숙 : 아니... (소파에 앉는다)
영우 : 그럼 왜 안나타나? 이런 비상 시국에, 24시간 대기 하는 게 기본이지.
성숙 : 너두 참, 사람 부릴 줄 모른다. 가끔 쉬게 해 줘야지.
영우 : (인겸에게) 좀 웃기지 않어? 아버지가 당신 다음으루 혜원이 오랬던 거부터?
인겸 : (힐끗 보고는 성숙에게) 구속 집행 정지 신청 하려고 합니다. 채널을 단일화 해주시죠.
성숙 : 채널은 무슨... 그런 거 없어요. (전화기 꺼내며 영우에게) 넌 어떡할래? 난 잠깐 쉬었다 집에 갈 건데.
영우 : (인겸에게) 저 두 여자, 뭐 있어. 캐 봐.
인겸 : 조용히 하지?
성숙 : (전화) 어, 오대표...
영우 : 부대표!
인겸 : (지그시 탐색)
성숙 : 좀 쉬었어?..영우가 무척 서운해 하네?
영우 : 서운한 게 아니라 괘씸한 거지!
S#46. 사랑방 앞 데크.
-혜원, 성숙과 통화.
선재가 옆에 앉아 있다. 자리 피하지 않는다. 담장 밖 풍경을 보고 있다.
혜원 : 미안하다구 전해 주세요...아니요, 바람 쐬러...네...네...월요일에 뵙겠습니다...
(끊으며 쓴웃음) 바람 쐬는 게 아니라 피우구 있는 거다, 그치?
선재 : 그러네요...
혜원 : (딴소리. 괜히 둘러보는) 저런 거 좀 이쁘게 하지...
선재 : (얼핏 돌아본다)
-에어컨 파이프 흉물스럽다.
혜원 : 참 무신경해... 저런 게 다 눈에 안보이나봐...
선재 : (조금 웃음) 저희 집은 저거보다 백배 더한데.
혜원 : 다르지! 여기는 감성을 파는 데구, 니 집은, 내가 눈에 뭐가 씐 건데... 니 역사 아냐.
선재 : 저것두 역사죠. 과정이구... 다 그런 눈으루 보시믄 되잖아요.
혜원 : (그렇구나...무안해서 괜히 시비) 너 그런 말 쓰는 거 어색하지 않어? 역사, 과정, 동정, 운명,
선재 : 뭐가요... 사전에 다 나오는 말인데.
혜원 : 알았어. 고만 좀 가르쳐.
선재 : (웃음) 제가 뭘 가르쳐요. 오혜원한테.
혜원 : 계속 그러구 있잖아. 아까부터, 아니 전에두 자주,
선재 : 그럼 배우시던가.
혜원 : 허허허...
-사이. 둘, 담장 너머 바라본다...
선재 : 이멜 보낸 데 중에 한군데라도 연락이 오면 좋겠어요.
혜원 : 기대하지 마. 결선 입상 까지는 해줘야지. 재단에선 너한테 분명히 바라는 게 있잖니.
선재 : (본다) 그거야 말로 쌩까두 되지 않나요?
혜원 : (얘가...)
선재 : 인터넷 뒤져보니까 별로 깨끗한 돈두 아닌거 같던데.
혜원 : (얘가 어쩌려고 이러나...) 지혜롭게 숨으라구 했잖아... 가만히 있는 게 날 돕는 거야...
선재 : 가보셔야죠.
혜원 : 어, 해떨어지기 전에.
선재 : 어디더라? 어린 왕잔가?...하루 중에 해 질 때가 젤 힘들다, 뭐 그런 얘기 나왔던 거 같아요...암튼 그렇다고요...
혜원 : (씁쓸) 내가 그래서 어제 그 식당엘 갔나보다...나이는 먹을만큼 먹어가지구...
선재 : (두 팔로 혜원 어깨 안는다)
-정말 어느새 해가 지고 있다.
S#47. 혜원 집. 준형 서재. 밤.
-준형, 온갖 상상, 남녀의 은밀한 행위부터 선재의 독일어 영어 시도 및 조인서와의 밀담 장면까지 다 떠올린다..
S#48. 거실/주방.
-준형이 서재에서 나오다가 멈칫.
-현관 들어서는 혜원과 지수의 나직한 말소리 들린다.
지수 : 잠깐 보구 가야겠지?
혜원 : 자는 거 같은데?
-준형, 현관 향한다. 연극에 맞춰주지.
-혜원과 지수, 배추며 대파 따위 채소 자루 거실에 올려 놓는데 준형이 다가온다.
준형 : 윤지수 오랜 만이다.
지수 : (과장되게 반색) 우와, 선배...
혜원 : 이거(채소들) 땜에 태워다 줬어.
준형 : 어, (짧게 답해주고 지수에게) 애들 잘 크냐?
지수 : 그러엄....근데 좀 심했다. 선배 우리 큰 애 돌 때 보구 안봤잖아.
준형 : 그러게 말야.
혜원 : (못견디겠다. 지수에게) 잠깐 있어라. 와인 갖다 주께.
지수 : 어.
-혜원, 얼른 자루 하나 들고 주방으로.
준형 : (잠깐 우왕좌왕 하다가) 들어와.
지수 : 아냐, 가야지... 밑에 두 놈 차에서 기다려.
준형 : 그래, 그럼... 언제 인서랑 같이 한 번 와.
지수 : 선배!
준형 : 응?
지수 : 양심이 있지, 이걸(남은 자루들) 보구 어떻게 그냥 들어가냐?
준형 : 어, 그렇구나. (황황히 자루 집어든다) 아줌마 나올 줄 알았지. 살펴 가라? (돌아선다)
지수 : 어... (하다가 눈흘긴다)
S#49. 주방.
-혜원이 와인 꺼내들고 돌아서는데, 준형이 채소 자루 어귀에 놓으며 힐끗.
준형 : (나직) 이따 얘기 좀 해.
혜원 : ...어.
나간다.
S#50. 거실.
-이층으로 올라가는 준형.
-혜원이 지수에게 와인 병 내민다.
혜원 : 봉투 없어서 그냥 준다.
지수 : 됐어... (안쪽 한번 살피고 작게) 너, 빨리 정리해. 큰 일 나겠어.
혜원 : (조금 웃음. 문 열어 준다) 가...
지수 : 눈빛 봐...
혜원 : 글쎄 알았다고...
S#51. 선재 집.밤.
-문간에 서 있는 선재. 나 혼자 왔구나.
-가방 내려놓고 욕실 향하는 선재.
-씻고 나온 선재, 속옷과 양말 넌다.
S#52. 혜원 침실.밤.
-파우더룸, 혜원, 로션 묻은 손등을 비비며 곰곰 생각. 무슨 말을 하려나.
-준형이 소파에 앉아 기다리다가,
준형 : 멀었나?
혜원 : 어, 나가...
-혜원, 나와서 앉는다. 무슨 얘길 하려는지...
준형 : 솔직히 말해 줘. 이선재 말인데,
혜원 : ...(선재와 어디까지 갔냐, 이런 건 제발 아니기를)
준형 : 당신 혹시, 조인서랑 작당하나?!
혜원 : 무슨 얘긴지 모르겠어.
준형 : 니들 둘이 부추겨서 그 놈 외국 보내려는 거 아니냐고...
혜원 : 작당 한 적 없어.
준형 : 그러니까 내 말은, (하다가) 분명히 말하는데, 그거, 안되는 거야! 특례입학자 장학 규정에 명시돼 있거든?
유학을 갈 때는 지도교수 동의 및 추천이 있어야 한다!
혜원 : 그럼 신경 쓸 거 없네, 뭐. 당신한테 달린 거잖아.
준형 : (잡지를 집어 던진다) 그눔이 나한테 먼저 의논을 했어야지, 그 눔이! 엉?
-바닥에 동댕이쳐진 명품 잡지.
-준형, 일어나 드레스 룸으로.
-숨죽인 채 물끄럼한 혜원. 지수 말이 맞나보다. 빨리 정리해. 눈빛 봐...
-파우더 룸. 준형, 부들거리는 손으로 알약 몇 개 손에 던다. 입에 넣고 물 마신다.
-혜원, 일어서서 문으로.
-혜원, 문 열려는데,
준형 : 너 아주 나쁜 년이야!
-혜원, 가만히.
-준형, 침대 커버 거칠게 벗기고 눕는다.
-혜원, 나간다.
-준형, 이마에 손을 얹고 숨을 몰아쉬며 잠을 청한다.
S#53. 거실.
-계단 내려오는 혜원.
S#54. 선재 방. 밤.
-컴퓨터 앞.
선재 소리 : 막귀형, 신혼 여행 갔다가 신부를 딴 놈 방에 떨구고 온 거 같아.
S#55. 혜원 서재.
-혜원, 물끄러미 보다가 답.
혜원 소리 : 말은 바로 해라. 신부가 아니라 헌부지. 니 신부, 남편 침대에 안 들어갔다에 한 표. 연식 그쯤 된 부부들, 안 해.
우리 큰오빠도 보니까 그렇더라. (보내기 누르려다 화들짝. ‘큰오빠’를 큰 형으로)
선재 소리 : 그럴까?
혜원 소리 : 혹시 아냐? 니 신부도 이미 너를 그리워 하고 있을지?
선재 소리 : 고마워 형. 별로 위로는 안되지만. 이만.
-나천재 퇴장. 혜원, 물끄러미 본다. 혼자 있을 선재.
S#56. 선재 방. 밤.
-어둠 속. 침대에 엎드려 우는 선재. 흐느끼다가 엉엉엉...
S#57. 아트 센터. 이사장실. 월요일. 아침.
-소파에 성숙. 혜원, 서류철 들고 곁에 서 있다.
혜원은 어제 선재와 함께 있을 때 걸려온 성숙의 전화가 목에 닭뼈처럼 걸려 있고,
성숙은, 인제 슬슬 본론을 꺼낼 때라 생각한다.
성숙 : 주말 잘 보냈어?
혜원 : 덕분에요...면회 잘 하셨어요?
성숙 : 어, 뭐...
혜원 : 회장님은 좀 어떠세요? 두통이 심하시다구 들었는데,
성숙 : 이랬다 저랬다 하시지 뭐. 전 재산을 다 내놓고서라도 여기서 나가야겠다, 그러더니,
또 금방, 이 서필원이가 이깟 걸로 겁먹을 줄 아냐며 큰소리 치다가...
혜원 : 불안하시겠죠.
성숙 : (본다) 참 막연하네? 우리 사이, 그 정도 밖에 안돼? 좀 구체적인 얘길 해줘야 되는 거 아닌가?
혜원 : 궁금하신 걸 물어봐 주시면,
성숙 : 그러자. 법무 팀이 예상 추징금 액수 말해주던데, 영우 회사 내세워서 챙겨 둔 게 얼마나 돼?
혜원 :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성숙 : 그래? 내구두 남지 않어?
혜원 : (미소. 난처합니다)
성숙 : 조사 과정에서 드러나기 전에, 내 쪽으로 옮겨두면 어떨까? ...내 편만 하라구 했잖아.
혜원 : 그건 제 소관이 아니라서요. 저는 회계전문가두 아니구, 보관만 할 뿐입니다.
성숙 : (그래?)
혜원 : (네)
S#58. 복도.
-혜원, 생각에 잠겨 간다.
성숙 소리 : 잘 생각해 봐. 나는 정보전의 여왕 아니니.
-불안하지만 웃는다.
S#59. 혜원 사무실.
-혜원이 들어서자, 세진이 일어서며 소파 쪽 가리킨다. 혜원, 본다.
-소파의 다미가 일어선다.
-혜원, 멈칫.
다미 : (차분) 안녕하세요...
혜원 : (당혹감 수습) 어머, 다미씨...
다미 : 뜬금없이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혜원 : 나 만나러 온 거야?
다미 : 네... 선재 땜에요.
혜원 : (철렁)
-세진, 분위기 살피고 나간다. 12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