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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효용성에 대해 묻는 권두언
코로나19 풍속도 담은 시와 수필
기품 있는 양영길 시인 특집 담아
2021년 상반기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힐링 치유 혜향문학 제16호가 나왔다.
혜향의 권두언에서 혜향문학회 김정택 회장은 먼저 문학의 역할을 되물으며 “문학은 정신과 영혼이 결합되었을 때 비로소 진면목을 발휘한다. 여기서 정신은 육체나 물질에 대응하는 의미이며 인간의 마음이나 생각, 의식, 사물을 느끼고 생각하며 판단하는 능력이나 그런 작용이다. 영혼은 정신과 구별되는 일종의 생명의 원리, 살아있는 사람의 육신에 깃들어서 생명을 지탱해준다고 믿어지는 기(氣)를 말한다.”며 “현대인에게는 정신적 자각능력의 확장이 필요하며 이는 자신에 대한 정직성을 바탕으로 한다. 이처럼 문학은 마음의 성화(聖化)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특히 종교적인 문학은 심리적인 카타르시스, 정신의 고향, 인간성품의 회복이 가능해진다. 병든 사회를 치유하는데 문학도 중요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종교적 문학의 효용성에 대해서도 짚어주고 있다.
“지식을 넘어 지혜로”라는 권두에세이에서 김승석 작가는 “수필가는 어떤 사람일까. 처염상정의 연꽃처럼 풍진 세상에 발을 딛고 양팔을 하늘로 뻗치며 철학적 통찰과 미학적 관조로 체득한 앎을 글로 표현하는 언어의 건축사가 아닐까.”라고 말한다.
이번호에선 특히 코로나 19로 인해 달라진 일상과 풍경 등이 담겨있는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호모 마스크스”에서 “집안만이 물 밖이다 / 집 밖으로 나선다는 건 물속으로 들어간다는 것 / 마스크 없으면 물속으로 갈 수가 없다 / 내외를 하거나 따가운 눈총을 견뎌야 한다 /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차 한 잔 마실 수도 없다 / 남녀는 물론이고 노소도 예외가 아니다 / 마스크가 마스크에게 말을 걸고 / 마스크와 마스크가 마스크 때문에 언성을 높인다”
김수열 시인은 마스크를 써야만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일상이 마치 물속으로 들어간다는 것 같다고 노래하며 “마스크와 마스크가 마스크 때문에 언성을 높인다”고 하며 마스크 때문에 더욱 불편해진 일상생활을 담아내고 있다.
“버스 안이 조용하다 / 가려버린 코와 입들 / 표정은 알 수 없고 눈빛만 오고 가는 / 잣대가 사라져버린 공평해진 너와 나”
오영호 시인의 “풍속도-마스크”는 마스크로 인해 오히려 공평해져버린 상황을 드러냄으로써 우리 스스로를 자각하게 하는 상황을 만들어낸 코로나 시대의 한 풍경을 담아낸다.
또 김진혁 수필가의 “코로나 제사법”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문중 제사가 축소되고 비대면으로 예전과는 전혀 다르게 지내는 제사 풍속도를 그려냄으로써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들을 떠올리게 함으로써 씁쓸함을 더한다.
김호성 수필가의 “지식보다 지혜로 사는 경우가 편하다”에 나온 “하느님 우리가 얼마나 서로 거짓과 막말들을 했으면 주둥이를 <마스크로 다 틀어막고> 살라 하십니까~”라고 말하는 어느 성당 신부의 강론도 눈길을 끈다.
“사람들아! 제주 사람들아! / 제발 ‘부락’이랜 말 하ᆞ지 말아 줍서 / 부락이랜 말 그거 / 일본놈덜이 지네 동네 노예 사는 디 같는 소리우꿰 / 그 놈들 우리를 종으로 알앙 / 부락민, 부락사름, 무슨 무슨 부락 이렌 불른 거우꿰”
양영길 시인이 제주어로 쓴 시 “부락이렌 말 제발 하지 맙서”는 제주사람들이면 편안하게 읽고 느낄 수 있는 詩이면서도 적잖은 울림까지 담아내고 있어 양영길 시인의 문학세계를 일편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과 함께 “갈대는 울지 않는다”, “자연사 박물관 영령 앞에서” 등 여러 편이 시와 양영길 시인의 작품에 대한 김병택 평론가의 평론과 김지연 시인의 양영길 시인의 쓴 “한국문학사 인식 어떻게 할 것인가”서평도 함께 실었다.
연담 작가가 쓴 소설 “아미산에 부는 바람”은 그 세 번째 이야기로 안봉려관 스님이 대흥사에서 출가하시고 산천단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쫓겨서 산으로 들어간 이야기와 운대사에게 가사를 전해 받고 관음사를 세우겠다는 원력을 세우는 이야기 등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마지막에 실린 혜향 탐방기사는 제주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를 소개하고 있다.
회원논단에서는 영등굿, 마불림제, 신구간 풍속 등이 제주섬의 기후환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내용이 담긴 윤용택 교수의 기후 환경적 측면에서 본 제주민간신앙(2)과 이명진 작가의 김병학 시인의 시집 “해거름녘”에 대한 서평 “자연 인식을 통한 내면의 소리”가 보인다.
초대작품으로는 조남훈 시인의 “물소리경”과 김성춘 시인의 “어떤 기도” 등 12편의 시와 시조가 실렸다. 수필로는 이병훈 수필가의 쓴 목소리가 담긴 “한국문학의 그림자”가 보인다.
회원들의 시와 시조, 한시 작품으로는 김용길 시인의 “봄 나들이 산보길에서”, 강상돈 시인의 “산사의 단풍”, 강태훈 시인의 “여백” 등 모두 36편의 작품이 실렸다.
수필에서는 원효, 자장, 혜공, 의상 등 당대의 고승들이 수도했던 오어사 순례이야기를 담은 고미선 수필가의 “오어지를 가슴에 담다”, 마음에 대한 실체가 있는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3일동안 3만배의 절을 하게되었다는 김보균 수필가의 “마음 찾아 떠나는 여행”과 진감선사가 당나라에 유학하고 돌아와서 창건한 쌍계사 탐방 이야기가 담긴 김선구 수필가의 “섬진강의 봄 메아리” 등 회원들의 수필작품 25편이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