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교행(貧交行)-두보(杜甫)
가난한 시절, 친구 사귐의 노래-두보(杜甫)
番手作雲覆手雨 (번수작운복수우) : 손 뒤집어 구름 만들고 다시 엎어 비로 만드니
紛紛世事何須數(분분세사하수수) : 분분한 세상일을 어찌 모름지기 헤아리랴
君不見管鮑貧時交(군불견관포빈시교) : 보지 못했는가, 관중과 포숙의 가난한 때의 사귐을
此道今人棄如土(차도금인기여토) : 이러한 도리를 지금 사람들은 흙 버리듯 하는구나
<감상1>-오세주
1구를 보자
番手作雲覆手雨(번수작운복수우)
: 손 뒤집어 구름 만들고 다시 엎어 비로 만드니
작가는 무슨 말을 하지 않고는 견질 수 없다는 듯이,
한 마디 말을 불쭉 꺼집어 낸다
“사람들은 손바닥 뒤집어(番手) 구름 만들고(作雲)
뒤집은 손을 엎어(覆手) 비를 내리게 한다(雨)“고 말한다
무언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투다
그것은
참된 우정이란 만들고 지키기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마치 자연이 비와 구름을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우정이란 그렇게 어렵고 조심스러운 일인데
사람들은 우정을 너무나 쉽고 가볍게 취급하여
우정을 취하고 버리는 것을 함부로 한다는 불만의 감정이 묻어난다
물론, 여기서 <구름>은 <친밀한 친구>로
<비>는 <반갑지 않은 친구>의 뜻으로 은유되어 있다
여기서는,
작가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갈등 사항을 꺼집어내어 상황을 조성한다
2구를 보자
紛紛世事何須數(분분세사하수수)
: 분분한 세상일을 어찌 모름지기 헤아리랴
그런데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이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세상에 어디 하나 둘인가
“어지럽고 분분한(紛紛) 세상일(世事)을
어찌(何) 다 헤아릴 수 있겠는가(須數)”라고 반문한다
작가의 심정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어지럽고 답답한 일이
세상에는 너무도 많이 생긴다고 한숨 짓고 있다
여기서는, 1구의 의문을 이어서 더욱 가증시키고 있다
3구를 보자
君不見管鮑貧時交(군불견관포빈시교)
: 보지 못했는가, 관중과 포숙의 가난한 때의 사귐을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례도 분명히 있다.
관중이 어려웠을 때,
“포숙(鮑)이 친구인 관중이 어려운 처지(貧時)에서
상식에 벗어난 못 마땅한 처신을 여러번 했음에도
그 때마다 이해하고 도와주며
우정을 지속했던 멋진 이야기”를
그대들도 보고 들어서 알고 있지 않은가(君不見)라고 고사를 환기한다
여기서는, 세상 사람들이
어려운 처지의 친구를 외면하거나 저버리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그렇지 아니한 포숙과 관중의 이야기를 꺼집어 이야기의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4구를 보자
此道今人棄如土(차도금인기여토)
: 이러한 도리를 지금 사람들은 흙 버리듯 하는구나
사람의 도리는 마땅히 관중과 포숙이 보여주는 것과 같아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요, 친구 사귐의 의리인 것이다
이러한 도리를 지켜나가는 것이
서로가 성장하고 행복해지는 확실한 방법이다
그런데
요즈음 사람들(今人)은 이러한 관중과 포숙의 친구 사귀는 도리(此道)를
조금만 불편해진다거나
작은 이해관계가 달라지면
마치 옷이나 몸에 불쾌한 흙이 묻은 것 같이
재빨리 흙(土)을 털어버리는 듯이(如) 친구를 재빨리 버리는(棄) 행위를 한다
너무나 쉽게 너무나 단호하게 친구를 버려버리고 만다
인간의 우정은
어려움의 다리를 건너야 돈독해지고 행복해지는데도 말이다
사람들이 우정의 성숙의 단계를 견디지 못하는 것을
너무나 안타갑게 여겨긴다
여기서는,
<우정의 성숙을 위한 어렵고 가난한 때를
대부분의 사람들이 참고 견디지 못함>을
아쉬워 하는 작가의 마음이 잘 드러나고 있다
사람이 친구를 회피하고 버리는 이유는 어떠한 것일까
아마 여러 가지 경우가 있을 것이다
가장 나쁜 경우는,
아마도
1. 자신의 이익과 출세에 방해된다고 생각하는 경우일 것이다
다음으로는,
단순히
2. 자신에게 무익하다는 경우일 것이다
다음으로는,
3. 자신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경우
친구에서 멀어지는 경우 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4. 자신의 몸과 생활을 지키기 위한 보호 본능에서
어쩔 수 없이 친구를 회피하고 버리는 일 것이다
이 시는 친구 관계에 있어
나는 어디에 속한 사람인지 자신을 되돌아 보게하는 시다
2004. 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