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자연에서 놀며 배운다.
- 숲유치원, 숲과 해변유치원, 농장유치원, 버스유치원 등-
(사)나를만나는숲 장희정
들어가며
전 세계 유아교육 사조에 대해 살펴보면 역시 “숲유치원”이다. 체험형이든 매일형이든 아이들에게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를 통해 육제적·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고 있다.
숲유치원은 통합연령 약 20명 아이들이 숲을 교육공간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바람, 폭설과 같은 악천후 날씨를 제외하면 매일 숲에서 3-4시간을 자유롭게 활동한다. 인간이 지니고 있는 모든 감각을 통해 다양한 자연의 구조와 색깔, 형태, 냄새, 변화를 느끼고 채화하는 새로운 대안교육이다. 아니 한걸음 더 아나가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미래교육이다.
1950년경에 덴마크 스텐뢰제Stenløse)에 사는 엘라 훌라타우(Ella Flatau) 부인이 자신 아이들과 함께 동네 친구들을 데리고 숲으로 가면서부터 숲유치원이 시작되었다. 이미 그 당시에 덴마크 교육체계가 협동조합 형식으로 학부모들이 주도적으로 운영에 참여하면서 학교를 설립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그로부터 50여년이 지난 1998년 독일 훌렌스부르크 시에 주 정부에서 인정한 공식적인 숲유치원이 설립되었고, 이것을 계기로 숲유치원에 대한 이론과 체계가 정립되면서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다. 숲유치원은 유럽 권에서만이 아니라 동남아 미국 등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유럽의 경우 국가에서 인정하는 숲유치원 설립조건으로는 악천후에 아이들이 몸을 피할 수 있는 대피소를 갖추어야만 한다. 그리고 경제적인 부분과 교육 내용적인 부분에서 운영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현재는 이러한 숲유치원 기본 개념을 토대로 지역 특성을 살려 “숲과 자연유치원”, “숲과 해변유치원”, “숲과 호수유치원”, “농장유치원”, “버스 숲유치원” 등으로 다양화 되고 있다.
여러 나라 운영 사례
1. 덴마크
덴마크 숲유치원은 공식인 유아교육기관으로 시로부터 인가를 받을 경우 50% 보조금을 받는다. 그리고 해마다 세부 활동에 대해 기록해야하고 평가를 받게 된다. 해마다 반복되는 과다한 서류업무와 과중되는 운영비용으로 인해 이러한 제약을 받지않는 사립 숲유치원으로 전환하는 경향이 두드러진고 있다고 한다.
스텐로제Stenløse) 숲유치원
2010년 설립 40주년을 맞이한 스텐로제Stenløse) 세계 최초 숲유치원 은 수도인 코펜하겐에서 40분 정도 떨어진 조그만 마을이다. 지역에 있는 보이스카우트 건물을 임대해서 원사로 사용하다가 버스를 구입해 원서룰 겸하고 있다. 그러니까 “버스 숲유치원” 이라 하겠다. 버스를 개조해 캠핑용 자동차처럼 간이 부엌이며 화장실이 있고, 아이들이 마주보고 앉을 수 있는 책상과 의자, 사물함 등을 구비하고 있다. 그리고는 들로 산으로 강으로 돌아다닌다. 덴마크에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이렇게 버스를 이용해서 숲유치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스텐로제Stenløse) 숲유치원도 이러한 방법을 도입한 것이다.
개조된 버스를 사용하기 전 스텐로제 숲유치원 활동을 중심으로 오전 7시부터 17시까지 하루일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야외활동”과 “자연에서의 모험”에 교육 초점을 두고, 질병이나 기타 사유로 등원을 못하는 경우에는 늦어도 아침 8시 30분까지는 연락을 해야 한다. 이후 다시 등원하려면 완쾌되었다고 하는 의사 진단서를 제출해야만 한다. 생일파티는 당연히 숲에서 하지만 간 혹 집으로 초대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1인당 소정의 참가료(약 20 크로네)를 지불하는 자체 규정이 있다. 이외에 법적 규정에 따라 관리자와 학부모 협동조합 이사회가 최대인원수, 운영시간, 폐쇄 등과 같은 결정을 한다. 공동육아와 같이 부모님들이 출자금을 내야하고 원생수요에서는 성별분포을 고려하고 형제우선 순위를 적용하고 있다.
40주년 기념식. “버스 숲유치원” 첫 시승식
2. 독일
2013년 숲유치원 20주년을 맞이한 독일의 경우 정말 다양한 유형으로 숲유치원이 발전되었음을 알 수 있다. 도입부에 언급한 “숲과 해변유치원”, “숲과 호수유치원”, 농장 유치원 등이 거의 대부분 독일에서 운영되고 있다. 숲유치원이 처음 운영되던 시기에는 대부분 반일제였으나 취침과 실내활동 공간 마련을 조건으로 전일제 숲유치원이 허락된 상태이다.
전일제인 경우에도 점심식사를 마치고 바로 귀할 수 있기 때문에 원비가 다양하게 책정된다. 이외에 독일의 경우 2012년부터 3세 이하 유아를 위한 “숲영아원”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영아원의 자리부족 현상을 해결한 좋은 모델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킬(Kiel) 숲과 해변유치원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독일 전체를 볼 때 해변이 있는 곳 북해와 인접한 지역이다. 이 지역 환경에 맞게 숲유치원과 해변을 곁들인 “숲과 해변유치원”이 설립되고 있다. 하루 일과는 숲유치원과 동일하지만 활동 영역에 해변과 바다라고 하는 풍요로운 자연이 포함되기 때문에 더욱 다양한 경험과 체험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모래사장과 바닷물에서 놀기도 하지만 모래사장과 바위에 흩어져 있는 플라스틱류의 쓰레기를 거두는 일도 교육과정 중 하나이다. 자연과 환경 보호의 필요성이 피부로 와 닿는 시간이다.
하루일과는 여느 숲유치원과 다름이 없다. 아침 8시 30분에서 9시사이 모든 아이들이 등원을 하고 아침모임에서 정식으로 서로 인사를 나눈다. 아이와 어른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숫자를 세고, 간단한 놀이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그날 할 일들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난 후 활동할 수 있는 여러 군데 장소 중 선택한 곳으로 이동한다. 도착하고 나면 아침을 먹고 자유롭게 놀기 시작한다. 나무에 오르고, 언덕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미끄럼을 타고, 움막집 짖기 등 하고 싶은 놀이를 마음껏 할 수 있게 한다. 바닷가로 나가는 결정 또한 아이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어느 장소에서 활동을 하든 11시 30분 경 마무리모임시간이 시작된다. 동화책을 읽기, 간단한 게임하기 등을 마치면 헤어지는 노래를 부르고 다시 아침에 모인 장소로 되돌아온다. 12시 30분부터 부모님들이 데리러 오기 시작해서 모두 귀가를 한다.
해변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이들 모습
올칭(Olching) 농장유치원
2살부터 취학 전 연령 아이들 24명이 한 그룹을 이루고 있다. 대부분 올칭 인근지역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다니고 있으며, 혼합연령 비율 구성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발달이 조금 지연되거나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도 자연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휄체어를 타고 이동할 수 있도록 시설에 신경을 쓰고 있고, 교육 전문 보조자가 구룹에서 활동을 도와줄 수 있도록 추가 배치한다. 주 1회는 전문요원의 보조를 받을 정도이며 국적은 상관이 없다.
교육학적 핵심은 움직임 촉진과 감각경험에 중점을 두고 있다. 육체적 움직임은 매일 아침 거의 1킬로미터를 걷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밖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다양한 날씨의 변화를 경험하면서 오감을 깨우고, 인위적인 장난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자연에서의 놀이 즐거움에 몰입할 수 있다. 게다가 요즘 아이들은 사육하는 동물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적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농장유치원 아이들은 동물이나 농장에서 생산되는 다른 농산물들을 전통적인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풍부하다. 한 달에 한번은 식물원, 전시회 등을 방문하기도 한다.
농장 전체 면적 10핵타 중 5핵타는 초원, 5핵타는 자작나무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냇물과 작은 연못이 흐르기도 한다. 농장의 일부분인 건물을 원사로 사용하고 있으며, 실내 공간은 50제곱미터로 화장실을 갖추고 있다. 점심으로는 농장에서 직접 만든 음식을 먹는다.
원사가 있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다리
3. 일본
아직 숲유치원이 정식유아교육기관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300여개 이상 매일반 숲유치원이 운영되고 있다. 학부모위주의 자주보육과 자유보육이 지난 30여녀 동안 활발하게 진행되 오던 모습에서 전문교사가 함께 하는 숲유치원으로 전환되고 있어서 보다 쉽게 전형적인 매일형 숲유치원이 설립되고 있는 것이다.
돗토리현에서는 TF팀이 구성되어 숲유치원에 대한 법률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히로시마 여자 대학의 스기야마 교수는 “숲유치원(장희정저) 책과 우리나라 “산림교육의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일본어로 완역해 숙독했다고 한다. 나가노현에 있는 “어린이의 숲유치원”이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숲유치원”을 한자로 표기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현재까지 인가 받지 않은 숲유치원은 모두 히라가나로 표기해야 한다. 일본 사례에서는 유치원보다 숲영아원 사례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고도 가마쿠라의 나카요시카이
나카요시카이는 “사이좋은 모임”이라는 뜻이다. 만 1, 2세 자녀들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고 싶은 부모님들이 모인 그룹이다. 여섯 가정이 모여 1985년에 시작해서 영아반은 1세반 6명, 2세반 10명 주 2회 그리고 3세반이 15명으로 주 3회 활동한다. 아침 9시 30분부터 13시가지 전임보육사 두 명과 당번인 학부노 각 반에서 두 명씩 동반한다. 지역에 있는 주차장을 모임장소로 지정해서 모인다음 걸어서 이동하기도 하고, 다른 목적지까지 자동차를 이용하기도 한다.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골짜기와 들판 등 산 속에서 생활한다.
4세부터는 1년에 두 차례 합숙을 한다. 주말을 이용해 온가족이 참가하는데 다함게 이부자리를 깔고 밤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넓은 장소를 빌린다. 부모님들끼리 서로 친구가 되기도 하고, 언니 동생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허물없는 가족과 친척처럼 가까운 사이가 된다.
무엇보다도 나카요시카이는 지역 환경을 보호하는 환경지킴이 역할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논과 밭을 공원으로 개조하려고 하는 시의 계획에 의의를 제기해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주민들이 만끽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숲에서 활동하지만 밭에서 채소를 재배하는 프로그램도 들어있다. 엄마들도 채소를 가꾸는데 동참을 해서 씨를 뿌리고, 새를 쫓으며, 수확을 하는 기쁨을 맛본다. 수확한 농작물로 자녀들을 위해 음식을 만든다.
부모님들과는 한 달에 한 번씩 회의를 한다. 평소에 아이들 앞에서 하지 못한 양육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 하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학부모대표 이외에 회계, 안내 , 사진 등 각 분야별 일들을 나누어 담당하고 당번인 부모는 NPO활동, 아이들 숲활동 모습 등을 담아 소식지를 만든다.
각자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는 모습
나가며
숲유치원을 국내에 이번에 도입하기 시작한 지난 2007년부터 여기 저기 참 많은 기고를 한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숲유치원 해외사례 관련원고를 정리하면서 느낀 것은 숲유치원 유형이 보다 더 다양해 졌고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고 하는 점이다. 어릴수록 감각과 지각능력을 일깨우며 이 세상을 알아가는 교육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숲활동에서 가장 핵심은 가상 세계가 아닌 실제적 현상을 아이들이 오감으로 느끼고 경험한다는 것이다. 오감을 일깨우며 희노애락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줄 알고 밝게 자란다. 자신을 드러내야할 때와 물러서야 할 때를 알아가면서 아이들은 조화로운 관계를 맺어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숲유치원은 미래를 이끌어갈 우리 아이들에게 살아가면서 일어날 수 있는 온갖 어려움을 스스로 혹은 서로 도와가면서 일어설 줄 알도록 하는 교육이다. 인성교육은 글과 말로 될 수 있는 게 아니라 실생활에서 삶으로 이어지는 실제적인 과정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숲유치원에서 발전된 여러 가지 해외 사례를 소개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숲유치원이 바다와 산, 계곡, 호수, 오름(제주도), 갯벌, 목장 등 자연환경 특성을 살린 다양한 운영 모델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