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이발관에 가면 상고머리가 대세였다.
그것도 동네 이발소에 가면 돈도 안들고 머리만 디밀고
이발소 주인하고 아버지하고 뒷거래하던 시절
상고로 깍아주세요 한마디 하고나면
이발기술자 아저씨는 이발을 하고
이발기술 배우는 무식한 형아는 머리감아주면서 손톱날 세워서 머리를 빡빡 밀면
돈 못가져간 죄 아닌 죄로
아프다 소리 못하고 참고 참다가
머리 다 짓물러 이발소 수건에 짓물이 묻어나던 기억...
그래서 그런지 나는 이발소에서 혹은 요즘 애용하던 미용실에서도
"상고머리로 해주세요" 란 말을 한번도 하지 못했다.
상고머리라 하면 치떨리게 아프던 기억때문이었을까?
머리를 안깍던가 머리를 깍더라도 스포츠로 짧게 깍기만 했었는데...
그 이유중의 하나는 상고머리라고 하는것이 세상에서 사라진줄만 알고 있었던
아니지 정확히 말하면 상고머리에 대한 아픈 기억때문에
상고머리를 이 세상에서 몰아내고 싶은 마음이 더 컸을지도 모르겠다. (ㅋㅋ 웃긴다)
이유야 어찌됐든 그동안은 미용실을 갔다오면
꼭 후회를 하곤 했었는데
어젯밤 아니지 그저께밤에 딸래미랑 외출을 하고 오던길에
긴 머리를 자르고 싶은 맘으로 참으로 오랜만에 미용실을 들어갔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미용실을 나서면서 후회를 안하고 픈 욕심에
주문이 들어갔다.
머리 아랫쪽은 짧게 쳐 올리시고요 뒷머리도 짧게 해주시고요
윗머리는 너무 짧게 하지 마시고요
기왕이면 기계 안대고 깍아줄수 없어요?
그러니까 미용실 아가씨 대뜸 그런다
그러니까 원하시는게 뭐여요?
스포츠여요 상고여요?
상고?
순간 스포츠는 일단 아닌것은 맞지만 상고는 스포츠보다 더 싫었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니 내가 말하는 스타일은 상고머리였던 것이다
그래서 일단 상고머리에 내 머리를 맡기고 미용실 아가씨는 능숙하게 머리를 잘라나갔다
머리를 깍으면서 아가씨와의 대화
상고머리란 말은 어렸을적 주로 깍던 건데
지금도 상고 머리란 말을 써요?
아가씨 왈 "그럼요! 우리나라 남자는 거의 대부분 상고머리를 하지요
학생머리도 상고머리고요 아저씨들도 거의 상고머리여요"
순간 내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가 왔다
아무것도 아니지만 내 어린시절의 아픔
그로인해 한번도 상고머리를 깍지 않았던. 아니지 정확히 말하면 깍아달라고 하지 않았던 나
이발소에 가면 손톱날 세워 머리를 빡빡 밀면 너무 아파서 그냥 집에서 기계로 아빠에게 밀어달라던 기억
그렇지만 난 늘 그 상고머리를 꿈꾸었었는지
긴 스포츠로 깍아 달라면 스포츠는 스포츠고 상고는 상고인 미용실 아가씨는 늘 스포츠만 깍아주고
한번도 맘에 들지 않았던 미용실 나서는 문...(ㅋㅋ 정말 웃긴다)
그런데 상고머리를 다 깍어놓고 나니
난 대 만족이다
미용실 나서는 문도 참 가벼웠다
어린시절의 아픔도 있었지만
또한 어린시절을 회상하게도 만들었던 순간이었던 같은 느낌이다
성수는 상고머리는 절대 못깍겠지만
ㅋㅋ 아직은 상고머리를 깍을수 있는 나..(히히 이건 양념이다 성수야 삐지지마라)
집에 와서 잠을 자고나서 아침에 출근하면서
어젯밤 잠들기 전에 못본 마누라랑 인사를 했다
"어? 머리 깍었네?
그동안 그 머리 한번도 안깍더니 어째 그머릴 했어?" 그런다
왜 잘못깍었어? 보기 싫어? 그러니
아니 영계된것 같아서~~ 그런다 ㅋㅋ
출근길 한층 가벼워진 느낌
회사에 출근하니 회사 회장님이 또 한마디 거든다
임상혁이 영계됐네~
마누라말도 말이지만
그보다는 내가 찾던 그 머리 스타일이
상고머리였으면서도 내 무의식속에서 상고머리라 하면
아픈기억에서 무조건 거부하던것이 아니었나 하는 "문득느낌"을 알아채서
그로부터 이제는 나를 자유스럽게 하는 느낌이다
어찌됐든..애들아~
영계되고 싶으면 상고깍아라~ 알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