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황금 돼지띠를 맞이하여
남편의 중학교 동기들 여섯 팀 부부 모임은 2007년 새해맞이 가지산 등산 계획으로 얼음골에 왔다. 친구들은 공무원이 두 팀이고 그 외는 사업하거나 금융업에 종사한다.
그들은 이 모임을 23세 총각 때부터 해왔으며 결혼해서 계속 이어져 지금은 25년이 된 아주 오래된 모임이다. 그래서 그들은 만나면 아이 어른이 된 것 같은 분위기다. 서로들 껴안고 얼굴을 비벼 되며 자취를 2년간 같이해온 남편과 한전에 근무하는 친구는 서로 그 당시에 비밀스러웠던 이야기를 들추어내며 깔깔되고 배를 움켜잡고 뒹굴며 정말 재미있는 분위기다.
이들의 가정을 보면 무난하게 행복한 세월을 보낸 가족도 있고 어떤 가정은 귀한 생명을 잃을 뻔한 위험한 일을 극복한 가정도 있다.
남편이 공무원인 최여사는 시골에서 고추방앗간을 운영하면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최여사는 김장철이 되면 가장 바쁜 방앗간 시기에 자기 집 김장을 100포기를 한다. 그렇게 해서 서울에 분가해 사는 둘째, 셋째 동서들과 나눠먹는 다고 한다. 그리고 서울에 있는 며느리들은 김장값이라고 10만원씩을 시어머니에게 드리면 시어머니는 그 돈을 받는 것 또한 즐거움이라고 한다.
병무청에 근무하는 남편을 둔 이여사는 남편이 10여 년간 병을 앓고 위험수기에서 저승까지 보냈다가 이여사의 극진한 병간호로 새 생명을 얻게 된 가정이다. 자녀는 딸 하나밖에 없지만 악기에 소질이 있어 이번에 대학 수능을 치고 서울에 유명한 대학에 원서를 넣었다고 한다. “이여사의 세심한 관심과 사랑이 아니라면 남편을 먼저 저 세상으로 보냈을 것이다”라고 주위에서 이여사를 칭찬하는 소리가 많다.
남편이 사업을 하는 김여사는 자식이 보고 싶으시면 병이 나시는 시부모님들이 계셔서 너무 좋다고 한다. “너네 어머니 아프다 빨리 내려온나”. 하시면서 시아버지가 전화를 주시면 자식들이 모두 시골로 모인다고 한다. 시어머니는 자식들의 얼굴을 보시고 나면 생기가 돈다고 한다.
양산에서 사업을 하는 이사장은 성격이 너무 좋아 여기 모임의 활력소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의리의 사나이로 알아주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이사장의 아내는 몇 년 전부터 아파 모임에 잘 나오지 않고 있다. 빨리 낳아 모임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모두들 보고 싶어 한다.
구청 건설과에 근무 하였던 박사장님은 명퇴를 하고 작은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가 어려운 관계로 지금 경제적으로 힘들어하지만 부인의 사랑과 열정적인 내조로 사업이 빨리 번창하리라 본다.
우리 들은 새벽 5시에 기상을 하였다. 간밤에 마신 술로 인해 비몽사몽으로 차를 몰고 가지산 터널을 향했다. 해는 7시 30분에 뜬다고 했지만 시간 맞추어 올라가면 주차할 공간도 없고 산길도 해를 맞이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어 길이 막혀버린다. 그래서 우리 팀들은 빨리 서둘렀다. 그 시간에도 터널 앞에는 많은 차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우리들은 보이지 않는 컴컴한 산길을 서로 손을 잡아주며 뒤에서 밀어주기도 하면서 올라갔다. 산길은 양옆에 줄들이 쳐져 있어 발을 헛디디어 떨어질 위험이 없었다. 산행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이루어 놓은 작업에 감사하면서 올라갔다. 그러고 보니 또 감사할 일이 생각났다. 우리가 하루 24시간을 지내면서 잠자는 시간 빼면 먹는 시간과 화장실 가는 시간이 많이 차지한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화장실에 가서 비우는 것도 매우 감사해야 했다.
우리 팀들 말고도 다른 팀들도 열심히 산을 오르고 있었다. ‘그들은 각자 일출을 바라보면서 무엇을 기도할 까? 그리고 작년에 기도하였던 것은 이루어졌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정상에 다 달았다. 헐떡거리며 숨을 몰아쉬고 있으니 한쪽에서 함성이 울렸다. 앞을 바라보니 구름사이로 숨겨진 해가 붉은 광채를 띠고 자태를 뽐내며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나는 남편 뒤에 서서 남편을 꼭 안으며 우리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기도했다.
그렇게 우리들은 일출을 보고 내려왔다.
얼음골에서의 1박2일은 남편과 친구들은 지나간 추억을 더듬으며 즐거움을 온 방에 메웠고 부인들은 시어머니나 자식, 남편이야기를 하면서 그동안 힘들었던 이야기들이나 남편의 관심과 배려로 꿋꿋하게 해쳐 나갈 수 있었던 시간들을 이야기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