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선건 교수. | | 대전은 들이 넓고 커서 한밭이지만, 사방에 산들이 길게 뻗어 대전을 감싸고 그 사이로 대전천, 유등천, 갑천이 차례로 만나 금강으로 흐른다. 시내에서 바라보면 서쪽으로 금남정맥의 명산 계룡을 뒤로하고 금수, 도덕봉이 삽재 건너 갑하, 우산봉으로 하늘금을 그으며 북으로 금병산에 흐른다. 동으로는 계족의 능선이 길게 뻗어 식장산에 우뚝 솟고 남에 보문, 구봉을 수놓으며 다시 서쪽의 빈계, 금수, 도덕의 능선과 산길로 만나고 있다. 대전시민들은 계룡산을 좋아하면서 가까운 보문산, 식장산, 계족산, 구봉산, 수통골을 쉽게 가고 있으나, 대전을 품고있는 산들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얼마나 아름다운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대전둘레 산길잇기를 제안하는 이유는 대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부분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산들을 서로 연결하여 더욱 많은 시민들이 편리하게 산행을 즐기도록 하자는 데 있다. 나아가 대전시민들이 대전둘레의 산길을 이어서 걸어본다면 우리 동네가 어디 쯤인지, 대전이 어떻게 생겼는지, 왜 아파트만 보이는지, 대전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한 눈에 보게되고 대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낄 수 있고 대전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되지 않겠는가? 이러한 생각으로 대전의 산들을 어떻게 잇는 것이 좋은가를 고심하면서 그동안 ‘여울’의 안 여종씨와 10여 차례 답사하였다. 우리가 제안하는 산길잇기는, 대전시내에서 보이는 산들을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되 가능한 한 시가지를 피하고 하천과 강을 따라 산으로 연결되도록 한다는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그 결과 대전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삼백리(?)에 가까운 10개 구간의 산길이 완성되었다. 대략 6시간(12km) 정도의 산행을 기준으로 보문산 시루봉을 기점으로 왼쪽으로 돈다면(보수적으로 오른쪽을 택할 수도 있다), 보문산에서 남쪽으로 만인산 까지 이어진 능선을 금동고개에서 끊어 2개 구간으로 나눌 수 있다(1,2구간); 구완터널 지나 오도산이 오똑하고 호젓한 산행을 할 수 있는 구간이다. 다음 만인산에서 식장산을 거처 세천고개로 떨어지는 능선은 삼괴동으로 내려가는 닭재에서 끊는 것이 적당하다(3,4구간); 금산, 옥천과 경계를 이루면서 이어지는 깊은 산의 정취는 늠늠한 식장산이 가까워지면서 절정을 이루는 아름다운 코스이다. 다음으로 계족산 종주는 돌장승이 예쁜 비룡동 줄골마을 고개에서 시작하여 계족산 정상에서 끊는 것이 좋을 듯하다(5,6구간); 대전터널을 지나며 오른 쪽으로 대청호가 시원하게 펼쳐지며 왼쪽으로 대전시내를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능선길이다( 산길잇기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계족산성을 다녀오는 것도 권하고 싶다 ). 계족산에서 북쪽으로 뻗은 능선은 전망이 썩 좋은 산길로, 장동 고개를 지나며 군부대가 가로막지만, 마지막에 돌연히 나타나는 금강에 탄성이 절로 난다. 이어서 금강과 갑천 하류를 따라 불무교(?)를 건너는 물길은 대전둘레 산길잇기가 주는 특별 보너스이다. 다시 봉산동 뒷바구니 마을에서 금고동으로 넘어가는 고개에서 시작하여 오봉산, 보덕봉, 용바위고개를 거처 금병산 능선으로 이어지는 산길은(7구간) 대전에 이런 곳도 있었구나, 아기자기 하면서도 푸근하다, 금병산에서 국방과학연구소에 막혀 자운대로 하산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안타깝지만. 다음 안산동 산성을 거쳐 우산봉, 갑하산, 삽재 까지의 능선은 계룡의 연봉들이 손에 잡힐 듯, 깊고도 장쾌하다(8구간). 다음 좌암교에서 도덕봉 능선으로 붙어 백운봉(산길잇기는 백운봉 직전에서 왼쪽으로 90도 이상 크게 꺾이나 백운봉, 관암산, 밀목재를 건느면 계룡산의 황적봉으로 이어진다.), 금수봉, 빈계산(암탉산)으로 한 바퀴 돌아( 여기가 수통골인데 마을에서는 흑룡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 진잠 쪽으로 길게 뻗은 용바위, 범바위, 산장산을 거쳐 방동 저수지로 떨어지는 산길은 계룡산 보다 좋으면서 돈도 안들어 대전시민들이 애용하는 코스이다(9구간). 마지막으로 대고개로 붙어 구봉산을 종주하고 갑천, 유등천을 건너 연고개, 보문산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구간은(10구간), 구봉산 아래 휘도는 갑천 물길이 그림같고, 갑천과 유등천을 따라 걷는 맛이 일품이나 보문산 동물원이 시끄럽고 가로막는 울타리가 흠이다. 대전둘레 산길잇기는 시민들에게 운동과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대전의 자연환경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대전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환경적, 문화적 의미가 크다. 따라서 추진위원회는 대전의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 하천을 아끼는 사람들, 숲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대전의 문화유산과 도시환경, 생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폭 넓게 참여하여 장기적으로 대전의 환경을 어떻게 보존하면서 살기 좋은 아름다운 대전을 만들어 나갈까를 함께 이야기하고 시에 제안하여 실현시켜나가는 모임이다. 다음의 내용을 시당국에 제안하려 한다. 1. 시민들이 쉽게 산에 접근할 수 있도록 산길을 정비하고 안내표시를 할 것.( 접근로, 산길정비, 안내표시, 주차시설 등 ) 2. 동물원, 군부대, 군사보호시설 등 시민들의 산행에 방해가 되는 지역을 조정할 것. 3. 산을 자른 길 위로 생태다리를 설치하고 하천을 쉽게 건널 수 있도록 하천길과 다리를 정비할 것. 4. 문화유적을 보존하고 대전의 녹지공간이 더 이상 망가지지 않도록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할 것. 차를 타고서는 아무리 좋은 경치라도 걸으면서 느끼는 경험을 대신할 수는 없다.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길들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 나는 산이 좋아 백두대간, 금남정맥, 대전둘레 산길을 충남대 경산회 회원들과 매주 다니는데 나이가 들수록 자연의 아름다움이 소중하고 새삼스럽다. 반드시 산길이 아니라도 아늑한 농촌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물길과 들길도 좋아한다. 하신리에서 상신리, 방동에서 성북동, 하세동에서 상세동에 이르는 길들과 같이 포근한 길들을 사람들이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만든다면, 그래서 하산 길 해질녘 산등성이 마을에 저녁연기라도 발견할 수 있다면, 아지랑이 아른 아른 연두 빛 봄 길로 사람들의 마음길이 열릴 수 있다면! ................................................................................ 이 글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에서 발행하는 '대전 참여와 자치' 4월호에도 실려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