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푸드뱅크 10년
- 배고픈 이 없는 세상을 향해 -
지난 22일 낮 12시 서울 세종로 고궁박물관 앞마당.
'나눔이 있어 행복한 한끼, 결식이웃을 위한 무료공연입니다'라는 포스터가 내걸렸다.
젊은 밴드의 노래와 연주에 시민 수백 명이 장단을 맞췄다.
성금을 낸 시민들이 주최측이 주는 주먹밥으로 점심을 때우며 즐기는 '주먹밥 콘서트'다.
2004년 가수 이상은이 첫 공연을 한 이래 3년여 동안 전인권부터 노찾사까지 224개 팀이 무료로 출연해 2억4700만원을 모았다.
▶'주먹밥 콘서트'는 성공회 사회선교 담당 김한승 신부가 기획했다.
처음엔 가수들이 개런티도 안 받고 나서줄지 걱정했지만 3차례 넘게 출연한 팀도 여럿 될 만큼 호응이 좋다고 한다.
주먹밥 맛은 고급음식점 삼청각 요리사가 해결해줬다.
그에게서 자원봉사자 아주머니 7명이 일주일간 주먹밥 맛있게 만드는 법을 배워 왔다.
지금은 '닭고기+머스타드샐러드 주먹밥', '쇠고기+김치볶음 주먹밥' 식으로 40가지가 넘는다.
▶'주먹밥 콘서트'로 모은 돈은 서울 대학로에 식당차를 운영해 매주 화·금요일 두 차례 노숙자·노인에게 점심을 주고,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반찬을 배달하는 데 쓴다.
성공회 푸드뱅크 사업의 하나다.
성공회는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 식당·급식소·식품회사에서 음식을 기부 받아 굶는 이웃들에게 지원하는 푸드뱅크를 한국에 처음 도입했다.
이때 사회선교 일을 처음 맡았던 김한승 신부가 지금 푸드뱅크 본부장이다.
▶푸드뱅크는 1967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은퇴자 헨젤이 창안했다.
그는 수퍼마켓과 식당에서 엄청난 음식물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을 보고 남는 음식을 받아다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전했다.
기탁되는 음식이 많아지면서 저장 창고, 글자 그대로 최초의 푸드뱅크가 피닉스에 들어섰다. 푸드뱅크는 캐나다(1981년), 프랑스(1984년), 독일(1986년)로 번져갔다.
▶'배고픈 이 없는 세상을 향해' 나선 성공회 푸드뱅크가 어제 설립 10년을 맞았다.
전국 고아원·양로원·장애인시설 266곳을 연결해 하루 1만2000명의 이웃을 돕고 있다.
이름없는 자원봉사자와 기부자들이 이뤄낸 기적이다.
이제 푸드뱅크는 구세군 등 전국 300여 곳으로 확산돼 작년에만 404억 원어치의 식품을 모았다.
그저 '남는 음식'이 아니라 숨은 땀과 눈물, 사랑이 밴 음식들이다.
10년 전 성공회가 뿌린 씨가 어느덧 나눔과 베풂의 큰 숲으로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