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명 : 개별산행 > 1. 산 행 지 : 설악산 (1,708 m) 2. 소 재 지 : 강원도 양양군 3. 산행코스 : 오색 →설악폭포 →대청봉 →중청 →소청(산장 1박)→희운각 →양폭산장 →천불동계곡(귀면암) →비선대 →신흥사 4. 산 행 일 : 2003년 3월 1일. 2일 (1박 2일) 5. 소요경비 : 450천원 정도(주문진 활어회 포함) 6. 이동수단 : 미니버스(현지교통 : 양양시내버스 설악동입구까지) 7. 참 가 자 : 총 7 명 산오름, 산길로, kaist, 오르뫼 婦, 진아이녜스, Guest(미숙님), 윤직이(菊林) 8. 날 씨 : 눈, 약간 맑음.
설악산은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산에 대한 감동을 하게 한 충격의 산이다. 중학교 수학여행 당시 비선대, 금강굴하며 신흥사의 흔들바위, 울산바위가 고작이었지만, 어린 마음에 그렇게도 신선하고 아름다워 보였을 수 가 없었다.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단풍이 곱게 물든 비경 비선대에서 손을 담그고 검은 교복차림으로 함께 사진 찍던 동창생들, 그리고 아찔한 철계단 올라 금강굴, 울산바위를 오를 때면 바라보이는 동해바다와 금수산천이 눈에 선하게 어린다. 그렇게 그립고 추억에 잠긴 설악산을 가는데 그리 신명이 나지 않는다. 2.18대구지하철참사 때문일까? 왠지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3월1일 새벽3시를 훨씬 넘은 시각 젊은이들의 오토바이가 형형색색의 불빛을 밝히면서 붕붕거리면서 비 오는 두류공원의 정취를 일깨우는 동안 우리 일행은 배낭을 챙겨 설레이는 설악산을 향하고 있다. 한적한 중앙고속도로를 달리는 우리 차량은 비를 맞으며 진눈깨비를 맞으며 굽이굽이 돌고 돌아 얼어붙은 빙판도로를 조심스레 한계령휴게소에 도착한다. 그때 시각이 오전 8시를 넘어선다. 그런데 왠 일일까?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웅성거리고 있다. 폭설주의보로 6시부터 설악산 산행을 전면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곧 있으면 산불경방으로 한동안 보지 못할 설악의 설경을 만끽하고자 저 멀리 천리길을 마다 않고 달려 왔는데.... 모두들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하고 있은 뿐이다. 우리 일행은 바쁜 마음으로 대체산행을 계획해보지만, 모두들 김빠지는 소리가 역역했다.
폭설주의보가 해제되면 오색에서는 입장을 시킬 계획이라는 공원관리소 직원 말에 우리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오색으로 이동하여 매표소 앞에서 서성인다. 매표소 앞은 따스한 햇빛으로 가득 차 있다. 어쩐지 감이 좋아진다. 아니나 다를까 오전 10시를 넘어서니까 입산통제가 해제된다. 주위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상기된 얼굴로 대청봉을 향하고 우리도 당초 계획된 한계령기점 산행은 무산되었지만 오색에서나마 어렵게 시작된 산행을 너무 고마워야만 했다. 오늘 새벽 날씨와는 달리 바람 한 점 없이 따스한 봄볕을 한껏 쏟아 쌓인 눈길을 촉촉이 녹혀 내리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한 겹으로 입은 등산내의도 땀을 적셔내고 있다.
지난해 가을 설악산에 반해 무박 2일 일정으로 한계령에서 귀때기청봉(1,580m)을 거쳐 서북릉을 타고 대승령, 십이지선녀탕계곡, 남교리 산행경험으로 자신만만해보지만, 훈련되지 않은 몸이라 금새 지치고 앞서가는 일행을 따를 수가 없다. 힘들게 제1쉼터 거쳐 설악폭포에 도착했을 땐 먼저 도착한 회원들이 오찬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힘내라고 격려해주는 소리에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한숨 돌려 주위를 돌아보니 정말 금강산이 따로 없는 것 같다. 오묘하게 솟은 암석에 곧게 자란 설송과 함께 어울러진 설악의 설경은 감히 형용할 수 없다. 대청봉까지의 가파른 등산로는 비록 힘은 들지언정 겹겹이 쌓인 눈에 아이젠 꽂히는 소리는 겨울산행을 만끽할 수 있었다. 특히 오늘 산행은 오전에 입산통제 때문인지 세계적인 명산에 걸맞지 않게 조용하고 차분한 산행이 된다.
대청봉(1,708m)이르니 조금씩 불어오는 겨울 바람에 오버트로우저를 입고 겨울장갑과 모자를 써야만 했다. 펼쳐진 겨울 설악의 풍경은 장관이 아닐 수 없다. 겨울 안개에 잠깐 잠깐씩 펼쳐지는 공룡능선, 용아장성릉, 화채릉을 눈으로만 즐기면서 소청대피소에 닿는다. 5시간에 가까운 힘든 산행이었지만 설악의 명산 기운에 힘들었던 몸도 마음도 봄볕에 눈 녹듯이 녹아 내린다. 선착순으로 마감한다는 소청대피소 1시간 전에 도착한 산길로님과 kaist님은 방을 얻어놓고 이웃 악우들과 친해져 산행이야기로 입에 거품을 물고 얼굴에는 벌써 붉은 기운을 띤다.
소청의 전깃불은 저녁 8시가 못 되어서 발전기가 멈추자 이내 깜깜해진다. 비좁은 방에 7명이 가지런히 누워 보지만 코고는 소리, 이가는 소리, 이웃집에서 떠드는 소리가 어우러져 내는 오캐스트라 연주에 잠은 설치고 만다. 5시에 기상한 오캐스트라 연주자들은 능청스럽게 이제 막 시작한 새벽잠을 깨우면서 궁시렁 궁시렁 거린다. 특히 부지런을 떠는 산오름님의 재촉이 하늘을 찌르는 것 같다. 아침밥이 다 됐단다. 겨우 눈만 비비고 일어났음에도 설익은 밥과 된장찌개는 금새 동이 나고 말았다.(된장찌게 준비 해 주신분 고마워요)
3월 2일 산장에 비품을 반납하고 산행 채비를 챙기고 나니 7시 40분이 되어서야 산행이 시작되었다. 비록 잠은 설쳤지만 설악의 아침은 분명 우리에게 신선한 에너지의 충격을 주고 있다. 어제보다 훨씬 몸이 가볍고 가뿐하다. 단숨에 오른 소청은 아침 햇살에 비치는 설악산의 또 다른 모습과 나뭇가지에 맺진 설화를 함께 볼 수 있도록 베풀어주는 자연의 보금자리다. 가까이 펼쳐진 절경은 물론이고 저 멀리 보이는 저 곳이 금강산 끝자락, 멀리 거므스럽게 보이는 동해인가 짐작케 한다.
희운각으로 향한 하산길은 다소 가파른 길이지만 두텁게 쌓인 눈 때문에 눈썰매를 즐길 수 있었다. 악우들 아니 악동들이 신나게 비명을 지르며 타는 눈썰매는 어린 아이가 따로 없었다. 그야말로 천진난만하였다. 그러나 절대로 비료 포대나 비닐을 깔고 눈썰매를 타면 안 된다. 오바트로우저 바지를 입은 채로 그대로 타야된다. 그렇지 않으면 급격한 경사로 인해 다칠 가능성이 99%이다.(주의할 것) 눈썰매 덕분에 희운각대피소까지는 힘들이지 않고 빠른 시간에 올 수 있었다. 대피소에서 커피 한잔을 끓여 마시고 양폭산장으로 향하고 우너미고개에 도착했을 때 공룡능선으로 들어서는 흔적이 나타난다. 산길로님은 또 환장이다. 공룡능선을 타자는 것이다. 그러나 산오름님의 만류로 계획된 루트로 가게된다. 폭설로 인해 상황도 모르는 입장에서 우리 산행팀으로서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더구다나 폭설로 러셀이 되지 않은 위험한 곳으로 출입이 통제된 곳이다. 마음 한 구석에 아쉬움을 남기면서 문제의 양폭산장으로 걸음을 하고 있다.
오전 11시가 안돼 양폭산장에 도착하자 점심을 먹기에도 어중간하였다. 우리 일행은 라면과 만두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기로 하였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약주 더디어 오늘에 하이라이트 강원도 ″산더덕막걸리 ″처음에 한잔씩만 하자던 막걸리는 달콤하게 감치는 맛에 두병에서 네병,또 다시 두병을 더하여 정도가 넘어 서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사람 아웃되고 또 한사람이 그로기 상태가 되기 직전 서둘러 수습에 들어간다. 따뜻한 라면국물로 몸을 다스려 보지만 자존심이 허락치 않는가 하산을 서두른다.
양폭산장에서 비선대까지의 험난한 철 계단과 하산길은 그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술에 취하고 천불동계곡의 비경에 취하여 몸은 갈지자걸음으로 계속된다. 결국 산길로님은 영광스런 작은 상처까지 얻게된다. 안전을 위해서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잠시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천불동계곡 양지 바른 기암절벽 아래 대충 작은 자리와 침낭을 깔고 오리털 파카를 덮고 쪼그려서 코를 골며 오수를 즐긴다.
이 곳은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지역이다. 그래서 먼저 하산하는 일행이 많이 걱정하겠다는 불안한 마음을 달래 보려고 쌓인 눈을 뭉쳐 흐르는 계곡 물에 던져보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지나는 악우님 마다 괜찮느냐? 내가 도와 드릴 것이 없느냐? 는 염려와 조언이 계속되었다. 악우님들 정말 고맙습니다. 특히, 산행 일정에 바쁘심에도 불구하고 팔뚝에 폰~번호를 메모하여 기꺼이 우리 일행 분께 문자 메시지까지 보내주신 멋진 악형님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걱정되는 마음을 떨칠 수가 없다. 한편으로는 우리 일행의 Back Up을 기다려 본다. 아니 혹시라도 이 코스 지나는 여정의 동계산행훈련팀이라도 만나기를 학수고대하지만 오지도 않고 만날 수도 없었다. 2시간이 조금 지나자 따뜻한 햇살도 저물어 간다. 하는 수 없이 하산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 막 깨운 잠에 한기를 느끼지만 걸음걸이는 갈지자걸음에서 정상을 되찾고 있었다.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내려오는 천불동계곡의 기암괴석은 석양을 받으며 신비로움을 더해 갔다. 비선대에 도착하여 아이젠을 벗고 잠시 담배 한대 피우고 신흥사 하산길을 재촉한다.
신흥사 입구에 도착하자 기다리는 산오름님은 노발대발하며 또 다시 휴게소 식당에 들어가서 동동주를 청한다. 술 때문에 산행 대원이 사분 오열이 되었는데 왠 또 술인가? 정말 지긋 지긋하다. 그렇지만 이번 산행만큼은 조금 시끄러워서 그렇지 정말 멋있고 평생 잊을 수 없는 즐거운 산행이 되었다.
다만 여정의 설악산동계산행훈련에 참가키로 하였다가 지하철사고대책반 근무 때문에 함께 하지 못한 안도사님, 대발님께 미안하고요. 특히, 학술부장님, 산행부장님과 동계훈련 참가 분께는 개인적인 일정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자유산행을 하게 되어서 정말 죄송스러울 뿐이다. 참! 금강굴에서 동계산행훈련팀과 자유산행팀과 극적으로 상봉하였다는 이야기 들었을 땐 일정만 잘 맞았다면 산행 뒷 풀이에 즐거움이 더 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가시지 않는다.
끝으로 이번 산행에도 아낌없이 헌신해주신 kaist님, 오르뫼 婦님(남의처남댁) 정말 고맙습니다. 산오름님, 산길로님, 진아이녜스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낮 설은 환경에서도 끝까지 인내하시고 산행에 협조해주신 Guest 미숙님께는 그저 미안할 뿐입니다. 그리고 소폭산장에서 있었던 야화, 고속도로에서의 연료 앤코 사건 등 많은 일들은 개인 프라이버시를 생각해서 설악산 비화로 가슴속에만 묻어 두고 싶다.
이번 산행을 통해 음주산행이 얼마나 위험한지 몸소 느꼈습니다. 그리고 반성합니다. 안전하고 참다운 산행을 위해 음주산행은 절대 금물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 절대 따라 하지 마세요! 이제는 하산주도 절제하는 산행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감사합니다.
- 이윤직 회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