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완....나리는 어찌 이리 늦으시냐.... 답답해 죽겠는데...
채옥.....
주완(문득 채옥을 보며) ...옥아.... 이제 제발 나리 좀 그만 힘들게
해라....
말은 안하시지만... 나리 심장을 꺼내보면.... 역당들 잡는 일보
다....
...너 때문에 더 까맣게 탔을 거다...
어렵게 받아들이셨으니....이제는 제발.... 죽은 듯이 나리 말만 들
어....
병택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온다....
병택(채옥을 보고는) 채옥아....!
주완(혼잣말처럼) 하...저 자식... 어떻게 알고 또 온거야...
병택내가 얼마나 걱정한 줄 알어....
돌아왔으면 무비사로 와야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너 아직도 추노 신세야.... 우리 좌랑 나리 아시면...
주완무비사 좌랑께는 이미 서찰을 통해 포청 복귀를 허락받았어...
요...
병택예...? (버럭) 아니...저한테 한마디 얘기도 없이 이래도 되는
겁니까...
나보고 잘 보살펴 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싫습니다, 안됩니다,
못데려 갑니다....!
종사관, 황보 종사관 어딨습니까?
채옥도련님! 지금은 따로 말씀드릴 여유가 없습니다... 나중에 찾
아뵙지요...
병택(팔을 붙잡으며) 옥아... 무비사로 돌아가자....너 없는 동안
나 죽는 줄 알았어...!
채옥......
축지E 존 말로 할 때 그 손 놓으쇼잉....
병택 (보면 축지다) 아니 이 놈이 지금 누구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
는거야...!
축지(살의가 번뜩이는 눈으로) 니보고 그랬다...
고 다모 성님 팔은... 우리 여편네 원수를 같이 잡아야 하는 팔인
께...
(미친 듯이) 인자 그만 놓으란 말이시...! 난 대가리에 꼭지도 안떨
어진 놈헌테 두 번 말
허는 놈이 아닌께.... 손모가지를 확 분질러버리기 전에 놓으란 말
이시...
(살기어린 얼굴을 들이민다)
병택(겁에 질려 손을 놓는다) ...채옥아... 나, 나중에 얘기하자...
(뒤로 후다닥 도망간다)
축지나리께서 돌아오셨구만이라우... 후원으로 오시랍니다.... (먼
저 돌아 나간다)
채옥(축지를 안타깝게 본다.... 사람이 완전히 달라져 있다) ...
3. 후원 마당
주완, 채옥, 축지 윤 앞에 다가선다....
주완(다급하게 다가서며) 어찌되었습니까...? ...잘 아신다는 내금
위(內禁衛 -왕궁을 지키는
임금의 친위 부대) 군관은 만나보셨습니까...? ...전하를 뵐 방도
가 있답니까...?
윤소용없소....
주완소용없다니요....
윤 역모의 잔당들을 뿌리뽑을 때까진 누구도 독대할 수 없다 하
오...
주완그래도 내금위 군관이면 내금위장을 통해 어떻게...
윤(O/L)정승 뿐만 아니라... 종친마저도 병판의 허락없이 홀로 편
전을 드나들지 못하오...
축지이런 옘병할....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겨부렀네잉...
채옥(듣기만 하고 있다) ....
주완(묘책이 생각난 듯) 나리.... 지난번 옥이가 그랬던 것처럼...
차라리 궐 담장을 넘어서라도 전하를 뵈는 게......
윤(무섭게 노려보다가 가버린다) ....
주완(무안한 듯 뒤통수를 긁적이면) .....
축지(한심하다는 듯) 하이구 그 머리 가지고 부장질은 어떻게 해먹
나 몰겄소.... (간다)
주완 (눈이 뒤집혀 와락 멱살을 잡는다) ....뭐야...아니 이 자식
이....
채옥(O/L) 나리! 처자식을 잃었습니다...이해하십시오.....
주완(손을 탁 놓으며) 우라질... 누가 그거 모르냐!
(주저 앉아 가슴을 치며) 아.... 나도 답답하니까 하는 소리지... 답
답하니까...
4. 한양 인근 산 전경 (밤)
5. 동 숲 + 공터 (밤)
숲 사이 사이를 지나... 공터가 드러나면....
창검을 든 수백의 군사들이 도열해 있다.....
바위 위에서 그 모습을 가슴 벅찬 눈으로 바라보는 성백...
그 양 옆으로 달평과 수명, 양진호, 소두령들이 서 있다...
성백...곧 동이 틀 것이다.... 오늘 하루를 여는 하늘이 아니다....
(비장하고 결연하게 큰소리로) 이 땅의 백성들이 수백년을 기다려
온 하늘이다...!
(E) ...지금까지... 저 하늘은... 백성의 하늘이 아니었다.... 우리를
숨막히게 억눌렀던...
...우리의 한과 눈물이 젖은 하늘이었다....
(시선을 군사들에게 돌리며) 그러나.... 오늘의 하늘은 다를 것이
다....
썩은 세상을 갈아엎고... 새 세상..... 평등 세상을 여는 하늘...
(비장하고 결연하게 큰소리로) 이 땅의 백성들이 수백년을 기다려
온 하늘을 볼 것
이다...!
군사들 일제히 창검을 흔들며 함성을 지른다...
6. 몽타쥬
- 보부상으로 위장한 덕수 패거리가 눈을 날카롭게 굴리며
저잣거리를 지나간다...
- 산길.... 원해의 말이 질주한다....
그 사이 모진 역경을 거친 듯 거지꼴이 되다시피한
원해가 달리는 말을 재촉한다...
7. 세욱 방 안
누워있는 세욱에게 큰 절을 올리는 난희...
난희(젖은 눈으로) 소녀.... 초간택일을 맞아 입궐합니다.... ....지
켜봐 주십시오....
8. 회의실
윤, 주완이 앉아있다...
주완이런 날..... 영감께서 일어나 계셔야 하는데....
윤(어둡다) .....
채옥(들어와 앉는다) ....
주완 ...어찌 됐냐....?
윤(역시 채옥 쪽으로 다가온다)
채옥...교꾼으로 위장해 입궐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주완(실망한 빛이 역력하다) 아니....왜?
채옥 가례도감에 배속된 교꾼(가마 지는 사람)들까지 모두 물리치
고....
병조에서 직접 추린 교꾼들로 대체했습니다.....
윤(놀란다) .......
채옥전례가 없었던 일이지만... 혹여 남아있을지 모를 역모의 잔당
으로부터 주상전하를
보호한다 하여 전하께서 가납하셨다고 합니다...
주완(탁자를 내리치며) 이런 우라질..... 교꾼으로 가장해 입궐할
수만 있다면....
전하를 뵐 수도 있을텐데....
채옥...틈이 없었습니다... (윤을 보는데)
윤(표정이 어둡다) .......
9. 세욱 방 앞 마당
중문을 넘어 옥교가 들어와 한켠에 대기한다.....
마당에는 배웅나온 윤과 채옥... 주완이 서 있다....
난희가 나온다...
난희(채옥을 따뜻하게 보며) ...옥아... 돌아와서 참 좋구나....
...니가 있던 빈 자리를 보면... 나도 늘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이젠 떠나지 마라... (슬핏 윤을 일별하
고는 쪽문을 내린다)
채옥(가슴이 뭉클하다... 고개를 떨군다) ...
10. 예조 앞
별배를 앞세운 지붕이 있는 옥교(지붕 달린 가마..네 사람이 맨다)
가 줄을 이어 문을 나선다...
뒤이어 나오는 필준과 예조판서....
11. 대궐 전경
예판E(멀어지는 옥교 행렬 보고) 현명하고... 외척에 시달리지 않
으며... 무엇보다 왕실의
후사를 튼튼히 이을 수 있는 분이 간택되어야 할텐데요...
필준E(하늘을 보며 의미심장하게) ...오늘은 참으로... 새롭고...
뜻 깊은 날입니다....
...만물이 새로이 소생하는 날입니다...
12. 선정전 주실
넓은 주실에 방석이 마흔개 정도가 놓여 있고...
방석 위로 그 아비의 이름이 적힌 종이가 놓여 있다...
중전과 빈, 숙원, 숙의 등이 발을 드리운 상석에 앉아 있고
규수들이 들어선다.... 방석 위에 서서 절을 하고 앉는 규수들...
헌데, 난희만 방석 옆 맨마루에 서서 절을 한다...
상궁왜 방석 위로 오르지 않습니까...?
난희자식된 도리로 어찌 부모님의 이름을 깔고 앉을 수가 있겠습
니까...
중전... 그 소리를 듣고는 시선을 들어 난희를 본다.....
13. 한양 인근 산
14. 동 일각 숲
수명 놀란 얼굴로 달평을 본다...
수명왜군이라니요....?
달평(붉은 패를 손에 쥐어주며)...사신에게 이걸 보여주면 알 것이
다....
명심하거라.... 밤이 되면 도성 여기저기서 폭발이 일어날 것이
다...
그것을 신호로 진군이다.....
수명...도방어른....
달평어서 가라는데... 뭘 하고 있는게야...!...너를 키운 건.... 오늘
을 위해서였다...
어서 가거라...군사들을 가장 빠른 길로 안내해야 한다...
수명(패를 쥔 손이 벌벌 떨리고 멍-- 한데---)
달평채옥이라는 다모년은 아직 죽지 않았다... 천하가 걸린 일임
과 동시에...
...너에겐 장두령이 걸린 일이다....
수명(정신이 확 든다) ....!
달평어서...!
수명(천천히 발을 돌리더니 달려간다) ....
달평(야릇한 미소를 짓는다) .....
15. 한양 전경 (밤)
16. 선정전 주실 (밤)
촛불을 켠 선정전 주실, 중전이 질문을 하고 대답을 하는 규수들...
17. 편전 (밤)
다과를 하며 덕담을 나눈 듯 호탕하게 웃어대는 임금과 대신들...
예판중전마마께서 겉만 보지 않으시고.... 심상(心象)까지 깊이 들
여다보시는 터라...
늦어지는 일 아니겠사옵니까.... 심려하실 일이 아니옵니다...
임금(고개를 끄덕인다) .......
필준(내관1에게 아무도 모르게 시선을 준다) ...
내관1(눈빛을 받고 나간다) ....
18. 좌포청 앞 (밤)
다급하게 말에서 내려 포청 안으로 뛰어들어가는 원해...
19. 좌포청 윤의 방 (밤)
원해가 폐포파립의 몰골로 숨을 헐떡이며 앉아 있다.....
눈에 불을 켜고 대화를 듣는 윤, 주완, 채옥, 축지.....
말하는 사람을 따라 이리저리 고개를 돌린다....
원해여러달 전 청국 상인이 마산포를 통해...
무기를 거래했다는 소문을 듣고 이를 확인하느라 늦었습니다....
윤거래 당사자들이 누구요...?
원해요동의 군벌 천대인이 총포 백 정과 화약 천 근을 거래했고...
이를 인수한 자는..... 한 무관과 관군들이었습니다....
윤(놀라는)...! 관군이라니?
원해(끄덕이는)
주완해주 감영의 판관 양진호 놈이었겠지...!
원해아닙니다.....
윤양진호가 아니라면....
원해선천군수.... 정지웅입니다....!
충격으로 굳어버리는 윤...!
주완선천군수까지...? 도대체 어디까지 뻗쳐있는거야... 근데 정지
웅...정지웅....?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인데.....
축지(노려보며)...금방 선천군수라고 안하요...
주완누가 그걸 몰라...? 한양에서 많아 들어본 이름 같애서 말이
야...
윤(미간이 일그러지며) ... 병판... 정필준의 장남이오....
모두 기겁한다...
원해(품에서 장부와 반쪽 어음쪼가리를 꺼내 건넨다) 오징어 먹물
로 기재한 장부와 어음입니다...다행히 글은 아직 분별할만 합니
다....총포 백정...! 화약 천근...! ....
어음은 내상의 것을 이용한 걸로 보아 그들도 동패인 듯 싶습니
다..!
윤(뺏듯이 장부를 받아 들추면... 거래내역이 희미하게 남아있
다... 확신에 이를 문다)
원해 무기, 화적떼, 자금줄, 조정의 배후... 모두가 착착 들어 맞습
니다....
주완나리...어서 가까운 내상 본전부터 치셔야 합니다...!
축지(눈을 빛내며) ...아니지라우.... 어먼 놈들헌테 역모까지 뒤집
어 씌운 놈들인디...
...쉽게 이실직고 받지는 못할 것이구만이라우... 전번에 노각출처
럼 잡아떼머는
한 두놈만 잡아 쳐 넣고는.... 시일만 솔찮이 흘러 갈 것이랑께요...
원해마가 놈 말이 맞습니다...... 하지만... 정필준이 전하 옆에 있
는 한 언제 일이 터질지
모릅니다....
주완(주먹을 들어 부르르 떨며) 우라질....어떻게든 교꾼으로 위장
해 들어갔어야 하는 건데...
채옥(쿵- 갑자기 망치로 머리를 얻어 맞은 듯..... 눈동자가 커지
며) ....!
원해그 꼴통들이 오늘 당장 일을 칠 수도 있는 겁니다...
윤(역시... 한 대 맞은 듯 눈을 번뜩인다) ...!
윤(긴장하여 머리를 감싸 쥔다) 증거가 있어야 한다...! 증거가.....
채옥(긴박한 표정으로 잠시 생각을 하더니) 몸에 무기를 숨길 수
없는 형편이니....
틀림없이 가마에 무기를 감췄을 겁니다....
윤(눈빛이 이글거린다)...
주완어찌 합니까 나리... 궐 안으론 들어갈 방도는 없습니다...!
원해어떻게든 막아야 합니다.... 이미 궐안까지 역모군이 들어 가
있다면... 도성 주변에는 역모 군사들이 득실거리고 있다는 소리입
니다.
윤(머리를 감싸쥐다시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더니... 가만히 손
을 내린다)
....역모가 성공하면... ....어차피 우리는 더 이상 살 수 없는 목숨
들이다...!
축지(이를 갈며) 말씀만 하시쇼.... 나도 더는 살고 싶지 않응께
요...
모두들 긴장된 표정으로 윤을 주시한다...
윤....방도는 단 하나.........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대궐을 치
는 거요...!
경악한다....!
20. 대궐 앞 (밤)
화톳불을 켠 채 10여 명의 내금위 군사가 지키고 있다....
성큼 성큼 걸어서 나타나는 10여명의 사람들이 횡대로 늘어선
뒷모습이 보인다.
완전무장을 한 윤과 주완, 원해, 채옥, 축지... 그리고 비호대 열
명...
...하나하나 비장한 얼굴로...... 대궐을 향해 나아간다
윤E내 가슴에 칼이 들어오더라도... 단 한명의 군사도 죽여서는 안
된다!
칼등으로 가격하되... 쫓아오는 내금위 군사들을 편전으로 유인해
야 한다...!
원해E비호대와 제가 뒤를 엄호할 것입니다....
나리! ...이 꼴통... 장가도 못가보고 갑니다... 책임지십시오...
주완E이런 우라질.... 의리가 뭔지....... 만석아 니 아부지.... 겁쟁
이 아니여...
잘 봐라... 이 아부지 나라 위해 장렬히 싸우다 간다....
축지E여보.... 지금 나 보고 있제.... 두고 보드라고.... 당신 죽인
놈 목을 비틀어서...
당신헌테 함께 갈텐께......
채옥E나리.... 끝도 없이 무겁기만 했던 이년의 꿈...
이제 그만 깨어나렵니다.... 이생에서는 나리께서 이 년의 머리맡
을 지켜주셨지요...
다시 살아난다면... 제가 나리의 머리맡을 지켜드릴 것입니다...
윤E...옥아.... 인연은 만날 때 묻는 것이 아니고.... 끝날 때 묻는
것인가보다...
...고맙다... 마지막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인연을 주어서....
윤, 일행 점점 가까이 다가오면...
군사(놀라 칼을 빼며) 멈춰라...!
동시에 원해의 화살이 허공을 가른다...
갑사의 칼을 정확히 떨어트리는 화살....
내금위 군사들이 칼을 빼자...
윤과 채옥 비호대가 전광석화처럼 몸을 날려
칼등으로 군사들을 쓰러뜨린다...
궐 문을 박차고 들어가는 윤의 일행....!
21. 대궐 마당 (밤)
윤 일행 달려가는데....
사방에서 쏟아져 나오는 오십여 내금위 군사들....
여기 저기서 칼이 부딪히고....
군사들과 교전하며 포위를 뚫고 달려나가는.... 채옥... 원해 주
완...
비호대 마축지 악전고투를 하며.... 뒤를 따른다....
22.. 편전 안 (밤)
내관2, 급히 들어온다
내관2전하... 궐 밖 군사 십여명이 난데없이 들이닥쳤다 하옵니
다...
임금군사라니...! 어느 군사가 말이냐...?
내관2좌포청 황보윤 종사관과 수하들이라 하옵니다....
임금(놀란다....또 무슨 사연인가...무거운 얼굴로 털썩 다시 앉는
데) ....!....황보윤......!
필준(얼굴이 굳어진다) ....!
23. 대궐, 교꾼이 있는 마당 (밤)
교꾼대장에게 다급히 뛰어오는 푸른 조복차림의 사내...
사내황보 종사관 놈이 궐 문을 박차고 들어왔어... 무슨 낌새를 챈
것 같아...!
당장 움직이게...
대장(놀라다가) 안됩니다.... 장두령의 폭발 신호가 있어야 움직이
기로 약조돼 있습니다....
가벼이 움직였다간 모든 게 틀어집니다...!
사내(소리를 지르진 못하고 미칠 듯 답답해) 왜 이리 답답한거
야...!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간다니까!
24.. 한양 인근 산 (밤)
멀리 군사들의 횃불이 보이고....
성백...백검을 치켜 세운 성백의 얼굴에 비장함이 감돈다...
달평....옆에 있던 양판관의 칼을 빼는데....
성백의 백검이 이미 달평의 목에 닿아있다...
성백말하거라.....
수명그.....정예군은 왜군입니다.....
성백(순간... 멍하다....) .....왜놈이라 했느냐.....
양판관(역시 몰랐던 사실인 듯 놀라워한다) ....
달평(다급하게) 양판관.... 어서 왜관으로 달리시오....!
양판관(갈등하다가) ...장두령.... 나도....나도 이러고 싶지 않소
만....
여기가지 온 이상.... 대업을 먼저 이루어야 할 것이오....
양판관 다급히 말에 오르는데...
성백의 칼이 판관의 몸을 쓴다....
말에서 떨어지는 양판관... 놀라는 달평과 덕수...수명....
성백...다시 칼을 돌려 달평의 목에 겨눈다...
달평...장두령....!
성백....왜놈을 끌어들인 조건이 무엇이오...?
달평....그런 거 없네.... 대업이 이뤄진 후에 얘기하기로....
성백(O/L) 피로 답을 대신하겠소....?
달평(노려보다가) .........제주를.... 넘겨주기로 했네....
성백(기가 막혀 목소리가 떨린다) .....제주 백성은.... 조선 백성이
아니란 말인가.....
달평(눈을 감는다) ...대업을 위한....
성백(버럭 O/L) 누구를 위한 대업이더란 말이냐...!
(두 손으로 칼을 번쩍 치켜드는데)
수명(O/L, 벌떡 일어나며 미친듯이) ....나리....
성백(수명을 슬핏 본다) .....
수명....제 아비와 저를 거두어주신 분입니다....
성백....칼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 부들부들 떨린다....
간절한 눈빛으로 보는 수명...
...천천히 칼끝을 내리던 성백....달평의 면상을 후려친다...
25. 산길 (밤)
말을 타고 미친 듯이 내달리는 성백....
26. 궐 다른 마당 (밤)
윤 일행...온 몸에 부상을 당하며
내금위 군사와 접전을 벌이며 나아간다....
...비호대 하나가 칼을 맞고 주저 앉는다...
원해... 주저앉는 비호대원의 팔을 부축할라치면....
쓰러지는 비호대원.... 원해...입술을 질끈 물고....
화가 나는 듯 칼을 날이 있는 방향으로 돌린다...
...한쪽에서 싸우던 윤...원해를 본다....
내금위 군사들을 향해 칼을 붕붕 휘두른다....
역시 한쪽에 싸우던 채옥도 걱정되어 보는데...
내금위 군관의 목에 원해의 칼이 닿아 있다...
수하...심지에 불을 붙여 도화선에 옮긴다....
파지직 타들어가는 도화선....
일행....다급히 피하려는데....
눈 앞에 말을 세우며 내리는 성백....
성백의 칼이 단숨에 내관을 벤다....
...그리고 다시 도화선 쪽으로 뚜벅뚜벅 가더니....
백검으로 불 붙은 도화선을 단칼에 베어버린다....
29. 대궐, 교꾼이 있는 마당 (밤)
교꾼대장 갈등하는데.... 푸른 조복의 사내...다그친다...
사내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이리 늦은 걸 보면 바깥 일은 이미
틀렸다...!
어서 나가라니까...!
순간...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중문이 박살나며 윤과 채옥이
들어온다....
뒤이어 피를 흘리며 들이닥치는 원해 주완 축지와 비호대....
사방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수십명의 내금위 군사들.....
교꾼과 윤을 포위하며 둘러싸는데.....
윤 일행.... 이제야 찾았다는 듯 칼을 고져 잡고...
놀라는 교꾼들...
교꾼대장 쳐라....!
순간, 가마에서 무기를 꺼내며 함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교꾼들...
윤 일행.... 쏟아지는 창칼을 피하며 베어나가는데...
잠시 주춤...어리둥절해하는 내금위 군사들...
원해(싸우다가 내금위 군사들을 보며) 야 이 새끼들아...! 니들 눈
깔에는 역당들이 안 보여..!
그 말에 함성을 지르며 뛰어드는 내금위 군사들....
피가 튀는 대궐 마당....한켠에서 교꾼 대장을 위시한
교꾼 이십여명이 빠져 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30. 편전 (밤)
여전히 웅성거리는 대신들... 임금, 불안한 눈빛인데.....
내관 하나가 피를 흘리며 들어와 부복한다...
임금...놀라 벌떡 일어나고....
내관전하.... 시역...시역입니다...어서 용체를....
하는데... 순간... 편전문을 박살내며
쏟아져 들어오는 이십여명의 교꾼들......
대신들 뒤로 숨느라 아수라장이 되고....
흥복과 어무사 셋이 바람처럼 나타나 임금 앞을 경계한다...
31. 대궐, 교꾼이 있는 마당 (밤)
수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하나둘씩 쓰러져 가는 교꾼들.....
교꾼들의 주검이 여기 저기에 널려 있다...
32. 편전 안 (밤)
한쪽에서 모여 벌벌 떨고 있는 대신들...
내관 둘과 병판만이 용상 주변에서 임금을 보호하는 듯 서 있고...
바닥에는 이미 교꾼 대여섯명과 어무사 하나가 죽어 있고....
남은 어무사 하나도 교꾼과 서로 칼을 찌른 채....
무릎을 꿇고 피를 토하고 있다.....
죽어 가는 어무사와 임금을 번갈아 보더니.....
교꾼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흥복의 눈이 젖어 있다....
달려드는 교꾼들....
단 한 수씩에 베며... 뒤로 물러서는 흥복.....
용상 앞에서는 더 이상 물러서지 못하고...
다가서는 교꾼들을 향해 칼을 휘두르는데...
임금을 보호하고 있는 듯 서있던 필준....
허리 대(帶)에서 쑥- 연검을 뽑는다... 놀라는 임금...
막 교꾼을 베려는 흥복의 복부로 튀어나오는 검...
움직임을 멈추고 쓰러지는 흥복..... 피를 토한다....
경악하는 임금과 대신들....
칼을 내리고 부복하는 교꾼들.....
필준(임금을 향해 돌아보며) 주상... ...그만...내려오시오...... 새로
운 하늘이 열렸소....!
33. 대궐, 교꾼이 있는 마당
교꾼들을 거의 진압한 듯 보이자...
미친 듯이 달려 중문을 빠져나가는 윤과 원해.... 비호대 둘....
일각에서는 남은 교꾼들과의 전투가 계속된다...
이를 지켜 보던 채옥이 피를 흘리며 기어서 도망가는 교꾼
한 놈의 목에 칼을 들이댄다......
채옥 장성백의 숙영지가 어디냐?
교꾼(숨을 몰아쉬는) ....난 아무 것도 모른다....
그대로 허벅지를 찌르면... 비명을 지르며 나동그라지는 교꾼....
채옥다시 묻겠다.... 장성백의 숙영지가 어디냐?
34. 편전 안 (밤)
무릎을 꿇고 있는 임금에게 칼을 들이대고 있는 교꾼둘...
한쪽 구석에 엎드린 대신들은 부들부들 떨고 있고....
교꾼들이 용상 주위를 삼엄하게 경계한다....
필준(시선을 주지않고) ...두 시각만 지나면 이 나라는 새 역사를
열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만... 잠시 인질이 되어주어야겠어....
임금(고개를 떨구며) ...내가 어리석었구나... 참으로 어리석었구
나........
그때 만신창이가 된 채 들어서는 윤과 원해... 비호대 둘...
교군들과 대치한다...
윤(필준을 노려보며) ...그 자리는.... 만백성의 근심을 대신하는 자
리다...
...니 놈의 그릇으로 앉을 자리가 아니지.... 그만 내려오거라.....
필준...니놈을....진작 베버렸어야 했거늘....
뒤쫓아 편전으로 우르르 들어오는 내금위 군사들...
필준(버럭)...손끝 하나라도 까딱했다간! ...네놈들 주상의 목이 떨
어질 것이다....!
무기를 버리거라...!
군관과 내금위 군사들 모두 당황하는데...
임금(주상의 위엄이 배어 난다) 과인을 해한다 한들... 사직이 무너
지는 것은 아니다...
세자를..... 잘 보필하길 바란다..... 개의치 말고 베거라...!
필준(미친 듯이 웃는) 하하하...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새 역사는 피를 먹고 자라는 법이다....... (버럭)...칼을 버려
라....!
윤의 일행과... 내금위 군사들 할 수 없이 갈등하는데.....
순간... 교꾼 하나가 뒤에서 윤 앞으로 바람처럼 나서 단검을 목에
대며 마주한다.... 채옥이다..! 당황하는 윤의 시선과 마주치는 채
옥의 눈빛...
필준(고개를 끄덕이며 미소가 피어오른다)
이내....무기를 떨구는 윤.... 이어 내금위 군사들도 무기를 떨군
다...
교꾼들... 긴장을 늦추고.... 무기를 내린다...
임금 틀렸다는 듯 안타깝게 눈을 감고....
편전을 울리는 필준의 웃음이 다시 터져 나온다...
필준(감격해) ....이제야 새 날이 왔구나.... (버럭) 베거라...!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단검을 허공으로 툭- 던지는 채옥....
이어 몸을 날리며 자고 두 개를 던진다...
임금의 목에 칼을 겨누던 교꾼 두 명의 이마에 박히는 자고...!
그와 함께 윤도 솟구치며 허공의 단검을 잡아
필준에게 날린다....
미간 사이 중앙에 꽂히는 단검....
임금 앞에 착지해 칼을 쥐고 보호하는 채옥....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는 편전...
그들 사이로 스르르 무너지는 필준...
35. 산길 (밤)
말을 타고 달려가는 채옥....
<인터컷> 그대로 허벅지를 찌르면... 비명을 지르며 나동그라지
는 교꾼....
36. 수락산 막사 안 (밤)
묶여 있는 달평.... 목에 가토의 칼이 닿아있다......
달평.... 눈을 감고 있다가 뜬다....
달평(침착하게, 이하 일본말) ...올 줄 알았네....
가토(가토 벨 듯이 칼을 빼며, 이하 일본말) 이만 대군이... 땅도
못 밟아보고 돌아갔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자에게 용서란 없다....
우리는 반드시 다시 돌아올것이다.... (칼을 드는데)
달평(눈빛을 빛내며) 내 목숨을...! ...사지 않겠는가....
달평과 가토의 모습이 사라지는가 싶더니.... <시간경과>
성백과 덕수 수명의 모습이 나타난다....
끊어진 줄을 보고 주먹을 부르르 떠는 성백...
덕수(눈에 불이 난다) ...최달평... 이 육시럴 놈...!
제가 쫓아가 목을 베오겠습니다.... (뒤도는데)
성백덕수야! 급한 건 형제들이다.... 철수해야 한다....! 놈은 언제
고 다시 만날 수 있어....
덕수형님....
성백...물러날 때도 알아야 한다... 서둘러라...!
사람들의 모습이 사라지고 빈 막사에 등잔불만 어른거린다....
37. 동 막사터 (밤)
말에서 뛰어내리는 채옥...
아무도 없다...타다 만 화톳불 흔적만이 연기를 피어올리고 있다...
...숲을 정신없이 뛰어다니다가..
고개를 떨군 채 주먹을 쥐고 몸을 부르르 떠는 채옥....
번쩍 고개를 드는데.... 살기와 분노의 눈물이 눈에 어린다....
허망하게 서 있는 채옥......
털썩 주저 앉는데.... 눈물이 흐른다....
순간 무언가 인기척을 느끼고 긴장하는 채옥의 눈빛....
어디선가 독침이 날아와 채옥의 목에 박히고...
쓰러지는 채옥.... 순식간에 다가서는 발들.... 낭인들이다....
38. 궐 마당 (밤)
마치 역병이라도 휩쓸고 간 듯.... 처참히 나뒹구는 시체들....
교꾼들의 시체를 치우거나.... 살아있는 자를 포승에 묶어가는
내금위 군사들....
..옷을 뜯어낸 마축지의 오른팔에 깊은 상처가 나있다....
마축지의 팔에 광목을 매주는 원해 이마에도 피와 땀이 범벅이
다...
축지(비명을 지르며) 아악-- 옘병할 살살 좀 하란 말이시 살살....
원해마누라 따라 뒈지겠다고 할 때는 언제고... 엄살까고 지랄이
냐 지랄이...
축지음마... 엄살인지 참말인지 부장님도 한번 쫙- 째주까라우....
원해(피식 웃더니)...니놈 이렇게 살아난 거...
다.... 니 마누라가 제사 잘 모시라고 보살핀거다...
...앞으론 발만 믿고서 허튼 수작 말고.....벽에 똥칠할 때까지 오래
오래 살아라...
축지(그 마음 안다...찡하지만) 걱정마시쇼... 부장님 죽는 것 보고
뒈질랑께...
원해(슬쩍 머리를 한 대 쥐어박는다) ....
시체들이 뒹구는 처참한 광경을 안타까운 눈으로 둘러보던 윤....
여기저기 찢기고 피가 배어 있다... 멍하니 선다....
원해에게 다가오는 윤.....
윤....옥이는 어디 있소.....
원해같이 있지 않았습니까...?
윤.... (불안하다) .......
원해(짐작이 간다) ....어디 쉽게 물러날 년입니까...
장성백이라면... 지옥이라도 쫓아가 찾아낼 겝니다...
윤(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 건조하게) ...역모에 가담한 화적패를
쫓을 수 있도록 ....
군사를 정비하시오....
군관종사관... 전하께서 찾으시오....
윤(얼굴이 편치 않다) .....
39. 중궁전 (밤)
임금과 중전이 흐뭇한 표정으로 윤을 보고 있다...
임금(다정다감하게) ...종사관....가까이 오게....
윤(흠칫하다가 일어나 가까이 다가간다) ....
임금(손을 달라는 듯 내민다) .....
윤(놀라) 전하...!
임금(고개를 끄덕인다) ...
윤(천천히 손을 내민다) ....
임금(두 손으로 윤의 손을 꼬옥 잡으며 눈물이 글썽인다) ....고마
우이....
윤전하....
임금(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쓸다가 가만 놓으며) .......그대를 밀직
부사(密直府事. 자막- 왕명의 출납, 궁중의 숙위, 군기 등을 맡아
보던 정3품 관직)에 제수하고 싶은데... 내 곁을 지켜주겠는가.....
윤....!
임금....밀직부사가 싫은가....
윤(몸둘 바를 몰라) ...신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이옵니다....
중전...물리치지 마시오.... 종사관이 네 품계를 넘어 당상관이 된
일은 ....
....전례가 없다고는 하나... 그 공에 비하면... 합당치 못한 일만은
아니오...
윤....전하... 아직 좌포장 영감께서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
신의 공은 영감과 수하들의 공에 비하면 미력할 뿐입니다...
임금(간절하게) 종사관... (눈물이 어린다)...이제 모두가 과인의
곁을 떠나고 없네....
(어렵게 말을 잇는다) ...누가 있어... 외로운 심사를... 나누겠는
가...... 곁에 있어주게....
윤....전하....
40. 좌포청 일각
등에 검을 묶은 윤... 주완과 함께 걷는다...
주완아니 생각하시고 자실 것이 뭐 있습니까.... 밀직부사라면 전
하 바로 옆에서...
윤...영감께서 먼저 일어나시고 여쭐 일이오...
주완아니... 그래도 못이긴 척하다가... 넙쭉...
하는데...난희가 다가온다....
주완... 헛기침을 하며 슬쩍 자리를 피해준다.....
난희(눈시울이 글썽인다) ....나리....
윤 ....너무 큰 일을 겪었습니다.....
더 이상 간택에 참례하시지 않아도 좋다는 윤허를 받았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난희(푹 울음이 맺힌다).....소녀 ......나으리의 아내로 살 수 있다
는 것이...자랑스럽습니다...
윤(천천히 다가서더니 난희의 손을 잡아주며 살풋이 웃어준다)
수월E...윤아....
윤... 돌아보면 수월이 서 있다....
윤스승님...!
41. 후원 정자 (밤)
수월에게 큰절을 올리고는 앉는 윤...
윤문안 여쭌지도 오래되었습니다... 송구합니다...
수월... 큰일을 해냈구나..... 장하다.....
윤스승님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수월....좌포장 영감이... 아직도 차도가 없다 들었다....
윤(반색하며) 허면....
수월...글쎄... 이 늙은이 재주야 돌팔이에 불과하다만....
혹시 부처님의 가피가 있으시다면.....
윤(감격해) ...스승님....
수월(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일순 얼굴이 어두워진다)
...오는 길에 금촌에 있는 보현사에 들렀었다...
윤....
수월그 곳 법당에.... 채옥이 부모님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윤(흠칫 마음이 불편하다) ....듣지 못했습니다....
수월(고개를 끄덕이며) ...옥이가..... 그런 아픔까지 털어놓을 성품
이 아니지....
.....그 아이.... 오라비를 찾았다........
윤...!.... (눈이 커진다)
수월....보현사에 위패를 모신 것도 그 오라비였다 하더구나....
정적이 흐른다...
수월....그 자가.... 장성백이다.....
윤(멍---- 굳는다) ......
수월E보현사 주지가 관아에 나 붙은 그 자의 용모파기를 보았다
하더구나...
42. 좌포청 윤의 방 (밤)
어두운 방... 윤... 들어와 문을 닫으며....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듯 문에 기대 머리를 젖힌다....
...장성백이 채옥의 오라비라니.....
윤...옥아....
윤... 휘청하며 자리로 가...
무심하게 고개를 떨구며 털썩 주저앉는다....
순간... 뭔가 놓인 듯 싶어 고개를 들면...
책상 위에 놓인 채옥의 칼과 그 아래 놓여있는 서찰....
....윤.... 불안한 눈으로 천천히 칼을 빼면......채옥의 연검이 분명
하다....
...다급하게 서찰을 펴보는데 윤....
달평E...다모 년의 목이 내게 있다....
...살리려거든 동이 트기 전에 네 놈의 목을 가져오너라....!
43. 난희방 앞 (밤)
...바람이 분다....
고개를 떨군 채 상념에 젖은 윤....
서찰을 으스러지게 쥐며 비장하게 고개를 든다....
44. 난희 방 (밤)
마주하고 앉아있는 윤과 난희....
난희(환하게 웃으며) ...스님께서 치료에 들어가셨습니다....
윤(웃어준다)
난희...소녀 태어나... 오늘처럼 행복한 때는 없었습니다.... 고맙습
니다....
윤(다시 웃는다) .... (사이) ....아가씨....
난희......
윤(애써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잠시 양주에 다녀와야겠습니
다...
난희...이 야밤에 말입니까...
윤예....
난희 무슨 일이십니까....?
윤(표정이 어색하다) ... 어머님이 편찮으시다는 연통을 받았습니
다...
난희 날이 밝거든 가시지요... 역적의 잔당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모
릅니다...
윤그럴 경황이 없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찾아뵙는 것이
어머님의 병환을 가벼이 하는 일 같아서 말입니다...
난희(걱정되지만...)...용서하십시오....나리와 함께 길을 나서야 하
는 것이 도리입니다만....
아버님 곁을 아직 비울 수가 없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
오...
양주에 보내드리려고 마련한 보약 한 재가 있습니다...(일어난다)
윤(벌떡 일어나며 난희의 팔을 잡는다) 아닙니다...!
난희 (놀라 본다)
윤(당황한 기색을 감추는데....쉽게 드러난다...손을 놓으며) ...후
에...후에 전하시지요....
난희(이상하다.... 뭔가 있다... 불안하고 어두운 표정으로 다시 앉
는다)
윤(일어선 채)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몸을 돌려 문을 열고자
잡는데)
난희(시선을 돌린 채) ...채옥이.....일입니까....
윤(마음이 덜컥 내려앉는다...손을 툭 떨군다).....
아무 말도 없이 그대로 서 있는 윤과 난희....
난희(눈물이 그렁한 시선을 아래로) ......다시 돌아오시겠지요.....
윤..........
난희(먼 길...돌아오지 않을 먼 길이다....) .....약조해 주십시오....
윤(차마 돌아오지 못할 먼 길임을 말하지 못할 일이다)
...먼 길이.... 될 듯 싶습니다...
난희(윤을 본다....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제가... 그리 큰
욕심을 부린 겁니까....
윤(고개를 떨군다) ....
난희...소녀.... 단 하루를 살아도.... 나리의 아내로... 살고 싶습니
다....
윤(너무도 안스러운 눈으로 난희를 본다...눈물이 글썽인다) ....
난희......안아주시겠습니까......사랑한다....한 말씀만.... 해주시겠
습니까....
윤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떨어진다...
45. 동 방 앞 (밤)
방문에 비치는 윤과 난희의 실루엣....
46. 몽타쥬 (밤)
-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며 질주하는 윤의 말...
- 빈방에 홀로 안장 오렬하는 난희....
47. 어느 산 숲 속 (밤)
주위에 횃불이 놓여 있고...
바위에 올라선 성백 앞에.... 울음을 터트리는 군사들...
성백(눈물을 억누르며 비장하게) ..오늘이 끝은 아니다....!
...잊지 말고.... 전해야 한다...
...살아서...! 짐승같은 삶이라도 살아 견뎌서...! 우리의 자식들에
게...꼭....전해야 한다....
덕수(눈물을 닦으며) 형님.....
성백... 돌아가... 때를 기다려라...
누군가... 누군가 반드시 형제들을... 이 자리에 다시 모이게 할 것
이다........
더 크게 오열하는 사람들....
성백(내려오며 덕수에게) 군자금으로 남은 사금을 모두 나누어 주
어라....
48. 동 일각
성백... 멀리 형제들의 오열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힘없이 걸어오더니 나무기둥에 머리를 기댄다...
그제서야 참았던 눈물이 흐른다....
수명E...나으리... 형제들에게 나눠주려했던 사금이.... 모두 사라
졌습니다...
성백(목소리가 분노로 떨린다) ...그건 형제들의 핏방울이다....
수명....최도방의 짓인 것 같습니다....
성백....베었어야 했어...
수명....최도방은... 조선 팔도에 발붙일 데가 없습니다.....제가 가
겠습니다...
성백(돌아선다) ....넌 베지 못한다.... (간다)
49. 바닷가 (아침)
...휑한 바람이 분다...
멀리 정박한 빈 나룻배 한 척이 파도에 흔들린다....
달평과 가토....낭인들 다섯.....
재갈이 물리고 꽁꽁 묶인 채옥... 그 옆에 사금궤짝이 놓여 있
다......
멀리서 들려오는 말발굽소리....
달평... 채옥 보면.... 윤의 말이 달려오고 있다....
오면 안된다는 듯 신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말을 세우고 내린다....
낭인 하나가 채옥의 목에 칼을 겨눈다....
채옥과 달평 앞에 거리를 두고 서는 맨손의 윤.....
강한 바닷바람이 분다....
달평...기대치 않았는데.....기껏 계집 하나 때문에 죽으러 왔단 말
인가....
....한심한 놈......
윤....그 아이를 보내라....
채옥(계속 신음을 내뱉으며 안된다 도리질을 한다) ....
달평(이를 갈며) ...내 평생을 걸었던 꿈이었다....
...네 놈과... 포청 놈들 모두 갈갈이 찢어죽여도 시원치 않거늘....
... 내가 하나라도 살려둘 것 같으냐....!
윤(질끈 눈을 감는다...사이...눈을 뜨고는) ....그 아이는 죽여보았
자 복수의 의미가 없다.........보내주거라.... ...오히려 장성백을 연
모한 아이였다.....
달평....그러기에 더더욱 살려둘 수 없지....!
윤....!.... (무릎을 꿇는다).......
달평(흠칫한다) ....
윤.....나를 베고... 그 아이를 보내라....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하는 청이다....
채옥(기가 막힌다....눈물이 글썽인다... 안된다고 몸부림을 친다)
으으으으....!
달평(윤을 야릇한 눈빛으로 보며) ...혼자 가는 저승길이 외롭지 않
겠느냐...!
(일본말로) ...베어버려...!
낭인 두 명이 칼바람을 일으키며 칼을 빼는데.....
뒤에서 급박한 말발굽소리가 들린다....
달평... 가토... 낭인들 돌아보면....
칼을 빼 누인 채 말을 타고 달려오는 성백....
달평.... 사색이 되고.....
...낭인들...모두 칼을 빼 나서려 한다....
...손을 들어 제지하는 가토...
가토... 몇 발자국 나서더니 칼을 빼 세우고는 자세를 잡는다.....
말 위에서 그런 가토를 보는 성백....
달리는 말에서 몸을 날려 그대로 가토를 향해 짓쳐 들어간다....
가토도 성백을 향해 몸을 날린다....
허공에서 몇 번의 합을 나누고 착지하는 성백과 가토....
....다시 부딪혔다 떨어지는 두 사람....
가토 자세를 정비하더니....
혼신의 힘을 다해 성백에게 칼을 뻗는다....
동시에 성백도 가토를 향해 백검을 휘두른다...
칼소리가 멈추고 파도 소리만 요란하다...
등을 마주한 채 떨어져있는 두 사람...
....스르르 무너지는 가토.....
달평.... 경악한다....
성백... 윤과 채옥을 본다... 멈칫하다가....
...달평을 노려보며 저벅저벅 다가오는 성백....
...낭인들... 칼을 고쳐 잡는다....
...한꺼번에 달려드는 낭인들....
....성백....백검을 밑에서 쓸어올리면....
검기가 땅을 베며 여러갈래로 뻗는다....
...낭인들을 검기가 스친 자리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다급하게 장검을 빼 채옥의 목에 대는 달평...
달평다가오지마...! ....이년 목을 벨 것이다...!
성백(움찔 선다) ....
성백과 채옥의 눈이 마주친다...
슬픈 눈으로 바라보는 성백... 이글거리는 눈으로 쏘아보는 채옥
성백....(칼을 다시 힘주어 쥔다...) 나는 이미... 베었다.... 마음대
로 하거라...!
저벅저벅 다가간다....
달평...기겁하면서... 칼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데.....
윤(하늘을 쪼갤 듯이) 장성백...!
거칠게 다가와 성백을 가로막는다...
성백(싸늘하게 노려보며) ..황보윤...... 니놈에게 진 빚은 잠시 후
에 따지기로 하자.... 비켜라...
윤니가 사랑했던 아이가 아니냐....
성백(뼈 아프지만... 씁쓸하게 웃으며) ......잠시... 내 처지를 잊었
었지....
윤(격앙되어) ...저 아이의 목숨이.... 너의 목숨이다....!
성백(부르르 참는 듯 하다가 폭발하듯) 비켜라...! ...내 칼에 걸린
목숨이 수백이야...!
성백...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윤을 주먹으로 갈긴다.....
나가떨어지는 윤... 입에서 피가 터진다...
달평...그런 성백이 두려워 채옥을 끌고 바닷물로 들어간다....
밖으로 나오지 않는 신음을 내뱉으며 끌려가는 채옥...
성백... 성큼 가려는데... 다시 벌떡 일어나 성백을 막아서는
윤......
성백... 칼로 내리치려다가 주춤하며 손잡이로 윤을 친다...
또다시 나가떨어지는 윤....
하지만....아랑곳 않고 비틀거리며 일어서 성백 앞을 막아서는
윤...
성백...주춤한다...
성백한번만 더 막아서면... 칼에 사정을 두지 않을 것이다....!
윤....수백의 목숨만큼... 내겐... 저 아이의 목숨도 중요하다...
성백... 참는 듯 부르르 떨더니 천둥같은 기합소리와 함께
칼을 휘두른다....
...윤.... 옆에 떨어져 있던 낭인의 요도를 들어 막는다...
성백(광기가 느껴지는 눈빛으로) ...그래... 그렇게... 칼을 들어야
지...
나는 죽어서도 반역자고.... 너는... 언제고 내 목을 취해야 하는 포
청 종사관이다...
...이곳이 아니어도 언젠가는 마주칠 일 아니더냐....!
윤...제발... 제발 칼을 거둬라....
허리께까지 차는 물에서 채옥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던 달평...
사금궤짝에서 사금을 한 줌 꺼내 바다에 부린다....
달평(실성한 듯) 장성백...! 겨우 그것밖에 안되는 것이냐...
어서 놈을 베어버리란 말이다....어서 베어버리란 말이야.... (미친
듯이 웃어댄다)
채옥... 어쩌지 못하고 눈물만 글썽이는데...
달평을 흘낏 보던 성백..... 다급한 듯 윤의 칼을 밀치며
엄청난 기세로 공격한다....
윤.... 성백의 공격을 간신히 막아내며.... 공격하지는 못한다....
숨을 헐떡이며 칼을 고쳐잡는 성백과 윤...
성백...언제까지.... 방어만 할 것이냐...
윤우리 둘 다 죽이려 하는 계책임을 왜 모르느냐...!
성백...그리 살리고 싶다면.... 나를 베면 될 일이다...!
(버럭) ...날 베어보란 말이야...!
성백... 다시 짓쳐들어오고... 윤... 물러서며 칼을 막아낸다...
다시 몇 합 끝에 떨어지며 호흡을 고르면.....
달평 장성백... 빈 손으로 돌아갈 것이냐....!
채옥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던 달평....
한 손으로 사금궤짝을 바다에 모두 뿌려버릴 듯이 치켜든다....
순간.... 채옥이 머리를 제끼며 뒤에 있던 달평의 면상을 강타한
다...
...주춤 물러서던 달평.... 칼을 움켜쥐고 채옥을 향해 휘두르려는
데...
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요도를 날린다...
달평의 가슴에 화살처럼 박히는 칼....
사금을 바다에 쏟으며 뒤로 넘어가는 달평....
성백.... 그 모습을 보고 눈이 뒤집힌다...
윤....이제 사금은 없다.... 그만 칼을 거둬라......
....나를 벤다해도... 약속을 지킬 놈이 아니었어...!!
성백(분노로 손을 덜덜 떨며) ....수백...
(완전히 미친 듯이).... 수백의 목숨이 걸려 있다고 했지 않느
냐....!!!!
하늘을 쪼갤 듯한 소리와 함께 윤을 향해 백검을 뻗는 성백.....
퍽---
윤의 복부를 관통한 성백의 칼....
채옥.... 시공간이 정지한 듯 입을 벌리며 넋이 나가 굳는다...
....복부를 감싸쥔 윤의 손을 넘어 계속 피가 흐른다...
성백....윤을 찌르고도 분노가 가라앉지 않는지....몸을 부르르 떠
는데...
윤(입으로 피를 올리며 힘겹게) ....장...재무.......
성백(눈이 커진다) ....
윤....저 아이가......재희다.....
성백 (핏기없는 표정) .....................................!!
윤...역모로 인해...... 저 아이를..... 두 번.... 죽이지 마라....
윤....스르륵 무너진다....
채옥의 눈이 뒤집힌다... 몸이 사시나무 떨리는데....
온몸을 비틀며 절규하면서 기어오려 한다...
성백....멍하니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채옥을 보면...
...슬픔 신음을 토하며 기어오는 채옥....
채옥을 보는 멍한 눈이 떨려온다...
정신이 나간 듯 오직 윤만을 보며 온몸을 뒤틀며 기어가는 채옥...
말을 향해 비칠비칠 가다가 털썩 무릎을 꿇는 성백....
다시 일어서다 털썩 주저앉고...다시 걷다가 주저앉고....
뒤돌아 넋이 빠진 듯 멍하니 채옥을 본다...
몸을 굴리며...몸을 끌며... 겨우 윤에게 닿는 채옥....
눈을 감고 겨우 호흡을 잇고 있는 윤...
...믿기지 않는다....
흙을 흥건히 적신 윤의 피....
채옥.... 말도 나오지 않는다...
넋이 빠진 듯 멍하니 윤을 내려다보는 채옥...
채옥...재갈 물린 입으로 으으--하는 신음만늘 내뱉으며 윤의 가슴
에 얼굴을 부빈다......
....거침없이 흘러내리는 눈물....
윤의 손이 채옥의 뺨을 어루만지는 듯하더니...
입에 물린 재갈을 내려준다...
채옥....도.....련님.....
윤(채옥의 눈물이 다아서인가.....힘겹게 눈을 뜬다) ......
채옥(몸이 들썩인다) ...도련님.....
윤(힘겹게 손을 들어올려 채옥의 눈물을 닦아준다) ............울지
마라.........
채옥.................
채옥의 볼을 어루만지는 윤의 손을 채옥이 꼬옥 잡고
눈물 범벅인 자신의 볼을 부빈다...
윤(편하게) 너는... 내 목숨이었다...
...함께.... 너와 함께 숨쉬며.... 살고 싶었는데.....
채옥......(꾸욱 감은 눈에 눈물만 흐른다)......
윤....너를... 마음에 품은 후로..... 나는...한번도.....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채옥..........
윤......너는..... 나로 인해.... 그러지 말거라.....
채옥(오열하며)...... 도련님...... 저하고... 산으로 돌아가요..... 다
신...다신 내려오지 말고.....
윤(편안한 미소를 띠며) ......나는 괜찮다...
....잊어라......이런 나도......장성백도..... 다 잊어라...........
... 이제야.......이제야 깊은 잠을......이루겠어.....(눈을 감는
다)..........
채옥의 볼에서 윤의 손이 스르르 빠진다....
눈을 감은 윤의 얼굴에 미소가 걸려있다....
채옥....웃는 듯 우는 듯.... 윤의 볼을 계속 쓰다듬는다...
...흡사 실성한 것 같다....
채옥(어린 시절 윤을 부르듯이) ...도련님......... 도련님........ (절
규) 도련님---
바다를 물들인 붉은 햇빛이.... 채옥과 윤을 감싼다....(디졸브)
50. 산 전경
51. 산 공터
붉은 불꽃이 활활 타오른다....
....장작더미 위에 누운 윤의 몸이 화염에 쌓여 있다...
수월의 목탁소리가 울리고....
그 앞에 소복을 입은 난희가 꿇어 앉아 오열한다...
부축을 받고 있는 조세욱...주완...원해....축지....
그리고 여러 부장포교들...
일각에서 가까이 가지 못하고...
불꽃만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는 채옥...
<플래쉬백, 몽타쥬>-윤과 채옥의 첫만남에서부터 즐거웠던 한
때...사랑했던 한때들이
슬라이드처럼 지나간다....
채옥(마음 속으로) ...도련님...... 편히 잠드십시오......
...꿈결에서라도.... 이 년을 만나 깨지 마시고...... 편히 잠드십시
오....
....다시는... 도련님의 잠을 힘들게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도련님은 찾아오십시오....
...긴 밤.... 제 꿈에... 꼭 찾아오십시오.....
........꼭... ....찾아오십시오......(볼을 타고 눈물이 흐른다)
52. 산길
조세욱을 위시한 채옥...원해...비호대...군사들이 달려온다..
채옥...뒤따라 달리다가 다른 길로 빠져 나간다....
53. 숲 속
성백과... 덕수...수명.... 소두령과 이십여명의 군사들이
모여 있다.... 성백은 돌아서있다....
성백(편하게) 덕수야.....
덕수 예 형님.....
성백...흐르는 물을 보면.... 항상 앞으로만 흘러가는 듯 싶지만...
....그 밑바닥의 흐름을 보면.... 돌에 걸리고... 수초에 걸려... 휘돌
기도 하고...
...또 잠시 역류하는 물도 있기 마련이다.....
...그래도... 흐르는 물은 언제고 바다에 닿는다....
(돌아보는 눈이 슬프고 깊다) ....덕수야... 이것이 끝은 아니다.....
덕수형님....
성백...너희는.... 살아남아... 반드시 저 썩은 세상을 불태워야 한
다....
덕수.......! 너희라니요..... (미친 듯이) 안됩니다!
...형님... 형님을 두고 어찌 우리만 살라 하십니까...!
차라리 같이 싸우겠습니다.....
모두.... 땅에 묻힌다하더라도....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성백(무섭도록 차갑게) ....덕수야.... 니가 그리 어리석은 놈이었더
냐....
...우리만을 위해 살아 견뎌낸 세월이었더라면... 죽음까지도 함께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니다.... 모두가 가서는 안된다....
...피눈물을 흘리며... 흩어진 산채 식구들은.... 무슨 희망으로 살
아야 한단 말이냐...
...어리석게 굴지마라....!
덕수....(눈물이 글썽인다) ...형님....
성백...살아남아라..... 악착같이 살아남아라........... 그것이 곧...
나를 살리는 길이다......
성백... 찬바람을 일으키며 돌아서 간다....
수명...뒤를 따르는데...
몸을 돌리는 성백.... 거칠게 어깨를 잡는다...
...뜨겁게 안아준다.... 그리고 한 손으로는 수명의 손을 꼬옥 잡는
다...
성백(나직하게) ...다시는... 너의 손에.... 칼을 잡지 마라...
덕수... 꿇어앉으며 눈물을 흘린다....
천천히 수명에게서 떨어져... 희미한 미소를 짓더니.... 돌아선
다....
....멀어져 가는 성백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수명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흐른다....
54. 대숲
아침 안개가 퍼진 대숲 사이로 햇살이 쏟아진다...
퍼드득 산새 한 마리가 박차 오르며 화면을 벗어나면
젊은 남녀의 거친 호흡 소리가 새 나오고...
대나무 사이... 땀으로 젖은 채옥의 눈동자가 스친다.
쌍검을 든 채옥과 장검을 든 성백이 대나무 서너 죽을 사이에 두
고...
올라 서 있다...
잔뜩 이그러진 미간에서 대숲을 모조리 벨듯한 살기가 풍기는 채
옥...
금방이라도 쏟아져내릴 것처럼 흥건하게 젖은 눈으로 검을 다시
고쳐 잡는 성백...
거친 숨을 토하던 두 사람의 호흡이 멎고... 정적에 빠지는 대숲...
순간 정적을 깨는 공기 소리와 함께 성백을 공격하는 채옥...
휘청이는 대나무를 이용해 날 듯이 허공에서 맞부딪히는 두 사
람...
쏟아지는 칼을 막으며 땅으로 내려서는 성백...
오른쪽 어깨를 부여잡은 손사이로 한줄기 핏물이 흐른다...
역시 날렵하게 착지해 무섭게 노려보는 채옥...
채옥(이글거리는 눈빛) ...나를 죽이고자 했소...?
성백(젖어드는 눈가와는 달리 입가엔 평안한 웃음이 맺힌다)...나
는 이미... 너를 베었다!
채옥, 짧은 절망감으로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데...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퍼져 나와 이내 대숲에 진동한다.
성백 고개를 돌리면 조세욱이 이끄는 기마 토포대가 파도처럼
쏟아져 들어온다.... 대나무를 박차며 날 듯이 말 위에 오르는 성
백...
대숲을 빠져나가면.... 뒤이어 채옥을 지나쳐 추격하는 토포대....
55. 들
불과 수십미터의 차이로 토포대에 쫓기는 성백... 갈수록 호흡이
거칠
<사운드 오프>어지고... 사력을 다해 달리는 얼굴 위로 눈물이 흐
른다.
<플래쉬 백>눈물을 흘리는 아버지를 올려다 보는 어린 채옥과 어
린 성백
관군에게 ?기며 강가를 달리는 어린 채옥과 어린 성백...
사령이 들이닥치는 집.... 거열을 당해 죽어가는 아버지의 모습
말에서 떨어져 쏟아지는 화살속에 남겨진 채... 울부짖는 어린 채
옥....
거친 빗줄기 속에서 멀어지는 채옥을 보며 절규하는 어린 성백....
56. 들 가운데 돌섬
<현재>미친 듯이 말을 달리지만... 주체할 수 없이 쏟아져 내리는
눈물...
<사운드 온>퍽-하는 소리와 함께 성백의 어깨에 화살이 박히자...
말에서 굴러떨어지는 성백.... 성백 다시 일어나 달린다....
...들을 가로막은 돌섬 앞이다...
조세욱의 대마가 앞발을 들어올리며 그 자리에 서고
수십의 관군이 말에서 내려 날렵하게 반원 대열로 진을 편다...
세욱E죄인은 돌아서라... 장성백...! 모든 게 끝났다.... 순순히 오
라를 받거라!
네 앞에 보이는 건 천길 낭떠러지 뿐이다... 네 놈은 길이 아닌 길
을 달려온게야...
돌아서거라...
성백E길이 아닌 길이라...
길이라는 것이 어찌 처음부터 있단 말이오.....
한 사람이 다니고... 두 사람이 다니고...
많은 사람이 다니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법...
이 썩은 세상에 나 또한 새로운 길을 내고자 달려왔을 뿐이오...
세욱E어리석은 소리 마라! 결국 네 놈이 이른 길은 죽음을 자초하
는 벼랑일 뿐이야...
성백, 어깨에 박힌 활을 부러뜨린다...
성백... 머리띠를 풀어 피가 흐르는 손과 칼자루를 동여맨다...
강한 바람이 흐트러진 성백의 머리칼을 훑고 지나간다...
비장하게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며 몸을 홱 돌리는 성백...
흠칫하며 곧 쏠 듯 겨누는 사수와 포수들...
성백(피식 웃다가 다시 노려보며) 틀렸소.... 내 오늘 이곳에 뼈를
묻겠지만...
(신념에 찬) 내가 죽은 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길을 내기 위해 걸
을 것이오...
언젠가는 그들의 피와 혼이 계곡을 메꾸고 강을 메꾸고....
반드시 새로운 길을.... 반드시 새 세상을 열 것이오...
(사이) ...나는 지금 죽어도.... 죽는 것이... 아니오....
조세욱(섬?하다)...
성백(허망한 듯) 다만......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떨군다... 들릴
듯 말듯) 재희야....
(다시 눈을 번쩍 뜨며 두 손으로 검을 세우는 성백... 결연한) 내 이
번 생은 여기까지외다... 어서 거두어 주시오!
조세욱(파도 소리를 덮는) 네 이놈! 대역 모반의 죄인에게 죽음을
선택할 자유라도 누리게 한다더냐?
말 위의 종사관이 무서운 기세로 깃발을 치켜들어 발포 신호를 하
는 순간... 진을 펼친 군사들 사이로... 달려나오는 채옥...
거친 숨을 몰아 쉬며 성백에게 칼을 겨눈다....
당황하는 조세욱과 군사들.... 손을 들어 종사관을 제지하는 조세
욱...
성백(희미하게 웃는) ......
채옥내 칼에 보내지 않으면 천추의 한으로 남을 것이다...
성백그래... 이번엔 실수하지 마라...
채옥기필코 벨 것이다...
성백 (젖어 있던 눈.... 들릴 듯 말듯...) ...그리... 될 수만 있다
면...
채옥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린다...
칼을 꼬옥 쥐는 채옥...
순간....성백을 향해 칼을 휘두르는데....
성백... 채옥의 칼을 막으며 쳐낸다....
채옥의 손에서 튕겨나가는 칼....
성백...채옥을 향해 내리치면....
두 손으로 성백의 칼자루를 쥐며 막는다....
....불꽃이 일어날 것 같은 채옥과 성백의 시선....
성백... 칼을 빼낼 듯 힘주어 꺼꾸로 비트는데....
채옥의 몸이 휘청한다....
...퍽-----------!
천천히 성백을 올려다보는 채옥의 얼굴....
성백의 얼굴이 평온하다....
세욱과 군사들 놀라보면...
백검은 성백의 복부를 꿰뚫었다...
아직도 칼을 함께 잡고 있는 채옥의 손이 피에 젖는다....
피를 울컥 토하며 웃는 성백...
채옥.... 도대체 왜... 왜.....
성백...보고싶었다....
부들부들 떠는 채옥
성백(힘겹게) ......재희야.......
둔기를 맞은 듯 굳어버리는 채옥... 칼을 뽑아내
려는데...
순간.... 칼자루를 잡아당겨 자신의 복부에 더 깊숙이 찌른다...
칼자루만 남긴 채, 성백의 등판을 완전히 관통하는 칼....
채옥, 칼을 빼려 하는데...
성백, 채옥의 손을 힘주어 움켜쥐고 놓지 않는다...
멍한 눈으로 비틀비틀 뒤로 물러서는 채옥....
두어 걸음 물러서더니... 털썩 주저앉는다....
...꿈인듯 성백의 얼굴을 볼 뿐이다...
...성백의 볼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아니다...믿을 수 없는 일이다....
채옥... 고개를 넋이 빠진 채 고개를 가로젓는다...
두 사람 사이로 휑한 바람이 지나간다....
성백... 채옥의 모습을 눈에 담으려는 듯 한참을 그윽히 보다가
눈을 감더니... 칼을 뺀다...
성백(숨이 가쁘다) 나를... 기억하지... 마라...
<사운드 오프>동시에 몸을 홱 돌려 군사들을 향해 칼을 드는데
채옥 벌떡 일어나고...
활시위가 놓임과 동시에 궁수들이 날리는 화살이 소나기처
럼
쏟아지고.... 포수들의 총도 불을 뿜는다...
퍼벅-퍼벅- 성백의 몸이 정지될 때까지 계속해 쏟아지는 살과
탄...
<플래쉬 백>-장일순 무릎 위에 앉아 있던 어린 재희와 재무...
-바닷가에서 재무를 부르며 절규하던 어린 재희...
-전옥서 탈출 당시, 두건을 벗고
처음 장성백에게 얼굴을 드러냈을 때의 채옥...
-동굴에서 정신을 잃었을 때, 자신을 안고 있던 채옥....
<사운드 오프....슬로우> 온 세상을 부셔버릴 듯이 듯이 울려퍼지
는 총성.
성백의 몸이 춤을 춘다....
절규하며 성백에게 달려가는 채옥....
...쓰러지려는 성백을 안는데.......
미처 멈추지 못한 화살과 총탄이 채옥의 등에 쏟아진다....
눈이 뒤집히는 원해... “멈춰--- 멈춰---”하는 절규와 함께...
미친 듯이 닥치는대로 살수와 포수들을 밀치며 때린다....
...화살이 멈추고... 총구에서 화약연기가 솟아오른다....
....일순 정적.....
고슴도치가 된 성백을 채옥이 안은 채 스러져 있다...
성백의 동공은 이미 멈춰 있고....
채옥도 숨이 끊어지기 직전... 몸이 펄떡거린다...
채옥(눈물이 그득한데... 웃는다.... 환하게 웃는다) .........오
빠.................
(또르르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눈을 감는다.....)
...휑한 바람이....
...재무 재희 남매의.... 슬픈 몸을... 어루만지며 지나간다...
바람이 재무의 몸을 건드리면....
품에서 푸른 저고리 고름이 빠져나와... 애처러운 몸부림을 한다...
장일순E...우리 재희... 올해 몇이더라?
<플래쉬백>
재희...일곱 살이옵니다...
장일순...일곱... (비장하게 눈을 감으며) 일곱...., 이제 겨우... 일
곱이란 말이냐.......
눈을 감은 장일순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눈물을 장일순의 턱에서 떨어져... 재희의 이마 위로 떨어진다...
재무(눈물이 글썽해져) 아버님....
장일순재무야.... 무슨 일이 있어도 동생과 함께 하거라...
재무(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예 아버님...
...산새 소리가 들린다....
...미소가 스며있는....남매의 얼굴 위로....
....따사로운 햇살이 비춘다.... 어머니의 손길처럼....
...재무의 얼굴에서....재희의 얼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