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 - 황순원
● 줄거리
한 마을에서 단짝동무로 지냈던 성삼이와 덕재는 6.25가 나면서 이념을 달리하는 적대관계로 만나게 된다. 치안 대원이 된 성삼이는 덕재가 체포되어 온 것을 보고, 청단까지 호송할 것을 자청하여 데리고 나선다.
호송 도중, 유년 시절에 호박잎 담배를 나눠 피우던 생각과 혹부리 할아버지네 밤을 서리하다가 들켜 혼이 난 추억들을 떠올리며 내적 갈등을 느낀다.
농민 동맹 부위원장까지 지낸 덕재에 대해 심한 적대감을 품기도 했으나, 대화를 하면서 점차 감정이 누그러지고 그의 진실을 알게 된다. 즉, 덕재는 아무런 이념에의 동조없이 빈농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용당했을 뿐, 실은 땅밖에 모르는 순박한 농민이었던 것이다.
덕재는 아버지가 병석에 있고 농사에 대한 고집스러운 애착으로 인하여 피하지 않고 남았음을 이야기한다. 성삼이는 자신이 피난 가던 때를 회상하면서, 농사일에 대한 걱정 때문에 피난하기를 끝까지 거부하시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덕재의 처지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다. 증오의 마음이 점차 우정으로 바뀌면서 고갯마루를 넘는다.
성삼이는 고갯길을 내려오면서 전처럼 살고 있는 학 떼를 발견하고 옛일을 회상한다. 어린 시절, 학을 잡아 얽어매 놓고 괴롭히다가 사냥꾼이 학을 잡으러 왔다는 소문을 듣고 놀라서 학 발목의 올까미를 풀어준 적이 있다. 그때 처음에는 제대로 날지 못하다가 자유로워진 학이 푸른 하늘로 날아갔던 추억.
성삼이는 덕재에게 학사냥이나 한 번 하자며 포승줄을 풀어 준다. 덕재는 성삼이가 자기를 쏘아 죽이려나 보다고 생각하나, "어이, 왜 맹추같이 게 섰는 거야?" 하는 성삼이의 재촉에 무엇을 깨달은 듯 잡풀 사이로 도망친다. 때마침 단정한 두세 마리가 가을 하늘을 날고 있다.
● 구성 단계
발단 : 배경과 인물 제시. 황폐해진 마을의 공포 분위기
전개 : 성삼의 갈등. 자청해서 덕재를 호송하는 성삼
위기 : 성삼과 덕재의 갈등 고조. 자신의 이념적 결백을 주장하는 덕재. 우정을 되돌이키려 애쓰는 성삼
절정 : 학 사냥을 하던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
결말 : 갈등의 해소. 성삼이 덕재의 포승줄을 풀어 줌. 단정학의 비상
● 요점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전쟁 소설
* 배경 : 시간적 → 1950년 전쟁 당시의 가을
공간적 → 삼팔 접경의 북쪽 마을
사상적 → 전후의식과 휴머니즘
* 시점 : 3인칭 작가 관찰자 시점(부분적인 전지적 작가 시점)
* 주제 ⇒ 사상과 이념을 초월한 인간애의 실현
학에 얽힌 사연과 동족 상잔의 비극을 초월한 순수한 우정
* 출전 : <신천지>(1953)에 발표
● 인물의 성격
* 성삼 →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받지 않은 농민. 덕재와 한 마을(삼팔선 이북 마을)에서 자란 죽마고우로 전쟁과 함께 이남으로 이사를 해서 치안 대원이 됨. 빨갱이로 붙잡혀온 덕재를 처음에는 원망하고 증오하나 그가 부역을 하고서도 피난을 가지 않고 집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알고 같은 농민으로서 자신이 느끼는 그에 대한 동정심과 우정 때문에 성삼은 덕재를 도망치도록 한다.
* 덕재 → 전쟁 발발 후 아무런 이념에의 동조없이 빈농이라는 이유만으로 농민 동맹 부위원장이 됨. 순박하고 선량한 마음을 가진 농민으로, 농사짓는 일과 가족의 봉양만을 아는 순박한 청년이다. 이 때문에 피난을 가지 않고 집에 있다가 치안대원에게 붙잡혀 사형의 위기에 처하나 친구 성삼의 도움으로 도망을 치게 된다.
● 구성과 문체상의 특징
현재의 순차적인 진행 속에 몇 개의 과거를 삽입시키는 역전의 질서로 되어 있어, 결말을 위한 예시, 주제의 암시, 현실과의 대조 등의 기능을 하고 있다. 또 고개를 중심으로 한 공간의 변화에 따라 갈등이 고조되고 이완되는 구조도 독특한 발상이다. 성삼과 덕재의 성격을 해설하거나 논평하지 않고 압축적인 서술과 간결한 대화를 통해 간접적인 제시를 한 것도 구성의 긴밀성에 이바지한다. 문체에 있어서는 각 문장이 짧고 수식어가 적으며, 사실적인 세부 묘사를 대담하게 생략하고 상황이 주는 이미지 전달에 주력하는 특징을 보여준다. 생각하는 부분이나 대화 부분에 따옴표를 생략한 곳이 있고, 자유 간접 화법으로 처리한 곳이 많다.
● 구성 : 역순행적 구성
이 소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행적으로 전개되지 않고, 현재의 상황을 먼저 제시하고, 회상의 내용을 제시한 다음, 다시 현재 이후의 사건을 제시하는 역행적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덕재의 성삼에 대한 갈등이 해소되는 과정과 맞물려 있으며, 민족의 동질성과 동족애의 회복이라는 주제 의식과도 관련되어 있다.
시간 진행에 따른 단순한 전개 속에 과거의 회상을 삽화적으로 끼워 넣음으로써, 성삼이의 심리적 갈등이 해소되어 덕재를 풀어 주게 되는 전개를 보인다.
● 표현상 특징 : 암시와 상징을 통한 주제 유도
- 불필요한 대화나 작자의 직접적인 개입을 억제한 채 생략과 암시로써 심리의 변화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절제에 힘입어 신비로울 정도의 서정적 분위기가 확보된다.
● '학(鶴)'의 의미
- '학'은 이념의 대립이 빚어낸 전쟁의 파괴력 앞에서 흔히 허물어지거나 상실되어 버리기 쉬운 인간성의 회복을 의미한다. 성삼이와 덕재는 이념을 제각기 달리하는 '이쪽'과 '저쪽'의 적대 관계로 만나게 된다. 이쪽 편인 성삼이는 농민 동맹 부위원장이란 직책까지 지낸 저쪽 편의 덕재를 호송해가야 한다. 호송만 해 가게 되면 덕재는 총살감으로 처리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성삼이의 눈에 덕재는 그런 이념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소박한 농민임이 확인될 뿐이다. 그래서 상삼이는 지난날 서로의 천진스러웠던 동심의 세월을 기억하면서 덕재를 동여매였던 포승줄을 풀어 준다. 포승을 푼다는 것은 이념에 속박된 경직된 상황으로부터 인간애를 회복하여 감을 뜻한다.
● 이해와 감상1
- 이 작품은 6. 25 전쟁이 가져다 준 비극적 상황과 인간애를 소설화한 것이다. 동족상잔이라는 민족적 비극 속에서도 찬연히 빛나는 순수한 우정을 통하여 이념을 초월한 따뜻한 인간애를 서정적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순수한 인간의 본성(학)과 진정한 의미의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도록 여운을 남겨주고 있는 것이다.
- 작품의 제목인 '학'은 주제적 사물로서 작품의 절정 부분에서 나타난다. 소년들이 학을 풀어 주었던 과거의 에피소드는 이데올로기에 왜곡된 인간을 구원하는 힘은 인간의 순수한 마음밖에 없다는 작가 의식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즉, 학은 우정 회복의 매체가 되어 손상된 우정을 치유하는 것이다. 결국 이 소설은, 고결함 때문에 우리 나라 사람들의 특별한 애착을 받는 길조인 '학'을 중심으로, 이념적 갈등이 빚은 인간성의 파괴와 상실을 사랑의 힘으로 회복하고자 하는 데 주제 의식을 두고 있다.
● 이해와 감상2
- 삼팔선 접경의 북쪽 마을. 단짝동무였던 성삼과 덕재는 6·25 동란 중 연행자와 피연행자의 처지로 만난다. 그러나 성삼이는 덕재가 지금 이용당하고 있는 것일 뿐, 예전과 달라진 것이 없음을 깨닫는 순간, 어린 시절 학 사냥의 기억을 되살리며 포승줄을 풀어 준다. 이념의 장벽이 우정이나 순수한 인간애를 파괴할 수 없다는 작가의 휴머니즘이 밀도 있게 그려져 있다.
- 황순원의 초기 작품들이 대부분 시간이나 공간 의식이 뚜렷하지 않았음에 비하여 <학(鶴)>은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 시간적·공간적 배경 즉, 6·25로 인해 쓸쓸하고 삭막한 분위기로 변해 버린 마을을 작품의 발단부에 설정했다. 이것은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것으로, 국토 분단과 동족 상잔의 참화를 겪은 비극의 현장으로서 '마을'은 이 나라 강토를 대유(代喩)하고 있다. 여기에 6·25라는 비극의 시대가 무한한 자유를 동경하던 유년 시절과 대립되어 극적 효과를 높이고 있다.
- 구성면에서 보면, 현재의 순차적인 진행 속에 몇 개의 과거를 삽입시키는 역전(逆轉)의 질서로 되어 있어서 결말을 위한 예시·주제의 암시·현실과의 대조 등의 기능을 하고 있다. 또, 고개를 중심으로 한 공간의 변화에 따라 갈등이 고조되고 이완되는 구조도 독특한 발상이다. 그리고 성삼과 덕재의 성격을 해설하거나 논평하지 않고 압축적인 서술과 간결한 대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제시한 것도 구성의 긴밀성에 이바지하고 있다.
- 이 작품에서도 황순원의 문체상의 특질이 잘 드러난다. 각 문장이 짧고 수식어가 적으며 사실적인 세부 묘사를 대담하게 생략하는 등 상황이 주는 이미지 전달에 주력하고 있다. 생각하는 부분이나 대화 부분에 따옴표를 생략한 곳이 있고 자유 간접 화법으로 처리한 곳이 많다.
- 학(鶴)은 주제적 사물로서 절정 부분에 나타난다. 소년들이 학(鶴)을 풀어 주었던 과거의 에피소드는 [이데올로기에 왜곡된 인간을 구원하는 힘은 인간의 순수한 마음 외에는 없다]는 작가 의식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 즉, 학(鶴)은 우정 회복의 매체가 되어 손상된 우정을 치유하게 되는 것이다.
- 결국 이 소설은 고결함 때문에 길조(吉鳥)로서 우리 나라 사람들의 특별한 애착을 받는 '학(鶴)'을 중심으로, 이념적 갈등이 빚은 인간성의 파괴와 상실을 사랑의 힘으로 회복하고자 하는데 주제 의식을 두고 있다 하겠다.
● 이해와 감상3
이 작품은 동족 상잔의 비극인 한국 전쟁을 시간적 배경으로, 삼팔선 부근의 작은 마을을 공간적 배경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설정은 이념 대립과 그로 인한 갈등 상황을 집약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작자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 작자는 어릴 때 단짝 친구였던 성삼과 덕재가 이념으로 인한 갈등을 극복하고 우정을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민족의 동질성과 동족애를 회복해 가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있다. 구성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행적으로 전개되지 않고, '현재-과거-현재'의 역행적 구조를 취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주제 의식과 관련되어 있다. 즉, 이념적으로 적대 관계에 놓인 두 사람이 평화롭고 행복했던 과거의 체험을 확인하면서 현실의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으로 그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결말 부분의 학의 비상은 상황에 대한 직접적인 서술 대신 생략과 암시의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덕재와 성삼의 갈등이 해소되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줄 뿐만 아니라 신비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출처 : 한계전 외 4인 공저 문학교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