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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복음 24~25장은 종말과 심판에 대한 예언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24장 1~2절을 보겠습니다.
1 예수께서 성전에서 나와서 걸어가시는데, 제자들이 다가와서, 성전 건물을 예수께 가리켜 보였다.
2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이 모든 것을 보고 있지 않으냐?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여기에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질 것이다."
예루살렘 성전은 헤롯대왕의 명령에 의해 지어지기 시작해서 예수님 당대에도 계속 지어지고 있었습니다. 정확한 역사적 자료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서기전 20년에 착공하여 서기 64년에 완공되었다고 합니다. 84년이 걸린 대공사였습니다.
지금도 건물의 터가 일부 남아있는데, ‘통곡의 벽’이라고 불리는 곳이 바로 이 성전을 바치고 있던 터였습니다. 이스라엘을 여행하는 사람에게는 필수 관광코스로 되어있는데, 가 보신 분들은 매우 큰 돌들로 첩첩이 쌓여진 터의 높이가 무려 18미터에 이르는 것을 보고 놀라게 됩니다. 성전 건물이 아니라 건물을 짓기 위한 터의 높이만 그 정도니 가히 그 성전의 규모를 짐작할 만합니다.
그런데 그 성전이 돌 위에 돌 하나 남지 않게 된답니다. 먼저 언급된 돌은 터를 이루는 돌을 말하는 것이고, 나중에 언급된 돌은 성전건축물을 말하는 것입니다. 서기 70년에 예루살렘을 점령한 로마 군대는 성전을 모두 부수어 터를 이루고 있는 돌 아래로 밀어버렸습니다. 돌 위에 돌 하나 남지 않게 된 것입니다.
현대 신학자들은 이 기록이 서기 70년 이후에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결과를 알고 있는 복음서의 저자들이 예수님의 입을 빌어 예언한 형식으로 기록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직도 예수님이 40년 후의 미래에 일어날 일을 정확히 내다보고 예언한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지만, 미래의 일은 이렇게 운명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들의 선택과 결정에 의해 무한한 가능성으로 열려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예루살렘의 파멸로 시작되는 종말과 심판에 대한 24~25장의 내용들을 이천년 세월을 넘어 우리 시대나 그 후에 이루어질 일로 추측하거나 해석하는 것은 온당치 않은 일입니다.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직후에, 그러니까 서기 70~80년대를 살아가는 예수공동체 사람들이 로마제국 군대의 말발굽 아래 예루살렘이 다시 짓밟힐 가능성을 미리 내다보고, 앞으로 자신들이 살아가며 겪게 될 지도 모를 처절한 상황도 내다보며, 그 고난을 슬기롭게 이겨나가자고 격려하기 위해, 마치 40~50년 전에 예수께서 예언하신 것처럼 쓴 글입니다.
실제로 그로부터 62년 후인 서기 132년에 유대인들은 다시 로마에 저항하여 봉기했지만 당시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는 예루살렘을 철저히 짓밟아 황무지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유대인들은 예루살렘에서 완전히 추방되었고 이후 유대인들은 떠돌이 민족이 되어 세계 곳곳을 유랑하다가 서기 1948년이 되어서야 다시 독립국가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이어지는 본문 3~14절을 보겠습니다.
3 예수께서 올리브 산에 앉아 계실 때에, 제자들이 따로 그에게 다가와서 여쭈었다. "이런 일들이 언제 일어나겠습니까? 선생님께서 오시는 때와 세상 끝 날에는 어떤 징조가 있을 것인지를, 저희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4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누구에게도 속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5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는 '내가 그리스도다' 하면서, 많은 사람을 속일 것이다.
6 또 너희는 여기저기서 전쟁이 일어난 소식과 전쟁이 일어나리라는 소문을 들을 것이다. 너희는 당황하지 않도록 주의하여라. 이런 일이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아직 끝은 아니다.
7 민족이 민족을 거슬러 일어나고, 나라가 나라를 거슬러 일어날 것이며, 곳곳에 기근과 지진이 있을 것이다.
8 그런데 이런 모든 일은 진통의 시작이다.
9 그 때에 사람들이 너희를 환난에 넘겨 줄 것이며, 너희를 죽일 것이다.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민족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10 또 많은 사람이 걸려 넘어질 것이요, 서로 넘겨 주고 서로 미워할 것이다.
11 또 거짓 예언자들이 많이 일어나서, 많은 사람을 홀릴 것이다.
12 그리고 불법이 성하여, 많은 사람의 사랑이 식을 것이다.
13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사람은 구원을 받을 것이다.
14 이 하늘 나라의 복음이 온 세상에 전파되어서, 모든 민족에게 증언될 것이며, 그 때에야 끝이 올 것이다."
세상 끝 날에 일어날 징조를 묻는 제자들에게 본문의 예수님은 ‘거짓 그리스도가 많이 나타나 사람들을 속이고, 전쟁과 지진, 기근이 이어질 것이며, 제자들이 큰 고난을 당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특히 제자들이 겪게 될 고초에 대한 본문의 예고는 서기 70~80년대 초기 기독교인들이 겪은 수난사와 그대로 겹치는 모습들입니다.
그런데 ‘복음이 온 세상에 전파되어야 끝이 올 것’이라는 이 본문 말씀 때문에 종말이 먼 미래에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어지는 본문을 보면, 이 기록 또한 먼 미래가 아니라 제자들에게 곧 닥칠 일을 말하는 것임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16~20절을 보겠습니다.
16 그 때에 유대에 있는 사람들은 산으로 도망하여라.
17 지붕 위에 있는 사람은 제 집 안에서 물품을 꺼내려고 내려오지 말아라.
18 들에 있는 사람은 제 겉옷을 가지러 뒤로 돌아서지 말아라.
19 그 날에는 임신한 여자들과 젖먹이가 딸린 여자들은 불행하다.
20 너희가 도망하는 일이, 겨울이나 안식일에 일어나지 않도록 기도하여라.
이 본문은 서기 66년부터 시작된 유대독립전쟁 때의 상황을 반추하면서, 다시 닥쳐올 수 있는 가까운 미래의 재난에 대비하라는 것입니다. 132년에 실제로 예루살렘이 다시 파괴되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래도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큰 전쟁과 환난을 겪지는 않았으니 복음서 기자들의 예측보다는 비교적 오래 동안 평화를 누린 셈입니다. 29~31절을 보겠습니다.
29 "그 환난의 날들이 지난 뒤에, 곧 해는 어두워지고, 달은 빛을 내지 않고, 별들은 하늘에서 떨어지고, 하늘의 세력들은 흔들릴 것이다.
30 그 때에 인자가 올 징조가 하늘에서 나타날 터인데, 그 때에는 땅에 있는 모든 민족이 가슴을 치며, 인자가 큰 권능과 영광으로 하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볼 것이다.
31 그리고 그는 자기 천사들을 큰 나팔 소리와 함께 보낼 것인데, 그들은 하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사방에서 선택된 사람들을 모을 것이다."
인자가 하늘 구름을 타고 올 것이랍니다. 그 모습을 모든 사람이 보게 될 것이랍니다. 이 본문은 그리스 문화의 영향을 받은 흔적입니다. 그리스의 최고신 제우스는 구름을 타고 다니며 천둥과 번개를 무기로 세상을 호령하는 존재였습니다. 복음서 기자는 서기 70~80년대 자신들이 겪고 있는 극심한 혼란과 고통을 마지막 때의 징조로 해석했고, 곧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 영화로운 천국이 도래할 것을 고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자신들이 살고 있는 시대가 최악의 시대이며 곧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라는 희망은 구약시대 모든 선지자들도 함께 꾼 꿈이었지만, 그 꿈은 늘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열리는 이 땅에서의 새로운 질서였습니다.
그런데 복음서가 기록된 서기 70~80년대는 그 예루살렘이 완전히 파괴되어 소멸되었고 돌무더기로 된 터전만 남았습니다. 그리고 로마제국의 세력은 너무나 강했습니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초현실적인 하늘의 개입을 바라는 신앙이 싹트게 되었습니다. 제우스가 구름을 타고 다니며 천둥과 번개를 내려치듯이, 인자가 구름을 타고 다시 오셔서 세상을 호령하실 것을 고대한 것입니다. 이어지는 본문 34~44절을 보겠습니다.
34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가 끝나기까지는, 이 모든 일이 다 일어날 것이다.
35 하늘과 땅은 없어질지라도, 나의 말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36 "그러나 그 날과 그 때는 아무도 모른다. 하늘의 천사들도 모르고, 아들도 모르고, 오직 아버지만 아신다.
37 노아의 때와 같이, 인자가 올 때에도 그러할 것이다.
38 홍수 이전 시대에,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는 날까지,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장가 가고 시집 가며 지냈다.
39 홍수가 나서 그들을 모두 휩쓸어 가기까지, 그들은 아무것도 알지 못하였다. 인자가 올 때에도 그러할 것이다.
40 그 때에 두 사람이 밭에 있을 터이나,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 둘 것이다.
41 두 여자가 맷돌을 갈고 있을 터이나,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 둘 것이다.
42 그러므로 깨어 있어라. 너희는 너희 주께서 어느 날에 오실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43 이것을 명심하여라. 도둑이 밤에 언제 올지 집주인이 안다면, 그는 깨어 있어서, 도둑이 집을 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44 그러므로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인자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일이 이 세대가 끝나기까지는 다 일어날 것이랍니다. 그 시대의 일이라는 것입니다. 수백 년 후, 수천 년 후의 일이 아니구요. 그래서 초대교회 교인들은 서로 인사를 나눌 때마다 ‘마라나 타!’ 하고 말했습니다. ‘주여, 어서 오소서’라는 말입니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당대에 예수께서 오시리라고 믿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그 때가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른답니다. 하늘의 천사들도 모르고 아들도 모른답니다. 오직 아버지만 아신답니다.
오늘날 사이비 교주들이 교인들을 미혹할 때 종말론으로 겁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때마다 요한계시록, 다니엘서와 함께 마태복음의 이 본문도 많이 인용됩니다.
1992년에 다미선교회라는 사이비 신앙집단에서, 그해 10월 28일 밤 12시에 종말이 올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예언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집단의 신도들 중에 가출을 한 사람도 많았고, 직장과 학교도 그만둔 사람이 많았습니다. 10월 28일 그날이 되자 그들은 모두 집회 장소에 모여 밤새도록 통곡하며 기도했습니다. 당시 그 장면이 TV로 생중계될 정도로 사회의 이목을 끈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날이 밝을 때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제야 신도들은 하나 둘 교회건물에서 나와 어디론가 사라져갔습니다. 그렇게 다미선교회의 예언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예수님도 그날이 언제인지 모른다는 이 본문 말씀이라도 새겨들었더라면 그런 미혹에 넘어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 비유이야기의 핵심 메시지는, 그날이 언제 올지 모르니 날짜 계산 하지 말고 늘 깨어서 준비하라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어쨌든 곧 오시리라 믿었던 예수님은 이천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오시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구름을 타고 오시리라는 문자 그대로의 예수님의 재림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입니다. 예언이 실패했거나 성서에 대한 이해가 잘못되었거나, 둘 중 하나겠지요.
성서의 예언은 미래의 일을 점치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예언자들의 예언은, 당시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은 선각자들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환난을 피하고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게 될 지를 예견한 것이지, 정해진 운명을 신통력으로 알아내는 것이 아닙니다.
종말은 언제나 우리 가까이 와 있습니다. 인류에게 다가와 있는 종말의 징조는 뚜렷합니다. 어느 정도의 분별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견할 수 있는 종말의 가능성만 해도 몇 가지는 꼽을 수 있습니다. 환경파괴로 인한 종말의 가능성, 핵전쟁으로 인한 종말의 가능성, 과학의 무분별한 질주로 인한 종말의 가능성 등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지구의 종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지구는 이런 일들로 종말을 맞이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인류가 종말을 맞이한다고 해서 그것을 지구의 종말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인간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으로 세계를 보고 있는지를 스스로 증명하는 것입니다. 인간이 그런 교만을 내려놓고 자연 앞에 겸손해지지 않으면, 머지않아 정말로 종말이 올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구의 종말이 아니라 인류의 종말 말입니다.
그러나 인류가 종말을 맞아 멸종된다고 해도, 지구는 여전히 태양의 주위를 돌 것이고, 달도 지구의 주위를 돌 것입니다. 그리고 억겁의 세월이 지나면, 어느 생명체인가 인간의 자리를 대신할 것이고요. 그렇게 지구는 교만했던 최고 포식자를 징계하고, 스스로 자신의 새로운 길을 찾아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