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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 134권, 성종 12년 10월 22일 계해 5번째기사 / 예조에서 본국 정운을 교정하는 일에 대하여 아뢰다.
예조에서 황주 목사(黃州牧使) 권인(權引)의 진언(陳言)에 의거하여 아뢰기를,
"본국 정운(本國正韻)은 선왕(先王) 때 여러 유신(儒臣)들에게 명하여 교정(校正)하였습니다. 한 사람의 편견(偏見)으로 고칠 수는 없습니다."
하였는데, 명하여 한운(漢韻)을 아는 문신(文臣)들에게 의논하게 하였다.
이명숭(李命崇)·이춘경(李春景)·이창신(李昌臣)이 의논하기를,
"성운(聲韻)에는 칠음(七音)과 청탁(淸濁)이 있는데, 우리 나라의 음(音)은 치두(齒頭)와 정치(正齒)의 구분이 없으며, 또 순음(脣音)의 경중(輕重)의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중국어를 배우는 자는 그 정교함을 얻을 수 없습니다. 먼저 우리 나라의 음을 바르게 하면 운학(韻學)을 밝힐 수 있습니다. 신 등이 《동국정운(東國正韻)》을 살펴보니, 사(私)와 사(思)는 치두음(齒頭音)이고, 사(師)와 사(獅)는 정치음(正齒音)이여서 합해서 하나의 음이 되고, 비(卑)와 비(悲)는 순중음(脣重音)이고, 비(非)와 비(飛)는 순경음(脣輕音)이어서 합해서 하나의 음이 되며, 방(芳)자는 전청음(全淸音)이고 방(滂)자는 차청음(次淸音)이지만 역시 혼돈되고 분별되지 않아서 권인(權引)의 말과 같습니다. 앞으로 본국 정운(本國正韻)은 칠음(七音)을 나누고 청탁(淸濁)으로서 협운(叶韻)790) 이 되게 하여 초학자(初學者)로 하여금 먼저 이 책을 익힌 후 홍무운(洪武韻)을 배우게 하면 칠음 회성(七音回聲)이 입에서 저절로 구분되어 한음(漢音)을 배우는 데 반드시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였는데, 전교하기를,
"그렇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