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라의 시詩꽃 . 마음꽃 하나 24회] 삼각산 소나무는 기다린다
-다시 하나 되기를 꿈꾸는 짙은 푸름
삼각산 소나무는 기다린다
삼각산 능선에서
바위와 소나무는 한 몸이다
암울한 시절 우르르 지나는 군화 발에
밟히고 밟혀도 바위에 우직하게 뿌리내린 소나무
푸른 침 곧게 세우고 기다리는 것이 있다
타는 태양빛으로 지친 바위에
촉촉한 비 내리면
한반도 역사를 아프게 내려다 보았을
영봉 바위 끝 휘어진 소나무도
숨은 벽 능선 절벽 바위 틈 아슬아슬 매달린 소나무도
애달픈 기다림 움켜쥐었다가 갈라진 삼팔선을 향해
하나가 되고 싶은 파란 눈물방울 날려 보낸다
잎살 사이 파고드는 가을볕에
온 산이 발갛게 물들어 가고
솔잎 바늘 부드러워질 때에도
삼각산 계곡 줄기 따라 흐르는 오색 속에
짙은 푸름 하나 선명하다
멀리서 연일 터지는 포탄 소식에
하얀 걱정의 상고대가 솔가지에 무겁게 얹혀도
얼린 입 앙다문 채 푸른 서슬로 견디어 내는 건
언젠가는 녹슨 가시로 닫힌 쇠창살 벌컥 열리는 날
올 거라고 믿기 때문 아닐까
이제 붉은 싸움 원하지 않는다
갈라진 피의 소란은 책 속에 접어두고
솔잎 가슴에 든 푸른 멍은 따뜻이 부는 바람에 녹이고
삼각산 능선 늘 푸른 소나무처럼
바위와 손잡고 하나가 되는 이 땅에서
축배 들 날 간절히 기다린다
詩作 노트
숨찬 기운을 달래려고 삼각산 능선을 따라 흐르는
바람 속에 나는 서 있었다. 굴곡진 바위 사이로 깊이
뿌리내린 소나무의 굵은 다리를 보았다. 그 푸른
기개 속에 서려 있는 오랜 기다림이 느껴졌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그 푸름은 이 땅의
아픔과 희망을 모두 품은 듯했다. 역사의 무게가
바람을 타고 와 땀에 젖은 내 이마를 스쳤다.
소나무는 군화 발에 짓밟히고, 전쟁의 포연이 스치고
간 자리에서도, 묵묵히 삼팔선 너머로 이어진 같은
뿌리를 그리며, 이 땅이 다시 하나 되기를 꿈꾸고
있었다.
더 이상 피로 얼룩진 분쟁이 아니라,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 푸른 멍을 녹여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삼각산 능선 위, 바위와 소나무가 서로를 의지하며
하나가 된 것처럼...
http://www.thegolf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2059
첫댓글 잠시 머물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