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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는 아주 많은 종류의 물질이 있으며, 자연에서 이들 물질들은 종종 다른 종류의 물질들로 변한다. ‘물질을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라는 의문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인류가 품어왔으며,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여러 고대 그리스 자연 철학자들은 세상 만물은 하나 또는 몇 가지의 근본 물질(원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았는데, 기원전 약 450년경에 엠페도클레스(Empedocles)는 세상 만물의 구성원소로, 공기, 물, 불, 흙의 4가지 원소를 들기도 하였다. 한편 기원전 460년경에 데모크리토스(Democritos)는 세상 만물은 더 이상 변하지 않고 나눌 수 없는 원자(atom)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원소와 원자에 대한 개념은 오늘날의 개념과 다르기는 하나, 일맥 상통하는 부분도 있다. 이번 화학산책에서는 현대적 개념의 원소와 원자, 원자의 구성 입자, 원자의 전자 배치, 동위원소와 동소체, 원소 이름과 기호 등의 용어를 정의하고 소개함으로써, 지금까지 화학산책에서 다룬 118개 개별 화학원소(이후는 원소라 부른다)에 관한 내용을 보다 쉽고 정확하게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원소, 원자, 화합물, 분자
물질은 물리적 방법으로 2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물질로 나눌 수 있는 혼합물(mixture)과 그렇게 할 수 없는 순물질(pure substance)로 구분된다. 혼합물은 성분 물질들이 고르게 섞여있는 균일혼합물(예로, 공기, 소금물, 합금)과 그렇지 않은 불균일 혼합물로 분류된다. 순물질은 한 종류의 물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고유한 성질을 지니는데, 외부 조건이 같으면 어는점, 녹는점, 끓는점, 밀도, 결정 구조 등이 일정하다.
물질의 분류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는 원자(atom)이다. 한 종류의 원자로만 구성된 순물질을 원소(element)라 한다. 따라서 원자와 원소의 종류는 같다. 두 종류 이상의 원자로 구성된 순물질을 화합물(compound)이라 한다. 독립적으로 거동하는 원자의 결합체를 분자(molecule)라 하는데, 분자는 이를 이루는 원자의 수(종류에는 무관)에 따라 이원자(diatomic) 분자, 삼원자(triatomic) 분자, 다(多)원자(polyatomic) 분자 등으로 구분한다. 하나의 원자로만 이루어진 분자도 있는데, 이를 단원자(monoatomic) 분자라고 하며, 비활성 기체 원소들이 여기에 속한다. 분자를 구성하는 원자(원소)의 종류와 각각의 갯수를 나타내는 것을 분자식(molecular formula)이라 하는데, 예로 2개의 수소(H) 원자와 하나의 산소 원자로 구성된 물의 분자식은 H2O이다(원자의 수는 원소기호 다음에 아래 첨자로 표시하나 1은 생략한다). 고체 상태의 금속이나 염(salt) 등은 분자로 이루어져 있지 않으며, 원자나 서로 반대 전하를 갖는 이온들이 금속결합이나 정전기적 상호작용으로 결합되어있다. 이 경우에도 이들 물질을 이루는 원자나 이온의 종류와 이들의 상대적 비로 그 물질을 나타낼 수 있는데(예로 소금은 NaCl), 이를 분자식이라 하지 않고 화학식(chemical formula)이라 한다.
화합물과 마찬가지로, 원소도 종류에 따라 실온 1기압에서 기체, 액체, 고체로 존재한다. 또 전기전도성에 따라 원소들을 크게 금속, 준금속(metalloid), 비금속으로 구분한다. 금속 원소는 주기율표(원소를 원자번호 순서로 배열하되 비슷한 성질(전자배치)을 갖는 것을 같은 열(족)에 배열한 것)에서의 위치에 따라 알칼리 금속, 알칼리 토금속, 전이금속, 란타넘족 원소, 악티늄족 원소 등으로 구분된다. 준금속은 금속과 비금속의 중간 성질을 보이는 원소들을 말한다. 비금속 원소들은 주기율표에 속한 열(족)에 따라 붕소족, 탄소족, 질소족, 산소족, 할로겐족, 비활성 기체 족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이들은 글쓴이가 주기율표를 소개할 때 보다 구체적으로 취급할 예정이다.
헬륨(He)을 예로 들어 보인 원자의 구조 그림. 중앙에 원자핵(분홍색)있고, 원자핵 주위에 전자 구름(검정색)이 분포되어 있다. 원자핵은 네모 그림에서처럼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다. 아래의 검은 막대는 1 옹스트롬(Å) 길이를 비례적으로 나타낸 것인데, 1Å=1 x10-8 cm이다.<출처 : (cc) Yzmo at Wikimedia.org>
원자 구조, 원자번호(atomic number), 질량수(mass number)
물질(원소 포함)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원자는 이의 중심에 있는 원자핵(nucleus)과 이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음의 전하를 갖는 전자(electron)들로 구성되어 있다. 원자핵은 양의 전하를 갖는 양성자(proton, p)와 전하를 띠지 않는 중성자(neutron)들로 구성되어 있다. 다만 보통 수소 원자핵에는 중성자가 없다. 1개의 양성자와 중성자의 질량은 1.67x10-27 kg으로 거의 같다. 또 양성자 1개와 전자 1개의 전하량은 크기(1.602x10-19 C)는 같고 부호는 반대이며, 전자 1개의 질량은 9.11x10-31 kg으로 양성자나 중성자 1개 질량의 약 1/1840에 불과하다. 원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이고, 따라서 이의 양성자 수와 전자 수가 같으며, 원자 질량의 99.94% 이상은 양성자와 중성자에 의한 것이다. 원자핵의 양성자 수를 원자번호(Z)라 하고, 양성자 수와 중성자 수(N)의 합을 질량수(A)라 한다.
양성자 무게 = 중성자 무게 = 1.67x10-27 kg/개
양성자 전하량 = -전자 전하량(e) = 1.602x10-19 C/개
원자번호(Z) = 원자핵의 양성자 수
질량수(A) = Z + 중성자 수(N)
원자핵 또는 원자의 종류를 나타낼 때 가끔 핵종(nuclide)이란 용어를 사용하는데, 하나의 핵종은 특정 원자번호, 질량수, 그리고 핵 에너지 상태로 특정 지어진다.
전자 궤도(오비탈, orbital)와 원자의 전자배치
원자의 전자는 원자핵에 있는 양성자에 의해 정전기적 인력으로 끌어당겨진다. 전자가 핵 주위에 머물러 있기 위해서는 전자의 원심력이 정전기적 인력을 상쇄하여야 한다. 전자가 핵에 가까이 있을수록 정전기적 인력이 크므로, 전자의 원심력도 커야 하며 따라서 전자의 속도도 빠르게 된다. 현대물리학에 따르면 전자는 다른 입자들과 마찬가지로 입자성과 파동성을 동시에 갖는다. 따라서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들이 일정 궤도를 선회하는 것과는 달리, 전자는 정상파로 존재하는데, 이런 정상파를 전자 궤도(오비탈, orbital) 또는 궤도함수라 부르며, 이는 핵 주위의 공간에서 전자가 있을 확률을 나타낸다.
원자에 있는 각 전자의 궤도 함수는 슈뢰딩거 식(Schrödinger equation)의 해로 얻어지는데, 3개의 양자수 n, ℓ, m의 함수로 주어진다. n은 주양자수(principal quantum number)라 부르는데, 1, 2, 3 과 같은 양의 정수이다. ℓ 은 방위 양자수(azimuthal quantum number) 또는 각 운동량 양자수(angular momentum quantum number)라 불리며, 0에서 n-1까지의 n개 정수 값만 허용된다. m은 자기 양자수(magnetic quantum number)로 불리며, -ℓ에서 +ℓ까지의 정수(0 포함) 값으로 주어진 ℓ 에서는 (2ℓ+1)개의 값이 허용된다. 각 궤도에는 스핀 양자수가 +1/2과 -1/2인 2개의 전자만 허용된다. ℓ이 0, 1, 2, 3, 4인 궤도를 각각 s, p, d, f, g궤도라 부르는데, 이들에는 각각 (2ℓ+1)x2개, 즉 2, 6, 10, 14, 18개의 전자가 들어갈 수 있다. 따라서 n=1에서는 1s전자 2개만 있을 수 있고, n=2에서는 2s전자 2개와 2p전자 6개를 합한 8개 전자가, n=3에서는 3s전자 2개, 3p전자 6개, 3d전자10개를 합한 18개 전자가, n=4에서는 4s전자 2개, 4p전자 6개, 4d전자10개, 4f 전자 14개를 합한 32개 전자가, 그리고 n=5에서는 5s전자 2개, 5p전자 6개, 5d전자10개, 5f전자 14개, 5g 전자 18개를 합한 50개 전자가 들어갈 수 있다.
1개의 전자만 있는 수소 유사 원자(hydrogen-like atoms; 원자핵과 1개의 전자로 이루어진 원자로, 수소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Z-1)의 양전하를 갖는 이온이며, 예로 He+, Li2+ 등이 있다)의 전자 에너지는 주양자수 n과 원자핵의 양성자 수(원자번호) Z에 따라 다음의 식으로 주어진다. 이때 전자가 원자핵에서 무한히 떨어진 경우를 에너지가 0인 기준으로 삼는다.
여러 개의 전자를 갖는 원자의 경우에는 각 전자 궤도의 에너지가 n뿐만 아니라 ℓ에도 의존하는데, 정확한 식은 얻을 수 없으나 이론적 계산으로 구할 수 있다. 주어진 n에서는 s<p<d<f<g 순으로 에너지가 높아진다.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인 바닥 상태(ground state)의 원자에서는 전자들은 에너지가 낮은 궤도부터 차례로 채워진다. 전자들이 궤도를 채워가는 순서 즉 전자배치의 순서를 원자의 전자배치 원리(aufbau principle) 또는 마델룽 규칙(Madelung rule)이라 한다. 이 원리는 전자가 채워질 때 주양자수(n)와 방위양자수(l)의 합(n+l)이 적은 궤도부터 채워지며, (n+l)이 같은 경우는 n이 작은 궤도부터 먼저 채워진다는 것이다. 이 원리에 따라 전자가 채워지는 궤도의 순서는 1s<2s<2p<3s<3p<4s<3d<4p<5s<4d<5p<6s<4f<5d<6p<7s<5f<6d<7p<8s<5g가 된다. 그러나 원자번호가 큰 원소들에서는 뒤쪽의 궤도에 전자가 채워지는 순서가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며, 특히 원자번호가 100이상으로 아주 큰 초중원소(superheavy element)에서는 내부 전자의 속도가 광속도에 가까워져서 특수 상대성 이론의 영향을 받게 되어 s전자의 에너지가 다른 궤도 전자의 에너지에 비해 더 낮아지게 되고, 따라서 전자배치가 위의 순서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러나, 실험을 할 수 없는 초중원소들에 대한 이러한 전자배치는, 실제 전자 배치를 실험적으로 구할 수 있는 보통 원자와는 달리, 이론적 계산으로 예측한 결과일 뿐이다.
마델룽 규칙에 따른 원자의 전자 배치 순서(118번 원소까지). 왼쪽 화살표는 수소 유사 원자의 전자 에너지 증가 방향이며, 다전자 원자의 경우는 붉은색 화살표에 따라(위에서 아래로) 전자가 채워진다.
바닥 상태보다 높은 에너지를 갖는 상태를 들뜬 상태(excited state)라 하며, 들뜬 상태 원자에서는 낮은 에너지 상태의 전자 궤도 대신에 보다 높은 상태의 궤도에 전자가 들어가 있다.
동위원소(isotope)와 방사성 붕괴(radioactive decay)
한 원소는 원자번호(원자핵의 양성자 수)가 같은 원자로만 이루어졌다. 그런데, 같은 원소에서 중성자 수가 달라 질량수가 다른 것이 있다. 1921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영국의 방사 화학자 소디(Frederick Soddy, 1877~1956)가 방사성(radioactive) 원소에서 이런 원소가 존재함을 발견하였으며, 그는 1912년에 이런 원소들을 주기율표에서 같은(同, isos) 자리(位, topos)에 있다는 뜻으로 동위원소(同位元素, isotope)라 명명하였다. 동위원소는 비(非)방사성 원소에서도 발견되는데, 천연 원소에서는 동위원소들의 비율이 일정하다. 예로 탄소의 경우, 질량수가 12와 13인 동위원소가 98.9%와 1.1% 비율로 존재하며, 질량수 14인 동위원소도 미량 존재한다. 수소의 경우는 질량수가 1(보통 수소, protium, H)과 2(중수소, deuterium, D)인 동위원소가99.99%와 0.01%의 비율로 존재하며, 질량수3(삼중수소, tritium, T)인 동위원소도 미량 존재한다.
양성자 수(Z)와 중성자 수(N)에 따른 원자핵의 안정성. 검은색이 안정한 원자핵이고, 이외의 것들은 방사성 붕괴를 하는데, 붕괴의 유형은 그림에 표시되어 있디. <출처 : (cc) Napy1kenobiat Wikimedia.rog>
한 원소의 동위원소들은 화학적 성질은 거의 같으나, 원자핵의 안정성은 핵의 양성자 수와 중성자수의 비(N/Z)에 따라 달라진다. 대략적으로 원자번호 2에서 20까지의 원소들은 Z=N인 핵(질량수가 원자번호의 두 배인 핵)이 안정하며, 이후에 원자번호(양성자 수)가 커지면 N/Z이 큰 동위원소가 안정한데, 자연계에 존재하는 안정한 동위원소 중 질량수가 가장 큰 것은 납-208(208Pb, Z=82, N=126)로 N/Z=1.54이다. 어떤 한 원소에서 안정한 동위원소보다 N/Z 비가 큰(중성자가 과다한) 동위원소는 베타(β-) 붕괴(전자 방출: 이 경우 Z는 1 증가, N은 1 감소)를 하고 안정한 동위원소로 전환되며, N/Z 비가 작은(중성자가 과소한) 동위원소는 양전자(β+) 방출 또는 전자포획(이들 경우는 Z는 1 감소, N은 1증가)을 하고 안정한 동위원소로 전환된다. 이러한 원자핵의 자발적 변환을 방사성 붕괴(radioactive decay)라 하는데, 방사성 붕괴에는 이들 외에 알파(α) 붕괴(질량수가 4이고 원자번호가 2인 헬륨 원자핵 방출)도 있으며, 방사성 붕괴에서는 대부분 큰 에너지의 전자파인 감마(γ)선이 방출된다. 또 아주 무거운 원소들은 자발적으로 핵 분열을 하기도 한다. 어떤 방사성 붕괴에서 방사선 양이 반, 즉 해당 핵종의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을 반감기(half life)라 한다. 한편, 자연에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 양이 매우 작은 동위원소를 핵 반응으로 합성할 수 있는데, 이들 인공적으로 합성된 동위원소들은 대부분 스스로 방사성 붕괴를 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들이다. 이들은 의학적 진단과 치료를 비롯한 다양한 연구와 검사에 유용하게 사용된다. 현재 국제순수∙응용화학연맹(IUPAC)은 새로운 핵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수명이 10-14초보다 길어야 한다고 하고 있는데, 이 시간은 양성자와 중성자가 핵 껍질로 배열되고 전자 구름이 만들어지는 데 필요한 시간이다.
동소체(allotrope)
한 원소에서도 다른 구조적 형태를 가져 모양과 성질이 다른 것이 있는데 이를 다른(allos) 형태(tropos)를 갖는 것이란 뜻으로 ‘allotrope’라 하고, 우리 말로는 같은 원소로 된 것이란 의미로 동소체(同素體)라 한다. 이들은 단위 분자를 구성하는 원자수가 다르거나, 같은 화학조성을 가지나 구조가 다른 것이다. 동소체의 예로는 산소(O)의 경우는 보통 산소라 부르는 이원자분자(O2)와 오존(O3)이 있으며, 탄소의 경우는 흑연, 다이아몬드, 그래핀 등이 있고, 인의 경우는 흰인(白燐), 붉은인(赤燐), 보라인, 검은인이 있다.
인의 동소체. 흰인(노란인), 붉은인, 보라인, 검은인.(왼쪽부터) <출처 : (CC)Materialscientist at Wikipedia.org>
원자 질량(atomic mass)과 원자량(atomic weight)
원자의 질량수(mass number)는 원자핵에 있는 양성자 수와 중성자 수의 합이다. 원자의 질량(무게)은 원자 질량(atomic mass)으로 나타내는데, 이를 원자량(atomic weight)이라고도 부른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원소들의 원자량은 동위원소들의 분포를 반영하고, 특정 원소의 원자량을 기준으로 해서 정한 상대적인 평균 원자량이다. 기준으로 정한 원자량은1900년 이전까지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수소의 상대적인 평균 원자량을 1로 해서 기준으로 삼았는데, 1900년경에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산소(질량수 16, 17, 18의 혼합물)의 상대적인 평균 원자량을 16으로 해서 기준으로 삼았다가, 1961년에는 질량수가 12인 탄소 동위원소(탄소-12)의 상대적인 원자량을 정확히 12로 하는 것으로 변경하여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질량의 단위로 흔히 원자질량 단위(atomic mass unit)를 사용하는데, 이는 바닥 상태에 있는 탄소-12 원자 한 개의 질량을 12로 나눈 값으로 1.66x10-27 kg이며, 보통 u또는 amu로 나타낸다. 1 원자질량 단위는 양성자나 중성자의 질량과 거의 같다. 원자질량 단위로 나타낸 동위원소의 원자량은 질량수와 1% 이내로 같은데, 핵의 결합에너지, 전자 에너지와 질량 등으로 인해 원자량과 질량수 사이에 약간 차이가 있다. 예로 질량수가 208인 납-208의 원자량은 207.9766521 u이다. 두 가지 이상의 동위원소들이 섞여 있는 원소의 원자량은 각 동위원소들의 가중 평균 원자량으로 한다. 즉, n가지의 동위원소로 이루어진 원소에서 i번째 동위원소 원자량이 Mi이고 이의 존재 분율이 pi인 경우, 이 원소의 상대적인 평균 원자량 M는 다음과 같다.
M = (M1p1 + M2p2 + • • • +Mnpn)
천연 상태의 정상적인 원소의 상대적인 평균 원자량을 표준 원자량(standard atomic weight)이라 하는데, 흔히 말하는 원자량은 이를 말한다.
화학자들은 보통 몰(mole) 단위의 원자량을 사용한다. 1 몰은 아보가드로 수(6.022x1023)의 입자들의 모음인데, 탄소-12의 1몰의 무게는 정확히 12 g이다. 따라서 1 몰의 원자량은 각 원자의 원자량의 u대신에 g/mol 단위를 붙인 것이 된다. 예로 수소의 원자량은 1.007825 u인데, 몰 원자량은 1.007825 g/mol이 된다. 분자의 질량(분자량, molecular weight)은 분자를 구성하는 원자들의 질량의 합이다. 생물학 분야에서는 원자나 분자의 질량에 u나 g/mol 대신에 달톤(dalton, Da)이란 단위를 쓰기도 한다.
원소이름
여러 원소들은 원소나 원자에 대한 개념이 있기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새로운 원소를 발견한 고대 및 중세 과학자들은 신화에 나오는 신, 이를 분리해낸 광물이나 발견자의 이름, 발견 지역, 원소의 성질 등을 따서 원소 이름을 지었는데, 정보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시대에는 같은 원소에 대해서도 지역에 따라 각각 다른 이름이 사용되는 경우도 있었다. 또 근래에 이르러서도 거의 동시에 발견되었거나, 발견에 대한 선취권에 논란이 있었던 원소들에 대해서는 같은 원소에 대해 여러 이름이 있게 되었다. 라틴어를 사용하는 고대 로마에서는 원소로 여겨지는 물질에 ‘um’으로 끝나는 이름(예로 금은 ‘aurum’ 철은 ‘ferrum’, 납은 ‘plumbum’)을 사용했는데, 이것이 빅토리아 시대 과학자들에게도 이어져 근세 이후의 원소 이름에 적용되었다.
근대에 들어와서는 국제적 정보 소통과 교역 등을 위해 원소들에 대한 서로 다른 이름을 통일하여 공식 이름을 정하는 것이 필요해졌는데, 1947년에 국제순수·응용화학연맹(IUPAC)은 영어로 원소의 공식 이름을 정하는 결정을 하였다. IUPAC은 새로 발견된 원소에 대해서는 발견자나 발견 기관의 제안을 받아 원소 이름과 기호를 정한다. 원소 이름은 ‘ine’로 끝나는 할로겐족 원소와 ‘on’으로 끝나는 비활성 기체를 제외하고는, 라틴어의 정통을 이어받아 모두 ‘ium’으로 끝나는 원칙을 갖고 있다. 그리고 IUPAC은 1978년에는 발견이 공식 인정되지 않았거나,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소에 대해서는 원자번호의 각 숫자에 해당하는 라틴어 어간을 딴 잠정적 원소이름과 원소 기호를 정하는 규칙도 마련하였다. IUPAC은 원소 이름을 고유명사로 보지 않으며, 따라서 이의 영어 이름을 쓸 때 대문자로 시작할 필요가 없다. 사람이나 지명 이름 등에서 따온 원소 이름을 쓸 때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는 서양 문물이 들어오기 전부터 알려진 원소들에 대해서는 전통적인 이름(구리, 은, 철, 주석, 납, 비소, 수은, 황 등)을 사용한다. 그리고 서양에서 전래된 일부 원소들에 대해서도 원소 이름에 포함된 뜻, 원소가 포함된 대표적인 물질 이름, 원소의 특성 등에 따라 따로 지어진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의 예는 수소(hydrogen), 산소(oxygen), 질소(nitrogen), 탄소(carbon), 인(phosphorus), 붕소(boron), 규소(silicon), 염소(chlorine) 등이다. 또 얼마 전까지는 여러 원소들을 독일어 이름이나 독일어식 표기로 나타내었는데, 이들의 예는 나트륨(natrium), 칼륨(kalium), 브롬(brom), 망간(mangan), 티탄(titan), 크롬(chrom) 등이며, 이는 이들 원소가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소개된 때문으로 여겨진다. 예로 든 원소들의 IUPAC 이름은 각각 소듐(sodium), 포타슘(potassium), 브로민(bromine), 망가니즈(manganese), 타이타늄(titanium), 크로뮴(chromium)이다. 우리나라는 대한화학회가 원소와 화합물의 우리말 이름을 정하는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있는데, 독일어 이름이나 독일어식으로 나타낸 원소들의 이름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IUPAC이 정한 영어 이름을 우리말로 옮겨 사용하기로 1998년에 결정하였다.
원소기호
금속과 흔한 물질들을 기호로 나타내고자 하는 노력이 중세의 연금술사들에 의해 시도되었으며, 근대에는 원자론을 발전시킨 돌턴(John Dalton, 1766~1844)이 원소나 분자를 간단한 기호로 나타내는 것을 고안하였다.
오늘날 원소 기호는 영어 알파벳 하나 또는 두 개로 나타내는데, 이는 1814년에 스웨덴 화학자 베르셀리우스(Jöns Jakob Berzelius, 1779~1848)가 처음 고안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각 원소 기호는 원소의 라틴명 또는 통용명의 첫 글자로 하되, 첫 글자가 다른 원소에 이미 사용된 경우에는 첫 글자와 다음 글자를 합한 것으로 하였다. 예로 산소(oxygen)를 O, 탄소(carbon)를 C, 칼슘(calcium)을 Ca로 나타낸다. 원소 기호 중 몇 가지 예외적인 경우도 있는데, 텅스텐(tungsten)의 원소기호 W는 이의 다른 이름 ‘볼프람(wolfram)’에서 따온 것이고, 수은(mercury)의 원소기호 Hg는 수은이 라틴어로 ‘액체 은(hydrargyrum)’이라 불린 데서 따온 것이다. 원소기호의 첫 글자는 대문자로 하며, 두 번째 글자는 소문자로 한다.
동위원소는 원소 기호, 원자번호, 질량수를 써서 나타낼 수 있는데, 원소기호를 적고 왼쪽에 아래 첨자로 원자번호를, 위첨자로 질량수를 표기한다. 다만 한 원소의 원자번호는 한 가지뿐이므로, 원자번호는 생략하고 질량수만 적기도 한다. 또한 원소 이름 또는 기호 다음에 질량수를 하이픈(hyphen, -)으로 연결하여 적기도 하는데, 산소-16(oxygen-16) 또는 O-16이 그 예이다.
동위원소의 표기법
동위원소들의 혼합물(천연원소 포함)에 대해서는 질량수가 정의되지 않으므로 이를 표시하지 않는다. 주기율표에는 원자번호를 흔히 원소기호의 위나 왼쪽(아래첨자)에 적으며, 상대적인 평균 원자량을 원소기호 아래에 나타낸다.
일반적인 원소 표기법
원자가 전자를 받거나 잃으면 전하를 갖게 되는데 이를 이온(ion)이라 한다. 이온은 받거나 잃은 전자 수와 부호(전자를 받으면 ‘-‘, 잃으면 ‘+’), 즉 이온의 전하량과 부호를 원소기호 오른쪽에 위첨자로 붙여 표기한다. 예로, 산소 원자가 2개의 전자를 잃은 산소 양이온은 O2+로, 그리고 두 개의 전자를 받은 산소 음이온은 O2-로 나타낸다. 분자식이나 화학식은 각 분자나 화학식에 포함된 원소의 기호와 원자의 갯수로 편리하게 나타낼 수 있다. 예로 에탄올의 분자식은 C2H6O인데, 이는 탄소(C), 수소(H), 산소(O) 원자가 각각 2개, 6개, 1개로 이루어진 분자임을 뜻한다(1은 표기를 생략한다). 어떤 분자의 성분 원소가 특정 동위원소로만 되어있는 경우는 그 동위원소의 질량수를 분자식에 표시하는데, 예로 18O로 구성된 물 분자는 H218O로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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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 원소가 모여 인간을 만들고 살다가 마지막에 흩어지면 원위치로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