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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C가 간기능 손상을 막고 스트레스 저항성을 강화한다.”(서울대 의대 강재승 교수)
9월25일 서울 소공동 프라자호텔 별관 그랜드볼룸. 국내에서 처음 열린 ‘제1회 비타민C 국제심포지엄’(한국식품과학회 주최)에 참석한 국내외 전문가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그동안의 연구 성과와 비타민C의 광범위한 효과에 대한 견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생활질환과 비타민C의 건강보호 효과’를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은
서울대 의대 이왕재 교수, 가톨릭대 의대 염창환 교수(대한비타민연구회 회장) 등 국내 비타민C 전문가와 미국 국제분자교정학회저널(ISOM) 부편집장 앤드루 W. 사울 박사, 일본 나라여대 쇼스케 고조 교수 등 7명이 주제발표를 진행했고, 의약학계 전문가와 일반 시민 등 300여 명이 비타민C의 최신 연구 결과를 흥미롭게 지켜봤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일반인에게 잘 알려진 비타민C의 효능 외에도 고용량 비타민C를 통한 질병치료 사례, 비타민C의 간세포 생성 효과, 비타민C의 암예방 효과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타민C의 효능을 입증하는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비타민C는 콜라겐 합성과 철분 흡수를 돕고 면역기능에도 관여하는 비타민. 식품의 산화방지는 물론 괴혈병, 감기 예방 등의 치료제로도 널리 애용되고 있다.
하지만 쌀, 옥수수, 고구마, 감자 등 전분을 원료로 필요한 만큼의 비타민C를 간에서 생성해내는 동물과 달리 사람을 포함한 영장류는 그 능력을 상실해 비타민C를 따로 섭취해야 한다.
영장류는 비타민C 따로 섭취해야
비타민C의 역사는 괴혈병의 기록에서 비롯됐다.
포르투갈의 항해가 바스코 다가마(Vasco da Gama·1460~1524년)의 배가 리스본을 출발해 희망봉을 돌아 인도로 향하던 1497년,
수개월 사이에 약 60%의 선원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망했다.
죽어가는 선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증상은 잇몸이나 구강점막에서의 출혈.
괴혈병(壞血病·scurvy)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도 이 때문이다.
1535년 겨울, 프랑스 탐험가 카티에르가 캐나다로 향하던 중 선원들이 괴혈병으로 하나 둘 쓰러졌다.
탐험 중 만난 원주민에게서 괴혈병에는 신선한 나뭇잎이 특효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선원들은 ‘나뭇잎 주스’를 마신 뒤 하루 만에 나았다는 기록도 있다.
1850년대 신대륙 미국에서는 금광을 찾아 서부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는데,
당시 신선한 채소와 과일이 부족해 많은 사람들이 괴혈병으로 사망했다.
이로 인해 괴혈병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오렌지 재배가 성행했고, 오늘날 캘리포니아에는 대규모 오렌지 농장이 들어서 있다.
어쨌든 다시 돌아 심포지엄 현장. 이날 ‘비타민C
유전자 적중된 쥐를 이용한 비타민C 효과 평가’를 주제로 발표한 서울대 강 교수는
비타민C를 생합성할 수 있는 정상 쥐(wild-type)와 굴로(Gulo) 유전자를 제거해 비타민C를 합성할 수 없는 굴로 유전자 결손 생쥐(Gulo knock-out mice·이하 실험 쥐)를 비교한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그는 “실험 쥐에 급성간염을 유발하자 심각한 간 손상이 나타났는데,
비타민C를 투여했을 때는 간 손상을 거의 완벽하게 막을 수 있었다”며
“이는 비타민C가 염증반응에 의한 간 손상을 막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가 “술 먹은 다음 날에는 비타민C를 챙겨 드셔야겠죠?”라고 하자 청중 사이에서 폭소가 터져나왔다.
이어 강 교수는 “항암기능이 있는 면역세포(IKDC)도 실험 쥐에게는 거의 없었지만, 비타민C를 투여하자 정상 수준으로 되살아났다”며
“40, 50대 남성의 돌연사도
비타민C와 연관성이 있는지 연구 중”이라고 전했다.
아드레날린 결핍이 돌연사를 유발한다는 기존 학계의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비타민C와 아드레날린의 관계를 추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비타민C를 보충하지 않은 실험 쥐는 체중 감소는 물론 간, 비장, 신장, 심장 등의 조직 무게도 현저히 줄었고 스트레스에도 취약했다며 운동능력은 정상 쥐의 6분의 1로 떨어졌다고 소개했다.
강 교수는 “사람에게 적정량의 비타민C는
면역 강화와 간기능 손상 방지, 스트레스로 인한 피로 해소, 돌연사 감소 등의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며 연구 의의를 밝혔다.
이에 앞서 사울 박사는 “1935년 비타민C가 디프테리아 독소를 비활성화한다는 사실, 37년에는 파상풍균 독소를 비활성화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며 “1943~47년 비타민C를 투여해 41건의 바이러스성 폐렴을 치료한 연구 결과도 있고 이후 비타민C를 고용량 투여해 심혈관계 질환, 폐렴, 간염, 에이즈, 암 등을 치료해왔지만 의학계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질환에 대한 고용량 비타민C의 치료효과’라는 자신의 주제발표를 하는 자리에서다.
고용량이란 의학계가 경고하는 상한선인 하루 최대 섭취량 2000mg을 초과한 수천~수만mg을 의미한다.
그는 또한 “미국국립보건원(NIH)도 암에 대한 비타민C의 효능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화 방지는 물론 암예방 가능
가톨릭 의대 염 교수도 사울 박사와 의견을 같이했다.
그는 “이제는 ‘영양제 비타민C’에서 ‘약물 비타민C’로 인식이 바뀔 때가 됐다”며
“현재로선 구체적인 효능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부족해 주치료를 대신할 수 없지만,
말기 암환자 등 주치료로 실패한 경우나 주치료와 함께 하는 대체치료 등에선 비타민C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염 교수는 ‘고용량 비타민C 요법을 통한 암 치료 결과(The Clinical Cases of Mega Vitamin C Therapy)’라는 주제로
자신의 임상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70명의 암환자에게 고용량 비타민C만을 투여한 결과 7명(19%)의 암 크기가 줄었고 13명(18.6%)이 효과를 봤지만,
36명의 암환자에게 고용량 비타민C와 항암제를 함께 투여하자 11명(30.6%)의 암이 줄었고 18명(50%)이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병행 치료의 경우 80% 이상이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여기서 ‘효과를 봤다’는 것은 비타민C 투여 후 3개월간 암세포화가 진행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는 또 위암수술 후 2주 동안 상처치유(wo-und healing)가 되지 않던 40세 남성 환자에게
비타민C 10g을 2주간 매일 투여해 치유했으며, 간암 진단을 받은 52세 여성 환자에게 비타민C 치료를 병행하자 암 크기가 많이 줄었고 현재까지(4년3개월) 생존해 있다고 소개했다.
만성피로증후군과 아토피 등의 환자 치유 사례까지 발표한 뒤 그는
“‘침상의 결과가 과학 결과보다 앞선다’는 격언을 생각하면 무시하지 못할 연구 결과” 라고 평가했다.
쇼스케 교수는 쥐 실험 결과를 인용해 ‘비타민C는 가장 민감한 산화스트레스 지표’라고 주장했다.
산화스트레스는 몸속 활성산소가 주변 세포나 조직을 공격해 세포조직 손상이나 괴사를 야기하는 현상. 산화스트레스로 세포와 조직이 노화된다.
쇼스케 교수는 “산화스트레스에 대한 쥐의 비타민C 반응을 분석한 결과
약 20일이 지나면 혈중 비타민C 농도가 거의 ‘제로’에 가깝게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항산화제로 잘 알려진 비타민C를 동맥경화증 등 진단에 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스트레스가 5% 증가하면 비타민C 농도가 40% 이상 감소한다는 최근의 한 연구 결과를 뒷받침한다.
이어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이형주 교수가 ‘비타민C의 암예방 효과에 대한 새로운 기전연구’, 서울대 의대 이왕재 교수는
‘어떻게 비타민C는 면역반응을 조절해 암세포를 사멸시킬 수 있는가’를 주제로 비타민C의 암예방 기능을 소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대장암, 악성 흑색종, 장폐색, 위암, 여드름, 아토피, 류머티즘 관절염 등에서의
광범위한 비타민C 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들도 발표됐다.
고려대 이광원 교수(식품공학부)는
“의학계에서 비타민C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면서 비타민C를 치료용으로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 매년 혹은 격년으로 심포지엄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학문을 바탕으로 식품학계에서도 산업계와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상품 개발과 연구 결과들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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