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정취를 담은 또 다른 산책로
경남선경아파트 뒤 산책로
●사방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해운대 산책로
해운대에는 그 명성만큼이나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다. 북쪽의 장산을 기점으로 등산로 뿐만 아니라 신시가지를 따라 흐르는 대천 산책로 그리고 이어진 해운대해수욕장과 동백섬까지도 산책을 많이 다닌다. 서쪽으로는 APEC 나루공원을 시작으로 수영강을 따라 길게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으며 멀리 회동수원지와 온천천과 연계되어 있다. 남으로는 달맞이 언덕을 중심으로 문탠로드에서 송정, 구덕포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송정해수욕장을 지나 죽도까지 연결되어 있으며 더 멀리 걷고 싶은 사람들은 동해를 따라 용궁사와 그 위 대변까지도 발길을 옮기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신시가지 사이사이에 놓여진 산책로는 주민들의 발바닥으로 벌써 다져진지 오래다.
최근엔 걷기운동 바람이 더욱 거세져 휴일이면 어느 산책로에 들어서도 많은 인파로 붐빈다. 특히 장산은 마치 피서철 해운대 해수욕장을 찾는 인파를 연상케 하는데 그냥 밀려서 다닌다. 대부분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장산을 만나게 되는데 너무 많은 인파로 자칫 산책의 즐거움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좀 눈을 돌려 수영강이나 문탠로드를 이용하자니 이 역시 만만하지가 않다.
●경남선경아파트 뒤 산책로
이런 현실에 조용히 멋진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경남선경아파트 뒤 산책로에서다. 영남아파트 위 경남선경아파트 입구에 위치한 계단을 오르면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 여느 산책로와 달리 널찍한 숲 속 도로가 눈앞에 펼쳐진다. 그 길 양 옆으론 아름드리 나무가 줄지어 서 있어 마치 고목들의 향연에 파고든 듯하다.
● 군부대 흔적을 따라
널찍한 도로를 그냥 걷는다. 산책로가 여유가 있어 간혹 만나는 사람들이 오히려 반가울 지경이다. 군데군데 철조망이 약간 기분을 상하게 하지만 산책로가 주는 전체적인 만족감에 비하면 충분히 눈감아 줄 수 있다. 과거 군부대 시설물이 그 흔적을 남기고 있지만 오히려 그 자리에 억새와 더불어 야생화가 피어 운치를 더한다. 중간지점에서 만난 보리수나무는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한참 익은 열매에 혼이 빠져 있노라니 놀란 고라니 한 마리가 뛰어 나온다. 고라니보다 더 놀란 건 오히려 사람이다. 주위의 사람들 혼 줄을 빼놓고선 쏜살같이 사라진다.
송정터널 방향으로 더 걷노라니 계곡이 등장한다. 아주 오래전 계곡에 건설된 다리가 많이 낡아 보수가 시급해 보인다. 잡초 사이로 가장자리에 구멍이 나 자칫 발이라도 빠지는 날엔 낭패당하기 십상이다.
제법 오르막으로 형성된 고개를 넘으니 백병원과 더불어 지역난방공사가 보인다. 조금 더 가니 쓰레기 소각장 방면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하고 더 걷다보니 송정터널에 가로막힌다. 아니 가로막힌 게 아니라 송정터널 옆으로 배수구와 나란히 놓인 길을 따라 송정터널을 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 지점의 길은 좀 위험해 보이며 소음 또한 심해 자칫 산책의 즐거운을 망칠까봐 발길을 돌렸다. 산책길을 따라 고개를 오르는 순간 엄청난 자동차 소음이다. 특히 부울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차량의 소음은 아주 심하다.
● 돌아나오는 길
되돌아오는 길은 더 넉넉하게 느껴진다. 낙엽 위로 내딛는 발이 만들어내는 소리를 들으며 신시가지 아파트를 나무 사이사이로 본다. 보금자리지만 콘크리트 숲이 보일 때마다 왠지 들어서고 싶지가 않다. 흙을 밟으며 이 흙에 뿌리를 내린 많은 생명체를 공유하다 벌써 공기가 다른 지점까지 왔다. 나무 숲과 콘크리트 숲의 경계가 바로 목재 데크 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