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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신상에 다소 변화가 있었습니다.
제주시에서 서귀포시로 거처를 옮겼다는 것,
자그마한 귤밭을 임대했다는 것,
그리고 위글즈(다른카페 회원이심) 님에게 선수(?)를 빼앗겼다는 것....ㅜㅜ
서귀포로 오기까지 많은 고민들이 있었습니다.
실은 제가 노려보고 있는 곳은 애월읍 고내리입니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제주에서 만난 분들이야 어느 정도 무소유라는 필명을 인정하시지만
지금 인터넷에서 저를 만나시는 분들은 의아해 하실 지도....
여행을 좋아하고 사람들을 좋아해서 (많은 곳을 여행하진 못했지만...)
자주 여행을 떠나는 편입니다.
인생은 방황하는 이가 길 위에 쓰는 발자욱이라지요?
집사람은 자그마한 홍보대행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같이 일을 하다가 자꾸만 다투게 돼서 다른 직장에 다니게 되었고,곡절 끝에 이렇듯 와 있습니다. 집사람과는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 소주를 놓고 격론을 펼치면서도 위로를 나눴지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무기력해져만 가는 서울 생활이 너무 싫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집사람은 해외로 이민을 가자고 했구요, 전 외국 생활은 자신이 없다고 했었습니다. 거기 가서 제가 잘 할수 있는 일이 없겠더라구요. 허면 집사람은 본인이 알아서 다 할테니 가서 가이드(실은 비서겠지요^^)와 운전만 하면 된다고 강변했습니다. 마지못해 전, 3년 준비를 하고 나서 이민을 가자고 다독이며 술자리를 파하곤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신혼 시절엔 중국에서 살아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던 적도 있었는데..... 이민보다 전라남도로의 귀농이 더 우리에게 맞는 삶일거라고 감히(^^) 맞선 적도 더러 있구요.
지난 해 여름 올레 길을 돌 때 일입니다. 3코스는 중산간 지역을 통과하는 길이라 물과 간식을 필히 지참해야 합니다. 중간 이후부터 숨막히는 더위와 씨름을 하며 물을 찾아 헤매는데, 코스를 2/3 이상 통과하고 나서야, 겨우 처음 마주친 50대 중반의 부부가 밭일을 하고 계셨습니다.
올레 길의 규칙.
남의 밭을 무단 침입하지 마라. 쓰레기를 버리지 마라. 만나는 분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라는 말을 떠올리며 인사를 전했습니다.
그러자 아주머니께서 이리 오라고 하시더니, 갈증날거라면서 큼지막한 참외 비슷한 것을 따서 주셨습니다. 두 개씩이나.... 받아 들고 보니 그것은 팔뚝만한 오이였습니다.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불친절한 숙박업소 주인들만 보던 저희 부부에겐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정말 감사히 먹고, 힘내서 올레길을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경험으로 제주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라고 어렴풋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오래도록 그분들의 따뜻한 마음이 제게 남아 이 곳 서귀포까지 이르게 했구요. 더불어 여러 날 강행군하는 과정에서도 지치지 않았던 것은 제주의 깨끗한 환경 덕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네요.
한편, 불쑥 제주로 날라오게 된 계기가 용수포구에 있는 노을이 아름다운 집이라는 펜션이 경매로 나와서 응찰해 보고자 사전 답사를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올레길 12코스 종착, 13코스 시발점에 있는 유일한 게스트하우스라 일주일에 3-4일 정도는 7개의 객실이 만실이 되고 있는 올레꾼들에겐 익숙한 집이었습니다. 결론은 응찰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좀 더 알아보기 위해 남았다가 이리 장고로 돌입할 거라곤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때만 해도 몰랐습니다.
지난 일요일(25일) 오전 이야기로 돌아가면, 감산리 주유소 사모님이 알아봐 주신 300평 짜리 구옥과 귀농 동기생이 알려 준 도순동 쪽의 구옥(180평)을 서둘러 살펴 보았으되, 집사람과 같이 결정해야 하는 관계로 사진으로만 남아 있습니다. 물론 하예동 쪽과 대평리 해안 부지(블루문님 소개)도 결정 대상 중에 하나이구요.
여기서 잠깐,...
지난 주 일요일(25일)엔 귀인(?)을 만났습니다.
전 날 마신 술이 빼갈이 섞인 무아주였기에 오랬만에 숙면을 취하고 나니 6시. 자릴 박차고 일어났는데요.... 메르헨하우스에서의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참고로 메르헨하우스는 방음이 수준 이하이기 때문에 제가 뀌는 방귀 소리도 다른 방에서 들릴 정도입니다.^^ 집사람이 있으면 마음이 편해서 그러는지 자주 뀌는 통에 제발 운동 좀 하라는 잔소릴 듣기도..)
장기 숙박을 알아보기 위해 여기 저기 수소문 중이었습니다.
올 해 3월초 제주에 와서 알게 된 부동산 사장님이 한림 월림리에 구옥을 리모델링한 물건이 100만원 년세로 나와 있다는 언급이 기억났습니다. 꽁지에 불붙은 송아지마냥 일요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전화를 했습니다. 헌데, 그 사장님 목소리가 탁했습니다. 감기라 도저히 동행을 못한다고 그러시더이다. 그러시면서도 건물 주인 전화번호를 알려 주고 연락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낭랑한 목소리의 50 초반 정도인 중년 여성이 전화를 받으셨습니다.
받자마자, 이분께서 참으로 이상한 주장을 하시더군요. 제가 그 때 마악 감산과 도순 두 곳을 돌고 한림읍 월림리로 가기 위해 차에 올라탔는데, 무조건 하귀로 와서 그 분하고 같이 가야 한다는 겁니다.
시간이 비슷하게 걸릴테고, 초행이라 네비게이션을 찍어도 잘 찾지 못한다는 겁니다. 어이상실이었지만 목소리가 맘에 들어(^^) 그러마하고 하귀로 향했습니다.
날씨는 쾌청하고, 불어오는 바람도 향기롭고.....
절로 콧노래를 부르며 드라이브했습니다.
만나기로 한 시각(9:30)에 5분 일찍 도착했습니다. 일요일 오전인지라 평화로는 물론 해안도로까지도 차들이 없었구요. 헌데, 도착해서 보니 부동산에서 키우는 강쥐 두 마리만 경쟁하듯 짖어대고 , 10분 이상 기다렸지만 소식이 없었습니다. 담배를 한 대 물고 하릴없이 오가는 차들을 살피는데 블랙 체어맨 한 대가 사무실 앞에 멈췄습니다.
설마 아니겠지 하는 마음에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는데 그 분이 내리셨습니다.'일찍 도착하셨네요' 하시더니 제 차로 월림리까지 가자고 오르십니다. 허허 그 양반 참 범상치 않은 분이구나 싶었습니다.
역시나 차에 오르신 지 얼마 안되어서 본인 이야기를 편안하게 하시더군요. 내려 온 지 8년, 52년 생이시고.... 그러면 내일 모래 환갑 ? 흐미 왕누님이시네, 생각했습니다. 동생같아 하는 이야기인데 제주에 와서 절대 돈 있는 척 하지 말고, 무조건 1년 이상 살아 본 다음에 밭이던 땅이던 사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던지 닥치는 대로 해서 생활비를 벌고 체류하는 동안은 무조건 가진 돈을 쓰지 말 것이며 , 사업을 시작할 때는 1/2만 지출해서 실패를 만회 할 기회를 보라고 권하시더군요.
그러면서 누님이 처음 제주에서 구입한 토지로 안내를 하십니다. 사업을 하려면 제주시권에 있는 게 도움이 될거라구요. 사연이 있었습니다. 내게 전화번호를 주신 부동산 사장님 소개로 그 물건을 구입한 건지는 몰라도 맹지였습니다. 전혀 건축 행위가 될 수 없는 곳이지요.ㅜㅜ....
더욱이 부동산 소유과정에서 따님 명의를 차용한 것 까지 들통나 벌금까지 냈답니다. 그 곳에 컨테이너 집을 짓고 1년만 살라고 그러셨습니다. 토지는 무상 제공하고, 컨테이너도 100만원 대를 소개해주시마 하면서요. 정말 고마우신 제안이었습니다. 처음 본 제게 그리 큰 호의를 베풀어주시다니....
와서 사시는 동안 정말 많이 힘드셨던 모양입니다. 이름을 대면 누구라고 알 수 있는 명가의 사모님이셨더군요. 갑자기 부군이 일찍 돌아가셔서 맘 잡을 길이 없어 애마 벤츠를 몰고 무작정 내려온 곳이 제주라 하셨습니다.
귀하게 살아왔고, 돈이면 다 해결할 수 있겠지 했던 오만이 여러 일을 겪으면서 겸손과 아량으로 체화하신 분이셨습니다. (단순한 제 생각입니다.)
물론 월림리의 집은 무상으로 사용해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거리가 어중간해서 사업하는 사람에겐 도움이 안된다고 재차 강조하셨구요.
월림리 구옥은 깔끔하게 리모델링되어 있었습니다.
집사람하고 상의했더니 월림리나 가문동 두 곳 중에 한 곳을 사용하자고 하더군요. 주말이면 내려올 수 있을테니 그 때 결정하자구 하면서...
자연스레 귀농 교육과 다래 교육에 집중을 하면서 집사람이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 와중에 그 누님의 별장(?)...도 다녀와 봤구요. 희안하게도 태양을 향해 회전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집이었습니다.
2년 전에 귀향하신 탑동 365일 의원 고 병수 원장님과 연락이 닿아 오랜만에 해후를 하고, 같이 생태 치유 마을을 만들어보자고 결기를 다지기도 하면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러다가 사단이 났습니다.
귀농 교육 시간에 알게 된 동갑내기 친구가 있어 술을 한 잔 했습니다. 지난 주 목요일입니다. 제주시청이 마련한 귀농인 워크샵에서 동기생 중 최고령 격이신 분이 단체 행동을 할 필요가 있는 사안을 발표한다기에 참석했었습니다. 관공서 사람들이 선거가 다가오니 이슈 만들려고 만든 자리인 줄 알았지만, 갔었습니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시간들이 너무 아깝고 억울해서, 마침 통성명을 했던 그 친구와 술자리에서 분을 삭였습니다. 오랜만에(^^)만취했습니다.
금요일, 수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려는데 그 친구가 동기생 중에 하나가 귤밭을 임대했는데 허리 디스크 수술을 해서 경작할 수 없게 되었다고 귀띔을 하더라구요. 더불어 자기가 경작하고 싶다고 그러는 겁니다. 전 무조건 같이 구경가자고 했습니다. 하르방 형님께도 말씀을 드리고 기왕이면 같이 경작을 하며 경험을 쌓자고 입을 맞췄습니다.
토요일 아침 10시 귤밭에 가 보았습니다. 위의 사진입니다...마음에 들더군요. 하르방 형님도 그런 표정이셨고.
돌아 오는 길엔 난드르 축제에 들려 준비위원장이신 이권홍 선생을 만나 뵙고 매물이 나오면 연락주십사고 다시 부탁을 드리기도 했지만, 마음은 콩밭에 가 있었습니다. 같이 동참할 기회가 오기를 기대하면서요...
막걸리 한 잔을 하면서 그 친구에게 경작 의사를 물어보니 고민해보고 답을 주겠다고 하더군요. 저와 하르방 형님은 경작을 하길 권하면서 결정하게 되면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그 친구의 결정 여부가 궁금해 문자를 날려보니 경작을 하기 힘들다고 통보를 했다더군요. 천식 때문에 요양차 와 있다가 귀농 교육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어찌 보면 당연한 결정이었을지도....
속전속결...... 고사리 꺾으러 가자고 약속을 한 터라 하르방 형님께 전화를 해서 어찌 하실지 다시 여쭤 보았습니다. 여전히 같은 생각이셨기에 일사천리로 임대 의사를 전했습니다. 고사리를 꺾으며 임대인 이름과 주소를 확인하고 월요일 오전에 실명 여부를 조사키로 했습니다.
귀농 교육 시간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2기 귀농생 중에 두 분이나 경작지 임대 사기를 당했다는 겁니다. 암튼 그래서 얼떨결에 귤밭을 공동 경작하게 되었습니다..
무지랭이 촌놈이 뭘 알겠습니까? 배우면서 하나씩 해 나가다 보면 정착하는데 도움이 되겠지요. 그게 이번 주 월요일 일입니다.
그 시간에 위글리님은 일을 저지르셨구요. ^6^
밭과 가까운 곳에 거처를 정해야 하겠기에, 서귀포 강정동으로 부랴부랴 숙소를 정하게 된 거랍니다. 지금도 죄스러운 것은 누님의 호의를 피치못한 연유로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거처 : 서귀포시 강정동 4024-5 동백민박 1호
첫댓글 우여곡절끝에 임대한 귤밭에서 맛있는 귤이 나올껍니다~~
근데 왜 사진이 배꼽만 보이지요? 나만 그런건가요?
죄송, 다시 수정했습니다. 법환동에 인터넷을 설치하느라 이제서야 보았습니다.
아~~ 이제 사진 잘 보입니다^^
무소유님 반갑습니다. 귀한 인연을 맺게되어 영광입니다.상당히 추진력이 좋으신것 같습니다. 좋은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글쎄요, 추진력이 좋은건지 무모한건지...^^ 아무튼 반갑습니다.
아하 짧은시간에 많은변화가ㅜ 참 구구절절입니다 세상사는게 그리만만치는않다는증거인듯합니다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