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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고통과 질병은 언제나 우리의 마음을 괴롭히는 가장 큰 난문제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그리스도교의 신앙을 가진 사람은, 이점에 있어서 같은 느낌과 같은 경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신앙으로써 고통의 고차적인 신비를 깨달으며 용감하게 그 고통을 참아받을 수 있는 것이다. 신자들은 그리스도의 말씀에서, 질병이란 것이 자신의 구원과 또한 세상의 구원을 위해서 어떤 의미와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알고 있으며, 또한 자신들이 병고에 시달리고 있을 때, 이 세상에서 많은 병자들을 찾아 주시고 고쳐주신 그리스도께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질병은, 비록 죄인인 인간의 처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그것이 개개인 의 죄과에 대한 벌은 아닌 것이다(요한9,3). 특히 죄라고는 전혀 없으셨던 그리스도께서 수난과 죽음을 당하시면서 인간의 온갖 상처를 지니셨으며, 인간의 모든 고통을 함께 나누셨고, 또 우리가 고통을 받고 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도 함께 고통받고 계시며 괴로워하고 계신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고통의 고차적인 의미를 발견하고 참아받게 되지만,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온갖 질병에 대항해서 용감히 싸우며 건강을 추구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는 사실을 잊어 서는 안될 것이다.
병자성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직접 세우신 성사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인간이 겪는 모든 상황들을 통해서 인간을 성화시키신다. 우리가 비록 병에 걸려 고통을 당할 때일지라도, 그리스도께서는 그 병고를 이겨낼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우리에게 주시고, 또 그것을 계기로 우리를 거룩하게 하신다. 이렇게 그리스도께서는 병자들의 구원을 위해 병자성사를 세우셨다.
(마르 6,12-13)
특히 야고보서에서는, 초대교회 안에서 병자성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여러분 중에 앓는 사람이 있으면 교회의 원로들을 청하십시오. 원로들은 주님의 이름으로 그에게 기름을 바르고 그를 위해 기도해 주어야 한다. 믿음으로 구하는 기도는 병자를 낫게 할 것이며, 주님께서 그를 일으켜 주실 것이다. 또 그가 지은 죄가 있다면 그 죄는 용서받을 것이다"(야고5,14-15).
병자성사는 구원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성사는 아니다. 그러나 병으로 생명이 위독한 신자에게는 병자성사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환자는 병자성사로써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과 부활에 참여하고, 병고와 죄악으로부터 오는 나약함과 죽음의 공포를 이겨낼 수 있도록 그리스도의 특별한 위로와 용기를 얻기 때문이다. 또 혹시 환자에게 죄가 있었다면 환자는 그 죄를 용서받음으로써 내적인 기쁨과 안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며, 하느님께 합당하도록 정화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병자성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선악을 판단할 수 있는 죽음에 임박한 신자이다. 병자가 이 성사를 받은 후에 건강을 회복하였다가 다시 병들었을 경우든지, 동일한 증세가 계속되다가 중태에 빠지는 경우에도 병자성사를 반복해서 받을 수 있다. 또 대수술을 앞두고 있는 병자라도 수술 전에 병자성사를 받을 수 있고, 노환으로 기력이 많이 쇠진한 노인들도 이 성사를 받을 수 있다.
과거에 병자성사라는 용어 대신에 '종부성사'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꼭 죽을 사람만이 받는 성사라는 잘못된 인식이 있어왔다만, 우리는 필요에 따라 여러번 받을 수 있는 성사라는 올바른 이해를 갖아야 하겠다.
라틴어로는 밥티스무스 심플렉스(Baptismus simplex)라고 하는데, 이는 '단순한 세례'라는 뜻이다. 대세는 세례성사의 정식 집전자인 사제나 부제를 대신해서 평신도가 주는 세례로써, 죽음 등의 긴박한 상황 속에서만 행하게 된다. 따라서 모든 예식은 생략한 채 세례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 '물로 씻기는 예식'만을 거행하게 된다. 우리들도 신자로서 생활하는 중에 대세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으므로, 대세를 주는 방법에 대해 잘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이다.
대세를 베푸는 이는 대세를 받는 이의 이마에 세번 물을 부으면서 "나는 성부와(첫 번 물을 붓고) 성자와(두번째 물을 붓고) 성령의 이름으로(세번째 물을 붓고) (아무) OOO에게 세례를 줍니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대세를 베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병자가 의식을 잃어서 세례를 받겠다는 원의가 분명치 않을 때나 생사가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조건부 대세'를 주게 되는데, 이 때에는 "만일 당신이 세례를 받을만 하면"이라는 조건을 붙이는 것이다. 여기에 사용하는 물은 깨끗한 물이면 어느 것이나 가능하며 대세받을 이의 본명(세례명)은 본인이 원하는 것이 좋겠으나, 의사를 표시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임의로 정할 수 있다. 또 혹시 여러분들 중에서 어떤 분이든 후에 대세를 주게 되거든 이 사실을 반드시 본당의 주임 사제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그것은 여러분들로부터 대세를 받은 분이 후에 건강을 다시 회복하게 되었다면, 그는 대세를 보충하는 교육을 받고 보례를 받는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례는 대세를 보충한다는 의미이다. 그래야만 후에 고백성사와 성체성사에 참여할 수 있고 견진성사와 병자성사를 받을 수 있는 것이므로, 대세받은 이들의 신앙생활을 위해서 대세의 사실을 알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또 대세를 받은 이가 사망하게 되는 경우에도, 장례절차상 대세 사실의 확인은 필요한 것이다.
병자성사가 비록 인간구원에 절대적으로 요청되는 성사는 아니라 할지라도, 나약해진 병자에게 그리스도의 고통과 부활에 참여케 함으로써 위로와 희망을 주며 임종을 잘 준비하게 하는 성사의 은총을 생각한다면 대단히 유익한 성사인 것이다.
우리가 병자들을 돌볼 때, 신비체의 고통받는 지체들 안에서 고통받고 계시는 그리스도 자신을 섬겨드리는 것이며, 또한 두루 다니시며 모든 이를 낫게 하신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병든 이들을 돌보라고 말씀하시는 그리스도께 순종하는 것이다(마르16,18). 따라서 모든 신자들은 각자의 형편대로 병자들을 방문하여 그들을 격려하고 위로를 주며 정성껏 돌보아야 하는 것이다.
1. 서울 대교구 홍보국, [믿는이의 편지] 64호. 65호. 67호. 68호.
2. 한국 천주교 중앙협의회, [병자성사 예식서] 15-16쪽. 17-18쪽.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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