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클래식 카페 회원 여러분..
한국에서 돌아온지도 이제 일주일이 되어갑니다. 그러다보니 이제 뉴욕의 시차에 다시 적응이 되어가네요... 시차가 맞지를 않아서, 요즘 한국방송을 한꺼번에 다운로드 받아서 자주보게 됩니다. 특히 앞으로 영어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하고 있어서, 예전에는 잘 보지 않던 교육방송을 자주보고 있구요...
저 학창시절에는 성문종합영어로 선생님께 맞아가면서 공부를 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그 공부 방법이 참으로 많이 다르네요.. 영어로 노래도 배우고, 그림도 그리고, 또 글짓기도 하고... 세상이 많이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듭니다. 그렇게 교육에 관심이 많은 다른 부모들처럼, 저 역시 제 딸 아이공부때문에 작년에 뉴욕으로 왔습니다. 오늘은 좀 부끄러운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요... 적어도 우리 카페 회원님들은 한 번쯤 이런 문제를 고민해봐 주셨으면.. 해서요...
와서는 한글도 모르는 만4살짜리 딸 아이를, 뉴욕에서 유태인들 아이들이 제일 많이 다닌다는 유치원에 넣었습니다. 등록을 하고, 반으로 들어가서 백인들 틈에서 혼자 동양 아이인 딸 아이를 보면서 참으로 마음이 뿌듯하고, 자랑스럽고, 우리 딸은 다르다... 그리고 나름 감격에 젖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보름간 제 딸 제니는 평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던, 소변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옷에 적시고 오거나, 참고 오기를 반복 하였습니다. 전 이렇게 비싼 돈을 주고 유치원을 보내는데.. 도대체 선생님이 어떻게 애들을 대하길래.. 하는 생각을 했는데요... 알고보니, 그 어린것도 이제껏 보아오던 아이들과 피부색이 다르고, 말을 해도 통하지를 않으니,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렇다고 의사분이 이야기를 주시더군요...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어른도 영어로 스트레스를 받고, 저 역시 대학에 처음들어가서 하필 백인들만 가득한 기숙사 건물에 혼자 지내서, 한동안 왕따 아닌 왕따로 한 달을 혼자 밥을 먹었거든요... 그져 어린 아이들은 모두 쉽게 저절로 영어가 배워질것이라 생각하고 그 반에 넣은 제가 참으로 한심할 따름이었습니다. 다행히 한 달이 지나고서는 적응도 잘 되고, 선생님과도 친해졌습니다. 그렇게 미국 생활에 적응을 하고... 그 다음 과정인, 지금은 뉴욕의 공립유치원 과정에 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뉴욕의 베이사이드 라고 해서, 비교적 부모들이 적극적이고, 어느 정도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동네인데요... 학교에 가서 보면, 참으로 이곳은 동양 아이들도 꽤 있습니다. 특히 중국 학생들의 경우는, 부모들이 한국부모는 비교가 안될정도로 극성스러우리 만큼, 아이들을 위하고 여러 활동을 시키는 경우도 많구요...
그런데 제가 한 가지 느끼는점은.. 학교에서 제니와 같은 동양학생들의 경우나, 영어가 부족한 학생의 경우, 정말 그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선생님이 우선 제니가 다니는 학교 정문에 매일 아침 서 계시는데... 그 많은 아이들 중에서도, 제니는 꼭 끌어안고 그 큰 얼굴로 일 분 정도는 뽀뽀를 해줍니다. ( 참고로 이 학교 교장선생님은 여자이신데, 덩치가 제 두 배 입니다. 콘서트에서 제 별명이 씨름선수 임을 감안하시면.. 음.. 상상이 되시겠죠? ) 제니가 그렇게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선생님이 뽀뽀를 세게 해주고나면.. 교실로 들어가죠..
이제 제니는 누구보다도 학교 생활이 즐겁고, 영어도 하루가 다르게 마른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늘고 있습니다. 불과 작년에 '뽀로로' 한국어판을 수 백번 보던 아이가, 일반 미국 방송에서 하는 '원더펫 (Wonder Pet ) ' 이라는 프로그램을 더 즐겨보구요.. 그런 모습에 저 역시 나름 흐믓해 하는데요... 오늘 한국방송에서 다문화 가정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방영된지는 좀 시간이 흐른듯 한데... 그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 딸 제니가.. 미국에서는 다문화 가정이구나...즉 미국인의 시각에서는 소수민족이고, 그들과는 다른 다문화 가정의 일부.... 그리고 한국에서 청운의 꿈을 안고온 조기유학 아이들이 모두 미국인들의 시각에서는 다문화 가정 애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차별과 차이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이렇게 미국에서는 차별없이 오히려 약자를 배려하는 분위기로 공부를 시키는데.. 그리고 그 아이들이 허물없이 아이들과 뛰어노는데... 그들의 힘든점을 오히려 ESL 코스를 만들어주고, 영어가 부족한 학부모를 위해 통역사 서비스를 제공하여 주는데...
한국의 다문화 가정 방송을 보고나니.. 참으로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하기만 하였습니다. 한국의 많은 다문화 가정은, 아무래도 경제적으로 우리보다는 낮은 국가의 출신에서 온 부모를 가진 아이들이 많았거든요.... 한 가지.. 제가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한국인으로써 프라이드를 가지고 사는것도 좋지만, 우리가 파키스탄 사람들을 업신 여기는 일부 한국인들이 방송에 나오고는 하는데요.. 미국에서는 파키스탄인과 한국인.. 별 차이 없습니다. 인도인도 마찬가지구요.. 오히려, 인도인은 영어를 잘 해서, 우리 한국인들보다 더 똑똑하다는 인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우리 한국사람들.. 정말 주제파악을 아직도 못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동남아가서 돈 몇 푼쓰면서 기분내니까... 해외의 모든 국가가 그렇게 쉽고 함부로 그 사람들을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것은 아닐까요? 단, 유럽이나 북미에서 피부 하얀 사람앞에서는 감히 그럴 용기도 없으면서요...
여하간, 그 어린 아이가, 어려서부터 자기는 열심히 해도, 미래에 비젼이 보통 한국 아이들처럼 많지가 않을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 정말.. 우리가 잘 못 하고 있구나.. 우리 제니가 만일 한국에서처럼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처럼 차별을 받는다면.. 아마도 저는 미국에 교육문제로 오지 않았을것입니다. 강자에게는 너무 약하고, 상대적으로 약자에게는 강해지고 굽신거리는 우리의 양면성 (스테레오 타입) 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가 잘 배운 백인인 영국 아이와 친하게 지내면 좀 나을것이라 생각하고, 피부가 검은 동남아에서 온 아이가 친하게 지내면 과연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을 혹시나 할수도 있는 우리 자신의 모습도 있지는 않을까요? 다른 방송을 보니, 백인에게는 관대하고, 피부가 검은 이들에게는 좀 차별적인 언행을 하는 한국인의 태도가 문제가 되어, 방영이 된적도 있는데 말이죠..
비단 저희 딸 때문에 다문화 가정에 관심을 가져 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은 앞으로 십수년 후에는 더 이상, 순수혈통만을 고집하는 단일민족 국가가 될수 없다고 합니다. 앞으로 이러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더 많아질것이고, 피부가 검은 철수,영희가 계속 많아질것입니다. 그리고 노란머리의 메리 선생님이 국어를 가르칠 날도 오게 될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카페에 이런 글을 올려봅니다. 오늘 지하철에서 마주하게 될 파키스탄 노동자들에게... 아님 같은 직장에서 함께 근무할 미국인에게.. 아니면 우리 아이들과 한 반에서 공부를 할수 있는 조선동포 아이들에게... 좀 부드럽고 여유있는.. 아량의 베푸는 마음으로 그들을 대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저는 어려서 무엇이 될것이냐고 물어보면... 훌륭한 과학자가 되고, 의사가 되고... 이렇게 틀에 박힌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40년이 지난 지금... 또 다시 어떤 나머지의 삶을 살고 싶냐고 묻는다면... 음... 제가 잘 할줄알고, 잘 아는 분야는 없지만...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김이곤 감독님이 다문화 가정 어린이를 위한 콘서트도 하시고... 여러 활동을 하시는데... 내년 봄부터는, 이 카페에서부터 뜻이 맞는 우리 어른들이 모여서 무언가 그들을 위해 해줄수 있는 활동을 해보고 싶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과자를 줄것이 아니라... 꿈을 주는 활동 말이죠.. 음악을 통해, 얼마든 꼭 한국어로만 대화를 잘 해서 우리와 함께 살지 않아도 되고, 음악이라는 세계 공용어를 함께 나누어서 해도 좋고... 아니면 그림을 그려서 생각을 표현해도 좋고... 이런 아이들을 좀 지원하여 주는 봉사활동을 해보려고 합니다.
다들 이런 생각들을 진작에 하시고, 다른 봉사활동 많이 하시겠지만, 혹시 뜻이 있으신 분들께서는 리플 달아주시면, 제가 서울 나가는데로 꼭 모임 하나 만들어보겠습니다. 너무 주제넘은 글을 올려서 좀 송구합니다. 전 원래 의협심이 강하거나 남을 위해 희생을 하는 삶을 사는것에 익숙치 않은 사람인데요... 요즘은 아이들을 주로 생각하다보니.. 이런 생각도 하게되네요... 멀리 미래를 내다보고 생각해보면... 그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위한것이, 결국에는 우리 딸 제니가 나중에 사회에 나갔을때에.. 그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하니... 결국은 제 딸과 제 자신을 위한것일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리플 달아주시면 나중에 꼭 연락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뉴욕에서 제니아빠 배상
첫댓글 오늘에야 글을 보았습니다.. 정말 훌륭한 생각을 하셨군요..
지금은 섣불리 어떻게 해야할 줄 몰라 댓글만 달고갑니다,
아.. 금풍님 감사합니다. 훌륭하다고 하시니 오히려 부끄럽구요.. 한국에 나가는데로, 김이곤 감독님과 이야기해서, 다문화 가정 아이들 음악회를 적극 지원하던지, 아니면 이들과 함께 할수 있는 정기적인 모임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우리 회원님들 중에는 훌륭하신 분들이 많으니, 좋은 멘토가 되어서 잘 이끌어줄수 있지 않을까요? 꼭 함께 하시죠 ^^ 감사합니다
정성이 가득한 긴 글을 꼼꼼히 잘 보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실천이 남았네요..함께 실천 하시죠^^
예.. 감사합니다. 제가 먼저 열심히 앞장 서보겠습니다. 음악이야 말로,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해주는 가장 좋은 수단이니까요...^^ 감사합니다.
글..감동적이에요-@@그런데 전 엉뚱하게 ㅋ뉴욕으로 당장 놀러가고 싶다는^^;;하핫 죄송합니다ㅠ
예..어린신부님.. 감사합니다. 오페라에서 뵈었던 요한이의 삼촌입니다. 서울가면 모두 뵐꼐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