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공식 명칭은 The Kingdom of Thailand 이지만 자기네들끼리는 이 이름을 안 쓰고 ‘쁘라텟 타이’라고 부릅니다 ‘자유의 나라’ 라는 뜻이지요. 또는 속칭 ‘므엉 타이’ 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쁘라텟’은 국가라는 의미이지만 ‘므엉’은 국가라는 개념보다는 중앙집권력이나 구속력이 다소 약한 부족사회라는 개념이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태국 역사를 보면 나라 이름이 별도로 없었고 특정 지역에 도읍을 정하고 왕권이 형성되면 그 도읍지 이름이 나라 이름으로 불리었더군요.
태국 나라 이름의 변화를 역사의 흐름에 따라 알아보겠습니다.
태국 땅은 AD1200년 경 까지만 해도 대부분 지역을 당시 크메르 왕국이 지배하고 있었고 지금 베트남 지역은 참파국이, 서쪽 미얀마 지역은 파간 왕국이 있었습니다. 아직 태국인이 어디서 나왔는지 고고인류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았지만 타이 족이 나라를 세운 것은 수코타이 왕국이 처음으로 1240년대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3대 왕인 람캄행 왕이 약 20년 통치한 후 1279년에 죽었는데 태국 문자는 바로 이 람캄행 대왕에 의해 크메르 문자를 모방하여 제정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국가라고 보지는 않지만 특정 문화권이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나콤바톰 박물관에 가 보면 AD 10~12 세기의 유적이 많이 있는데 가장 오래 된 유적는 AD 6세기 조각물도 있습니다.
나콤바톰을 중심으로 불교, 힌두교가 복합된 문화가 형성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정치적으로는 독립된 나라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AD 10~12 세기 시대를 태국 역사가들은 'Dvaravati' 문화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수코타이 왕국 당시 치앙마이 주변에는 란나 왕국이 위로는 중국과 서쪽으로는 미얀마 (당시에는 파간 왕국)와 접해 있었고, 롭부리 지역에는 롭부리 왕국이 동쪽으로 크메르 제국의 후손인 앙코라 제국과 접하고 있었습니다. 동쪽 지금의 라오스 지방에는 란생 왕국이 있었는데 수코타이 왕국은 이런 란나, 란생, 롭부리 왕조와는 아주 친밀하게 지내며 오직 서쪽의 버마와는 자주 충돌하였습니다.
1350년대 아유타야 지역에 아유타야 왕국이 생기고 8대 왕인 보롬마라차 2세 왕 때인 1438년 수코타이를 점령하고 아유타야 왕국이 태국지역을 통일합니다. 북쪽에 있는 란나 왕국은 속국으로 인정하여 조공을 받고 왕권을 유지시켜 주었고 1431년에는 크메르 왕국도 침공하여 조공을 바치는 속국으로 만들었습니다. 현재의 라오스, 캄보디아 모든 지역을 통치하는 나라가 되었지요.
몇 년 전 모 태국 가수가 앙코르 사원은 우리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해서 양국간에 심각한 외교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었는데 아마 이 역사를 바탕으로 이야기한 것 같습니다. 앙코르 사원과 태국 - 이 주제로 이야기 하면 길어지니까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이때 아유타야에는 식민지 개척과 신대륙 발견에 열 올리던 유럽인들이 드나들기 시작했고 태국 정부에서도 최초로 1525년 경 포루투칼 인의 정착을 받아 드립니다. 외국인들이 이때부터 아유타야 나라이름을 Siam[시암] (또는 Syam[사이암]으로 표기) 이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즉 외국인이 지어준 나라 이름입니다. Siam 은 싼스크리트어 의미로 ‘가무잡잡한’ 또는 ‘황금’이라는 뜻인데 아마 그 당시 태국언어와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인도의 산스크리트어 에서 유래되지 않았나 봅니다. 우리나라 고려시대에 당시 태국을 음역하여 ‘섬라국’이라 표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양국간 왕래 또는 접촉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암 (또는 사이암)'이란 나라 이름으로 태국은 서양 세계에 알려졌으나 태국인 스스로 는 '시암'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아유타야가 미얀마에 완전히 망한 후 미얀마 주둔군을 몰아내고 톤부리에 도읍을 정하고 세운 딱신 왕조를 ‘톤부리 왕국(1767-1782)’이라 부릅니다. 지금 방콕의 강 서편 톤부리가 이 당시 수도였지요. 톤부리 중심지에 딱신 왕 동상이 있습니다.
그 다음 왕조인 현 랏따나꼬신 왕조가 톤부리에서 차오쁘라야 강 건너 방콕에 도읍을 정하였는데 나라 이름을 방콕 왕국이라 하지 않고 ‘므엉타이’ 또는 ‘끄릉타이’라고 칭했습니다. 처음으로 외국과 체결한 조약이 1826년 영국과 체결한 Burney 조약인데 여기서도 이 이름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1856년 라마4세 때에는 ‘므엉타이’ 대신 ‘Siam’이라는 국호로 조약을 비준하였고 그 후에는 1939년까지 ‘쁘라텟 싸이암’ 이라는 이름을 계속 사용했습니다.
1932년 입헌군주국으로 바뀌고 1939년 국호를 ‘쁘라텟 타이’로, 국민을 ‘타이’로 법적으로 정하였습니다. 2차 대전 후 다시 국호를 ‘쁘라텟 싸이얌’으로 환원하였다가 1949년 다시 ‘쁘라텟 타이’로 바뀌었습니다.
지금까지도 태국인은 자기 나라를 ‘쁘라텟 타이’ 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The kingdom of Thailand’는 외교적인 표현일 뿐입니다. 외교 공문서에는 'The Kingdom of Thailand'라고 쓰지만 국내 공문서는 모두 태국어로 '쁘라텟 타이'라고 표기합니다. 평상시 대화에는 '므엉 타이' 라고 부르는데 '쁘라텟 타이'보다는 더 친밀감있는 표현이니 태국사람과 대화할 때에는 '므엉 타이'라고 불러주면 좋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泰國이라는 말은 중국 한자국명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인데 Thai 라는 음의 한자 '泰(클 태)' 와 나라라는 의미의 '國' 즉 우리 말로 하면 '큰 나라'라는 의미가 됩니다. 큰 나라? 이미 우리 입에 익숙해져 버렸고 역사적으로 흘러온 과정이라 거부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부르는게 여하튼 별로 기분이 안 좋군요.
앞으로 이 나라를 칭할 때 중국 발음을 차용한 '태국'이라고 부르지 말고 영어 국명 '타일랜드' 또는 '타이' 라고 부르든지 태국민들이 부르는 '쁘라텟 타이'라고 부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