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아름다운 교육장님!!!
출근 길, 기다리는 버스는 오지 않고 아침 바람은 찬데, 건물사이로 비쳐 오는 아침 햇살이 따뜻합니다. 새삼 사이에 대해 고마움을 느낍니다. 금이 간 물통 사이로 흘러내린 물 때문에 길가의 야생화들이 가뭄을 피해 싱싱한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처럼 우리들의 삶에도 때로는 사이가 있어야 아름답습니다. 사이는 다른 말로 배려, 양보, 놓아 줌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설 명절에 고향의 부모 형제들을 만날 수 있어 참으로 반갑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언제 찾아도 외면하지 않는 고향은 도심에 지친 이들의 정신을 맑게 해주는 청량제입니다. 고향은 말합니다. 어떤 위기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말라고, 정직하고 진실하게 살아가라고’ 무언으로 깨닫게 해 줍니다.
설날 아침, 떡국을 한 그릇 먹었습니다. 이제 한 살 더 먹은 나이 값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는 세상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아니 제가 그렇게 쉽게 살아왔습니다. 이웃의 아픔에 대해 좀 더 깊이 동참하지 못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픈 누군가가 내 곁에 있는 것은 아픈 상처를 싸매 주라는 신의 은총인데, 우린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아픈 이웃에게 무관심과 값싼 위로로 적잖은 위안을 삼지는 않았는지 새삼 돌이켜 봅니다.
상처에 노출 된 우리들의 이웃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아니 누구도 그 아픔을 대신해 줄 수 없기에 스스로 감당하며 현실을 묵묵히 받아드리며 살아갑니다. 이런 이웃들에 대해 따뜻한 말 한마디, 손 한번 잡아드리는 것, 작은 물질이라도 도울 수 있다면 큰 위로가 되어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갈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모든 사람들마다 나름대로 크고 작은 아픔들을 안고 살아갑니다. 신체적인 약함이나, 정신적인 고통 혹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대인관계 등 상처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아픔에 매달려 이웃의 아픔을 돌아 볼 여유가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체질적으로 손발이 따뜻한 분들이 있는가 하면 따뜻한 곳에 있어도 몸이 차가운 분들 이 있습니다. 이럴 경우 신체적으로 따뜻한 분들이 차가운 분들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듭니다. 모두 자신의 수준에서 상대방을 대하고,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예외 없이 다른 사람들이 암에 걸린 것 보다 내 몸의 감기를 더 중요하게 받아드리는 것이 우리의 수준이며,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새해에는 좀 더 과감하게 이웃의 아픔에 뛰어들고 싶습니다. 칭찬하는 말 아끼지 않으렵니다. 사랑한다는 말 감추지 않겠습니다. 감사하다는 말 덮어 놓지 않겠습니다. 고맙다는 말 매달아 놓지 않겠습니다. 먼저 손 내밀고, 먼저 밥값 계산하고, 자리 양보하면서 가볍게 생활하고 싶습니다.
사실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은 바로 부모님을 비롯하여, 아내, 남편, 자녀 즉 가족들입니다. 가족들을 통해 위로를 받기도 하지만, 깊은 상처는 가족에게서 받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왜냐하면 남은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기 때문에 무슨 행동을 하든지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암에 걸린 것 보다 내 몸의 감기를 더 중요하게 받아드리는 것이 우리의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금년에는 이웃의 아픔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한 해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금년에는 주5일제가 전면 실시되는 원년입니다. 학교마다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할지 많은 의견들을 모을 줄 압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요일 학생들의 생활을 원격 조정할 수 있도록 ‘다양하고, 기막힌 숙제’를 내 주는 것입니다. 토요일을 아이가 학교와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시간을 운영할 수 있도록 자율 능력을 키워주는 기회로 학교 뿐 아니라 담임선생님들이 더 많이 연구해야할 것 같습니다.
교육을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은 “반짝인다고 다 금은 아니다”라는 말입니다. 냇가에 깨진 유리조각들이 햇빛에 반사되면 멀리까지 반짝반짝 거립니다. 그러나 금은 아닙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소문나지 않아도 각자가 묵묵히 아이들의 꿈을 위해 업무에 충실하다면 교육은 성공입니다.
2012년도 1월도 하루를 남겨두고 시간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엊그제 평소 알고 지내던 친구의 아내가 암으로 입원하여 병 문환을 갔는데, 이 부인이 지그시 눈을 감더니 손을 잡고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 선생님, 이제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앞으로 한 달 정도라고 합니다. 암세포가 사방으로 전이되어 수술도 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가는 길인걸요, 체념한 듯 말을 이어 나갔습니다. 한 가지 후회되는 일이 있다면 지금 눈을 감아도 남편에겐 전혀 미안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은 결혼한 후로 자기 마음대로, 먹고 마시며 가정과 저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으니까요. 자식도 대학 졸업하여 좋은 직장에, 결혼하여 잘 살고 있으니 마음 쓰이지 않습니다. 다만,,,,, 다만 후회되는 일은 제가 ‘제 자신’에게 미안합니다. 먹고 싶은 음식, 입고 싶은 옷, 자신이 사 달라고 할 때 사주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여행 가고 싶다할 때 좀 덜 바쁠 때 가자고 미루었습니다.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참으로 제 자신에게 미안합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글썽거려 한동안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금년 새해에는 우리지역 모든 선생님들이 ‘자기 자신’에게 서운하고, 미안하지 않도록,,,,, 자기 자신만 들여다보면 미소와 용기가 절로 나오도록 아름다운 시간들로 채워나가시기를 기원합니다.
교육장님께서도 사모님이랑 늘 평안하시기를 기도드리오며, 강식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