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RPM 인터뷰 릴레이 3.
달콤 쌉싸름한 남자, 21cRPM 8기 김보리를 만나다.
RPM 8기엔 수다쟁이이자 사진작가이자, 디자이너이자, 참견쟁이인 사람이 있었다. 인터뷰 내내 시니컬한 말투에 무심한 듯 하지만 슬쩍 짓는 미소로 다정함이 새어나오는 사람. 바로 김보리. 하고 싶은게 너무 많은 이 남자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문래동 studio 413으로 찾아갔다.
<맨 윗 사진 /studio 413에서 왼쪽부터 김보리, 임희정, 손소영>
자기가 어떤걸 얻고자 하느냐에 따라 다른 공간이죠.
저는 상상공장에서 사람 얻어 갑니다.
매희/ RPM활동은 주로 어떤 일을 하셨어요?
보리/ 사진도 많이 찍구요. 참견하구요. 그리고 디자인도 했어요. 주로 참견이 많았던거 같아요. 다른 팀에서 하는 것을 다른 팀에서도 공유하게 하는 일들?^^ 반영이 되든 안되든 의견을 낸다는 의미에서 봤을 때 참견인 것 같아요.
강강예술래 시작할 때도 그 친구들이 진도에 내려갈까 말까 고민중인거에요. 그때도 ‘재밌어 보이는데 가라.’라고 참견 좀 해서 보냈어요. 누가 봐도 좋은 기획이었거든요. 하하. 제가 봤을땐 RPM역사 상 현재까진 가장 멋진 기획이 아니었나 싶어요.
<이웃집딴따라 프로젝트 당시 사진 촬영중인 김보리>
매희/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떤거에요?
보리/ 아는 친구가 저 놀고 있는데, 이런데서 스텝 구한다는 소식을 알려줬어요. 심심하기도하고 재밌을거 같아서 했어요.
매희/ RPM하면서 얻은 것이 있다면 어떤건가요?
보리/ 이력보다는 친구들이죠. (물론 이 친구들이 돈이 되요^^하하) 다 젊은 친구들이고, 이 친구들이 나중에 어떤 일을 하게 되었을 때 저에게 어떤 일을 하게 해줄지 모르는 거잖아요.
매희/ RPM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어떤것이라고 생각하세요?
보리/ 어중간한 단체인 것 같아요. 앞에 말한 것처럼 참견인 것 같기도 하고… 어중간하게 나쁜 건 아니구요.^^ 예전엔 그런 느낌이 발전적인 형태가 된다면 신선하고, 발전적인 모임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본인이 어떤 것을 가져가느냐에 따라 정말 다른 의미를 가진 곳인 것 같아요. 정말 많이 얻어간다는 친구들도 있구요. 정말 ‘놀다만 간다.’하는 친구도 있어요.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이상한 단체. 이게 제 생각이에요.
저 같은 경우에는 단순히 재미로만 한게 아니라, 사진찍는 사람으로써 유명한 사람을 마음대로 찍는 기회도 좋았고, 앞으로 저의 포트폴리오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통로 같은 거였어요. 그러다 보니 더 좋은 것을 만들고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서 스스로의 스펙을 만들어 나가려다보니 앞서 말한 참견이란 것도 많이 했죠. 하하.
작년 월디페 입장팔찌의 경우에도 일종의 디자인 공모였어요. 디자인 하는 사람에게 정말 신나는 일이거든요. 내가 디자인한 팔찌를 삼 만 명이 차고 있고, 누군가는 또 기념으로 간직하는 사람도 생기잖아요. 이런 것들이 쌓여서 자기만의 포트폴리오가 되요. 이런 기회들을 잡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작년 월디페 얘기를 더 하자면 좀 야하게 찍은 플라이어도 제 작품이에요. 모델이 3명 이었는데 ‘나는 선정적으로 찍고 싶어요. 자기가 찍고 싶은 만큼만 벗으세요.’라고 했어요. 그러곤 편의점에 파는 일회용 27장 짜리 카메라 하나씩만 찍겠다고 했죠. 그렇게 해서 나온 사진이에요. 월디페는 사실 미성년자 입장 불가인 페스티벌이잖아요. 일단 우리 포스터를 보게 하는게 목적이라고 생각했구요. 그걸 그 모델 친구들이 잘 알아들은 거구요. 암튼 인쇄가 좀 늦게 나와서 많이 쓰지는 못해서 아쉬워요.
<2009년도 4th WDF 김보리 작업물>
그의 머릿속은 예측하기 어렵다.
일명 “안오면 니가 손해인 전시”
전시에 초대해놓고 돈을 나눠 주다.
매희/ 요즘은 어떤 일하고 있어요?
보리/ 사진반을 준비하고 있어요. 강의라기 보다는 사진을 어떻게 하면 쉽고 편안하게 배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또, 인터넷 방송이라든지, 잡지도 준비하고 있어요. 개인 사업도 하고 싶고, 전시도 준비하고 있구요. 돈도 벌고 있고^^ 참 많네요.
매희/ 작가로도 활동하시는데, 지금까지 했던 전시 몇 가지 소개 해주세요.
보리/ 기억에 남는 건, 작년 마지막날 이었는데, 아침에 갑자기 문자를 보냈어요. ‘오늘 전시한다.’라고. 하하. 타이틀은 <안 오면 니가 손해인 전시>였어요. 친구들 12명이 왔어요. 그 친구들에게 30만원을 나눠서 줬어요. 2만 얼마씩?^^
무언가 준비를 하고 발표를 할 때 평균 이정도 돈이 드는데, 전시를 위해 힘들게 번 이 돈을 작업에 썼을 때, 결과물을 보고 관객들이 그 정도의 감동을 받을 수 있나 하는 의문을 가졌어요. 그 돈을 가지고 본인들이 더 의미 있는 행동을 하면 더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돈을 나눠주고 의미 있게 쓴 뒤에, 그 결과물을 저한테 보내달라고 했어요. 누구는 여행도 가고, 친구한테 맛있는 것도 사주고 했더라구요. 한 친구는 고향에 내려가는 KTX티켓을 사서 그날 내려갔어요. 누구는 대천에 혼자 가서 사진도 찍어오고, 외국에 있는 친구한테 우편물 보내는 친구도 있었구요. 프리허그를 한 친구도 있었구요. 근데 사람들이 기억하더라구요.
돈을 가지고는 정말 너무 많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것같아요. 물론 위험하기도 하지만…
당시엔 그 사람들에게 ‘전시를 만들어 주세요.’라고 했었던 것 같아요. 이 돈을 더 가치 있게 써달라고요.
‘작업자는 관람객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은 사람이다. 그런데 내가 그게 가끔은 힘들다.’ 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올해 2탄을 해볼까 해요. 하하 <안 오면 니가 손해 쇼, 2탄>게릴라로 해야겠어요. 근데 이번엔 돈을 안주는 거죠. 하하하 그때 프리허그를 한번씩 해주는 거죠. 하하하
이렇게 자아가 강한 사람에게 멘토가 있을까? 궁금하다.
어라?
뜻밖에도 그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주위사람들 모두에게 영향을 참 많이 받아요” 였다.
매희/ 멘토가 있다면?
보리/ 멘토라고 하기엔 조금 거창하지만, 주변 친구들이나, 있을 때는 애인에게 굉장히 많은 영향을 받아요. 저는 항상 아직 나는 너무 어리고, 미숙하고,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요. 그래서 누구한테든 뭔가 배울게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참 편해요. 누가 잘난 척을 해도 참을 수 있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을 수 있구요. 그러다보면 상대방에게는 내가 말을 잘 듣고 있구나 라는 느낌을 주니까 참 많은 도움이 되요.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조금 용기있는 사람이죠.
매희/ 처음부터 끝까지 참 시니컬하면서도 차분하면서도 재밌어요. 평소에 특별하다는 말 많이 듣지 않으세요?
보리/ 특이하다 특별하다 라는 말들을 별로 안 좋아해요.
그런것이 존재한다고 생각치도 않구요. 세상에 안 특별한게 어딨어요.
저는 조금 더 평범하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보다 내가 조금 더 용기 내서 뭔가 하는 사람이지 특별하다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그렇게 된 데에는 친구, 가족, 경제적인 것, 어디서 사는지 등등에서 오는 것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제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픽사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중에 가족이 나와요. 막내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는 아주 빠른 능력이 있어요. 엄마가 그 친구에게 평소에 ‘넌 특별한 아이야. 자부심을 가져.’라고 이야기 해요. 그러다가 엄마가 그래요. ‘세상사람들은 다 특별한 거야’라고요. 그러니까 그 꼬맹이가 조수석에 심통난 표정으로 이런 말을 해요. ‘그럼 세상사람들이 다 특별하지 않은 거네.’ 라구요. 기억에 남아요. 근데 사실 이건 말장난이구요. 모두가 특별하죠. 다 다르거든요.
지하철에 딱 서서 평범한 사람 찾으려고 하면 잘 안보여요. 다 특이해요. 지하철 1-1같은데 기대서 한 명씩 한 명씩 보면, 정말 다 특이해요.
매희/ 미션이에요. 저희에게 한가지 질문을 해주세요.
보리/ 왜 이런 인터뷰를 하세요?
매희&소영/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게 좋아요. 지금까지는 RPM이라고 많은 활동을 하고도 지나가고 나면 그들을 이어줄 네트워크가 없었잖아요. 한번도 안 만날 수도 있는 사람들을 만나보고 이야기 듣는 재밌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하하. 요새 다른 사람들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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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장소는 문래동, 직업은 전시작가 겸, 사진작가 겸 등등…
준비부터 궁금증으로 가득했던 이번 인터뷰는 ‘드림카카오 72%’쯤으로 설명하면 어떨까 싶다.
씁쓸한 맛은 전반적인 시니컬한 어조, 그리고 중간중간 수줍게 또는 슬쩍 미소 지을 땐 달달한 맛 정도?
특별하단 말을 좋아하진 않는다니 특별한 사람이라고 수식하진 않겠다.
다만 그를 씁쓸하면서도 달달한 그 매력 때문에 오래오래 두고 보고 싶은 사람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재밌는 일을 계속 오래오래, 그리고 바쁘게 할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사람 참 좋다!
20111010 pm8
Interviewer / 임희정(매희)
김보리 홈페이지 / Kimbori.net(김보리쩌네)
첫댓글 저는 카카오72% 초콜렛을 좋아합니다
저는 꾸꾸를 좋아합니다
김보리돋네 랍니다 여러분 ! ^^
만나고 싶다 이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