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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소중한 인연(因緣) 원문보기 글쓴이: 미라클
동해안에 간다. 전국 제일의 해돋이 관광명소로 유명한 정동진의 강릉이나 설악산의 설경이 버티고 있는 속초가 아니라 '동굴의 도시'로 명성이 자자한 삼척이다. 환선굴이 단연 얼굴이지만 겨울바다 풍광도 빠지지 않는 청정지역이다. 58.4㎞에 이르는 긴 해안선에는 탁 트인 일망무제의 동해바다와 가슴을 설레게 하는 아련한 해조음, 고독이 굳어버린 하얀색 등대, 고감도 필름으로 찍어도 표현할 수 없는 일출의 감흥 등 보고 또 봐도, 골백번 본다 해도 지겹지 않은 풍경이 숨어 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바다를 옆에 낀 해안도로와 파도가 만들어내는 희디 흰 포말이 오버랩 된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강릉 입구에서 동해고속도로로 접어든 뒤, 동해시에서 7번 국도를 따라가면 삼척이다. 동해시의 추암해수욕장 입구를 지나자마자 좌회전해 들어가면 증산해수욕장이 시야에 들어온다. 한여름 해변에서는 보기 어려운 갈매기떼들이 그리 넓지 않은 해변에 옹기종기 모여 있고, 그들을 향해 뛰어가는 연인의 마음엔 어느새 감성의 겨울바다가 깊게 들어 앉아 있다. 1980년대 영화 '고래사냥'의 병태와 춘자를 떠올리며 백사장을 애무하듯 밀려오는 하얀 포말의 끄트머리에 섰다. 찬바람이 볼에 닿는 순간, 반사적으로 겨울바다를 더욱 운치 있게 만드는 배경이 되고 싶어진다. 겨울바다의 정취를 호젓하게 만끽하고 있다는 낭만적인 착각에 빠져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답답한 일상을 훌훌 털어버리고 싱싱한 활력을 가슴 한가득 품어본다.
바로 옆의 수로부인공원은 삼국유사에 나오는 해가(海歌)를 토대로 추정하여 복원한 휴식공간이다. 설화를 근거로 복원한 정자 임해정(臨海亭)과 수로부인의 전설을 소재로 한 '사랑의 여의주' 가 겨울바다의 운치를 더해준다. 드래곤 볼로 불리는 '사랑의 여의주'는 높이 1.6m에 지름이 1.3m인데 부부나 연인들이 이를 빙빙 돌리며 소망과 사랑을 기원한다. 이곳은 추암해수욕장의 촛대바위를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최고의 명소로 손꼽힌다. 비록 1980년 행정구역을 분리할 때, 애국가 배경지로 유명한 추암을 이웃한 동해시에 내주긴 했어도 조망권만은 그대로 유지한 셈이다.
촛대바위의 장중한 모습을 눈동자에 담고 다시 달려 삼척해수욕장에 들어섰다. 이곳에서 정라동의 삼척항까지의 새천년 해안도로는 삼척을 여행할 때면 놓치지 말아야 할 인기관광코스다. 비치조각공원과 해맞이 축제가 열리는 '소망의 탑'과 함께 파도와 해풍이 빚어낸 기묘한 모양의 갯바위, 아름다운 겨울바다의 풍경을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는 조망대가 곳곳에 있어 멋진 드라이브와 낭만을 즐길 수 있다. 간첩을 막는다며 세워놓은 철조망을 경관용 울타리로 교체했지만 그래도 눈에 거슬리는 게 흠이다. 하지만 울타리 너머에는 겨울바다가 푸르디 푸르다.
바닷가를 옆구리에 끼고 달리는 해안 드라이브의 묘미를 만끽하다보면 삼척항과 마주친다. 삼척의 별미인 곰치국으로 속을 푼 다음 삼척교 삼거리에서 7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2㎞쯤 가다보면 한재 고갯마루다. 이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삼척 10경에 꼽히는 맹방 명사십리의 백사장이 펼쳐진다. 은빛 모래밭이 십리에 펼쳐져 있다고 해 명사십리 해수욕장으로 잘 알려진 맹방해수욕장은 영화 '봄날은 간다'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주인공 상우(유지태)와 은수(이영애)가 비오는 바닷가에 앉아 파도소리를 녹음하면서 사랑을 키워간 곳이다. 쉴 새 없이 밀려드는 파도가 눈앞에서 부서지고, 끊임없이 흰 포말을 토하며 부딪치는 파도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길게 뻗은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가다 보면 부남과 궁촌, 원평, 문암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문암해수욕장을 지나면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 선수의 고향인 초곡마을과 초곡항이 내려다보이는 바닷가 언덕에 자리 잡은 황영조기념공원이 반긴다. 잠시 머물다가 공원을 빠져나오면 활처럼 둥글게 휜 해변 양끝으로 절벽과 암벽이 어우러진 용화해수욕장이다. 용화해수욕장에 못 미쳐 7번 국도변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해수욕장의 풍광은 동해안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절경이다. 팔각정과 노상 커피판매점이 있는 이 고갯길은 고개 넘어 사람을 태우고 가던 말들이 경치에 반해 자주 발을 헛디뎌 굴렀다는 전설 때문에 '말국재'라고 불렸다.
용호해수욕장을 지나면 장호항이 바라보이는 국도변 전망대가 나타나고 이어 신남, 임원, 호산, 월천, 고포해변이 차례로 이어진다. 어촌 체험 관광마을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장호항은 '한국의 나폴리'로 불리는 아름다운 해안절경과 함께 억척스러운 어부들의 삶을 체험할 수 있는 포구다. 특히 포구 안쪽의 갯바위는 여느 포구의 바위와는 사뭇 다르다. 예전에는 고래들이 몰려와 죽었다는 이곳은 '고래 무덤'이라는 별칭을 얻었는데 풍광뿐만 아니라 호젓하게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동해의 숨겨진 명소다.
장호항에서 남진하여 동해안에서 유일하게 남근숭배민속이 전래되고 있는 신남마을과 해신당공원을 둘러본 뒤 다시 재를 넘어 달리면 한때 동해안에서 손꼽히는 포구였던 임원항이다. 지금은 옛날의 위세를 찾을 수 없지만, 이곳의 큰 매력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난전 회센터다. 40여 개의 소규모 횟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여행자의 입맛을 돋운다. '부산항', '연안부두' 등의 간판을 내건 횟집 앞에 놓인 '빨간 고무 다라'에서 펄떡이는 광어와 우럭 등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싱싱한 회와 해산물을 맛보고 난 뒤 먹는 매운탕은 귀를 베어갈 것 같은 바닷바람 속에서도 땀이 쏙 빠지도록 속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상인들은 “삼척에서는 어디서나 맛좋고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지만, 이곳이 가장 저렴하다”고 말한다.
아늑하고 한가로운 어촌 풍광을 품어내는 호산과 월천을 지나면 고포해변에 닿는다. 이곳이 삼척의 최남단이다. 별로 특별한 것이 없는 한적한 해변이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파도가 기세 좋게 달려들다가 바위에 부딪혀 분수처럼 흩어진다. 누군가는 해변을 “여름엔 부르는 게 돈이고 겨울엔 부르는 게 고독이다”라고 말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 된다.
삼척의 해변은 일출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비록 검은 바다가 파도를 재우고 수평선에서 홍조를 띠기 시작하다가 구름에 가려 시뻘건 불덩어리를 토해내는 장관을 보지 못하더라도 홍조를 머금은 바다는 아름답고 눈부시다.
Information_Samcheok 백두대간과 동해를 한꺼번에 아우르는 강원도 삼척을 찾으면 산과 바다에서 겨울의 정취와 자연의 경이로움, 그리고 순박한 인심을 만끽해 볼 수 있다. 7번 국도를 따라 하얀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와 아름다운 해안절벽이 이어지고, 값싸고 싱싱한 해산물과 절경지 등이 많아 여행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 관광문의 삼척시청 관광개발과 033-570-3545, www.samcheok.go.kr 삼척시 종합관광안내소 033-575-1330 신리 너와마을 033-552-5967 환선굴 033-570-3255 해신당공원 033-570-3568 민물고기전시관 033-573-8286 시립박물관 033-570-3563
>>가볼 만한 곳
두타산(頭陀山) 삼척의 모산이며 태백산맥의 주봉을 이루고 있는 두타산(해발 1353m)은 '바람의 산'이라 할 만큼 바람이 모질게 분다. 산 이름인 두타는 불교용어로서 속세의 번뇌를 버리고 불도 수행을 닦는다는 뜻이다. 배용균 감독의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의 촬영지로 유명한 두타산은 산수가 아름다운 명산으로 사계절 등산 코스로 이름이 높아 많은 등산객이 찾는다. 두타산과 4km 거리를 두고 청옥산이 이어져 있어 두 산을 합쳐 두타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두 산을 연계하여 종주 산행을 할 수도 있다.
청옥산(靑玉山) 두타산 서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해발 1404m이다. 청옥산과 두타산을 연결하는 산맥을 햇대등이라 하여 한 폭의 병풍을 펼친 것 같다. 또한 이 산에는 청옥과 약초가 많이 난다하여 산 이름을 청옥산이라 하였다 한다.
등산코스 ①댓재(산신각)→통골목이→두타산(6.1㎞, 3시간 소요) ②번천리→통골목이→두타산(6㎞, 2시간 30분 소요) ③중봉분교→망군대→청옥산(8.1㎞, 5시간 소요) *청옥산→두타산(3.2㎞, 1시간 50분 소요) ④천은사→쉰움산→두타산(5.6㎞,3시간 소요)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코스 ① 코스로 등산 →두타산→②코스로 하산하는 코스다.
쉰움산(五十井山) 두타산의 북동쪽에 솟은 작은 한 봉우리(해발 670m)다. 이 산은 태백산과 마찬가지로 무속의 성지라 이를 만한 곳이다. 산 곳곳에 치성을 드리는 제단, 돌탑 등이 즐비하다. 쉰움산에는 이승휴의 '제왕운기'가 쓰여진 역사 깊은 사찰이 있는데 천은사가 그것이다.
천은사(天恩寺) 사찰의 창건은 경덕왕 17년(758년) 인도에서 세 신선이 흰 연꽃을 가지고 와서 창건했다는 백련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나 흥덕왕 4년(829년)에 범일국사가 극락보전 건립으로 사찰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계곡과 어우러지는 주변 경치가 꽤 아름답다.
신흥사(新興寺) 통일신라 진성여왕 때 범일국사가 창건한 절로 수차례 중건을 거쳐 조선 순조 때 신흥사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일주문을 지나 사찰에 이르는 숲길과 절간을 은은하게 울리는 풍경소리가 인상적이다. 이곳에서 1㎞ 떨어진 대나무숲과 함께 영화 '봄날은 간다'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삼척의 명소가 됐다.
준경묘(濬慶墓) 조선 태조 이성계의 5대조인 이양무의 묘로 이 일대 소나무 숲은 전국 최고의 금강송림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나무 속 기둥이 누런 창자 같다고 '해황장목(黃腸木)'이라고도 하고, 금강석처럼 단단하다고 해 '금강송(金剛松)'이라고도 하는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수백 그루 모여 수려한 숲을 이룬다. 최근 문화재청이 이곳 소나무 97그루를 베어 새로 짓는 광화문의 기둥과 보(堡)로 쓸 계획이었으나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취소되었다. 준경묘에서 4㎞ 떨어진 미로면 하사전리에는 이양무의 부인 이씨가 묻힌 영경묘가 있다. 준경묘에는 못 미치지만 영경묘 주변에도 금강송림이 남아 있다.
척주동해비(陟州東海碑) 삼척은 바다의 조수(潮水)가 심할 때는 조수가 시내까지 들어오고, 홍수 때에는 오십천이 범람하여 주민들의 피해가 극심하였다. 조수의 피해를 안타깝게 생각한 삼척부사 허목(許穆)은 1662년 비석을 세우고 그 이름을 '척주동해비'라 하였다. 비석을 세운 이후에는 조수의 피해가 없어졌다고 하며, 비석의 이름을 '퇴조비(退潮碑)'라고도 했다. 비석의 마모를 방지하기 위해 탁본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허목 선생과 동해비의 공덕을 기리어 해마다 예를 갖추어 제사 지낸다.
>>박물관 및 전시관
삼척시립박물관 2000년 3월 개관한 삼척시립박물관은 5000여 점의 소장유물 중 약 350점의 유물을 전시실에 상설전시하고 있으며 시청각실, 탁본체험코너, 수장고,기획전시실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춘 역사·민속박물관이다. 제1전시실인 선사역사실에는 삼척의 연혁과 원 삼국시대의 삼척 지역에서 출토된 토기류와 고려ㆍ조선시대의 행정사와 관련된 고서, 고문서를 전시하고 있다. 제2전시실은 민속ㆍ예능실로 삼척의 세시풍속과 각종 민속놀이를 모형과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고, 제3전시실인 생업ㆍ생활실은 삼척의 자연환경과 의식주 관련 유물을 전시하고 특히 화전민들의 생활용구와 너와집을 재현해 생동감을 살리고 있다. 민물고기전시관 삼척시 근덕면 초당리 내수면개발사업소에 마련된 민물고기 전시관으로 토종 민물고기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전시관의 수족관에는 쏘가리, 참붕어, 쉬리, 어름치, 갈겨니, 열목어, 산천어, 모래무지, 꺽지 등 국내 하천에 서식하는 민물고기 44종이 전시돼 있다.
>>축제 및 레저 해맞이 축제 새해의 소망을 기원하는 행사로 소망의 탑에서 바라보는 동해의 일출이 장관이다. 2007년 해맞이 행사는 '활기찬 도시 살맛나는 삼척건설, 새희망 힘찬 새출발'이란 타이틀로 소망의 탑과 비치조각공원, 새천년도로 등에서 다채롭게 열린다. 해가 뜨기 전에 통기타 연주와 여명전 불꽃놀이, 사물놀이, 시립합창단공연으로 분위기를 조성한 뒤 일출에 맞춰 해맞이 징치기, 신년축하메시지, 소망기원 풍선날리기 행사가 이어진다. 일출 후 소망의 탑과 비치조각공원 구간에서 소망기원 연날리기 행사가 열린다. 파인밸리 골프장 지난 2003년 11월 개장한 파인밸리 골프장은 회원제 골프장으로서, 동굴해양관광도시를 모토로 하는 삼척 지역의 대표적인 레저 관광지다. 부지 30만 평 18홀로 태백산맥 자락에 위치한 골프장으로 겨울철에도 골프를 칠 수 있는 전국에서 몇 안되는 골프장이다. 바다낚시 삼척해안은 쳔혜의 절경으로 어촌마을, 포구가 많으며 특히 새천년유원지의 릴낚시, 오십천하구 방파제, 장호항 방파제, 임원항 방파제의 돔 낚시 등이 유명하다. 특히 맹방·덕산마을은 냇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역이어서 민물낚시와 바다낚시를 함께 즐길 수 있다.
>>먹을거리 곰치국 '삼척의 해장국' 하면 곰치국이다. 살이 무른 곰치 몇 토막에 푹 삭은 신김치를 썰어 넣어 맛을 낸 곰치국 한 그릇이면 간밤 과음의 속쓰림은 눈 녹듯 사라진다. 김칫국 맛은 속을 풀어줄 정도로 시원하고, 곰치의 희디 흰 살점은 입 안에 넣기 무섭게 녹아버린다. 곰치는 물곰이라고도 하고, 물메기라고도 하는 못생긴 생선이다. 학명은 뱀장어목 곰치과다. 못생겼어도 맛은 그만이다. 삼척의 항구 곳곳에선 곰치국을 만날 수 있는데 가격은 한 그릇에 6000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