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광장

인간의 관점은 기계론적 우주관을 벗어나 유기체적 우주관을 탐색한다. 나비이론, 가이아이론, 프랙탈이론, 네트워크우주론, 초끈이론, 양자론 등이 과학의 분야에서 유기체 우주를 표상하는 이론들이다.  그리고 이들 이론들 모두는 부분과 전체가 연동하는 비결정론적 구조를 보여준다.   모든 것들이 서로에 연동되어 있는 순환적 체계야말로 유기체 우주의 특징이다. 사람의 몸을 보더라도 모든 세포는 전체의 몸과 또 인접한 다른 세포들에 의존하여 성립한다. 그래서 세포와 몸의 생존 시스템은 순환적이다. 이렇게 의존하여 순환적인 체계가 곧 유기체의 정의이다.   연동되고 순환적이라는 사실 외에 우리는 유기체 우주의 인과적 특징들을 학문적 형태로 가지고 있지 않다.  유기체 우주의 특징은 우리가 이제부터 발굴해야 할 미지의 지식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유기체 우주에 대한 모든 지식은 이미 우리들 곁에 있다. 그 지식은 바로 연기법이라는 이름으로서 전승되고 있는 붓다의 법이다. 붓다는 유기체 존재, 유기체 우주의 실상을 보고서는 이를 연기법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알렸던 것이다.   당연하게, 유기체 구조에서는 어떤 존재도 독립된 개별의 존재값을 가지지 못한다. 순환의 체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들이 다른 모든 것들에 의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암이라는 것이 다른 세포들과 연동되지 않고 계속 존재하려는 속성이 있으나, 암 또한 전체의 몸이 쓰러지면 자신도 사멸하는 의존적 존재에 불과하다. 모든 존재들이 의존적 값이므로 이들 존재들을 인식하는 값도 의존적 값, 즉, 상대객관이다. 기계론적 우주의 인식체계가 절대객관이라면, 유기체 우주의 인식체계는 상대객관인 것이다.   유아의 존재는 결정론적 세계를 이루고 이는 기계론적 우주관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무아의 존재(불확정성의 존재)는 비결정론적 세계를 이루고 이는 유기체 우주관으로 이어진다. 기계론적 우주가 존재를 작동하게 하는 법칙과 법칙을 설치한 외부의 신을 필요로 하는 시스템이라면, 유기체 우주는 존재들의 의존적 관계망과 그로부터의 동력으로 작동하는 자급자족적 시스템이다.   유기체의 우주관은 외부의 간섭이 없는 자기 동력의 우주를 말한다. 유기체의 우주관에서 신이란 단지 보호자를 찾는 유아심리나 절대자를 구하는 노예심리에 불과하다. 신본주의 사상은 존재론적, 결정론적, 기계론적 세계관에나 합당한 개념이다. 신은 인간, 자연, 세계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어떤 존재를 뜻한다. 신이 있는 한, 인간, 자연, 우주는 자기 동력의 존재가 되지 못한다. 불확정성의 존재이기에, 그리고 비결정론의 세계이기에 인간의 의지는 실체적 동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신은 존재론적, 결정론적, 기계론적 세계관에서나 비로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불교는 유기체 우주관의 결정판이다. 티끌과 전체가 연동한다는 사고방식이 그러하고, 무아라는 존재적 사고방식이 그러하고, 무시무종이라는 인과적 사고방식이 그러하고, 부처 즉 중생이라는 교리적 사고방식이 그러하다. 그러므로 불교야말로 비결정론의 우주관, 유기체의 우주관, 궁극적 무신론의 종교관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