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산업 특구, 발전전략을 찾아라 |
① 옻 특구 옥천, 위기와 희망의 이야기 ② 옻 특구의 열쇠 <농업분야> ③ 옻 특구의 열쇠 <생활공예> ④ 옻 특구의 열쇠 <의학, 식품> ⑤ 세계 최대의 옻 도시를 찾아서 ⑥ 옻 산업 발전방안 특별대담 |
독자여러분께서는 국내에 옻과 관련된 특허가 몇 가지나 출원되어 있는지 아십니까? 정말 많습니다. 옻칠 낚싯대부터 시작해 옻닭 치킨에서 항암제, 심지어는 운동화 깔창까지 도료와 식품, 의약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옻과 관련된 특허만 여기에 기록한다고 해도 신문의 한 페이지는 거뜬히 넘길 정도입니다. 그만큼 다른 나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옻의 신비한 기능에 매료된 사람들이 많았고 이에 따라 옻나무와 그 활용에 대한 연구 역시 다른 나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발했습니다. 그러나 그 엄청난 특허들을 낳은 온갖 연구에도 불구하고 우리고장 옻나무 생산농가들의 고민은 여전합니다. 이는 그동안 일반에 알려진 옻나무 활용방안 자체가 각 방안에 따라, 도료분야를 대표적으로, 그 원료를 옻 최대 재배국가인 중국의 저가 옻 전적으로 의지하거나 국산 옻나무를 이용하더라도 옻나무의 극히 일부만을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전국최고의 옻나무 자생지라는 옥천의 명성을 밑천으로 농가들이 아무리 옻나무를 많이 심어본들 그 옻나무가 힘을 쓸 수 없는 이유는 다른데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지금부터 독자 여러분께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기자가 들고 있는 옻관련 특허 집을 아무리 뒤져봐도 나오지 않는 분야이며, 최근 옥천군이 발표한 옻 산업 로드맵에도 정확한 설명이 없는 분야입니다. 그러나 실제 옻나무 활용 현장에서는 옻나무 활용의 새 영역이 열렸다며 흥분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그 현장을 함께 하시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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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기농 포도로 유명한 참포도 농원의 주인 백이남, 이애경씨 부부. 뒤로 보이는 포도나무는 17년 수령의 로자리오 비앙코 품종 포도나무. 유기농 포도는 나무가 나이를 먹을 수록 더 깊은 향과 달콤한 맛을 낸다. 이 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는 지난해 자체 경매에서 1송이(6kg)에 1백만원에 판매되기도 했다고. |
◆"아... 무서운 농약이여"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오촌리 60-2번지. 6천600여 제곱미터 (2천 여 평) 면적의 땅 위에 유기농 시설 포도가 자라고 있는 이곳은 '참포도 농원(대표 백이남)'이라는 곳이다. 이곳에 농약의 흔적조차 찾아 볼 수 없는 포도밭이 가꿔지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참포도 농원에서 자라는 포도의 역사는 농장주 백이남(56)씨가 농약 때문에 겪었던 고통에서 출발한다.
"스물아홉쯤이던가요..., 벼농사가 한 창인 어느 날 이었습니다. 살충제, 살균제 이런 저런 농약을 경운기에 싣고 우리 집 논에 평소처럼 농약을 뿌리고 있었어요. 작업을 하는데 발이 자꾸 논으로 미끄러지고 빠지더군요. 농약을 치면서도 논두렁이 뾰족하게 생겨서 그러나보다고 생각했죠. 논두렁에 올라오면 또 논으로 빠지기를 몇 번 반복하다 내 몸이 이상하구나 생각했어요. 겨우 경운기를 끌고 집에 왔는데 거실의 형광등이 점점 뿌옇게 보이더니 결국 의식을 잃었습니다."
농약중독이었다. 그 후로 그는 며칠을 내내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사경을 헤매야 했다. 다들 죽을 것이라고 했던 그가 수일 만에 의식을 되찾은 뒤로 그에게 찾아온 변화는 단 한 가지였다.
"농약이 나쁘고 싫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날 이후로 나는 약간의 농약냄새도 견디지 못했습니다. 농약 근처에만 가도 속이 뒤집히고 구토를 했어요."
농약으로 저승의 문턱을 다녀온 당시 청년 농업인 백씨에게 놓인 선택은 농사를 포기하던가 아니면 농약 없는 농사를 시작 하던가 둘 중 하나였다. 포도농사는 농약 없이 할 수 있다는 말에 그는 평생의 업인 포도농사꾼의 길로 접어든다.
◆지긋지긋한 시행착오의 10년
다른 농사를 모두 접은 그는 노지에서 포도농사를 시작했다. 정확히 2년을 '무수확'으로 보냈다. '미친 사람'이라는 수식어가 그를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굿만 빼놓고 다해봤단다. 3년째부터 수확이 나기 시작했지만 성과는 아니었다. 포도농사 시작한지 10년 만에 포도나무들이 죽기 시작했다.
"10년을 고생하고서야 유기농포도는 비를 맞히면 안된다는 것, 축분으로 거름을 쓰면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깨닳았아요. 노지에 있던 포도나무들 중 건강한 나무와 새 나무를 지금의 농원에 옮겨심기 시작했습니다."
비를 맞히지 않고 거름을 가려쓰기 시작하면서 노지에서 포도농사를 짓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성과를 올리기 시작했다. 2000년 경기도농업기술원의 프랑스 포도농원 연수에 참여한 뒤 포도의 진정한 경쟁력, 깊은 맛과 향은 포도나무의 수령(나이)에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 뒤로 그는 더 이상 포도송이에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일반 포도재배 농가에서 늙은 나무로 분류하는 7~8년생 포도나무가 그에게는 이제 겨우 포도다운 포도를 수확할 수 있는 신입생이다. 물론 화학비료와 농약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자연그대로의 포도나무가 그 차이점이다. 그러나 여전히 남는 문제는 모든 유기농재배농가의 고민, 즉 먹는 포도보다 병, 해충이 먹는 포도가 많다는 점이었다.
"포도나무 밭에 늘 평소에 먹는 쑥갓이나 깻잎을 심는데 벌레들이 줄기만 남겨놓고 다 먹을 정도였죠. 포도 수확의 3분의 1 이상은 벌레들 몫이고 하루 종일 아내와 포도나무에 끼는 벌레들을 하나하나 손으로 직접 잡는 것이 일이었으니까요. 말이야 쉽지 절대로 못해요."
유기농포도의 자존심 이면에는 유기농이 요구하는 엄청난 노동력과 도저히 극복이 안되는 병충해로 인한 손실이 있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옻나무를 이용해 주세요"
기자의 책상에는 2001년 출판된 책 '핀드혼 농장 이야기(핀드혼 공동체 지음, 조하선 옮김)'가 꽂혀 있다. 몇 년 전 영국 스코틀랜드에 있는 이 유기농 농장을 취재하려던 계획 때문에 구입했던 책인데 이 농장의 농법이 '명상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며 얻는 깨달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물론 이 농장은 세계 유기농업계에서 큰 명성을 얻고 있다.
그런데 책에서만 보았던 '식물, 자연과의 교감'을 통한 농업 이야기를 다름 아닌 참포도 농원에서 듣게 됐다.
"포도나무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너에게 농약을 뿌리지 않고 벌레를 없앨 수 있는 답을 달라고요. 매일 진심으로 물었습니다. 1년쯤 인가 만에 옻나무를 이용하라고 대답하더군요. 물론 저의 내면에서 들린 포도나무의 목소립니다. 옻닭 잘못 먹고 크게 고생한 경험이 있는 제 입장에서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포도나무에게 다시 물었습니다만 역시 대답은 같았습니다."
5년 전이다. 옻나무가 처음으로 해충기피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사건은 이렇게 한 유기농 포도농가와 자신이 기르는 포도의 대화로 시작됐다. 옻이 오르지 않는 옻나무 진액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물에 희석해 이용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참포도 농원이 사용하는 유일한 천연 해충, 바이러스 퇴치제가 됐다.
"신기했습니다. 포도나무뿐 아니라 고추, 깻잎 등 여러 채소에도 모두 효과를 보입니다. 살충, 살균 모두에서 탁월합니다. 2년 정도 확실한 효과를 확인하고 유기농 과수 농업인들과 정보공유를 시작해 현재는 많은 분들이 다양한 작목에서 마찬가지 효과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30여종에 달하는 다양한 포도나무들이 최소 당도 21 브릭스(brix)라는 경이적인 품질의 포도를 맺고 있는 유기농포도 현장에 우리 옥천서 생산한 옻나무 추출물이 사용되고 있었다. 일반 포도가 킬로그램(kg)에 4~5천원 시세도 받기 어려웠던 올 여름 평균 가격이 킬로그램에 1만 5천원을 육박하는 명품포도의 성과에는 다름 아닌 옻나무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인터뷰> '옻 추출물을 이용한 친환경 식물성 자재개발' 연구 총괄 충북테크노파크 권성욱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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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성욱 박사 | 옻나무의 해충기피 기능과 멸균기능이 현장 친환경농업인들로부터 각광받으면서 우리 지역에서도 청산화학(주)을 비롯한 옻 관련 기업, 법인들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옻 추출물을 이용한 친환경 식물성 자재개발'이라는 명칭으로 진행되는 이번 연구를 총괄하는 충북테크노파크 권성욱 박사를 만났다.
△옻나무의 해충기피 효과가 가진 시장성은?
= 처음 옥천에서 이 분야의 연구제의가 들어왔을 때 가장 먼저 골프장이 떠올랐다. 알다시피 엄청난 농약사용으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분야다. 현재 친환경농가에서 사용하는 옻 추출물의 효과가 이번 연구로 정리되고 상품화되면 골프장을 비롯해 친환경농업현장 등 대단히 다양한 분야에서 옻나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옻나무를 이용한 각종 상품들이 옻나무의 일부만을 사용해 왔고 이는 옻나무 재배농가 소득 측면에서 크게 불리하게 작용해 왔다.
= 옻나무 해충기피 효과에 핵심 물질은 옻나무의 잎, 수피, 목질부 전체에 분포하는 플라보노이드(Flavonoids)가 중심이다. 그동안 우루시올(urushiol)등 옻나무의 극히 일부를 활용하는 방법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번 연구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어떤 지원들이 준비될 예정인가?
= 이번 연구의 핵심은 현재 친환경농업인들의 경험에 근거한 옻나무의 해충기피효과를 과학적 데이터로 정리하고 화학적 기술과 접목해 상품화 하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연구지원을 비롯해 특허 출원과정과 이후 마케팅까지 이 사업이 성공하기까지 필요한 지원을 계속 해 나갈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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